그 내용은 「창세기」의 구절과 일치하는 것이었다. 혼돈의 신 카오스가 먼저 밤의 여신을 만든 다음 짝짓기를 했다. 거기에서 태어난 자손들이 결국은 모든 신과 인간이 됐다. 혼돈으로부터이렇게 우주가 탄생했다는 생각은 그리스 인들의 자연관과 잘 맞는 것이었다. 변덕스러운 신들이 다스리는 예측 불허의 세상이 자연이라는그들의 자연관과 상통했다. 하지만 기원전 6세기에 이오니아에서 새로운 사조가 태동했다. 그것은 인류 사상사에서 가장 위대한 생각들중의 하나이다. 고대 이오니아 인들은 우주에 내재적 질서가 있으므로우주도 이해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자연 현상에서 볼 수 있는 모종의 규칙성을 통해 자연의 비밀을 밝혀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자연은 완전히 예측 불가능한 것이 아니며, 자연에게도 반드시 따라야 할 규칙이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우주의 이렇게훌륭하게 정돈된 질서를 "코스모스" 라고 불렀다.
N. : 은하수 은하 안에 있는 별들의 총수fo: 행성계를 가지고 있는 별들의 비율, 또는 행성계를 동반할 확률. ne: 주어진 행성계에서 생명이 서식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춘 행성들의평균 개수. f: 생명이 실제로 탄생할 수 있었던 행성들이 차지하는 비율. 또는 생명 탄생 확률. f: 태어난 생명이 지적 능력을 갖출 수 있기까지 진화할 수 있는 확률. fe: 지적 생물이 우리와 교신할 수 있을 정도의 고도 기술 문명으로 진화할 확률. f: 행성의 수명에서 고도 기술 문명의 지속 기간이 차지하는 비율.
이제 이 인자들을 모두 곱하면 우리와 교신할 수 있다고 믿어지는문명권들의 총수 N을 알 수 있다. (N = NxfXnXfixexx) 여기서 오는 모두 비율이나 확률을 의미하므로 0과 1 사이의 값을 갖는 소수이다. 따라서 1보다 작은 인수를 하나씩 곱해 갈 때마다 매우 큰 수였던 No은 점점 줄어든다.
즉 50억 년 이상을 기다려야 비로소 현재 지구 문명 수준의 사회가 태동될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이 값을 그대로 사용하여 곱셈을 계속하면, N. X XnXf>fXXL=110‘이라는 결과를 얻게 된다. 어느 특정 시점에서 볼 때, 고도의 기술을 자랑하는 문명권이 우리 은하에 겨우 열 개 정도 있을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열 개라는 값은 정상 상태의 개수를 의미하는 것으로, 같은 수준의 문명 열 개 정도가 은하에서 항시 공존한다는뜻은 아니다. 은하 어디에선가 문명권 하나가 자멸하면, 은하의 또 다른 곳에서 새로운 문명권이 태어난다. 이렇게 함으로써 우리 은하에총열개 정도의 문명권들이 항시 있을 수 있다는 의미이다. 어떻든N=10은 두 손으로 모두 셀 수 있는 작은 숫자임에 틀림이 없다. 어쩌면 N=1일 수도 있다. 한 문명권이 성간교신이 가능할 수준에 도달하자마자 스스로 파멸의 길로 들어섰다면 은하수 은하에는 우리와 대화를 나눌 상대가 우리 외에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끼리의 대화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고도의 기술 문명을 꽃피우기 위해서 인류는 수십억 년 동안 거의 고문에 가까울 정도의 노고를겪어야 했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는 한순간의 방심으로 파멸의 길로들어설 수도 있다.
그러나 광막한 코스모스의 바다 속에 감춰진 새로운 세상과가능성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외계 문명의 존재에 대한 확실한 증거를 우리는 아직 갖고 있지 않다. 우리와 같은 문명의 운명은 결국 화해할 줄 모르는 증오심 때문에 자기 파괴의 몰락으로 치닫게 되는 것은 아닌가 걱정된다. 하지만 우주에서 내려다본 지구에는 국경선이 없다. 우주에서 본 지구는 쥐면 부서질 것만 같은 창백한 푸른 점일 뿐이다. 지구는 극단적 형태의 민족우월주의, 우스꽝스러운 종교적 광신, 맹목적이고 유치한 국가주의 등이 발붙일 곳이 결코 아니다. 별들의요새와 보루에서 내려다본 지구는 눈에 띄지도 않을 정도로 작디 작은푸른 반점일 뿐이다. 이렇게 여행은 시야를 활짝 열어 준다.
우리는 희귀종인 동시에 멸종위기종이다. 우주적 시각에서 볼 때 우리 하나하나는 모두 귀중하다. 그러므로 누군가가 너와 다른 생각을 주장한다고 해서 그를 죽인다거나 미워해서야 되겠는가? 절대로 안 된다. 왜냐하면 수천억 개나 되는 수많은 은하들 중에서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은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는 인류도 더 큰 집단의 한 구성원이라는 사실을 서서히인식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오로지 자기 자신과 가까운 가족에게 다음에는 사냥과 채집 활동을 자기와 같이 하는 이들에게만 충성을 바치며 살아왔다. 그러다가 충성의 대상을 자기가 속한 마을에서, 부족으로,그리고 도시 국가에서, 국가의 순으로 점차 넓혀 갔다. 사랑할 대상의 범주를 계속해서 넓혀 왔다는 이야기이다. 충성의 대상은 오늘날 초강대국이라 불리는 조직으로까지 확대됐다. 초강대국은 문화와 인종적 배경을 달리 하는 사람들이 공동의 목적을 위해 어느 정도 함께 노력할 수있는 사회이다. 우리는 이러한 노력을 통해 인간화의 과정과 인격 함양을 경험하게 된다. 현대는 충성의 대상을 인류 전체와 지구 전체로 확대해야 할 시대이다. 그래야만 우리가 하나의 생물 종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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