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포기하는 연습 -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마음공부
나토리 호겐 지음, 전경아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7년 10월
평점 :
절판
포기는 배추를 셀 때에나 쓰는 말이라고 했던가? 이 책은 그런 포기를 연습한다는 제목이다. 부제로 작게 보이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마음공부'가 와닿는다.
저자의 말에서 일본어의 '포기한다'인 '아키라메루' 대한 새로운 정의를 만난다. 음이 같기에
'명확하게 밝히다'의 뜻을 저자는 함께 담는다. 그에 대해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가 사물의 본질을 '명확하게' 밝히면 '포기할 수 있다'는 의식이 보다 강하게
작용한다.(p.006)
흥미로운 생각이다. 하지만 포기를 해야 하는 때지만 실패라 여겨 놓지 못하기도 하기에 저런 의식은 필요한 게 아닌가 싶다.
배추를 셀 때만 쓴다고 하는데 정작 '포기'를 '실패'와 같이 두고 보는 주위의 시선 때문에 붙잡고 있는 때도 있다. 책을 읽으며 그런 일들에서
보다 자유로울 수 있는 방법을 배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본격적으로 책을 읽는다.
책은 '서장'을 시작으로 1~5장까지 구성된다. 저자가 승려이기에 불교식 마음수련을 만날 수 있다. 글 하나하나가 길지 않아 출퇴근
시간에 읽기에도 좋고, 시간이 날 때마다 읽기에도 부담이 없다. 승려의 글이라 너무 우리 생활과 동떨어져 있는 글이라 생각할지도 모르나
기본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승려의 생활과는 다르기에 일상에서의 내용들을 만나게 된다. 서장에서 5장으로 갈수록 보다 많이 마음을 비워내야 함을
느낀다. 저자의 마음공부의 글들이 공감이 많이 되기도, 찔리기도, 거북함이 드는 부분도 있긴 하지만 그렇기에 읽어야 하는 책이 아니었나
싶다.
받아들이기 싫지만 그래도 현실 세계에 살고 있는 우리의 삶의 모습이 아닐까? 왜 저자가 '포기하는 연습'으로 책을 썼는지 알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비우기보다는 채우려고만 했기에 그 욕심 때문에 오히려 힘들었던 것은 아닌지 생각을 해보게 된다.
쉽게 놓지 못하는 일들이 생길 때 읽어보며 체득할 수 있도록 조금씩이나마 실행에 옮길 수 있기를 바라며 글을 줄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