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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사기 - 우석훈의 국가발 사기 감시 프로젝트
우석훈 지음 / 김영사 / 2018년 2월
평점 :
우리는 국가에 대해 얼마큼의 신뢰도를 가지고 있을까? 과거 언론이 정부에 의해 통제되던 시절에 비하면 지금은 그래도 언론 보도라 하더라도 의심을 하고 사는 시대가 아닌가 싶다. 그런 국가가 국민들에게 사기를 친다니 도대체 무슨 의미일까? 책을 펼치며 어떤 부분을 저자가 말하고 싶은가를 생각하게 된다.
서문에서 만나는 "그건 원래 그래."는 지금도 여전히 진행형이다. 원래 그런 것을 만든 사람이 있을 텐데 그것의 시작에 대해서는 의심조차 해보지 않는 현실이고, 부조리임을 알면서도 당하는 건 어쩔 수 없다는 말은 말이 되지 않는다. 서문부터 끓어오르게 하는 책은 이후가 더 기대됐다.
들어가는 말에서 책의 핵심적인 내용을 만나게 된다. 후순위채권과 CDO라는 용어 등의 모호성도 신경이 가지만 다음의 글이 앞서 걸렸던 '그건 원래 그래'의 기원이 아닌가 싶다.
국가가 조직적으로 사기를 치기 시작하면, 그것은 관행이 되고, 한번 그렇게 자리 잡은 것은 고치거나 개선하기가 아주 어려워진다. 잘못된 제도라도 늘 이익 보는 쪽과 그렇지 않은 쪽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많은 경우, 이익을 보는 소수는 잘 단결하고, 이익을 보지 않는 다수는 단결할 이유가 없다.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소수에게만 이익이 돌아가는 제도가 생각보다 오래간다.(p.25) -들어가는 말 中
들어가는 말까지 읽으면 이제 이 책을 왜 읽어야 하는지 보다 대체 우리는 무엇에 속고 있었는지 궁금하게 된다. 책은 1장 '왜 개인은 맨날 속는가?', 2장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이념 현상과 클랜 현상', 3장 '네 돈이라면 이렇게 쓰겠니?', 4장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이 두 가지만 잘해도 기본은···'으로 구성된다.
1장에서 3장까지 우리가 '국가의 사기'를 피하지 못하는 원인과 그 실례들을 만나게 된다. 처음 책을 읽으며 접하게 되는 1장의 내용이 불편했는데 2장은 더 불편하게 만든다. 이념도 이념이지만 클랜은 접하면 접할수록 불편하게 다가온다. 3장에서 다루는 내용은 그래도 많은 이들이 알만한 내용을 다룬다. 해당 장의 제목이 읽는 동안 눈에 밟힌다.
마지막 4장은 저자가 국가의 사기에 대한 방안을 제시한다. 물론 마지막에도 저자가 말하지만 '사기를 아예 없앨 수는 없지만 그래도 현저히 줄일 수 있는' 방안이다.
처음 책 제목을 보며 어린 시절 '평화의 댐'이 생각났다. 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내용으로 엄청난 돈을 모금해 갔던 내 기억에 가장 컸던 '국가의 사기'였다. 과거의 사기가 드러난 사기라면 현재의 사기는 우리의 무관심과 침묵 속에서 벌어지고 있다. 먹고살기 바쁘다며 큰 신경을 쓰지 않는 동안 벌어지는 일들이 참 많았음을 다시금 알게 된다. 드러나 있던 사기들은 이미 알고 있었으나 그에 대해 큰 반발을 하지 못하고 지켜보기만 했던 시간도 떠올려본다.
그동안 우리가 얼마나 국가사업에 관심을 갖지 않으며 우리의 입지를 좁혀가고 있었는지 생각하게 된다. 좌우 정권의 교체에만 너무 신경을 썼지 왜 힘들어졌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을 갖고 있지 않던 시간을 돌아보는 계기가 된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