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한 권으로 듣는 클래식 - 르네상스부터 20세기까지 꼭 알아야 할 클래식
샘 잭슨.팀 리홀리우 지음, 김경희 옮김 / 큐리어스(Qrious) / 2020년 2월
평점 :
내 클래식 감성의 뿌리는 우리 누나에게 있다. 어린 시절 나이차가 나는 누나의 피아노 연주를 들으며 컸기에 클래식에 대한 거부감이 적었다. 제목은 몰라도 들어본 곡들이 많았던 것은 누나가 연주하고 듣는 음악이 내게도 영향을 줬기 때문이다. 악기를 배우고 싶었으나 가정 사정상 학창시절에는 배우지 못했다. 그 결핍이 음악시간 이론 공부를 열심히 하게 했었다. 내 클래식의 기본은 그렇게 바탕을 깔고 있다.
그 후 클래식 음악을 즐겨 찾아 듣지는 않아도 종종 책을 통해 읽고 접하게 됐다. 과거 누나의 연주가 내 클래식의 거부감을 줄여줬다면 이제는 음대를 다니는 조카의 연주를 통해 현대 클래식을 접하게 된다. 귀에 거슬리는 불협의 소음 같은 음악과 현대적 분위기의 음악들 어쩌다 보니 클래식도 가까이하게 됐다.
종종 이렇게 책을 읽는 것은 기본 소양을 높이지는 못하더라도 유지는 하고자 하는 마음에서다. 이제는 플루트를 전공하는 조카가 있기에 더 신경을 쓰는지도... 그리고 내게 클래식이 익숙하다.
책은 제목부터 부담 없이 읽을만하겠다 생각이 됐다. 한 권으로 읽는다는 것 자체가 사실상 어려운데 그만큼 잘 정리가 되어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르네상스 시대의 처음과 두 번째 작곡가는 솔직히 낯선 인물들이었다. 그들의 음악을 몰랐고, 윌리엄 버드의 'Ave Verum Corpus'보다는 모차르트의 곡이 익숙했다. 새롭게 알게 된 작곡가들의 곡이 공교롭게 성가 합창곡인 것은 만족스러운 일이다.
내가 성당에서의 마지막 청년 활동이 성가대였기에 찾아보며 새로운 찬송가를 알게 된다. 이들에게 왜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이 악보 출판과 판매 독점권을 줬는지도 생각하게 됐으며 신교 체계에서 구교의 신앙을 몰래 가지고 있던 윌리엄 버드의 곡 '거룩한 성체 Ave Verum Corpus'의 비화도 놓칠 수 없는 부분이었다.
한 장에 한 작곡가에 대한 내용을 다루며 해당 작곡가의 곡들도 한 장에 한 곡의 내용을 다룬다. 많은 곡을 소개하지는 않으나 그 작곡가를 떠올리면 알 수 있을 만한 곡들을 다루기에 부족하지 않을 것 같다. 바로크 시대 파트를 제외하면 그 외에도 주요 악기나 오케스트라 악기에 대해서도 한 장씩의 설명이 있다. 주요 악기의 경우는 앞서 나온 작곡가의 곡과 연관된 악기들을 소개한다.
이 책의 장점은 무엇보다도 부담 없이 읽을만한 내용과 분량이 아닌가 싶다. 많은 텍스트에 숨이 막히지 않게 적절한 여백으로 독자들이 보다 클래식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부담감을 덜어준다. 간혹 처음 클래식 관련 책들을 읽으려 해도 글자만 가득한 책들은 부담을 줄 수 있는데 이 책은 그런 부담감은 없다. 오히려 그림을 보면서 많지 않은 글을 읽어가며 즐기게 된다. 아마도 그림으로 채워진 여백을 음악과 함께 즐기길 바랐는지도 모르겠다.
시작 부분에서 QR 코드 등을 활용하거나 웹 사이트를 방문하여 음악을 들을 수 있게 했는데 유튜브로 찾아 듣는 방법도 괜찮았다.
음악을 다루는 내용의 책들은 읽는 것도 좋지만 듣는 것이 정말 중요한 것 같다. 책의 내용을 완전히 숙지하진 못하겠지만 해당 음악을 들으며 책 내용 일부를 떠올릴 수 있지 않을까? 이 책은 그런 역할을 잘 하고 이미지까지 떠오르게 만드는 책이다. 클래식에 입문하는 이들에게 부담 없이 읽고 즐길 수 있는 책이라 전하며 리뷰를 줄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