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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악에게 묻는다 - 누구나 조금씩은 비정상
김성규 지음 / 책이라는신화 / 2022년 2월
평점 :
나는 성선설도, 성악설도 아닌 성무선악설이 인간에게 맞는다 생각한다. 유전적인 요인도 있겠으나 홀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기에 주위 환경에서 많은 영향을 받으며 바뀔 수 있지 않을까? 선과 악이라는 기준도 어디에 기준을 삼느냐에 따라 다른지도 모르겠다. 분명 좋은 사람이라 생각하고 함께 일하게 됐는데 오너로 만나게 되니 전혀 다른 모습으로 힘들 게 하는 이들을 종종 봐왔다. 나도 누군가에게는 그런 사람이 될지도 혹은 되었는지도 모르기에 조심스러워진다. 책 중앙의 부제목으로 보이는 '누구나 조금씩은 비정상'은 그런 내 생각을 뒷받침하는 듯하다.
책을 읽으며 내가 앞서 말했던 악에 대해서는 금세 선례를 찾을 수 있었다. 물론 아이히만은 책임을 다른 이에게 떠넘겼으나 결국 결정권자에 있는 사람이 아니었나 한나 아렌트의 말은 그동안 겪어왔던 몇몇 사람들의 악을 제대로 표현한다. 그들은 자신의 유능을 자랑하지만 실제는 이런 것이다.
타인의 처지를 생각할 줄 모르는 생각의 무능은 말하기의 무능을 낳고, 행동의 무능을 낳는다.(p.55)
그렇게 갑질은 이뤄진 것이다. 그들은 동등하다 말하고 있었으나 이미 자신들은 우위에서 모든 것을 내려다보는 존재라 생각했던 게 아닐까? 자신들이 유능하다 생각했기에 무능을 인지하지 못했고 타인의 처지는 자기와 상관없는 일이라 크게 신경 쓰지 않게 됐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몇 안 되는 소수의 인원이 함께 일하는 곳에서는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생각하는데 나와(우리를 보는 사람들과) 그들의 생각은 달랐다.
사이코패스에 관한 부분을 읽으면서도 그들의 동정에 대한 학습 능력이 큰 사고 없이 사회 구성원으로 그들이 함께 할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을 알게 한다. 결국 명확히 사이코패스를 구분하긴 어려우나 갑질의 모습에도 그 사이코패스적인 요소들은 상당 부분 들어 있기에 오롯이 분리해서 접근하긴 어렵다는 것도 확인하게 된다.
4장의 내용에 정치인들이 떠오르는 것은 왜 그럴까? 어느 정도 정형화된 대답도 있을 정도니... 역시나 이번 장에서는 《리플리》가 빠질 수 없었다. 그리고 관련된 사건으로 언급되는 '동국대학교 신정아 사건'을 보니 왜 웃음이 나오는지... 씁쓸하다. '뮌하우젠 증후군'은 낯선데 치료 가능성이 매우 낮다니 거짓을 밥 먹듯이 하는 이들이 주의해야 할 병이 아닌가 싶다.
보이스 피싱 사례와 함께 시작된 부분은 저자와 관련된 사건으로 우리도 충분히 겪을 수 있는 일이다. 덧붙인 말에 저자의 어머니가 보이스피싱 신고를 하러 간 날 옆자리에 전직 경찰 서장도 보이스피싱을 당했다며 진술을 하고 있었다니 보이스피싱을 당하는 이들을 쉽게 비난하는 일이 없어야 하지 않을까? 결국 피싱을 한 사람들이 문제이지 당한 피해자들이 무슨 죄가 있겠는가.
몰카와 관련된 내용에서는 기술의 발달이 유익도 하지만 그만큼의 문제도 만들어 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경규의 '몰래카메라'는 예능으로 보이는 이들에게 즐거움을 줬다지만 현재의 몰카는 범죄가 되어 버렸으니... 정말 어느 순간 몰카가 불순한 행위로 변해버린 듯하다. 내 어린 시절의 즐거웠던 방송과는 다르게... 그들을 굳이 이해하고 싶지는 않지만 '따뜻한 시선'이 상대가 원치 않는 '지독한 훔쳐보기'는 되지 말아야 하지 않겠냐는 의견을 생각해 보게 된다. 가까운 이의 경우 종종 싫다고 표현을 해도 자기 멋대로 해석하는 이들이 있는데 그런 상황의 괴리도 어쩌면 이러한 문제를 생기게 하는지도 모르겠다.
6장의 내용을 읽으며 우리 집을 떠올리면 두 아버지가 섞인 것 같다. 어릴 때는 정말 좋으셨는데 연세가 드시면서 안 좋게 변해가시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것은 나 역시 나이가 들기 때문인 것 같다. 나이가 들면 애가 된다는 얘기도 공감하게 되는 시기에 있고, 사랑의 매에 대해서는 어린 시절 나 역시 겪었기에 지금이 많이 변했다는 것을 인지한다. 뭐 꼭 그래야 했을까 싶기도 하지만 그렇게 답습을 했었기에 그랬던 것은 아닌지도... 거르지 않고 참아 내기만 했다면 오히려 불행한 저항을 했겠지만 또 어머니와 형제자매들이 있었기에 나쁜 쪽으로 저항을 하지 않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아직 미혼이고 결혼 생각이 없는 입장에서 부모님의 마음을 안다고 할 수 없으나 좋은 부모가 될 수 있거나 괜찮은 짝이 생긴다면 지금의 생각에도 변화가 생기진 않을까 싶다. 그리고 가정 안에서의 문제는 여전히 소소한 ing가 이어지는 중이기에 반면교사를 열심히 복습하는 중이다.
7장의 제목에는 어느 정도 답을 할 수 있었다. 주위에 조현병이 있던 후배가 있었기에... 도입에서 나오는 고등학교 시절 저자의 자원봉사 때의 이야기가 낯설지 않다. 그렇게까지 위험하다는 생각을 못 했던 후배다. 우리와 조금 다를 뿐... 《뷰티플 마인드》의 존 내시가 역시나 나오게 된다. 드라마 《멜로가 체질》에서의 전여빈도 떠오르지만 이별의 슬픔의 충격이 만들어낸 현상이었다 생각하기에 조심스럽게 혹시나 하는 말로 데려와 본다. 조현병이기보다는 앞서 사이코패스에서 나오는 스타일의 사람들이 오히려 더 위험할 수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정신분열증이 생각보다 높은 발병률의 질병이라는 것을 이번 장에서 알게 된다. 과거 자존감이 떨어지고 피해의식이 심해질 때 곁에서 내 자존감을 지켜준 이들이 고마운 순간이다.
복수 심리를 보면서 나 역시 복수심을 키운 이들을 떠올린다. 하지만 그에 잠식 당하고 싶진 않다. '불평등한 제안'을 건넨 상대방의 이익을 소멸시켜버리려는 복수 심리를 보며 떠오르는 이가 있었다. 자신이 받지 못하는 것 때문에 이미 영위하고 있는 이 또한 그러한 것을 영위하지 못하게 하던 사례가 책에서 만나는 복수 심리 작용을 현실에서 만난 사례가 아닐까. 용서와 관련된 내용에서 얼마 전 너튜브를 통해 봤던 '다수의 수다' 속 영화 《밀양》이 나와 이해가 빠르게 된다. 뒷부분에 나오는 《달콤한 인생》과 연결된 질투와 사랑의 복수는 여전히 드라마 소재로 자주 사용되는 일이기도 하고, 사건 사고로도 현재도 진행되고 있는 일들이기에 막연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복수심을 나를 성장시키는 원동력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면 긍정적인 복수가 될 수 있지 않을까를 생각한다. 나는 내 복수심도 그렇게 공부에 원동력이 되어 줬는지도 모르겠다.
《킬미, 힐미》는 방영 당시 보지 않고 몇 년 전에 우연히 몰입해서 봤던 드라마다. '다중 인격 장애'를 잘 다룬 드라마였고, 당시에 비슷한 시기 비슷한 소재로 타 방송사에서도 다른 드라마가 방영했다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9장에서 다루는 내용이 낯설지 않은 게 이런 드라마 등의 미디어를 통한 접근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책에 소개되는 밀리건을 모티브로 만든 영화 《23 아이덴티티》는 들어는 봤는데 책을 보니 꼭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뭐 앞선 드라마에서도 비슷한 분열이 있었지만 실제 사실에서 모티브를 따온 것이니 더 검증이 잘 되어 있을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책에는 이 외에도 4개의 장에서 '외모지상주의와 자기혐오', '잊혀짐', '외로움', '완벽주의와 강박'에 대한 내용을 다룬다. 드라마나 영화 등에서 해당 파트와 연관되는 작품들이 소개되기에 이해를 보다 수월하게 해주고 있다. 상당 부분 내가 접했던 작품들이라 반가웠고, 미처 접하지 못한 작품들은 이번 기회를 통해 접하고자 마음을 먹게 된다.
특별히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되지만 내게 있는 약간의 강박 때문에 처음부터 읽었다. 인간이 악한 존재라고 생각하진 않으나 알아야 할 것 같아서 읽게 된 책이다. 최근 몇 번 인간의 악과 관련해 스트레스를 받았던 경험이 있었기에 이 책이 더 끌렸는지 모른다. 그러나 나 역시도 '누구나 조금씩은 비정상'이란 부제에 공감하고 나도 누군가에게는 그렇게 보이는지도 모르겠다. 인간의 악을 만나게 될 때 비판과 욕만 할 것이 아니라 미리 알고 어떻게 대해야 할지 준비하는 마음으로 읽은 책이었다고 전하며 리뷰를 줄인다.
*이 리뷰는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