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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첫 문장을 기다렸다
문태준 지음 / 마음의숲 / 2022년 2월
평점 :
문태준 시인의 산문집을 접한다. 대학시절 처음 접했던 시인의 시집과 '시힘' 행사에서의 저자 모습이 아련하게 기억난다.
산문집은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로 분류되어 있다. 이제 낮 기온이 오르는 시기 '봄' 부분을 읽으니 마음에 봄바람이 부는 듯했다. 시인의 문장은 담백하게 다가오지만 그 담백함에 감동이 함께 전해진다. 인용되는 시조 문장과 스님들의 게송들은 각각의 글에 어우러지며 독자에게 전달이 되는 듯하다. 어떤 글은 짧게, 어떤 글은 호흡이 조금 더 길지만 각자의 호흡대로 독자의 호흡을 이끌어 간다.
'여름'의 빗방울과 햇살 들이 문장에 녹아 있었고, 군 시절 기억에 간직한 반딧불이도 꺼내오는 시간이었다. 그래도 여운이 길게 남는 것은 '우리는 서로의 환경'이라는 부분이었다. 홀로 살아갈 수 없으면서도 나 혼자만 잘 살면 그만인듯한 일들을 겪을 때마다 안타깝고 쓰라렸던 시간이 생각하며 한숨이 나오기도 했다. 왜 이렇게 삭막해졌는지... 어린 시절과 현재 동네 풍경을 생각하더라도 참 많은 것이 달라졌고, 나 역시 그렇게 삭막해졌음을... 여름의 마지막 산문에서 지인인 백세희 작가가 언급이 되니 괜히 반가울 따름이었다. 내가 마지막으로 썼던 손 편지는 언제였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말이다.
'가을'은 내가 좋아하는 계절이다. 봄바람에 세일링을 하고 싶은 마음을 키워 준다면 가을은 주위 풍경을 둘러보게 하는 시간이다. 내가 태어난 때가 가을 즈음이라 그런지도 모른다. 과거 대학시절 첫 시 낭송을 위한 자작시도 가을 끝나는 아쉬움에 관한 시였으니... 내게도 가을은 남다르다. 시골 마을에 사는 시인의 일상을 보며 도시에서 사는 내 심사와 풍경도 닮아 있음을 생각한다. 시인의 시들과 시인이 소개하는 다른 시인들의 시를 보며 괜스레 감수성이 터지는 순간들이 오기도 한다. '가을'이라는 단어와 그 계절은 그만큼 내 감각도 예민하게 만드는 것 같다.
마지막 '겨울' 이제 내일이면 경칩 입춘이 지나 봄이 왔으나 아직 아침저녁으로의 날씨는 쌀쌀하다. 그래도 겨울이 끝나감은 낮 기온을 통해 확인하기 어렵지 않다. 코로나 시국이라는 긴 겨울도 그 끝이 보이는 듯하다. 확진자 수는 엄청나게 증가하고 있으나 이제는 코로나의 위기감이 예전 같지 않은 듯함도 그러하다. 겨울이 끝나는 시기에 만나는 겨울의 문장들은 지난겨울을 추억하게 하는 듯하다. 그러고 보니 지난겨울은 기쁨도 있었다. 오랜만의 긴 공부에 목표한 결과를 얻어 공인중개사가 되어 일을 하고 있으니... 한 해를 마무리하고 시작하는 계절 역시 겨울이다. 돌아보기도 하며 다짐을 하기도 하는... 「첫 마음」이라는 산문을 읽으며 떠올린다.
책을 읽으며 내가 왜 시인들의 산문을 찾는지 알 것 같았다. 오랜만에 읽는 문태준 시인의 산문은 담백하면서도 촉촉한 감수성의 샘을 흔들어 준다. 겨울의 건조함과 코로나로 인한 감정의 건조함을 문장을 통해 수분을 공급하는 책이 아니었을까? 봄이 깨어나는 시기 아직 건조한 환경과 가슴에 마중물이 되어주는 문장이었다 전하며 리뷰를 줄인다.
*이 리뷰는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