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람스의 밤과 고흐의 별 - 39인의 예술가를 통해 본 클래식과 미술 이야기
김희경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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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의 삶을 동경하진 않는다. 그러나 그들의 생애를 다룬 이야기에는 관심을 갖게 된다. 그들은 어떤 상황에서 그러한 작품들을 남겼는지... 특별히 클래식을 즐기지 않고 미술도 즐기지 않을 것 같지만 의외로 음악회와 전시회를 즐기는 편이다. 직접 그리고 연주를 하라는 것이면 싫어하겠지만 보고 듣는 것을 좋아하는 내게 예술가들의 이야기는 여전히 끌리는 부분이다.


  어린 시절 누나의 피아노 연주를 들으며 자라왔다면 이제는 음악을 전공하는 조카(누나의 딸) 아이를 통해 현대 클래식도 종종 접한다. 그림은 잘 그리지 못해 그리는 것을 좋아하진 않지만 16년이 되어 가는 사진 취미는 그림에 대한 부족함과 욕망을 대체한 불혹을 넘긴 내게 예술은 멀리 있지 않았다.



  책은 11장으로 구분되어 39인의 예술가들의 삶을 다룬다. 화가들의 이야기에는 그들의 작품들이 책에 수록되어 있다면 음악가들은 QR코드로 그들의 대표작의 연주를 보고 들을 수 있다.


  마네의 그림에 대한 평가가 의외라는 생각을 하게 되지만 부르주아의 공공연한 치부를 드러냈으니 그런 반응도 가능하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클림트의 예술적 자유로의 의지가 얼마나 강렬했는지도 짐작하게 되는 시간이었다.


  피아졸라의 <리베르탱고>는 익숙하지만 책에 삽입된 연주 스타일로는 처음 듣는 것 같다. 피치카토 주법으로 어우러진 연주는 이번에 처음 접한 것 같다. 음악의 배움에 있어서의 피아졸라의 모습은 과감했기에 지금의 그의 음악들이 널리 연주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파가니니의 부분에서는 '비르투오소'라는 용어를 처음 접한다. '예술의 기교가 뛰어난 사람'을 이르는 호칭이라는데 내겐 생소했던 용어를 알게 됐다.


  2장의 예술가들은 1장의 예술가들과 결이 다른 듯했다. 피카소는 뭐 더 이상 말할 게 없을 정도이고, 마티스와의 좋은 라이벌 관계로 인해 둘은 서로에게 영향을 주었던 것 같다. 리스트의 경우 스캔들을 몰고 다니던 노력형 천재 피아니스트가 성직자의 길로 들어서기까지의 삶 자체가 그의 기교처럼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3장 '변신 끝판왕'에 어떤 예술가들이 있을까 했는데 처음이 지휘자 카라얀이라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내용 속에서 만나는 카라얀은 내가 익히 들었던 사람이었다. 뛰어난 감각과 성공에 대한 강렬한 욕망으로 '20세기 최고의 지휘자' 그리고 '괴물'이라는 평가를 받는 그이기에 저자는 그가 지휘한 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을 첨부한 것일까? 모네의 '인상파'에 대한 이름의 기원이 비판과 조롱에서 나왔다는 것이 흥미로웠고, 카유보트라는 든든한 후원자가 있었기에 예술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었음도 기억해야 할 내용이었다. 헨델이야말로 3장 제목에 가장 알맞은 인물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의 결단력과 적응력이 그가 살아 있을 때에도 이미 성공을 누릴 수 있었던 이유가 아니었나 싶다. 비발디가 사제였다는 사실은 어딘가에서 들어도 봤을만한데 큰 관심이 없이 지나간 듯하다. 보수적인 종교 안에서 그의 작품들은 다양하고 자유로웠기에 지금에까지 전해지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4장의 첫 예술가인 미켈란젤로 마지막 말은 울림으로 다가온다. "나는 아직도 배우고 있다." 나도 그러는 중이다. 드보르자크에서는 젊은 시절의 카라얀의 영상을 볼 수 있게 된다. 드보르자크의 끈기와 집념이 그를 만들었음을 알게 된다. 노력형 천재란 드보르자크 같은 이들을 말하는 게 아닐까? 루소의 작품은 익숙하진 않으나 본 것 같다. 너무 조급해 하기 보다 꾸준히 기다리며 자신만의 작업을 이어가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는 사례였다. 고갱의 이야기는 소설 『달과 6펜스』를 통해 접했기에 낯설지 않았다.


  5장은 베토벤의 말 "가장 뛰어난 사람은 고독과 고뇌를 통해 환희를 차지한다."가 아우를 수 있을 것 같다. 고흐와 차이콥스키, 실레의 삶의 마지막은 환희로 이어지진 못한 것 같지만 그들의 작품이 우리에게 환희를 주는지도...


  6장 제목에서 첫 인물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당연하듯 나온다. 그 역시 그냥 천재가 아니었음은 그가 남긴 메모들을 통해 알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대단한 천재성을 지닌 사람은 때론 가장 적게 일할 때 가장 많은 것을 성취한다."라는 그의 말도 기억에 남는다.


  7장에서 알폰스 무하라는 이름은 낯설지만 그의 작품은 내게도 낯익었다. 라파엘로에서는 '스프레차투라'라는 용어를 알게 되고 그가 '융합'에 재능이 있었음도 알게 된다. 이 사실을 알고 다시 그의 작품을 보니 전과 다르게 다가온다.


  8장의 브람스와 슈만과 클라라의 이야기는 모를 수 없는 일이다. 사랑은 예술의 원동력이 아닐까?


  9장에 나오는 작곡가들과 음악은 익숙하지만 화가 페르메이르의 이름은 낯설었다. 그의 작품은 익숙함에도...



"음악은 일생 동안 하기에 충분하지만, 인생은 음악을 하기에 너무 짧다."(p.264)



  10장의 '덕후'에 뜨끔한다. 나 역시 책덕후이기에 지금도 그 덕질의 산물을 남기는 중이다. 모차르트, 르누아르, 멘델스존이라는 아름다움과 행복 덕후들은 나와 결은 다르나 그들의 덕질이 다른 이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는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


  11장은 감성 장인들로 슈베르트, 드뷔시, 바그너, 쇼팽 네 음악가를 다루며 예술가들의 이야기는 끝이 난다.


  에필로그에서 인용한 추사 김정희 선생의 "가슴속에 1만 권의 책이 있어야 그것이 흘러넘쳐 그림과 글씨가 된다."라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이 책을 읽음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책을 통해 접한 예술가들의 작품으로 이어지는 연결 고리가 되어 주는 책이 아닌가 싶다. 예술가들의 이야기와 삶을 통해 그들의 작품들을 감상하는 주파수를 맞추는 데 도움이 될만한 책이 아닌가 싶다. 클래식과 미술에 관심은 가지나 다가가지 못하고 있는 이들이 읽고 거리감을 좁혀갈 계기를 만들어줄 책이라 전하며 리뷰를 줄인다. 



*이 리뷰는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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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전백승 경영전략 백전기략 - 병법과 경영이 만나다
유기 지음, 김영수 옮김 / 창해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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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3' 때문이었던가? 내가 처음 『손자병법』을 접하게 된 계기는 게임이었다. 물론, 중학교 2학년에게 고전 병법서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게임처럼 지력이 +a 오르지도 않았고, 병법도 또 하나의 고전서라는 것만 확인을 했던 게 병법서와의 첫 만남으로 기억한다.


  그 후로 성인이 되어 『손자병법』과 다른 『손빈병법』을 접하며 그나마 병법서를 읽을 수는 있게 됐던 것 같다. 그러나 여전히 확 와닿는 것은 없었다. 차라리 소설로 읽는 손자병법이 이해에는 더 도움이 됐던 것 같다. 하지만 당시 병법서 저자들의 삶을 토대로 쓰인 책이라 한계는 있었기에 괜찮은 해설이 있는 병법서를 종종 찾거나 현대적 해석의 병법서를 종종 봤다. 병법에 관심 있는 작은 사무소를 운영하는 개업 공인중개사에게 '병법과 경영이 만나다'라는 부제는 끌리기 충분했다. 마침 거래 절벽의 시기라 더 크게 끌렸는지도...



  처음 계전에서는 삼국지를 통해 익히 알고 있는 천하삼분지계를 만나게 된다. 소설로 읽을 때와 다르게 다가온다. 해설과 경영 전략의 설명이 뒷받침되니 더 새롭게 느껴진다. 중국 기업의 경영 사례를 보며 현실 경영에 어떻게 적용이 되는지도 확인한다.


  모전, 간전, 선전 인재와 정보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부분이었다. 보전, 기전, 주전, 차전은 고대 병법의 내용이 주가 되지만 현대에도 어떻게 활용을 하느냐에 따라 다르게 적용될 부분인 듯싶다.


  신전과 애전은 맥을 잇는 것 같다. 애전의 경우 여러 곳에서 본 내용이라 반갑게 와닿는다. 교전은 과거 내가 성당에서 전례 단장을 할 때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이었다. 중전과 과전은 상반되는 수의 차이로 어떻게 병력을 운용해야 하는지를 다룬다. 의외로 효율적으로 사람을 부리는 이들과 비효율적으로 사람을 부리는 이들을 떠올리게 된다.


  위전, 상전, 벌전은 다르면서도 내용 맥을 같이한다. 주전과 객전은 자신의 입장에 따라 어떠한 전략으로 대처를 할지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부분이 아닌가 싶다. 강전과 약전은 허허실실을 떠올린다. 두 개의 연속되는 교전과 형전과 세전까지는 삼국지의 사례가 나타난다. 교만하지 않았다면 관우의 운명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두예가 장수들의 의견에 흔들려 망설였다면 과연 책에서 보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을까도 생각해 보게 한다.


  지전의 내용도 낯설지 않다. 현대의 빅데이터 분석도 예지를 위해 도움 자료로 훌륭하지 않을까? 산전을 보면 전쟁 영화에서 보는 고지 탈환 전투를 떠올리게 한다. 공전에서는 '지피'를 전제로 함을 강조한다. 알지 못하고 무턱대고 전장에 임했다면 과연 책과 같은 결과가 있었을까? 스튜 레오나드의 '우리보다 나은 점을 하나라도 찾으려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라는 자세가 기업을 성장시키게 하는 동력이 되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수전은 공전과 다른 듯하지만 나와 상대의 역량을 정확히 비교해 대응하는 방법의 차이라 할 수 있겠다.


  선전과 후전에서는 '선발제인'과 '후발제인' 전략을 배우게 된다. 앞서 강전과 약전과 이어지는 허전과 실전이 진정한 '허허실실'을 다루나 <실전>편에서는 관우의 교만으로 인한 문제까지 앞서 교전에 이어 다시 교훈을 삼게 한다. 안전에서는 오장원 전투와 '죽은 공명이 산 중달을 물리치다'에 대한 내용을 다루는데 그동안 알던 것과는 또 다른 부분도 보인다.


  사전에서는 항우의 이야기와 '파부침주'가 나온다. 비슷한 상황을 보자면 한신의 배수진을 들 수 있겠으나 초반부 객전에서 이미 나왔기에 다른 이야기를 든 것이다. 전쟁사에 이 전략으로 승리를 거둔 예가 적지 않음은 충분히 알 수 있을 것이다. 생전은 사전과 반대의 경우를 다룬다. 『오기병법』의 "살기를 바라는 자는 반드시 죽는다"라는 용병 원칙으로 설명이 되는데 경영 지혜의 예시는 뛰어난 리더가 어떤 사람인지를 깨닫게 한다.


  원전에서 '멀고 긴 우회도로가 목표에 이르는 가장 짧은 길이 될 수도 있다'라는 문장이 와 닿는다. 화전에서 초나라 단의 이야기는 적절한 때에 실행에 옮기는 것이 얼마나 큰 시너지를 보이는지 보여준다. 아무리 좋은 계책이라도 결국 때가 맞지 않을 때에는 그 결과가 크게 영향을 주지 못했을 것이다.


  완전과 속전 이후에는 그와 연계가 되는 전략들이 이어지는 듯하다. 전략이라는 게 딱 하나에 고정되기 보다는 여러 상황에 따른 변화가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의전을 보며 이전의 '성동격서'의 계를 되새기게 한다. 기업 경쟁에서 홍보나 광고에서 적용되는 전략이 될 수 있겠다.


  양전에서 왕전의 전략도 좋았지만 경영 지혜에서 알게 된 와인바흐의 유니시스 일화가 더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변전은 현대 사회에서 가장 필요한 임기응변의 자세를 다루는데 아무리 뛰어난 이라 해도 고지식하게 틀을 강요하면 실패를 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경영 지혜를 만난다. 호전에서의 미국 K마트 사례는 무분별하게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기업의 위험성을 보여준다. 마지막 망전으로 백전기략은 마무리된다.



  대다수 전략이 '용병(경영) 원칙', '역사 사례', '해설', '경영 지혜'로 이루어진다. 기본적인 병법의 조언을 '용병(경영) 원칙'에서 간략하게 전달 후 '역사 사례'로 어떻게 실제 역사에서 활용이 되었는지를 보여준다. '해설'에서 해당 원칙에 사례와 함께 설명한다. '경영 지혜'는 있는 부분도 있고 없는 부분도 있는데 경영에 해당 전략이 어떻게 적용이 됐는지 실제 사례를 들어 설명해 읽는 이들의 이해에 도움을 준다.


  익숙한 역사 사례들은 흥미롭게 다가오고 반복되는 듯 변주되는 각 전략들은 읽는 이에게 앞선 전략을 되새기게 한다. 경영 지혜는 병법이 어떻게 경영에 적용이 되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기에 '병법과 경영이 만나다'라는 부제를 확인하는 데 도움이 됐다. 자신만의 사업을 준비하거나 사업을 하고 있는 이들이라면 꼭 읽어보면 좋을 책이라 전하며 리뷰를 줄인다. 



*이 리뷰는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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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귀를 탄 소년 - 인생은 평온한 여행이 아니다
네스토어 T. 콜레 지음, 김희상 옮김 / 나무생각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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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인생을 성찰하게 하는 천재적인 소설이다."라는 추천사에 혹하게 되며 읽게 된 책이다. 소설을 한동안 읽지 않았기에 쉽게 집중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으나 괜한 편견이었다. 처음 제목의 나귀 때문이었던가 이 시기(이제 사순시기도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다) 때문이었나 난 제목을 보고 예수님을 떠올렸었지만 주인공의 인생에 금세 집중하게 됐다.


  소중한 아버지의 죽음에 절망에 빠진 톰이 네판테에 가서 평온을 찾는 듯했으나 새로운 인생의 과제를 얻게 되는 것을 알게 된다. 인용한 문장의 여운이 남는 것은 내 삶의 여정에도 반영이 되고 있었기에 남다르게 다가왔다.



돌아가고 둘러가는 에움길이 없는 길은 길이 아니다.(p.64)


  문예 창작을 전공하고 졸업 후 법무사 사무원으로 일하다 온라인 마케팅 회사를 다니고, 커피 일을 하다 요트조종을 하고 지금 공인중개사에 이르기까지의 길... 법무사 사무원까지의 길이 에움길이 없었다면 그 후의 길은 돌아가고 둘러가는 에움길의 연속이었던 것 같다. 어쩌면 지금도 그 길 위에 있는지도...



  책을 읽으며 주인공 톰의 여정을 따르며 그의 꿈과 현실을 쫓았다. 그의 행복과 불행을 지켜보며 내 일이 아님에 안심을 하고 종종 그의 꿈을 해몽해보려고도 했던 것 같다. 때로는 얼추 예측이 맞아떨어지는 것은 여러 경험과 독서의 영향이 아니었을까. 어느 정도의 유형은 있기 때문에 내리막이 있으면 오르막길이 있듯 주인공의 삶의 기복도 비슷하게 느껴졌다.


  알고 있음에도 안타까운 것은 감정 이입의 산물인지도 모른다. 고난을 이겨내고 행복의 순간을 이어가는 주인공에게 다시 찾은 슬픔은 씁쓸했다. 그 후 이어지는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순례길은 나를 10년 전으로 이끈다.


  10년 전 다녀온 100Km의 산티아고 여정을 떠올리게 하며 그 당시 내 상황도 그리 좋지 않았음을... 다녀와서 확실히 느낀 것은 내가 걷는 길에 나 혼자만 있는 게 아님을 확인했고, 그 후에도 그 힘으로 지금까지 이어온 게 아닌가 싶다.


  소설의 마무리는 아쉽긴 하지만 또 내게 말하는 것 같기도 하다. 혼자가 아님을 깨닫고 내 곁에 있는 이들과 함께 해왔는데 지난 1년간 공인중개사 준비를 하면서 그들과의 관계를 정리하기 바빴던 것은 아닌지...


  지금 내 꿈은 무엇인지 생각을 해보게 된다. 과거처럼 명확한 목표와 꿈이 있기보다는 보다 평범하게 살아가고자 하기에 더 바쁜 것은 아닌가 싶다.



  과거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와 『순례자』를 읽을 때와 비슷한 느낌의 책이었다. 코엘료의 책의 깊이 등과 영향력이 더 컸지만 이 책은 잔잔한 울림과 어렵지 않게 읽히는 가독성이 좋았다. 뚝뚝 끊기듯이 이어져 시간을 두고 읽어도 나쁘지 않았던 시간을 만들어줬다고 전하며 인생에 대해 더 진중하게 생각을 해보고자 하는 이들이 읽어봐도 도움일 될 소설이라 전하며 리뷰를 줄인다. 



*이 리뷰는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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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예술이 시작되었다
EBS <예술가의 VOICE> 제작팀.고희정 지음 / EBS BOOKS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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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제목을 보며 파블로 네루다의 「시(詩)」가 떠올랐다. 책에서 내가 그나마 이름이라도 하는 이들은 세 사람. 피아니스트 김정원, 나태주 시인, 배우 박상원. 책을 보며 그들은 어떻게 현재의 길을 걷게 되었는지 들어보고 싶었다. 그리고 나뿐만 아니라 대학원에서 플루트를 전공하는 조카에게도 보여주기 위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처음은 피아니스트 김정원이었다. 인터뷰어처럼 나도 그를 영화 <호로비츠를 위하여>에서 처음 봤다. 그의 어머니가 방송작가셨고 내가 봤던 드라마 작가셨다는 것을 인터뷰를 통해 처음 알았다. 피아노와의 만남이 그렇게 인상적이었는지... 어린 시절 우리 집에서는 누나 말고는 피아노를 칠 줄 몰랐기에 그 피아노를 처음 만났을 때의 기억은 '이제 우리 집에도 피아노 있다!' 정도였고, '나도 피아노를 배우고 싶은데...'라는 감정이 전부였던 것 같다. 결국 성인이 되어서야 피아노를 배워 바이엘은 끝냈으나 어른이 되어 배우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고 결국 현재는 그때 산 디지털 피아노도 조카들에게 줘서 피아노를 안 친지 오래다. 우리나라 교육에 대한 생각과 클래식의 벽을 낮춰가는 그의 행보를 응원한다.


  사실 이 책을 읽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나태주 시인이었다. 내가 시를 전공했고, 아직도 시를 종종 끄적거리고 있기에 나태주 시인의 처음이 궁금했다. '시, 샘물을 잃지 않는 저수지'에서 나태주 시인의 말이 남아 옮겨 본다.


새로운데 이미 사람들이 다 알 만한 것, 모순이에요. 개성이 뚜렷하고 개성을 잃지 않았는데 그게 보편성을 충분히 가진 거예요.(p.056)


결국에는 내가 추구하는 시의 방향도 둔각의 시인의 말과 같다. 시인처럼 홀로 공부하진 않았다. 대학에서 전공을 하며 합평회도 했으나 등단은... 하지 못했으니... 길이 아닐지도 모르겠으나 그게 정답은 아님을 이제는 알겠다. 그럼에도 시인과의 공통점은 호기심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책에 나온 시는 따로 잘 담아 간다.


  조각가 최우람은 이번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됐다. 대학은 화가인 내 친구와 같은 동문 선배인 듯하다. '기계생명체' 책에 첨부된 사진을 보더라도 이해가 되는 네이밍이다. 그리고 작품의 설명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나만 해도 지갑은 두고 오더라도 휴대전화는 두고 올 수 없다(그걸로 대부분의 결제를 한다). 작가의 이 말이 울림을 준다.



생각만 하고 하지 않으면 거기서 끝나버리니까, 어차피 정답은 없으니까, 지금 하고 싶은 일을 하십시오.(p.097)


정답은 없기에 하지 않으면 거기에서 그만인 것임을 아는 데까지 꽤 걸린 것 같다. 물론 경험하지 않는다면 가슴으로 이해하긴 어려울지도 모르겠지만 최우람 조각가의 말은 할지 말지 고민만 하는 이들에게 좋은 조언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디자이너 이영연 '쓰레기'로 제품을 만드는 이들을 생활 정보 프로그램에서 본 기억이 있는데 그분들 중 한 분이 아닌가 싶다. 솔직한 인터뷰가 마음에 든다. 그러면서도 쓰레기를 버리고 있는 나 자신에게 죄책감이 들지만 거리에 막 버리지 않는 것에 위안을 삼는다. 내 죽음에는 어떠한 쓰레기를 남길지...


  건축가 이충기 교수의 도시 재생 프로그램은 획일화되는 건물들을 벗어나 옛것을 되살리는 작업이 흥미롭게 다가온다. 우리 집도 32년 전에 연와조 건물로 새로 지었다. 한 동네에서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살아오며 동네의 변화를 지켜봤다. 여전히 그 32년 이전부터 있었던 슬레이트 지붕의 집들이 아직도 있기에 책 속 이야기에 관심이 간다. 퇴근길 어린 시절 뛰놀던 공원이 갈수록 작아짐을 확인하는데 공간에 대한 경험이란 말에 문득 떠오르기도 했다.


  안무가 허윤경의 인터뷰 속 '나만의 언어'라는 게 떠오른다. 일반 무용과 다른 안무의 세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인터뷰가 아니었나 싶다.


  만화가 이종범의 이름은 모르나 그의 작품 <닥터 프로스트>는 드라마로 본 기억이 있다. 전공이 심리학이었기에 그런 작품을 쓸 수 있었음도 알게 된다. 작가의 얘기 중 기억에 남는 부분은 다음의 인터뷰다.


'공부'라고 쓰고 '덕질'이라고 읽을 수 있는 그런 활동을 매일 하다보면 예상하지 못했던 곳에서 재미있는 이야깃거리가 나옵니다. 그건 억지로 뭔가 쥐어짜내는 느낌이라기보다는 '우러날 때까지 즐긴다, 우러날 때까지 덕질해본다.'에 가까운 것 같아요.(p.209)

덕질에 대해 부정적이진 않기에 작가의 말에 더 공감이 가는지도 모르겠다. 나도 이미 책 덕질 중이다. ㅎ


  마지막 인터뷰는 배우 박상원 씨다. 어린 시절부터 박상원 씨가 나온 드라마를 꽤 봤기에 반가움이 앞섰다. 초딩(당시 국딩) 시절 봤던 드라마 <인간시장>의 장총찬, <여명의 눈동자>, <모래시계>에도 그가 있었다. 박상원 씨가 '덕업일치' 이뤄가고 있다는 얘기를 읽으며 어떻게 그렇게 꾸준히 배우 활동을 하고 있는지도 이해하게 된다. 인생도 배우처럼 살아야 할 때도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게도 된다.



  예술인 여덟 명의 인터뷰를 만나며 궁금했던 분야, 낯선 분야의 예술인들을 통해 그들의 시작을 만나보았다. 책을 읽으며 내 처음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다. 여러 직업을 전전긍긍하며 지금의 직업에 이르기까지의 처음에 대해... 분명 어떤 것은 내가 진정하고 싶어 시작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었고, 어떤 일은 얼떨결에 시작해 녹아들었던 일들이 떠오른다. 예술가들의 처음을 만나며 내 처음에 대해 돌아보게 되는 시간이었고 예술을 업으로 살아갈 이들에게 어느 정도의 조언이 되어 줄 수 있는 내용의 책이 아닌가 생각하며 리뷰를 줄인다. 



*이 리뷰는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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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완독 책방 - 인생이 바뀌는 독서법 알려드립니다, 2022년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 도서
조미정 지음 / 블랙피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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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책덕후다. 전공과는 무관하게 그전부터 책을 좋아했다. 문학보다는 역사를 좋아했었다. 어쩌다 작사가를 하고 싶다는 마음에 문예 창작과에 발을 들이며 문학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전공과목에 작사는 없었다. 작사와 가장 비슷한 시를 선택해 끄적거리며 백일장과 공모전에서 입상을 했으나 등단까지는 못했다. 졸업 후 전공과 무관한 일을 하면서도 끊임없이 나가던 고정비는 책값이었다. 그렇게 난 죽어야 끝이 날 것 같은 책 욕심을 키웠다.


  책덕후가 책을 읽지 못하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매너리즘 같은 것에 빠지는 것 같을 때나 다른 좋은 독서법이 뭐가 있나 싶은 마음으로 이 책을 접하게 됐다. 그러고 보니 어느 순간 완독하는 책들보다 필요한 부분만 발췌해서 읽는 일이 많아졌기에 제목에 끌린 것인지도...



  책은 5주 60일에 맞춰 구성된다. 5장으로 구성되는 책은 1장에서 마음가짐을 다잡고 책 읽는 습관 들이기를 다룬다. '리딩 트래커' 부분을 보면서 현재 매일 꾸준히 흔적을 남기는 알라딘의 '독보적'을 떠올린다. 뭐 그것과는 다르지만 새로운 플래너를 만드는 것보다 적극적으로 활용을 해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동안 무슨 책을 읽었는지만 기록하고 있었으니... '나만의 작은 서재'는 쌓여가는 내 방의 책탑들을 떠오르게 한다. 난 나를 그렇게 버려두는지도 모르겠다. 읽고 난 후 혹은 구입 후 하나 둘 책탑을 쌓는데 책을 읽다 보니 '내가 놔버린 것들'로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다독가의 길'에서 7가지 특징 중 반 이상은 맞고 몇 개는 나와 약간 다르긴 했지만 나도 다독가가 맞음을 확인하고 넘어간다. 가방의 책은 고등학생 때부터 계속 이어오던 것으로 내가 가방을 살 때의 최소의 기준이 '책 한 권은 들어가는 것'이다. 마지막 습관 처방의 '포레스트' 앱은 나도 적용을 해봐야겠다.


  2장에서는 책과 친해지는 읽기 방법들을 알려준다. '독서 편식'을 보며 과거 좋아하던 분야들이나 배우려던 분야의 책들을 이것저것 찾아 읽던 시절을 떠올린다. 지금도 초보 공인중개사답게 부동산 분야의 책들을 관심 있게 찾게 된다. '50페이지의 장벽'을 읽을 때 즈음이면 이미 우리는 50페이지를 넘겼음은 알고 있을까? 메모하기는 여전히 잘 하지 않게 되는 부분이다. 소설을 그래서 안 읽은지 오래인 건가... 다음에는 시도를 해봐야 할 부분이다. 그래도 끌리는 문장은 어떻게든 기록을 해두니 아예 안 한다고는 할 수 없는 것 같다. '허술하게 읽기'도 독서에 부담이 있는 이들은 물론 이미 독서를 하는 이들도 하는 방식(나도 꽤 해당된다)이 아닐까 싶다. '조독파'인 나는 메모만 나오면 얌전해진다. 분명 저자의 생각과 다른 것들이 있음에도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은 기록을 남기지 않아서다. 반복해서 읽기는 내가 드물 게 몇 권만 읽었던 것 같다. 분명 다른 게 보이지만 새로 접하는 책들의 양이 더 많다는 핑계를 대본다. '키워드로 읽기'도 나름 괜찮은 방법 같다. 올해의 키워드라...


  3장에서는 독자 각자에게 맞는 독서법에 다가간다. 밑줄은 주로 공부할 때만 치는 편이지만 잠깐이나마 책을 지저분하게 하던 때와 카롤린 봉그랑의 소설 『밑줄 긋는 남자』를 떠올리게 한다. 소신 독서는 어느 순간하고 있는 것 같다. 물음표 독서도 그와 연계 선상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어떨 때는 한없이 책에 까칠하니... 이미지 독서법은 해보지 않은 방법인데 마지막 부분의 '1일 PT'를 보면 내가 읽은 소설 원작과 영화를 비교하며 보는 방식은 이미 하고 있었다. 경험 독서의 산물은 이미 기록되고 있다. 이 부분에서 내 전자책 서재에 있는 책들의 문구를 발견하는 즐거움도 있었다.


  4장은 이제 삶의 무기가 되어주는 독서로 이어진다. 복잡한 마음에 저자가 읽은 책의 문장과 저자의 메모가 공명하듯 나에게 울림을 주는 듯했다. 벽돌책 격파를 보며 아직 서가에 잠들어 있는 『코스모스』, 『총, 균, 쇠』가 보여 뜨끔하고, 그 밖에도 잠들어 있는 벽돌책들의 존재를 생각하게 하는 시간이었다. 잘 고른 책 최근에 내게 인상 깊었던 책이 뭐였는지도 고민을 해본다.


  5장 읽기가 쓰기로 이어지는... 지금의 내 행위와 관련된다. 분명 서평에도 방식이 있으나 일단 난 리뷰 형식으로 쓰는 편이다. '필사하기'는 문창과 출신들은 대부분 경험을 하는 내용이 아닌가 싶다. 내 경우 시를 처음 본격적으로 쓰려했을 때 시집 한 권을 통으로 베껴 쓴 기억이 있고, 그 후로도 마음에 드는 시인의 시들을 필사했던 기억이 난다. '1일 PT'를 보니 군대 시절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을 필사가 문득 떠오른다. 마지막 30일차의 '독서 노트'는 해봐야겠다.



  저자는 나와 결이 조금 다른 책덕후가 아닐까? 책을 읽으며 그런 생각을 해본다. 내가 나만의 공간에 기록으로 남길 때 저자는 여러 사람들과 공유를 실천했고, 그 결과가 책으로 이어진 것 같다. 『30일 완독 책방』은 독서가 낯설고 어려운 이들이 독서 습관을 만들어 가는데 좋은 길잡이가 될 수 있는 책이라 생각한다. 완독이 전부는 아니지만 책 읽기에 어려움을 느끼는 이들이라면 30일간 이 책의 훈련을 따라가다 보면 분명 전과 다른 독서의 재미를 알아갈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흥미로웠던 책 읽기를 마무리한다.




*이 리뷰는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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