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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람스의 밤과 고흐의 별 - 39인의 예술가를 통해 본 클래식과 미술 이야기
김희경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22년 4월
평점 :
예술가의 삶을 동경하진 않는다. 그러나 그들의 생애를 다룬 이야기에는 관심을 갖게 된다. 그들은 어떤 상황에서 그러한 작품들을 남겼는지... 특별히 클래식을 즐기지 않고 미술도 즐기지 않을 것 같지만 의외로 음악회와 전시회를 즐기는 편이다. 직접 그리고 연주를 하라는 것이면 싫어하겠지만 보고 듣는 것을 좋아하는 내게 예술가들의 이야기는 여전히 끌리는 부분이다.
어린 시절 누나의 피아노 연주를 들으며 자라왔다면 이제는 음악을 전공하는 조카(누나의 딸) 아이를 통해 현대 클래식도 종종 접한다. 그림은 잘 그리지 못해 그리는 것을 좋아하진 않지만 16년이 되어 가는 사진 취미는 그림에 대한 부족함과 욕망을 대체한 불혹을 넘긴 내게 예술은 멀리 있지 않았다.
책은 11장으로 구분되어 39인의 예술가들의 삶을 다룬다. 화가들의 이야기에는 그들의 작품들이 책에 수록되어 있다면 음악가들은 QR코드로 그들의 대표작의 연주를 보고 들을 수 있다.
마네의 그림에 대한 평가가 의외라는 생각을 하게 되지만 부르주아의 공공연한 치부를 드러냈으니 그런 반응도 가능하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클림트의 예술적 자유로의 의지가 얼마나 강렬했는지도 짐작하게 되는 시간이었다.
피아졸라의 <리베르탱고>는 익숙하지만 책에 삽입된 연주 스타일로는 처음 듣는 것 같다. 피치카토 주법으로 어우러진 연주는 이번에 처음 접한 것 같다. 음악의 배움에 있어서의 피아졸라의 모습은 과감했기에 지금의 그의 음악들이 널리 연주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파가니니의 부분에서는 '비르투오소'라는 용어를 처음 접한다. '예술의 기교가 뛰어난 사람'을 이르는 호칭이라는데 내겐 생소했던 용어를 알게 됐다.
2장의 예술가들은 1장의 예술가들과 결이 다른 듯했다. 피카소는 뭐 더 이상 말할 게 없을 정도이고, 마티스와의 좋은 라이벌 관계로 인해 둘은 서로에게 영향을 주었던 것 같다. 리스트의 경우 스캔들을 몰고 다니던 노력형 천재 피아니스트가 성직자의 길로 들어서기까지의 삶 자체가 그의 기교처럼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3장 '변신 끝판왕'에 어떤 예술가들이 있을까 했는데 처음이 지휘자 카라얀이라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내용 속에서 만나는 카라얀은 내가 익히 들었던 사람이었다. 뛰어난 감각과 성공에 대한 강렬한 욕망으로 '20세기 최고의 지휘자' 그리고 '괴물'이라는 평가를 받는 그이기에 저자는 그가 지휘한 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을 첨부한 것일까? 모네의 '인상파'에 대한 이름의 기원이 비판과 조롱에서 나왔다는 것이 흥미로웠고, 카유보트라는 든든한 후원자가 있었기에 예술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었음도 기억해야 할 내용이었다. 헨델이야말로 3장 제목에 가장 알맞은 인물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의 결단력과 적응력이 그가 살아 있을 때에도 이미 성공을 누릴 수 있었던 이유가 아니었나 싶다. 비발디가 사제였다는 사실은 어딘가에서 들어도 봤을만한데 큰 관심이 없이 지나간 듯하다. 보수적인 종교 안에서 그의 작품들은 다양하고 자유로웠기에 지금에까지 전해지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4장의 첫 예술가인 미켈란젤로 마지막 말은 울림으로 다가온다. "나는 아직도 배우고 있다." 나도 그러는 중이다. 드보르자크에서는 젊은 시절의 카라얀의 영상을 볼 수 있게 된다. 드보르자크의 끈기와 집념이 그를 만들었음을 알게 된다. 노력형 천재란 드보르자크 같은 이들을 말하는 게 아닐까? 루소의 작품은 익숙하진 않으나 본 것 같다. 너무 조급해 하기 보다 꾸준히 기다리며 자신만의 작업을 이어가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는 사례였다. 고갱의 이야기는 소설 『달과 6펜스』를 통해 접했기에 낯설지 않았다.
5장은 베토벤의 말 "가장 뛰어난 사람은 고독과 고뇌를 통해 환희를 차지한다."가 아우를 수 있을 것 같다. 고흐와 차이콥스키, 실레의 삶의 마지막은 환희로 이어지진 못한 것 같지만 그들의 작품이 우리에게 환희를 주는지도...
6장 제목에서 첫 인물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당연하듯 나온다. 그 역시 그냥 천재가 아니었음은 그가 남긴 메모들을 통해 알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대단한 천재성을 지닌 사람은 때론 가장 적게 일할 때 가장 많은 것을 성취한다."라는 그의 말도 기억에 남는다.
7장에서 알폰스 무하라는 이름은 낯설지만 그의 작품은 내게도 낯익었다. 라파엘로에서는 '스프레차투라'라는 용어를 알게 되고 그가 '융합'에 재능이 있었음도 알게 된다. 이 사실을 알고 다시 그의 작품을 보니 전과 다르게 다가온다.
8장의 브람스와 슈만과 클라라의 이야기는 모를 수 없는 일이다. 사랑은 예술의 원동력이 아닐까?
9장에 나오는 작곡가들과 음악은 익숙하지만 화가 페르메이르의 이름은 낯설었다. 그의 작품은 익숙함에도...
"음악은 일생 동안 하기에 충분하지만, 인생은 음악을 하기에 너무 짧다."(p.264)
10장의 '덕후'에 뜨끔한다. 나 역시 책덕후이기에 지금도 그 덕질의 산물을 남기는 중이다. 모차르트, 르누아르, 멘델스존이라는 아름다움과 행복 덕후들은 나와 결은 다르나 그들의 덕질이 다른 이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는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
11장은 감성 장인들로 슈베르트, 드뷔시, 바그너, 쇼팽 네 음악가를 다루며 예술가들의 이야기는 끝이 난다.
에필로그에서 인용한 추사 김정희 선생의 "가슴속에 1만 권의 책이 있어야 그것이 흘러넘쳐 그림과 글씨가 된다."라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이 책을 읽음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책을 통해 접한 예술가들의 작품으로 이어지는 연결 고리가 되어 주는 책이 아닌가 싶다. 예술가들의 이야기와 삶을 통해 그들의 작품들을 감상하는 주파수를 맞추는 데 도움이 될만한 책이 아닌가 싶다. 클래식과 미술에 관심은 가지나 다가가지 못하고 있는 이들이 읽고 거리감을 좁혀갈 계기를 만들어줄 책이라 전하며 리뷰를 줄인다.
*이 리뷰는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