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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끝의 언어 - 우리 삶에 스며든 51가지 냄새 이야기
주드 스튜어트 지음, 김은영 옮김 / 윌북 / 2022년 5월
평점 :
내가 코끝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커피를 직업으로 선택하고 커핑에 참여를 하면서부터였다. 제대로 배우진 않았기에 익숙한 향 외에는 프로파일을 보며 어떤 느낌인지를 알아가던 때 후각을 어떻게 발달 시킬지 고민을 했었다. 이제는 커피 일을 하지 않기에 그때 같은 노력과 관심은 없으나 여전히 로스팅을 하는 로스터라 이번 책이 눈에 들어왔다. 부제가 '우리 삶에 스며든 51가지 냄새 이야기'라 나는 '향기'는 없는 것인가? 하는 궁금증을 가지며 책을 읽기 시작했다.
차례에 앞서 '이 책을 읽는 방법'이 있어 흥미로웠다. 역시 향기 하면 빠질 수 없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마들렌도 이 부분에서 스쳐간다. 왜 '냄새'인지도 이 부분에서 알게 된다.
책은 총 11개의 부분으로 구성된다. 가장 처음은 냄새와 가장 밀접한 신체 '코'에 대해 다룬다. 후각이 어떻게 작용하며 여전히 개발을 해야 할 부분 임도 알게 된다. 그 후 나머지 10개 부분은 향과 냄새에 관한 내용들로 이루어진다.
'꽃과 허브 향' 챕터에서 나 역시 향과 냄새 하면 떠오르는 '마른 땅의 비 냄새'가 가장 처음인 것은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냄새라 그런가 싶다. '페트리코'는 낯설었으나 '지오스민'은 익숙한 것은 과거 센서리 수업을 받는 이들 옆에서 주워들은 기억 때문이다. 책을 읽으며 냄새가 텍스트로 피어오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아는 맛이 가장 무서운 것처럼 아는 향이기에 그렇게 시각화되는 것처럼 느껴진 게 아니었을까.
'달콤한 향' 챕터의 처음도 익숙한 향이다. 바닐라 시럽과 아이스크림을 좋아하진 않지만 흔하게 접한 향이라 그랬다. 바닐라 재배에서도 커피 책에서 빠지지 않는 레위니옹이 나오다니 커피와 바닐라는 떨어질 수 없는 존재일지도 모르겠다. 시나몬은 어린 시절에는 정말 싫어했는데 어느 순간 꽂힌 후 계속해서 찾게 되는데 여기서 그 비밀? 도 새로 알게 된 것 같다.
'감칠맛의 냄새'에서 두리안의 맛에 대한 설명은 먹어본 이들이라면 정확히 공감할 듯하다. 아위는 경험이 없기에 그려지지 않는 향이었으나 내가 즐겨 먹는 홍어보다 더 할거 같다는 느낌이 든다. 담배도 블렌딩이 중요하다는 것도 책을 통해 알게 된다.
'흙 내음'에서 처음 만나는 냄새는 트러플이다. 암퇘지로 채취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식성 좋은 돼지들이 먹어버려 이제는 개를 훈련시키게 되었다는 것도 알게 된다. 트러플 오일을 통해 대략 경험한 트러플 향(그 오일에는 트러플이 들어 있지 않다니...). 책을 통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알 수 있었다. 와인에 대해서는 내가 과거 커피와 취미로 고민하던 시기를 떠올리게 한다. 소믈리에의 테이스팅은 커피보다 더 오래된 프로토콜이 있기에 더 명확한 게 있는 것인가 싶은 생각도 하게 된다. 포연은 포병 출신이라 맡을 수밖에 없었는데 20여 년 전의 매캐한 냄새가 떠오르는 듯했다. 차 부분에서는 마지막 이누족의 아이들이 '차 인형'을 가지고 다녔다는 게 인상 깊었다.
'수지 향'에서 설명되는 연필향은 기억을 되살리게 한다. 하지만 낯설지 않은 향이라 설명을 이해하는 게 어렵지 않았다. 유향은 아버지 때문에 경험한 기억이 있다. 지금처럼 보스웰리아가 약재로 나오기 직전 어디서 아셨는지 사다 끓여서 드셨던 기억이 난다. 물론 미사 때 사용하는 향에도 들어가 익숙한 부분도 있을 것이다. 후자의 경우는 몰약 부분을 읽으니 몰약 향이 더 컸던 게 아닌가 싶다.
'쿰쿰한 냄새'에는 '살'과 '새 차', '대마초', '돈', '휘발유', '사향'을 다룬다. 살 냄새에서 떠오르는 여러 냄새들에 대해 책을 읽어가며 다시 생각을 해보게 된다. 분명 좋아하는 체취도 있으나 부정적인 체취도 있는데 과거의 차별적으로 좋지 않게 사용된 부분은 씁쓸하게 다가온다. 새 차 냄새는 꽤 맡아 봤기에 어느 정도 알 듯하다. '자동차 냄새 제거 공정'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과거에는 좋게 느껴졌으나 건강에 좋지 않은 것들이니... 대마초의 냄새는 맡아본 적이 없어 텍스트로만 접하고 지나간다. 돈의 냄새는 동전과 지폐의 냄새를 맡던 기억을 떠올린다. 그리 좋은 향기는 아니었지만 생활에 꼭 필요하고 더 가질 수 있다면 더 갖길 원하게 된다. 휘발유 부분에서 나오는 문구가 인상적이다.
우리가 좋아하는 냄새는 대개 공기뿐만 아니라 욕망을 타고 흐른다.(p.251)
Exercise 7의 커피로 냄새를 지우는 방법은 커피 센서리에서도 활용하는 내용이라 반가웠다. 그 외에도 다른 방법을 더 알게 된다.
'얼얼하게 톡 쏘는 향'에서는 스컹크 외에는 대부분 익숙한 향이라 만나는 내용을 통해 알고 있던 냄새 외의 정보들을 접하게 됐다. 마지막 '신비로운 냄새'에서 갓난아기의 냄새는 조카들의 아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내용이었다.
각 챕터가 끝날 때마다 만나게 되는 Exercise 들은 보다 냄새에 무뎌진 감각을 어떻게 발전시키며 개발할지에 대한 내용들이라 짤막하면서도 유익한 내용이 아닐 수 없었다. 커피에서 센서리 분야를 제대로 공부하지 못한 아쉬움으로 제목에 끌려 읽게 된 책에서 뜻하지 않은 유익함을 얻었다 할 수 있겠다.
그동안 관심은 두면서도 다른 감각을 더 관심을 두고 하는 일이 아니라며 코끝의 감각을 더 배우려 하진 않았었다. 책의 연습 방법들 때문에 다시 냄새에 관심을 두게 되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우리 삶에서 만나게 될 냄새들에 대해 더 관심을 갖고 찾아보고 경험하고 싶게 만드는 시간이었다 전하며 리뷰를 줄인다.
*이 리뷰는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