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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에세이를 쓰겠습니다
가랑비메이커 지음 / 문장과장면들 / 2023년 9월
평점 :
일기는 내 기억에 밀린 숙제였다. 어린 시절 방학이 끝날 무렵이 되어서야 몰아서 쓰던 그림일기와 일기. 당시에는 인터넷이 보급되기 전이라 날씨를 기억해 내는 것도 일이었다. 그렇게 기록하는 것을 싫어했던 내가 지금은 글을 끄적이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대학에서 시를 전공하고 시를 썼으나 등단까지 이어지진 못했기에 아직도 찬바람이 불어오는 요즘 같은 시기 신춘의 병은 내 감성과 몸을 건드린다.
시는 가끔 끄적이기에 이제는 에세이를 제대로 쓰고픈 내게 끌리는 제목의 책이라 이 책을 읽게 됐다. 일기를 잘 쓰지 않는다고 하지만 최근에는 업무용 블로그에 출근 기록을 적는 것과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는 것이 나름의 내 일기가 된 것은 아닐까 생각을 해본다.
책은 '글쓰기를 시작할 때', '삶의 문학, 에세이', '에세이를 쓰는 자세', '실전, 에세이라는 하나의 흐름', '애프터 에세이, 퇴고', '슬기로운 쓰기 생활'로 구성된다.
1부 처음 '워밍업'에서 글쓰기를 잘 이어갈 수 있는 질문들을 만나게 된다. 그냥 쓴다고 하지만 결국 '왜 쓰고 싶은지'라는 고민을 해봐야 할 부분이다. 막상 그냥 쓰다 보면 길을 잃고 놔버리게 되는 경우들이 많기에 스스로에게 해야 할 중요한 질문이라 할 수 있겠다. 두 번째 질문은 최근 서점에서 만나게 되는 에세이들을 보면 답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세 번째 내용은 사람 각자의 다름을 생각하게 하는 내용이다. 같은 것을 보더라도 각각의 시선과 반응이 다르기에 각각의 사람들은 비슷한 삶을 사는 듯해고 각자의 삶이 있기에 나의 일상이 타인에게는 특별한 순간이 될 수도 있다는 것에 동의를 하게 된다. '글쓰기, 내면에 창을 내는 일'에서 인용된 글이 확 들어온다. 그 약간의 배짱이 없기에 쓰지 못하는지도 모르겠다.
글을 쓰고 싶다면 종이와 펜 혹은 컴퓨터,
그리고 약간의 배짱만 있으면 된다.
-로버타 진 브라이언트(Roberta Jean Bryant)
p.34
'카타르시스'에서 난 마음이 괴로울 때 글을 쓰기 보다 먼저 사람을 찾게 되는 것을 떠올린다. 이 차이가 저자와 나의 가장 큰 차이가 아닌가 싶다.
2부에서는 일상적 쓰기와 문학적 쓰기 차이와 에세이에 대한 이해를 다룬다. 3부에서는 에세이를 쓰기 위한 준비 요소 및 자세를 다룬다. 글감 채집을 어떻게 하는지와 에세이 작가로서의 가져야 할 태도 등을 접하게 된다. 4부에서 본격적으로 에세이를 어떻게 쓰는지를 다룬다. 5부에서 퇴고를 6부에서는 생활 속에서 어떻게 슬기롭게 글을 쓸지에 대해 간략히 다룬다. 쉬워 보이지만 실천하기 쉽지 않은 내용이기에 이 부분을 온전히 해 내가면 분명 성과를 보일 수 있을 듯하다. 남이 하는 것은 쉬워 보이지만 막상 해보면 녹녹치 않은 게 현실이라는 것도 알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책은 휴대하기 좋은 사이즈에 분량도 그리 많지 않다. 그러나 책의 내용을 실천하느냐 마느냐에서 결국 당신의 글쓰기가 나아지거나 다시 멈춰질 것이라 생각한다. 일기를 꾸준히 쓰는 것이 분명 글쓰기에 도움이 되지만 보다 한 걸음 나아가기 위한 글쓰기가 에세이 쓰기가 아닐까 생각을 해본다.
나 역시 에세이 쓰기에 자신이 없기에 이 책을 읽었다. 저자가 그동안 에세이를 쓰거나 가르쳐 온 내용이 담아 있는 책이기에 읽는 이들의 추후 실천 유무에 따라 그 결과는 크게 달라질 것 같다. 나처럼 에세이 쓰기에 관심은 있으나 대체 일기와 무엇이 다르고 어떻게 써야 할지 막연한 이들에게 방향을 잡아줄 책이라 전하며 리뷰를 줄인다.
*이 리뷰는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