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인의 햇빛 일기
이해인 지음 / 열림원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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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시절 시인 지망생이던 나는 신자도 아니지만(아니 엄밀히 말하면 예비신자로) 이해인 수녀님께 편지를 쓴 적이 있었다. 그 당시 수녀님의 시집을 읽고 아직 세례를 받기 전이었으나 당시 앞으로의 내 목표 등을 적어 보냈던 것 같다. 비록 답장은 받지 못하였으나 답장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도 없었기에... 답답한 내 심정 등을 적어 보냈던 것 같다. 군대에서 세례를 받고, 전역 후 수녀님의 책들을 종종 읽어왔다. 신자 전과 후의 차이가 있었기에 보는 것도 조금은 달라졌던 것 같다. 이번 시집은 부제 '작은 위로가 필요한 아픈 이들을 위하여'라는 글이 하얗게 적혀 있어 읽고 싶어졌다. 덤덤하게 살아가지만 위로가 필요한 때가 있기에 그때 위안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시인의 말'을 읽으며 수녀님의 고충을 생각하게 된다. 시집은 '내 몸의 사계절', '맨발로 잔디밭을', '좀 어떠세요?', '촛불 켜는 아침' 총 4부로 구성된다.

  1부를 읽으며 암 투병을 하시는 수녀님의 삶이 녹아 있는 시들을 읽으니 병원에 입원해 계신 아버지가 생각나기도 한다. 작년 여름까지는 그래도 건강하셨는데... 발병 이후 재활로 좋아지시는 듯했으나 재발로 인해 몸이 더 불편해지시고 큰 나아짐은 없으신... 병원에 가끔 면회를 갈 때도 아버지가 어떤 얘기를 하시는지 알아듣는 게 어려운 현실은 안타깝기만 하기에... 간혹 외진을 나가실 때 잠깐 이나마 바깥바람을 쐬시는데 병원이라는 영역에 한에서 이동을 하시는 게 애처롭다. 마음을 편히 먹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수녀님의 시를 읽으며 아버지가 조금씩 내려놓고 있는 고집을 생각한다. 간병을 하던 시절 곁에서 지켜본 아버지의 모습은 별거 아니라 여겼던 것들이 얼마나 소중했는지를 나보다 더 생각하셨지 않으셨을까 싶다.

  2부 제목이 아린 것은 언제 다시 걸으실지 모를 아버지를 생각했기 때문일까. 스스로 앉아 계시는 것조차 어려운 편마비의 상황 재활 시간을 제외하면 대부분 누워 계신 아버지. 그래도 면회 때 종종 웃으시는 모습이 떠오르는 듯한 제목의 시 「혼자 웃는 날」. 「노년 일기」의 마지막 '괜찮아요. 자연스런런 현상이니/자연스레 받아들이고/그래도 웃으며 살아야죠.'라는 구절이 자연스레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은 어쩌면 내 욕심이지 않을까? 워낙 건강 관리를 잘 해오시던 분이셨기에 별 걱정이 없이 살며 부모님이 어떤 약을 드시고 어떤 질환을 가지고 있는지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는 것을 쓰러지고 나서야 보호자가 되며 알 수 있었으니... 「눈물 한 방울」의 '수녀, 잘 있지?'라는 구절은 아버지 간병을 하다 2주를 쉬고 재활병원으로 다시 간병하러 돌아갔을 때 담당 치료사에게 '우리 아들~'이라고 하시던 아버지의 목소리가 떠오른다. 아마 그 이후로 그때보다 또렷한 아버지의 목소리를 들어보진 못한 것 같아 괜히 짠해진다.

  3부에서 「좀 어떠세요?」를 간병하던 보호자로 옆에서 듣던 내 심정이 떠오르고 「아픈 날의 기도」 역시 그때를 떠올리게 하는 듯했다. 「간병인의 기도」를 읽으며 찔리기도 한다.

  4부를 보며 병환으로 유독 눈물이 많아지신 아버지를 떠올린다. 간병을 하며 아버지와 많이 싸우기도 했지만 특히 아버지께서 병환으로 쓰러지시기 전에는 눈물을 흘리시는 일이 없었는데 병원에서는 유독 눈물이 많아지셨다. 몸이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게 어떤 것인지 경험하진 못했으나 그 차이는 클 것이다. 재활로 다시 좋아지는 과정에서 더 심하게 재발하며 안 좋아지셨을 때는 더 했을 것 같다. 수녀님의 시를 읽으며 아버지의 투정 속 숨은 뜻을 유추하게 되기도 하는 듯했다.


아마 병환 중인 환자의 보호자이기에 이 책의 글들이 더 와닿았는지 모르겠다. 아프지 않으면 좋을 테지만 살아가며 아프지 않은 다는 게 참 힘든 일이다. 병환이 아니라도 노화로 인한 신체의 변화도 받아들이는 게 쉽지 않은데 갑작스러운 병환으로 맞는 불편, 겪어보지 않고서야 아무리 간병하던 보호자라도 모를 일이 아닌가 싶다. 몸이 아픈 이들은 물론 마음이 아픈 이들에게도 작은 위로가 되어줄 수 있는 시집이라 전하며 리뷰를 줄인다. 


*이 리뷰는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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