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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꽃 아가
이해인 지음, 김진섭.유진 W. 자일펠더 옮김 / 열림원 / 2025년 7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군대에서 종교행사로 성당을 다니며 이해인 수녀님의 시들을 접하게 됐다. 그리고 그렇게 군에서 세례를 받은 후 수녀님께 편지를 보냈던 기억이 난다. 답장은 기대하지 않았지만 당시의 뜨거운 문학도의 심장과 새 신자의 열정은 그렇게 수도자 시인에게 편지를 쓸 수 있는 용기를 낼 수 있게 했었다.
이번 시집은 수도 생활 61년을 맞이하신 수녀님의 기도시를 다시금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아 읽게 됐다. 영문으로 번역이 된 시집이라 영어에는 약한 나지만 우리말 원문이 수록되어 있기에 읽을 수 있었던 시집이자 영어로 어떻게 번역이 되는지도 느껴볼 수 있는 책이었다.
시집은 크게 '자연', '사랑', '고독', '기도' 네 주제로 분류되어 수록되어 있다. 수녀님의 다른 시들도 관심이 갔지만 '기도' 부분에 시선이 먼저 갔다. 물론, 시집에서 전에 읽었던 다른 시집의 반가운 표제시들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능소화 연가」를 보며 전역 후 2003년 여름부터 꾸준히 '능소화'에 꽂혀 있던 나는 그저 사진으로 담고 능소화의 정보에만 집중을 해왔던 것 같다. 시의 소재보다는 장마가 가까워졌구나 이제 여름이 끝나가는구나 등의 계절적인 정보와 아름다움에만 초점을 맞췄던 일들을 떠올린다. 「봄까치꽃」을 처음 알아보던 한강에서의 일들이 떠오른다. 우리말이 아닌 '큰개불알꽃'으로 알아보게 됐으나 꽃과 나무를 잘 아는 지인의 도움으로 예쁜 우리말 이름을 알 수 있었던 꽃을 시인의 시를 통해 다시 회상하기도 했다. 미등단 습작생이라 요즘 시 스타일을 써야 한다는 강박에 있는 내가 사실 추구하는 시 스타일이기에 더 다가오는지도 모르겠다.
'고독'이라는 주제의 시들을 읽으면서도 담담하게 다가오는 것은 내가 제대로 그 고독에 집중하지 못했기에 그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문득 지난 주일의 요한복음 말씀 속 분주한 마르타를 떠올리게 한다. 오히려 활동과 봉사를 내려놓고 성서 모임을 하게 되니 조금 더 내 신앙에 집중하게 되는 일이 많아지는 것 같은 요즘의 담담함과 비슷한 맥락일까?
'사랑'에서 만나는 시들에서도 기도를 만난다. 나는 왜 성가를 작사할 때도 너무 드러내 놓고 쓰려 했었을까? 내 처녀작 성가의 노랫말처럼 평범한 일상어 안에서도 그분에 대한 감정을 드러낼 수 있었던 그때를 회상하게 되고, 과거 내가 썼던 습작과 같은 제목의 시에 눈이 가기도 한다. 이제는 '상사화'와 '꽃무릇'의 차이를 확실히 알 수 있게 됐지만...
'자연'에서 접한 시들을 보며 어린 시절에는 서울이지만 그래도 자연에서 뛰놀았던 시절을 떠올린다. 그때는 당연한 일들이기에 소중하지 않았던 것들이 나이가 들어가며 주위 환경이 달라지는 모습 속에 더 소중해진 것 같기도 하다. 과거처럼 그대로였다면 내가 꽃에 관심을 가지고 하늘과 구름에 신경을 썼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자연은 시시각각 변하고 있기에 그대로인 것 같으면서도 다른 모습으로 우리는 그 곁에서 살아가고 있기에 하루하루를 더 소중히 여겨야 함을 느끼게 해주는 시간이 되어 준다.
시집을 처음부터가 아니라 내 마음대로 거꾸로 읽어 봤다. 가끔은 순리?라는 것에 의문을 갖게 되는데 내 그런 반항심이 이번 시집을 읽으며 소심한 반항을 했던 것 같다. 수녀님의 61년 기도 위에 피어난 시들이기에 한 편 한 편이 기도였던 것 같다. 지속적이지는 않더라도 종종 성가 작사를 하는 내게 도움이 될 수녀님의 시편들을 접할 수 있었고, 나아지는 것 없다 생각했으나 시나브로 하게 내 신앙생활도 자라고 있음도 느낄 수 있게 해준 시집이라 전하며 리뷰를 줄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