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원열전 p.574~572
˝진흙 속에서도 더러워지지 않는다˝
굴원屈原은 이름이 평주이고 초나라 왕실과 성이 같다. 그는 초나라 회왕의 좌도左徒로 있었는데, 보고 들은 것이 많고 기억력이 뛰어나며 잘 다스러질 때와 혼란스러울 때의 일에 밝고 글을 쓰는 능력이 탁월했다. 그는 궁궐에 들어가서는 군주와 나랏일을 의논하여 명령을 내리고, 밖으로 나와서는 빈객을 맞이하며 제후들을 상대했다. 회왕은 그를 매우 신임했다.
상관 대부 근상靳尙은 굴원과 지위가 같았는데, 왕의 총애를 다투면서 마음속으로 굴원의 능력을 시기했다. 회왕이 굴원에게 나라의 법령을 만들도록 하여 굴원이 아직 초안을 완성하지 않았을 때 상관 대부가 보고 그것을 빼앗으려 하였으나 굴원이 내주지 않자 왕에게 이렇게 헐뜯었다.
˝왕께서 굴원에게 법령을 만들도록 하신 일을 모르는 사람이 없는데, 그는 법령이 하나 만들어질 때마다 자기 공을 뽐내며 ‘자기가 아니면 법령을 제대로 만들 사람이 없다.‘라고 말합니다.˝
회왕은 화가나서 굴원을 멀리하였다.
굴원은 왕이 다른 사람들의 말을 듣는 데 밝지 못하고 헐뜯고 아첨하는 말이 군주의 밝음을 가로막으며, 흉악하고 비뚤어진 말이 공정함을 해치고, 단아하고 올곧은 사람이 등용되지 못하는 것에 마음이 아팠다. 그래서 근심하며 깊이 사색에 잠겨 「이소離騷」를 지었다. ‘이소‘란 ‘걱정스러운 일을 만나다‘라는 뜻이다. 무릇 하늘은 사람의 시작이며 부모는 사람의 근본이다. 사람은 곤궁해지면 근본을 돌아본다. 그러므로 힘들고 곤궁할 때 하늘을 찾지 않는 이가 없고, 질병과 고통과참담한 일이 있으면 부모를 찾지 않는 이가 없다. 굴원은 도리에 맞게 행동하고 충성을 다하고 지혜를 다하여 군주를 섬겼지만 헐뜯는 사람의 이간질로 곤궁해졌다고 할 수 있다. 신의를 지켰으나 의심을 받고, 충성을 다했으나 비방을 받는다면 원망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굴원이「이소」를 지은 것은 이처럼 분통하고 원망스러운 마음에서 비롯되었다.
「국풍國風」은 사랑을 노래했으나 음란하지 않고, 「소아小雅」는 원망과 비방을 담고 있지만 문란하지 않은데 「이소」는 그 우수한 점을 모두 지녔다고 할 만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