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명하신 경감님도 해결 불가능한 사건이란 말인가요?" - P-1
"자살 가능성은 없습니까?" "무리지요. 자신의 머리 뒷부분을 때리는 자살 방식은 들어 본 적이 없습니다." - P-1
"그리고 실제로 건물만 이동했다는 거군. 대단해. 이번만은 내가 자네에게 한판으로 졌네." - P-1
그것은 정말이지 처참한 시체였다. 현장을 본 순간, 시체를 수없이 보아 온 나조차도 구토를 하고 말았다. - P-1
"두뇌 명석, 박학다식, 다재다능, 뛰어난 행동력의 명탐정 덴카이치 다이고로입니다." "자기소개가 무척이나 설명적이군." - P-1
"그런 것까지는 봐줄 수 있어요. 하지만 왜 죽기 직전에 남기는 메시지가 암호여야 하지요? 범인의 이름을 정확히 써 놓으면 안 되나요?"
"그 부분에 대해선 엘러리 퀸이 작품 속 인물을 통해 이렇게 말했지. ‘죽음 직전, 그 유례 없는 신비스런 순간, 인간 머리의 비약에는 한계가 없어진다.’ 한마디로 죽음을 맞이했을 때 인간이 무엇을 생각하는지는 알 수 없다는 거지."
"설명이 꽤나 구차하네요."
"범인의 이름을 남겼다간, 미스터리가 성립되지 않지."
"고인에 대해 이런 말을 하고 싶지는 않지만, 솔직히 원한을 가질 만한 사람이 많습니다. 특히 부하 직원들이 그렇습니다. 장인은 매사에 독단적이고, 누구에게 정을 주는 법이 없었어요. 오랫동안 회사를 위해 몸 바친 사람을 가차없이 해고했습니다.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해야 한다는 것이 장인이 입버릇처럼 한 말이었습니다."
"악필인 주제에 취미가 서예였습니다. 마음에 드는 글귀를 색지에 써서 선물하곤 했지요. 받는 사람에게 폐가 될 뿐이지만."
덴카이치는 종이를 앞으로 내보였다. 거기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イシャヨベ(의사 불러).’ "음." 순간 다들 머리끝까지 화가 치민 듯했지만, 잠시 후 모두들 납득했다는 표정을 지었다.
물론 현실 세계에서는 그것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지만, 허구의 세계에서 그런 식으로 얘기가 전개되면 범인들이 설 땅이 없어지고 만다. 그들은 자신들이 생각해 낸 알리바이 트릭이 풀리는 것을 두려워하면서도, 훌륭히 구축된 시간과 공간의 마술이 독자 앞에 공개되는 순간을 내심 두근거리며 기다리는 것이다.
그 순간 덴카이치 아리사, 바위에서 발이 미끄러진다. 몸을 날려 그녀를 잡아 주는 나. 두 사람의 눈이 맞았다가 서둘러 떨어진다. 어색해하는 두 사람. "이거야말로 전형적인 삼류 연기군."
그 경찰들은 도대체 왜 생초보 탐정이 범인과 수수께끼 풀기 게임을 하는 것을 가만히 숨어서 들어 주는 것일까. 숨어 있는 장면을 상상만 해도 웃음이 터진다.
"왜, 아 도대체 왜, 왜 이런 곳에 잠수함이 있는 거야." 바다를 내려다보며 내가 말했다. "처음에는 자동차에 치여 죽는 설정이었어요."
"제가 우체국에서 일하잖아요. 매일같이 우표를 취급하기 때문에 그런 것을 보면 잘라야 한다는 강박 관념이 생겨서."
하지만 그 직후 기베 씨 가족에게 기적적인 행운이 찾아온다. 길을 잃은 하이킹족 두 명이 하룻밤 재워 달라고 찾아오는데 그들의 직업이 경찰이었던 것이다. 둘 중 한 사람은 젊은 야마다 순경, 그리고 또 한 사람은 명석한 두뇌와 적확한 판단력을 자랑하는 바로 나, 오가와라 반조 경감이다.
"흔히 본격 추리 소설은 의혹의 종류에 따라 분류합니다. 예를 들어 밀실 의혹, 알리바이 허점 찾기, 또는 다잉 메시지 등등이죠. 이런 것들은 모두 의혹의 종류를 나타냅니다. 그리고 예를 들어 밀실 의혹의 경우, 소설의 종류가 공개된다고 독자의 흥미가 반감하지는 않습니다. 독자가 알고 싶어 하는 것은 밀실의 어디에서 어떤 트릭이 사용됐는가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 소설은 밀실 의혹이다’ 혹은 ‘알리바이 허점 찾기다’ 하는 식으로 소설의 종류를 알려 주는 것이 책을 선택하는 데 참고가 되고 추리 소설 마니아들에게도 도움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