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물은 철철 흘러가면서
아심찬이 그꿈도 떠실고 갔소

꿈이 아닌 생시 가진 설움도
작고 강물은 떠실고 갔소. - P184

나 돌아갈 것이다
무심했던 몸의 외곽으로 가
두 손 두 발에게
머리 조아릴 것이다
한없이 작아질 것이다 - P186

이제 일하기 위해 살지 않고
살기 위해 일할 것이다
생활하기 위해 생존할 것이다
어두워지면 어두워질 것이다 - P188

걸어보지 못한 길
로버트 프로스트

노란 숲 속 두 갈래길
나그네 한 몸으로
두길 다가 볼 수 없어
아쉬운 마음으로 덤불 속 굽어든 길을
저 멀리 오래도록 바라보았네 - P190

그러다 다른 길을 택했네
두 길 모두 아름다웠지만
사람이 밟지 않은 길이 더 끌렸던 것일까.
두길 모두 사람의 흔적은
비슷해 보였지만 - P190

그래도 그날 아침에는 두 길 모두
아무도 밟지 않은 낙엽에 묻혀 있었네
나는 언젠가를 위해 하나의 길을 남겨 두기로 했어
하지만 길은 길로 이어지는 법
되돌아올 수 없음을 알고 있었지 - P190

먼 훗날 나는 어디선가
한숨지으며 말하겠지
언젠가 숲에서 두 갈래 길을 만났을 때
사람들이 잘 가지 않는 길을 갔었노라고
그래서 모든 게 달라졌다고 - P190


랭스턴 휴즈

꿈을 잡아라
꿈이 사그라지면
삶은 날개가 부러져
날지 못하는 새이니.

꿈을 잡아라
꿈이 사라지면
삶은 눈으로 얼어붙은
황량한 들판이니. - P198

젊은 시인에게 주는 충고
라이너 릴케

마음속의 풀리지 않는 모든 문제들에 대하여
인내를 가지라.
문제 그 자체를 사랑하라.
지금 당장 해답을 얻으려 하지 말라.
그건 지금 당장 주어질 순 없으니까.
중요한 건모든 것을 살아 보는 일이다.
지금 그 문제들을 살라.
그러면 언젠가 먼 미래에자신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삶이 너에게 해답을 가져다 줄 테니까.. - P200

비록 말라빠진 황금의 껍질이
어떤 힘의 요구에 따라
즙이 든 붉은 보석처럼 터진다 해도,

이 빛나는 파열은
내 옛날의 영혼으로 하여금
자신의 비밀스런 구조를 꿈꾸게 한다 - P204

말수가 아주 적은 그와 강을 따라 걸었다
가도 가도 넓어져만 가는 강이었다
그러나 그는 충분히 이해되었다 - P208

갈대
신경림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 - P206

해답
거트루드 스타인


해답은 없다.
앞으로도 해답이 없을 것이고
지금까지도 해답이 없었다.
이것이 인생의 유일한 해답이다. - P214

아,
생각만 해도

좋은
당신 - P242

그냥,
있었어 - P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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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수는 좋아하는 만화책과 오래된 동전, 아버지의 안경처럼 특별한 물건을 보관해두는 트렁크 뚜껑 안쪽에 레슬링 선수 역도산 사진을 붙여놓았다. 이 조선인 레슬링 선수와 달리 모자수는 상대에게너무 가까이 붙어서 몸싸움을 오래 벌이기를 좋아하지 않았다. 역도산은 가라테촙으로 유명했고, 이와 비슷하게 모자수도 상대를 정확하게 겨냥해서 쳤다.

한달 전에도 노아는 특히 조선인은 처신을 바르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모자수는 자신이 또다시 문제를 일으켜서 속상했고 형의 실망한표정을 보기가 두려웠다.

잠들지 못한 요셉은 여자들이 말하는 소리를 들었다. 여자들은 부엌에서 노아의 등록금을 걱정하고 있었다. 여자들은 노아가 입학시험 공부를 할 때부터 걱정했고, 이제 합격하고 나니 어떻게 등록금을 낼지 걱정했다. 노아의 봉급 없이 어떻게든 살아야 했고, 노아의학비를 마련해야 했으며, 요셉의 약값을 치러야 했다. 차라리 요셉이 죽으면 훨씬 나을 터였다. 모두가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오사카에는 산짐승이 없었다. 비싼 약값을 뜯어가는 한의사와 의사가 있을 뿐이었다.

요셉은 더 말하고 싶었다. 그들을 먹여 살리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자기 때문에 많은 돈을 쓰게 해서 미안하다고 하고 싶었지만 지금은 이 말을 할 수 없었다.

"주님께서 채워주실 거예요." 경희가 말했다. "주님께서 항상 우리가 필요한 것을 다 돌봐주셨어요. 주님께서 당신의 목숨을 구하셨을 때 우리 목숨도 구하신 거예요."

경희가 불만스럽게 입술을 꽉 오므렸다. 성경에서 지혜로운 자는자기 혀에 재갈을 물려야 한다고 했다. 하고 싶은 말을 다 하면 안되는 법이었다.

"그리고…… 자네가 기다리면………… 내가 죽을 때까지 기다리면 경희와 혼인할 수 있어." 요셉이 말했다. "하지만 경희를 거기 데려가서는 안 돼. 부탁해. 자네한테 부탁할게."
"뭐라고요?" 창호가 고개를 저었다.

요셉이 한숨을 쉬었다. 입술이 바싹 말랐다. "자네가 경희를좋아하는 거 알고 있어. 난 자네를 믿어. 자네가 그 깡패 밑에서 일하지 않으면 좋겠지만, 여기에 일자리가 그다지 많지 않지. 이해해. 그냥 내가 죽을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겠어?" 요셉은 말할수록 이것이 옳다고 느꼈다. "여기 계속 있어. 난 곧 죽을 거야. 느낌이 와, 여기에 자네가 필요하기도 하고, 자네가 그 나라를 바로잡을 수는 없어. 아무도 할 수 없는 일이야."

창호는 남편을 배신하지 않을 사람을 사랑했고 어쩌면 그것이 경희를 사랑한 이유일 터였다. 경희는 자신의 본질을 훼손할 수없는 사람이었다.

노아는 검소하게 살았고 어떻게든 매달 돈을 조금씩  집에 보냈다. "공부만해라." 한수가 말했다. "모든 것을 다 배워. 네 머릿속을 지식으로 채워. 그건 누구도 너한테 빼앗아 갈 수 없는 유일한 힘이야." 
한수는 ‘공부하라‘는 말 대신 ‘배우라‘고 말했고, 노아는  둘 사이에 큰 차이가 있다고 생각했다.

배움은 일이 아니라 놀이였다.

두 해가 흐른 후에도 그저 와세다대학교에 들어앉아  책을 읽을 수 있는 조용한 방이 있다는 사실에 여전히 매혹돼 있었다.

굶주린 사람처럼 좋은 책을 탐욕스럽게E읽어 머리를 가득 채웠다. 디킨스, 새커리, 하디, 오스틴, 트롤럽 같은 작가들의 책을 모두 읽고 나서유럽 대륙으로 넘어가 발자크, 졸라, 플로베르를 읽었으며, 뒤이어 톨스토이와 사랑에 빠졌다.

노아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는 괴테였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적어도 여섯 번은 읽었다.

그날 아침, 노아는 조지 엘리엇 토론 수업을 들으러 교정을 가로질러 가다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
"반도 상, 반도 상." 한 여자가 외쳤다. 학교에서 제일가는 미인인우메키 아키코였다.

노아는 지도자의 말이 항상 옳은 대부분의 환경과는 다른 대학에 있어서 다행이라고 느꼈다. 그렇지만 노아는 교수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아키코의 말을 제대로 듣기 전까지 스스로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었고, 사람들 앞에서 남의 의견에 반대한다는 것은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

수업이 끝난 후, 노아는 혼자 집으로 걸어가면서 아키코 생각에푹 빠져 있었다. 쉽지 않겠지만 아키코와 가까워지고 싶었다. 다음주 화요일, 수업이 시작하기 전에 노아는 아키코의 옆자리를 차지하려고 일찍 갔다. 구로다 교수는 노아의 변절에 상처받은 기색을 보이지 않으려고 했지만, 상처받은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손님이랑 이야기하려고 여기 있는 게 아니에요. 손님 몸에 옷이잘 맞는지 보려고 있는 거예요."

"아니요, 고맙지만 괜찮아요, 모세. 하지만 부디 가난한 사람들을돕는 것을 잊지 말아요, 모세. 우리 중에 가난한 사람들이 많답니다."

"파친코 돈은 제 것이 아니에요, 존 목사님. 저희 사장님은 부자지만 전 아직 부자가 아니에요. 언젠가 전부자예요."
"부자가 될 거예요."
"맞다, 전 부자가 될 거예요, 존 목사님. 남자한테는 돈이 있어야해요."

존은 자신이 정확히 언제 태어났는지 몰랐다. 부모님이 마르틴 루터의 생일인 11월 10일을 존의 생일로 정해주었다.

유미는 모자수의 행동에 창피해서 고개를 숙였지만 모자수에게화를 낼 수 없었다. 모자수에게는 결코 화를 낼 수 없었다. 모자수는유미에게 난생처음 생긴 유일한 친구였다.

한수는 노아가 공부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배울 수 있는모든 것을 배워라. 모든 조선인들을 위해서, 와세다대학교 같은 학교에 갈 수 없는 모든 조선인들을 위해 배워라."

아키코가 찻잔을 내려놓고 장난스럽게 노아를 요로 밀어 뒤로 넘어뜨렸다. 아키코는 노아 위로 다리를 벌리고 올라앉아 셔츠를 벗었다. 하얀 면 브래지어와 팬티 차림이 됐다. 노아는 대단히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까만 머리카락이 윤기가 흐르는 무지갯빛 깃털처럼 얼굴 주위로 흘러내렸다.

한수는 민족주의나 종교나 심지어 사랑까지도 믿지 않았으나 교육은 믿었다. 무엇보다도 사람은 끊임없이 배워야 한다고 믿었다. 

어떤 종류의 낭비도혐오했고, 세 딸 모두 쓸데없는 장신구나 소문 때문에 학교를 그만뒀을 때 그렇게 내버려둔 아내를 경멸하는 마음이 커졌다.

"아키코, 왜, 왜 항상 네가 옳다고 생각해? 왜 항상 네가 주도권을잡아야 해? 개인적인 인연이 있는 사람에게 널 언제 어디서 소개시킬지 왜 내가 결정하면 안 돼? 나라면 절대 너한테 이러지 않을 거야. 난 네 사생활을 존중할 거라고." 노아가 식식거리더니 손으로 입을 막았다.

"그분이 네 아빠잖아, 안 그래?" 아키코가 말했다. "너랑 꼭 닮았던데. 넌 아빠가 돌아가셨다고 했지만 돌아가시지 않았어. 넌 그냥내가 그분을 만나는 걸 원치 않았던 거야. 내가 네 야쿠자 아빠를 만나는 게 싫어서. 그리고 넌 네 아빠가 폭력배라는 것을 나한테 알리기 싫었겠지. 그렇지 않고서야 터무니없는 고급 자가용과 제복 입은운전기사를 어떻게 설명하겠어?"

"누구한테도 말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내 말 들어봐라, 노아야 니 아버지가 되기로 선택한 사람은 백・・"

새로 시작하느라고 돈이 좀 들었어요. 돈을 더 버는 대로 될 수 있는한 자주 돈을 보낼게요. 제 의무를 소홀히 하지는 않을 거예요. 고한수에게 돈도 갚을 거예요. 그 사람이 저한테 절대 연락하지 못하게 해줘요. 결코 그 사람을 알고 싶지 않아요.

요셉은 아이의 분노를 이해할 수 있었지만, 아이에게 이야기할 기회가 한 번이라도 있기를 바랐다. 남자는 용서하는 법을배워야 하고 무엇이 중요한지 알아야 한다고, 용서 없이 사는 것은 숨을 쉬고 움직이기만 할 뿐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그렇지만 요셉은 친자식처럼 사랑하는 조카를 찾으러 갈 힘은 커녕  요에서 일어날 힘도 없었다.

나는 민족의 정의를 이렇게 제안한다. 민족은 상상의 정치 공동체이다. 본성적으로 제한돼 있으며 주권을 지녔다고 상상된다.
민족은 ‘상상된다. 제일 작은 민족의 구성원일지라도 동포 대부분을결코 알거나 만나거나 심지어 소식을 듣지도 못하지만, 각자의 마음속에 동질감이라는 관념이 살아 있기 때문이다……….
민족은 ‘제한돼 있다고 상상된다. 인구가 10억 명에 달하는 제일 큰민족이라도 유동적일지언정 한정된 경계가 있고 그 너머에는 다른민족들이 있기 때문이다………….
민족은 ‘주권을 지녔다고 상상된다. 이 개념이 계몽사상과 혁명이 신성하게 부여된 계급적 왕국을 무너뜨린 시대에 태어났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민족은 ‘공동체‘로 상상된다. 각자에게 만연할지 모르는실제의 불평등과 착취에도 민족은 항상 깊은 수평적 동포애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 이동포애가 지난 두 세기 동안 수백만명의 사람들이 그런 제한된 상상의 산물들을 위해 남을 죽이기보다기꺼이 자기 목숨을 내던지게 했다.
베네딕트 앤더슨

노아는 기독교인으로 자랐지만 불교 신자들, 특히 속세의 부귀영화를 저버린 불교 신자들을 존경했다.  노아가 교회에서 배운 대로면 주님은 어디에나 있었다.

주님이 이교도의 사찰이나 신사를 멀리할까?
하나님이 그런 곳들을 불쾌하게 여길까, 아니면 무엇이라도 믿고 따르려는 사람들을 이해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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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이집트 왕조는 기원전 3,000년 무렵 시작되었으며 흔히 고왕국(2686~2185 BC), 중왕국(2040~c. 18세기 BC), 신왕국(1570~c. 1070 BC)으로 구분된다.

이집트(신왕국)가 힘을 잃고 종이호랑이 신세로 전락하면서 오리엔트 세계에 일대 혼란이 벌어졌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오리엔트 전체를 통일한 것이 바로 아시리아제국이다.

아시리아는 어떻게 당대 최첨단 무기인 철을 손에 넣었을까? 그들은 히타이트의 철기 제조 기술을 계승한 동시에 철광석 산지 아르메니아를 장악해 차츰 힘을 키워나갔다.

아시리아는 기원전 8세기 말 시리아, 페니키아, 바빌론을 차례로 병합하고 이스라엘 왕국을 멸망시켰다. 그리고 마침내 이집트를 정복함으로써 역사상 최초로 메소포타미아에서 이집트에 이르는 광대한 오리엔트 세계를 지배하게 되었다. 이는 기원전 663년의 일이다.

아케메네스왕조 페르시아의 번영을 가능케 한 ‘왕의 길’이 역설적으로 훗날 알렉산드로스를 끌어들여 패망을 앞당겼다?

아시리아제국은 신바빌로니아(메소포타미아 남부)와 메디아(이란고원 북부에 세워진 왕국) 연합군의 공격으로 멸망했다. 기원전 612년의 일이다.

신바빌로니아를 무너뜨리고 ‘바빌론 유수 (Babylonian Captivity)’로 사로잡혀 포로가 되었던 유대인을 해방한 사람이 바로 키루스 2세였다.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오래 살았더라도
그가 전쟁으로 지배한 광대한 영토를
질서정연하게 다스리지 못했을 것으로 보는 근원적 이유

마케도니아가 그리스 세계에 속해 있으면서도 그 핵심에 들지 못하고 변방에 머무른 탓에 무사 안일주의에 빠지지 않고 도전정신을 유지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또 하나는 필리포스 2세에서 알렉산드로스 3세로 이어지는 위대한 영웅 군주의 출현으로 잠재력과 에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인더스 문명과 오리엔트의 상업망에서 시작해 아케메네스왕조 페르시아가 공들여 정비한 교역로를 아우르는 장대한 교통망이 자리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알렉산드로스 대왕은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기원전 323년의 일이다. 이후 그의 거대한 제국은 프톨레마이오스왕조의 이집트, 셀레우코스왕조의 시리아, 안티고노스왕조의 마케도니아 세 나라로 분열되었다.

광대한 영토를 질서정연하게 다스리는 데 필요한 체제와 지식, 경험 등이 당시 마케도니아로 대표되는 그리스에는 결정적으로 부족했기 때문이다.

오리엔트에서 중앙아시아에 걸친 정치적 통일은 훨씬 후대인 아바스왕조(750~1258) 시대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이루어졌다

알렉산드로스 대왕은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만약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그렇게 일찍 눈을 감지 않았더라면
그의 제국은 어떻게 되었을까?

바이킹은 왜 콜럼버스보다 500년 먼저 아메리카대륙에 발을 디디고도 ‘최초 발견자’로 널리 알려지지 못했을까?

바이킹은 유럽뿐 아니라 비잔틴제국, 이슬람 상인과 활발히 교역했고 신대륙에도 발자국을 남긴 항해자, 전 세계를 누빈 유능한 상인이기도 했다.

"무함마드 없이는 샤를마뉴도 없다!"

바이킹의 대항해를 가능하게 한 배는 ‘롱십’이었다. 가늘고 긴 모양의 이 배는 흘수가 낮다는 특징이 있다. 롱십에는 노가 달려 있었을 뿐 아니라 100명 넘는 승조원이 탈 수 있었으며, 원거리 항해에도 활용할 수 있을 만큼 확실한 견고함을 갖춘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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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는 서로 바싹 붙어서 교회를 향해 씩씩하게 걸었다. 한 사람은 키가 크고 허약하면서도 신념이 강했고, 다른 한 사람은 작지만강인하고 영민했다.

아무리 고개를 넘고 내를 건너도 조선 땅이고 조선 사람밖에 없는 줄 알았다.
박완서

‘일본이 농촌경제에 기술 발전을 일으켜 중국을 구제할 것이다. 일본이 아시아의 빈곤을 종식하고 번성하게 할 것이다. 일본이 서구 제국주의의 파괴적인 손아귀에서 아시아를 보호할 것이다. 일본의 진정하고 용감무쌍한 동맹국인 독일만이서구의 해악과 싸우고 있다.‘

"백 목사님이 잡혀갔어요." 나이가 제일 많은 여자가 소리쳤다.
"유 목사님이랑 후도요. 그분들을 도와주셔야 해요…………
"뭐라고요?"

"엄마가 모자수 안 꼬집고 가만히 데리고 있으면 맛있는 거 준댔어요. 애들은 안에 못 들어간대요." 노아가 차분히 말했다. "근데 이제배고파요. 여기 진짜 오래오래 있었어요."

조선인들이 스스로를 구할 수 있을까? 결코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각자 살 방도를 궁리해야 한다는 것이 조선인들이 마음속에 품은 생각이었다. 가족을 지켜라. 자기 배를 채워라. 정신 바짝 차리고, 지도자들을 믿지 마라. 조선의 민족주의자들이 나라를 되찾지 못한다면, 아이들에게 일본어를 가르쳐 출세하게 해라. 적응해라. 지극히간단하지 않은가? 조선 독립을 위해 싸우는 애국자들이나 일본 편에선 재수 없는 조선 놈들이 있는가 하면, 이곳에서나 또 다른 곳에서그저 먹고살려고 발버둥 치고 있는 수많은 동포가 있었다.

하지만 엄마와 큰어머니, 가장 좋아하는 큰아버지한테도 숨기는 큰 비밀은 노아가 더 이상 하나님을 믿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하나님은 아무 잘못도 하지않은 온화하고 다정한 아버지가 감옥에 가게 두었다. 아버지가 하나님은 아이들의 기도를 아주 꼼꼼하게 듣는다고 말했는데도, 하나님은 2년 동안 노아의 기도에 응답하지 않았다.

그러나 노아가 말할수 없는 가장 큰 비밀이 있었다. 일본인이 되고 싶다는 것이었다. 노아의 꿈은 이카이노를 떠나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것이었다.

"내 삶은 하찮았어요." 이삭이 고통과 피곤이 가득한 선자의 눈을읽으려고 노력하며 말했다. 자신을 기다려줘서, 가족을 돌봐줘서 얼마나 고마운지 선자에게 알려야 했다. 자신이 식구를 부양하지 못할때 선자가 일을 하고 돈을 벌었다고 생각하니 낯을 들 수 없이 부끄웠다.

"겸손한 마음을 가지고 부지런한 사람이 돼야 해. 모든 사람에게연민을 가져라. 네 적까지도. 이해하겠니, 노아야? 인간은 불공정할지 몰라도, 주님은 공정하시단다. 너도 알게 될거야. 알게 될 거야."
진이 다 빠진 목소리가 점점 작아졌다.

노아가 이삭에게 다가가 무릎을 꿇고 앉았다. 
‘제발 하나님, 제발. 아빠를 낫게 해주세요. 한 번만 더  부탁드릴게요. 제발.‘ 노아가 두눈을 꼭 감았다.

"하지만 우리가 나라를 위해 뭔가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으세요? 외세에 나라가 갈라지고 있는데…………."

이념에 빠진 사람은 자신의 이익을 잊게 돼. 그리고 높은 자리에 있는 지도자들은 그 이념에 지나치게 심취한 사람을 이용하지.

경희가 낙심한 남자를 버리고 떠난다면, 자신이 지극한 애정을 쏟을 가치가 있는 사람이 아닐 것이었다.

경희 생각을 지울 수 있으리라는 한수의 생각은 틀렸다. 오히려 지금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그녀를 원하고 있었다. 오늘 밤 달콤한 맛을 보고 나니 이제 그 맛을 한없이 한가득 느끼고 싶었다. 그 쾌락에몸을 깊이 담그고 싶었다.

창호는 자위를 하고 나서 안경을 쓴 채로 잠들었다.

"우리 조선인이요. 우리는 서로 다투고 있어요. 하나같이 자기가더 똑똑하다고 생각하죠. 누가 지도자가 되든 자기 권력을 지키려고격렬하게 싸울 거예요." 창호는 한수가 자기한테 한 말을 그대로 따라했다. 특히 인간의 가장 추악한 면을 보는 일이라면 한수가 늘 옳아서였다. 이런 면에서 한수는 항상 정확했다.

꼭 할머니 둘이 말다툼을 하는데 마을사람들이 상대방의 못된 점을할머니들 귀에 대고 계속 속삭이면서 부추기고 있는 것 같아요. 할머니들이 화해하고 싶다면 다른 모든 사람들 말은 무시하고 두 사람이 한때 친구였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하는데."

김창호는 계속 사랑의 고통을 겪게 될 터였다.

이삭이 천국을 설명하려고 했을 때, 선자가 마음속으로  그린 천국의 모습은 고향이었다. 투명하고 빛나는 아름다움 그자체였다. 고향 땅의 달과 별에대한 기억도 이곳의 차가운 달과 별하고는 사뭇 다른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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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하숙인들이 고집을 꺾고 작업복을 빨아달라고 했다. 본인들도 더 이상 참기 힘들 정도로 냄새가 심했다. 복희와 너희 자매와선자는 네 개나 되는 커다란 빨랫감 보따리를 가지고 바닷가 빨래터로 갔다.

사실이었다. 하숙인들은 많이 배운 양반들을 늘 비웃었지만, 이삭은 좋아했다. 선자는 아직 이삭을 남편으로 여기기가 어려웠다.

복희가 동생의 팔뚝을 철썩 때렸다. "미쳤다. 그런 사내는 절대 너랑 혼인 안 한데이. 고 멍청한 생각 좀 머리에서 지워뿌라."

"그 남자를 만나면 안 된데이. 저 남자가∙∙∙∙∙∙∙" 양진이 이삭을 가리켰다. "저 남자가 니 목숨을 구했데이. 니 아이를 구했다꼬. 넌 이제 저 남자 집안 사람이데이. 나는 니를 다시 볼 자격이 없다. 엄마가 된다는 게 어떤 건지 아나? 너는 곧 엄마가 될 기다. 혼인해도 니곁을 떠나지 않아도 되는 아들내미를 낳으면 좋겠데이."

"니 남편이랑 있는 데가 니 집이다." 양진이 말했다. 훈이와 혼인할 때 아버지가 양진에게 해준 말이었다. 아버지는 다시는 집에 오지 말라고 말했지만, 양진은 차마 이말을 자식에게 할 수 없었다.
"니 남편이랑 아이를 위해서 화목한 가정을 꾸리래이. 그게 니가 할일이다. 식구를 고생시키면 안 된데이."

"여기는 돼지하고 조선인만 살 수 있는 곳이야." 요셉이 웃으며 말했다. "집 같지는 않지?"
"그러네. 하지만 우린 잘 지낼 거야." 이삭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우리 때문에 불편하게 해서 미안해."

가진 것이 돌멩이와쓰디쓴 고난뿐이라도 얼마든지 맛있는 국을 끓여낼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인들이 그들에 대해 제멋대로 생각하겠지만, 살아남아서 성공하면 그런 것은 아무 상관 없었다.

요셉이 동생에게 경고했다. "정치나 노동조합, 혹은 다른 어리석은 짓에 얽히지 마. 몸을 사리고 묵묵히 일만 해. 독립운동이나 사회주의를 알리는 전단 같은 건 줍지도 받지도 말고. 그런 걸 가지고 있다가 경찰에 걸리면 체포돼서 감옥에 갇힐 거야. 한두 번 본 일이 아니야."

양쪽을 오가는 밀정들이 있어. 시문학회에도 밀정이 있고, 교회에도있어. 결국에는 독립운동가들 모두 한 나무에 매달려 있는 거야. 그리고 잘 익은 과일을 따듯이 제거하는 거지. 너한테 자백서에 서명하라고 강요할 거야. 알아들었어?" 요셉이 걷는 속도를 늦췄다.

"착하게 굴겠다고 약속할게. 형 말잘듣겠다고 약속해. 너무 걱정하지 마. 그러다가 머리가 허옇게 세겠어. 아니면 그나마 남은 머리도 다 빠지거나."

어머니는 남편이 무엇을 기대하는지 설명했다. 임신 중에 부부관계를 해도 된다고 말했다. ‘남편을 기쁘게 할 수 있는 것을 하래이 남자들한테는 잠자리가 필요한 법이다.‘

"부모님은 제 봉급에서 보낸 돈이라고 생각하세요. 하지만 제봉급으로는 집세와 생활비도 간신히 내요. 동생은 학교에 가야 하고요. 어머니가 저한테 책임지고 동생이 학교를 마치게 하라고 하셨어요. 동생은 공부를 그만두고 일을 하겠다고 자꾸 우기는데, 멀리 보면 어리석은 결정이에요. 그렇게 되면 우린 언제까지고 변함없이 이런 지독한 일만 하게 될 거예요. 일본어를 읽고 쓸 줄 모르면요."

"주님께서 항상 부족함 없이 채워주셨습니다, 목사님." 후가 말했다.
"맞다, 아들아. 잘 말했다."

선자는 경희 언니라고 불렀고, 둘이서 하루를 보내는 것이 좋았다. 두 달이라는 짧은 시간에 두 사람 사이의 정이 두터워졌다. 행복을 크게 기대하지도 요구하지도 않던 두 여자에게 이런 우정은 뜻밖의 선물이었다. 경희는 이제 종일 혼자 집에 있지 않아도 됐고, 요셉은 하숙집 딸을 아내로 데려온 이삭에게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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