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소만이 아니라 역사에도 ‘급소’가 있다. 급소를 제대로 가격하면 아무리 거대한 물소라도 한 방에 쓰러뜨릴 수 있듯 ‘역사의 급소’를 통찰하면 방대하고 복잡한 세계사를 한번에 정리할 수 있다.

‘알렉산드로스 대왕은 어떻게 거대한 제국 페르시아를 그토록 빨리 정복할 수 있었을까? 그리고 그의 군대는 왜 인더스강 유역에서 인도 중심부를 향해 동쪽으로 더 진군하지 않고 기수를 돌렸을까?’ 흥미롭게도 답은 ‘교통망’에 있었다.

아케메네스왕조 페르시아가 공들여 정비한 교역로 덕분에 거대한 제국을 손쉽게 정복했으며, 인더스강 너머의 지역은 그때까지 제대로 개척되지 않았기에 더 나아가지 못했다고 말해도 지나치지 않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라는 말보다 몇백 년 전 앞서 "모든 길은 페르세폴리스로 통한다"라는 말이 널리 회자될 정도로 찬란한 문명을 꽃피우고 위대한 교통망을 구축해 광대한 영토를 지배했던 고대 페르시아제국에게는 그 대단한 교통망이 역설적으로 자신의 숨통을 끊는 무시무시한 부메랑이었던 셈이다.

광대한 영토를 다스리는 데 필요한 체제와 지식, 경험 등이 마케도니아로 대표되는 당대 그리스 세계에 결정적으로 부족했기 때문이다.

아시아에 내다 파는 강력하고도 효율적인 시스템과 메커니즘을 구축해 최강대국이 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는 전 세계에 뿌리내리기 시작한 갈등과 불평등 구조를 심화시켰다.

‘전국시대에 일본이 유럽의 군사혁명을 단숨에 따라잡을 수 있었던 비결은 ‘예수회’의 무기 판매 덕이었다는데, 과연 사실일까?’ 충격적이게도 사실이다.

예수회는 종교단체의 얼굴과 함께 또 하나의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무역상인의 얼굴로, 그들이 일본에 판매한 주요 상품은 바로 ‘무기’였다.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오래 살았다면 자신이 지배한 광대한 영토를 질서정연하게 다스렸을까?

고대 그리스인이 자신들은 시조인 헬렌(Hellen)의 후손이라는 의미로 ‘헬레네(Hellenes)’라 부르고 그 외에 그리스어를 쓰지 않는 이민족은 ‘바르바로이(Barbaroi, ‘야만인’이라는 의미는 나중에 덧붙여졌다)’라 부르며 업신여긴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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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이나 바닷가에 가려고 부엌 문턱을 넘기 전에 선자는 광을 낸냄비 뚜껑에 자신을 비춰 보고 그날 아침에 단단하게 땋은 머리를매만졌다. 선자는 예쁘게 꾸미는 법을 몰랐고 고한수처럼 대단한 남자는 물론이고 여느 남자의 마음에 드는 법도 몰랐다. 그래서 매무새라도 깨끗하고 단정히 하려고 애썼다.

선자는 한수의 이야기와 경험에 빠져들었다. 한수의 경험은 먼 곳에서 온 어부들이나 노동자들이 들려준 모험보다 훨씬 특별했다. 게다가 선자와 한수의 관계에는 새롭고 강렬한 무엇인가가 있었고 이는 선자가 미처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한수를 만나기 전에는 자기 생활에 대해 이야기할 사람이 없었다.

두 사람은 석 달 동안 같은 방식으로 만났고 함께 있는 것이 점점편해졌다. 가을이 오자 바닷바람이 상쾌하고 쌀쌀해졌지만 선자는추운 줄도 몰랐다.

"우린 버섯을 무더기로 찾을 거야. 틀림없어."

두 사람이 친구라는 것은 아무도 몰랐다.  남자와 여자는 친구 사이가 될 수 없었고, 그렇다고 정인 사이인 것도 아니었다. 한수는 혼인 이야기를 한 번도내지 않았다.

아버지는 그런 겉모습으로 사람을 판단하지 말라고 가르쳤다. 입은 것이나 가진 것은 사람의 마음과 성격이랑 아무 관계가 없다고 했다. 선자가 숨을 깊이 들이마시니  신선한 숲속 공기와 어우러진 한수의 냄새가 났다.

원래 일본으로 향하기 전에 부산 교회에 있는 목사를 만나러 갈생각이었는데 그릴 기회가 없었다. 거기 들렀다가 병을 옮길까 봐겁나서 연락하지 않았다. 이삭의 다리는 전처럼 후들거리지 않았다.

조선이 총독부의 무단 통치를 받은지 벌써 20년이 넘었으나 끝이 보이지 않았다. 모두가 포기한 것 같았다.

"어느 집안에나 있을 만한 일이에요."
"그 애가 앞으로 우째 될지 모르겠심더. 신세를 망쳤어예. 이전에도 혼인하기 힘들었는데 이제는…

"하나님께서 모든 것을 관장하시지만 우리는 그분의 이유를 이해하지 못해요. 이따금 저도 그분이 행하시는 일이 마음에 들지 않아요. 좌절감을 느끼죠."
양진이 어깨를 으쓱했다.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  이삭은 자신이 좋아하는 성경 구절을 암송했지만 양진이 아무 감동도 받지 못했음을 알아차렸다. 양진과 선자가 하나님을 알지 못하면 그분을 사랑할 수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은 우리가 아무도 따르지 않기를 바랐심더. 예수님도, 부처님도, 황제도, 조선 지도자까지도예."

"하나님께서 모든 것을 관장하시지만 우리는 그분의 이유를 이해하지 못해요. 이따금 저도 그분이 행하시는 일이 마음에 들지 않아요. 좌절감을 느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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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은 이름이자 단어이며, 강한 힘을 지닌다.
마법사가 되는 어떤 주문보다도혹은 영혼이 응하는 어떤 주술보다도 강하다.
찰스 디킨스

역사는 우리를 저버렸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중매쟁이는 갈수록 가난해지는 나라에서도 살림이 넉넉한 하숙집의 형편에 흡족했고, 훈이도 건강한 색시를 맞을 수 있겠다고 확신했다. 그래서 제대로 일을 진척시켰다.

시어머니가 약방에가서 한약을 지어 와 달여주었다. 양진은 갈색약을 한방울도 남기지 않고 마신후큰돈을 쓰게 해서 죄송하다고말했다. 양진이 출산하고 나면 훈이는 산모의 몸조리에 좋은 미역국을 끓여주기 위해장에 가서 질 좋은 미역을 사 왔다. 아이가 죽은후 매번 훈이는 따뜻하고 달달한 떡을 사 와 양진에게 주었다. "먹어야 된데이. 힘을 내야 할 거 아이가."

마침내 양진은 네 번째 아이이자 유일한 딸인 선자를 낳았다. 선자는 살아남았다. 선자가 세 살이 되고서야 선자의 부모는 옆에 누워 있는 작은 형체가 아직 숨을 쉬고 있는지 거듭 들여다보지 않고도 잘 수 있었다.

선자가 열세 살이 되던 해 겨울에 훈이가 결핵으로 조용히 죽었다. 양진과 선자는 장례를 치르면서 슬픔을 가누지 못했다. 다음 날아침, 젊은 과부는 잠자리에서 일어나 평소처럼 일을 시작했다.

"그라제, 고 잡놈들이 한 입씩 야금야금 먹을지는 몰라도 중국을통째로 집어삼키지는 못할 것이여. 안 된당께!" 정씨 형제 중 둘째가외쳤다.

"싹수없는 난쟁이들이 고 큰 나라를 손에 쥐지는 못하지라. 중국은 우리 형님이잖여! 일본은 그냥 썩을 종자고." 막내인 뚱보가 물잔을 상에 내리치며 소리쳤다. "중국이 고개새끼들을 가만 안 둘 것이여! 두고 보소!"

가난한 사내들은 하숙집 허름한 담장 안에서 일본 순사들에게 잡힐 걱정 없이 강력한 일제 식민통치자를 조롱했다.

"나라를 잃은 거야 다우리 잘못이지예. 나도 그건 압니더."전 씨가 계속 말을 이어갔다. "망할 양반들이 우릴 팔아넘겼다 아닙니꺼. 배짱 있는 양반이 한 놈도 없심더."

이 젊은 남자는 바깥세상을 보고 싶어 한 자신에게, 결코 건강해질 수 없는 병약한 몸이란 걸 알면서도 오사카까지 갈 수 있다고 스스로를 속인 자신에게 속으로 욕을 퍼부었다. 접촉한 사람들 중 누구라도 감염된다면 그사람의 죽음은 순전히 자기 탓이었다. 이삭은자신이 어차피 죽을 운명이라면 무고한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게빨리 죽기를 바랐다.

믿을 거는 자신뿐인 기라.

고한수는 어디에나 있는 것 같았다. 선자가 장에 갈 때마다 불쑥나타나서 노골적으로 관심을 보였다. 선자는 한수의 눈길을 모른 척하며 제 볼일을 보려고 했지만, 한수가 나타나면 얼굴이 붉어지곤했다.

"네 얼굴은 참 선해." 한수가 말했다. "정직해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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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결코 대중을 구하려고 하지 않는다.

난 다만 한 개인을 바라볼 뿐이다.

난 한 번에 단지 한 사람만을 사랑할 수 있다.

한 번에 단지 한 사람만을 껴안을 수 있다.

단지 한 사람, 한 사람, 한 사람씩만…….

따라서 당신도 시작하고 나도 시작하는 것이다.

나도 시작하는 것이다.

난 한 사람을 붙잡는다.

만일 내가 그 사람을 붙잡지 않았다면

난 4만 2천 명을 붙잡지 못했을 것이다.

모든 노력은 단지 바다에 붓는 한 방울 물과 같다.

만일 내가 그 한 방울의 물을 붓지 않았다면

바다는 그 한 방울만큼 줄어들 것이다.

당신에게도 마찬가지다.

당신 가족에게도,

당신이 다니는 교회에서도 마찬가지다.

단지 시작하는 것이다.

한 번에 한 사람씩.

마더 테레사

테레사 수녀
Teresa, Anjeze Gonxhe Bojaxhiu

출생 1910. 8. 26. 유고슬라비아
사망 1997. 9. 5.
수상 1979년 노벨 평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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