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시의 콩가루까지 몽땅 휩쓸고 난 오린은 뱃속과 기분이 가라앉았다. 오린은 마침 좋은 기회이니 오쓰타에게도 이것저것 좀 물어볼까 하고 생각했다.
"여자는 어려워요. 야무진 사람은 야무진 사람대로 주위의 어려움을 내버려두지 못하고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려고 무엇이든지 받아들이는 바람에 스스로 자신을 고생시키지요. 그렇다고 멍청한 사람이 행복한가 하면 또 그렇지 않거든요. 그런 여자에게는 그 멍청한 머리에 남자가 파고들어 제대로 고생을 가져다준다고요."
"오쓰타라는 아주머니만은 늘 기운이 넘치는군."
"내 눈에는 저것도 야무진 여자의 말로―라고 하면 실례지만―뭐, 야무진 사람의 일종으로 보여. 게다가 오미쓰, 저 사람은 스스로 고생을 부르기도 하지만 즐겁게 그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아."
"이곳에 우리가 있어서 장사가 잘되지 않으니까 마음에 병이 생겼을 테지. 그것을 당사자인 내가 나서서 치료해 봐야 나을 리가 없잖니. 너는 생각이 얕은 아이로구나!"
"어린아이란 가끔 엄청난 것을 꿰뚫어 보는구나……. 이 아이에게는 대체 어떤 신의 가호가 함께하는 것일까."
"분명히 나는…… 언니에게 꽤 심한 짓을 했고…… 언니는 그것 때문에 수명이 줄어서…… 하지만 벌써 삼십 년이나 지난 일이야. 이미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유감스럽게도 그건 아니란다. 내 모습이 보인다는 것은 남자 때문에 고생을 산더미처럼 해 온 여자라는 뜻이야. 너희 오사키 아줌마는 지금도 저렇게 요염하고 예쁜 사람이니 젊을 때는 대단했겠지."
활놀이터요금을 받고 활을 쏘게 하던 오락 시설. 활 주워 오는 여자를 두고 은밀하게 매춘을 시켰다
요미우리 세간의 사건 등을 담은 인쇄물. 또는 그 내용을 재미있게 읽어 주며 팔러 다니던 사람
오사키테 에도 성에서 쇼군이 외출할 때 경호를 맡거나 방화, 도적 등을 막기 위해 에도 시내를 순찰하는 일을 하던 관직
"사람이란 어째서 이렇게 더러운 걸까. 어째서 좀 더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걸까?"
"그걸 알면 고생도 안 하겠지."
겐노스케가 그렇게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이러면 내가 꼭 새똥 같잖아. 뚝 떨어뜨려 놓고 그걸로 끝이라니."
"젊은 혈기 때문에 하녀에게 손을 대서 아기를 갖게 하고 말았습니다, 곤란해져서 버렸습니다, 라니. 새도 먹이를 먹는 가지에는 똥을 싸지 않아. 당신은 새보다 못해."
"한심한 사내 같으니." 오미쓰가 윤기를 띠고 검게 빛나는 긴 머리카락을 바람에 흐트러뜨리면서 말했다. "질투와 시기는 여자의 습성이라고들 하지만 실은 남자의 질투만큼 무서운 것은 없구나."
"부처 따윈 없어. 어디에도 없어. 나는 확인했다. 많은 사람들을 죽이고 그 피를 이 몸에 뒤집어씀으로써 확인했어. 사람을 베고, 사람을 찌르고, 목을 조르고, 불태우고, 뼈를 부숴 버리면서도 나는 늘 묻고 있었지. 큰 소리로 묻고 있었어. 부처님은 계십니까. 계신다면 당장이라도 제 눈앞에 나타나서 제게 어울리는 벌을 주십시오. 하지만 부처는 나타나지 않았어. 불러도 불러도 나타나지 않았어.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살생을 계속하고, 계속 부르다가 결국 목소리가 갈라지고 만 거다!"
"오우메." 그가 말했다. "너는 부처를 만났니? 우물 밑에서 네 탄식을 듣고 부처님이 모습을 나타내더냐?"
"너는 버려진 아이인 주제에 계속 아버지와 어머니가 있었잖아. 어째서 너는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소중히 여겨지고, 나는 아버지에게 살해되어서 우물에 있어야 했지?"
아아, 그 말이 맞다. 어째서 그런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어째서 어린 나이에 죽는 아이가 있는 것일까. 어째서 살인이 있는 것일까. 어째서 그것을 부처님은 용서하시는 것일까.
"숙부님은…… 정말로 제가 알고 있던 숙부님 그대로군요."
"음. 귀찮은 존재였던 나를 따라 준 사람은 너뿐이었어. 그러니 네가, 내가 죽기 전에 조금은 이 세상에서 도움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아주는 것은 나쁘지 않지."
"그것이 무엇이었는지 저는 모릅니다. 하지만 도깨비와도 비슷한 얼굴은 분명히 제 얼굴이었어요. 그래서 저는 알았지요. 이것이 내 말로라고. 이대로 후네야에서 내 욕심만 챙기려고 하면 나는 틀림없이 이렇게 될 거라고.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안개가 걷힌 것처럼 퍼뜩 깨달았어요. 그러고 나니 이제는 너무 무서워서 다리가 풀리고 말았습니다."
"마고베에가 죽어서 가쓰지로는 다시 외톨이일세. 그래서 말인데" 하고 턱을 긁적이더니, "나와 아내에게는 자식이 없네. 그러니 그 아이를 양자로 맞아 나가사카 가의 뒤를 잇게 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듯싶은데."
"아아, 진짜 답답해 죽겠네."
오린은 큰 소리로 말하고 나서 퍼뜩 생각했다. 그렇다, 이렇게 하면 된다.
"메롱, 이다!"
"젊을 때 저지른 악한 짓이 마음의 빈틈이 되어서, 고간지 절 주지의 혼이 파고들게 되었을 테지. 나쁜 짓을 하면 반드시 스스로에게 돌아오거든. 가쓰지로에게도 그것을 잘 전해 주렴."
"오린, 네가 너와는 아무 관계도 없는 귀신의 모습을 모조리 보게 된 까닭은 한번 삼도천 강가에 왔었기 때문이야. 그리고 이 마고베에를 만났기 때문에 고간지 절과 관련된 귀신이 모두 네게는 보였던 거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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