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야데모가 감행된 다음날 오전 10시경에 세종로에서 중앙청까지 가득찬 10여 만의 군중들은 경무대로 가자‘고 외쳐댔다. 그 응답인 양 10시 20분에 계엄군의 선무용 스피커가 이승만 대통령의 하야를 처음으로알렸다. 그리고 중대 뉴스를 예고하고 있던 라디오에서 10시 30분 정각대통령의 하야 성명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지친 발길로 애저녁의 어스름을 밟으며, 여든다섯 살의 노인네와 끝없는 권력욕과 강제 하야와 인간이라는 존재와그 복잡미묘한 문제들을 곱씹으면서 유일민은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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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표는 새 교복을 입고 싶었다. 고등학교에 입학한 새 기분을 내기위해서가 아니었다. 가난을 표내고 싶지가 않았다. 또, 교복으로 아이들에게 무시당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불쌍하게 보여지는 것은 더구나 싫었다. 그런 기분을 다 합치면 결국 창피스러움이었다. 그러나 어머니를 생각하면 기분대로 할 수가 없었다. 자신이 모자와 교복을 새로 사면그만큼 어머니의 고생이 커지고, 서울로 이사 올 날도 늦이지는 셈이었다. 유일표는 너무 싫었지만 어쩔 수 없이 창피스러움과 부끄러움을 무릅쓰기로 작정했던 것이다. 가난은 죄가 아니다. 다만 일시적인 불편일뿐이다. 하는 어느 유명한 사람의 말을 곱씹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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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현대사를 한마디로 압축하면 분단의 강화 속에서 경제 발전을 이룩해 낸 시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분단의 강화와 경제의 발전,
그 두 가지는 충돌을 면할 수 없는 절대모순이기도 하다. 그런데 우리는 그 어려운 상황을 헤치며 오늘에 이르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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