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담 냉방 시설 제일 잘된 대한극장으로 가요. 영화도 좋아요. (스파르타」박영자는 금세 생기가 넘쳤다.
개봉관이라는 일류극장들은 새 영화 광고마다 냉방 시설 완비‘라고써넣어 여름손님 끌기에 바빴는데, 어느 극상에서는 그것도 모자라 ‘미국에서 직수입한 에어 콘디쇼너 설치‘라고 표시하기도 했다. 선풍기도없어서 부채에 의지하고 있는 대다수 서민들의 형편에서는 냉방 시설잘된 극장은 도심의 피서지가 아닐 수 없었다. - P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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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사는 퉁거운 막대기로 손바닥을 치며 만족스럽게 돌아섰다.
「야아, 이것도 사람 먹으라고 주냐. 이건 개밥이다. 개밥.」「에에 그러니까, 누가 깡패질 하랬어. 개 취급 당하는 건 당연하지.」「좆이나 씨팔, 우리 같은 것들 싹쓸이하기 전에 때려잡을 놈들이 따로있다구. 거 남대문 동대문시장에 허천나게 많은 군복이나 군화는 누가다 해먹은 거고, 타이야나 휘발유는 어떤 놈들이 다 빼먹은 거야. 그뿐이야, 청계천이고 을지로 철물상에 1개 사단 병력이 무장할 수 있는 장비가 있다는 소문인데, 그건 또 어떤 새끼들이 돌려치기 한 거냐구. 밥이 이따위로 개판인 것도 알짜는 다 빼먹어서 이 꼴 아니냔 말야. 니기미 씨팔, 크게 해먹는 놈들은 다 떵떵거리고 살고 우리 같은 하발이 인생들이나 잡아다 족치고, 좆이나 이 나라 잘되나 봐라.」「옳소, 국회로 보냅시다.」말이야 한번 앗싸리하게 시원하게) 한다만, 그 주둥이가 매타작깨나당하게 생겼다.
와아 웃음이 터졌다.
- P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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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학교 6학년 국어시간에 받아쓰기를 했는데, 열댓 명이 불려나가맞춤법이 틀린 수만큼 머리통에 알밤을 먹었다. 그런데 네댓 개의 알밤을 먹고 난 서동철이 갑자기 소리쳤다.
아이고메 대그빡 다 깨지네. 우리 외할메 편지 나가 다 받아써 주는디 군대 간 외삼춘이 잘만 알아묵는단 말이오..」아이들이 와그르 웃어댔고, 담임선생도 그만 웃고 말았다.
그때의 서동철의 말이 맞긴 했다. 못 알아먹을 말은 하나도 없었다. - P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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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두만은, 나삼득이 그 남자를 인사시키지 않아 묵묵히 담배만 빨고있었다. 혼자 몸이라면 배운 것 없이 지게질을 해서라도 다른 장사 밑천을 장만해 나갈 수는 있었다. 그러나 처자식이 딸리게 되면 그건 아득하게 가망없는 일이 었다. 목구멍이란 무서운 것이었다. 채워도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목구멍들은 사생결단 기를 쓰며 번 돈을 아무 흔적 없이 먹어치우고는 해버렸다. 부질없는 생각인 줄 알면서도 그는 또 그 허망함을 안타까워하고 있었다.
- P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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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철이 떠나고 이틀 만에 또 세상을 놀라게 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기붕의 일가족 네 명이 권총 자살을 한 것이다. 육군 장교인 이강석이아버지, 어머니, 동생을 차례로 쏘고 자기도 죽었다는데, 그 죽음은 곧묘한 소문을 불러일으켰다. 아무리 강심장이라도 혈육을 그렇게 할 수 없으며, 미 CIA가 개입되었다는 거였다. 소문이야 어찌 되었든간에 유일민은 또 권력과 탐욕과 인간의 삶에 대해 혼란을 일으키고 있었다. - P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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