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반도를 수놓은 베개를 만들어주었으니 내가 더도 말고 꼭 3천 년만 살겠도다. 선녀처럼 고운 그대들의섬섬옥수를어이 잊으리."

침공들은 황공하여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 반도란 3천 년에 한 번씩 열매가 열린다는 선도인데, 속설에 따르면 동방삭이도 서왕모의복숭아를 훔쳐 먹고 삼천갑자가 될 만큼 장수했다고 했다. 복숭아를 먹고 흰 머리카락이 다시 검어지기를 삼천 번이나 반복할 만큼장수했다니, 장수무변을기원하는 수 중에 어찌 이보다 더 귀한 것이 있겠는가.

옥새란 황제와 나라를 으뜸으로 상징하는 것이어서 추호라도 부정 타거나, 정성이부족하거나, 날이 흐리거나, 남이 싸우는걸보았거나, 짐승이 슬피 우는 소리를 들었거나, 몸이 아프거나, 몸에 부스럼이 났거나, 부처님께 기도하는데 분심이 들었거나,
꿈자리가 사나울 때면 일체 손을 대지 않았사옵니다

투구 장식에 얽힌 숨은 뜻은 독수리 같은 기상에, 사슴 같은 지혜와, 호랑이 같은용맹을 가지라는 뜻이옵니다. 또한 송골매처럼날쌔고 주과 같은 정열에, 말처럼 빠르게 전장을 내달리며, 혁혁한 공을 이루라는 염원을 갑옷 장식 하나하나에 담았사옵니다.

조족등은 아무렇게나 들어도 등 안에있는 초가 똑바로 서게 만들었으니, 뭇 진신들은 항시 바쁜 처신을 하란 뜻이다.

동북지역은 발해 도성에서 멀리 떨어진데다 산세가 험하고 겨울 추위가 매서웠다. 그럼에도 토평하여 복속시키지 않으면 사해를다스릴 수 없으니 동방정복을 선언한것이다. 또한 남쪽 신라의 머리를 두들겨,함부로 당나라와 결탁하거나 준동하지 못하게 하려는의도였다.

드디어 황제는 중경으로 천도한 깊은 뜻을 천하에 알렸다. 중경에서는 동방 진출이훨씬 수월했다. 동쪽으로 흐르는 통문하를이용해동해로 나갈 수 있으며, 육로를 따라 동북방으로 진격하여 한없이 넓은 동양대해를 다스릴 수 있었다

대무예의 병이 깊어진 것은 장문휴가 이끄는 정병이 가는 곳마다 연전연승을 거듭하며 기쁜 소식을 전해오던 병자(736)년이었다.
황제가 병상에 들자 태자 대흠무가 정사를 맡게 되었다. 대흠무는 근엄하고 위엄에 차있던 선제 대조영, 대무예와 달리,
자유분방하면서 화통한 기질로 좌우를 편케 하는 성정을 가졌다.

황제 대무예의 병은 호전의 기미가 없었다. 신승은 백방으로 약초를 구하고 의생들을 풀어 영약을 찾았지만, 세월을 이길만한 약이없으니 안타까웠다. 근자에는 깊이잠들지도 못하는 것 같았다."꿈에 선제께서 나타나시고, 당나라로 도망간 대문예가 보이고,
어머니도 소복을입고 걸어다니시니...... 대도리행은 짐의 소매를 잡고 대성통곡했도다

공사량은 대흠무의 손길을 끝내 거역하지 못했다. 섬세한 손길이 여인의 옷을 하나씩 벗겨갔다. 사내의 몸은 열정에 들떴다. 섧게 울던 여인도 차츰 뜨거워지는 몸을어쩌지 못했다. 여인은 진흙 속에 빠진 듯 사내의 손길을 따라 움직일 뿐이었다

"기품을 지키셔야 하니, 오늘부터는 사냥과 격구와 가무를 금하시고 대전에서 정진하는 모습을 보여주옵소서. 곡기도 줄이시고기도로써 영원한 세상으로 가시는 황상을 배송해야 하옵니다. 그러면 절로 소문도 사라지고 전하를 숭경하게 되옵니다."대흠무는고개를 숙이고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었다. 신승이 황송해서 대흠무의 손을 잡아 일으켰다.

정축(737)년 진월(3월) 발해 황제 대무예가 기어이 붕어했다. 대전 아래에 부복한 문무백관들은 통곡했다.

대흠무는 선제 대무예의 시호를 무황제로 하고 제를 올렸다. 대무예와 영고를 나누었던 황친과 진신, 장수들의 울음소리는 금세라도 먹구름을 불러들일 듯했다. 무황제의 성수가 예순이요, 기미(719)년에 황위에 올랐으니 18년간의 재위였다.

"예부터 황제는 세상 범부들의 인륜을 따르지 않아도 그만이라 했나이다. 그러나 그럴수록 법도를 따르고, 도량을 키우고,순리를 중시해야 하나이다. 폐하께서는 강건하시어 무병장수를 할 것이므로 반드시 물이 흘러가듯 걸림이 없어야 하나이다. 개기창업도 어려우나 수성이 더 어렵다 했으니, 폐하의 어깨에 나라와 백성의 안녕이지워져 있음을 잊지 마옵소서.""칙계로 알고 새겨 두겠소."

손재는 이튿날 새벽녘에 조용히 숨을 거두었다. 무정한 것이 세월이요, 빠른 것도세월이라 했다. 발해의 개국 공신 가운데 이제는 살아있는 자가 없었다. 새로운 인재들로 부국강병의 새 나라를 펼쳐야 할 때였다.

흑수를 제압하기 위해 영자성에 나가 있던 복정군 통수 대일하가 병사하자 대흠무는 적임자를 물색했다. 거칠고 흉맹한 흑수의 무리를 제압하려면 기개늠름하고 식견과 도량이 넓어야 했다.그동안 흑수가 기를 펴지 못한 것은, 발해가 당나라를 급습하여 세상을 놀라게 하자 두려움을 품어서이기도 하지만, 흑수군을 거침없이 정벌했던 대일하가 영자성에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흑수는 영자성 너머에 병마를 주둔시키고 발해 눈치만 보고 있었다.

양소화는 일찍이 장문휴의 청혼도 거절했으며, 천하 장부들의 간청도 듣지 않았나이다. 평생 홀몸으로 살면서 오직 일념으로 충절을 지켰나이다. 양소화를 여인으로 보지 마시고 장수로만 보옵소서. 능히 흑수를 정복할 수 있나이다. 고구려 명장 양만춘의 피가 양소화의 몸속에 들끓음을 보실 수 있사옵니다."

"고기를 잡으려면 미끼가 필요하옵니다.소신을 미끼로 쓰시면 흑수를 토평할 수 있사옵니다. 신이 복정군 통수가 되면 여자라얕보고반드시 준동할 테니 그때 낚아 올리겠사옵니다. 통촉하옵소서."대흠무가 그 말에 소리 내어 웃었다."미끼로 쓰기에는 너무어여쁘도다."신하들도 그 말에는 모두 웃음보를 터뜨렸다.

"폐하, 이 세상에서 부드럽기로 물보다더한 것이 없으나, 강한 것을 공격함에 물보다 더한 것이 없나이다. 여자를 중용하시면 폐하의덕치가 크게 비칠 것이나이다."대흠무는 결국 신승의 말을 따르기로 하고 반대하는 신하들을 물린 뒤 양소화에게인수와 부월을 주어북정길에 오르게 했다.

발해 사상 최초로 여인이 2만 군사를 거느리고 북정군 통수가 되었으니 백성들이 진기하게 여겼다. 30대 중반의 여인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앳돼 보였다. 아직도 젊은장수들 가운데 그녀를 연모하는 자가 많다고 했다.

미움이란 독 묻은 화살촉과 같아서 화살은 날아가 미운 자의 가슴에 박히지 않고꼭 살을 쏜 자의 가슴에 박힌다.

"다리를 다치면 지팡이를 짚고 다녀야 하지만 다리가 다 나으면 어찌해야하느냐?" "지팡이를 버려야 합니다." "지팡이가 제법 맘에드는 것이라도 버리겠느냐? 아니면 좋은 지팡이니까 평생짚고 다니겠느냐?"".. "장문휴는 역시 대답할 수 없었다."너는 지팡이가있건 없건 절룩거리고 있구나."

"쓰레기를 버리지 않고 안방에 모아두는자가 있느냐?" "없습니다.""너는 혼의 쓰레기와 생각의 쓰레기를 가슴에 모아두고 있으니 네게서 악취가 진동하는구나. 누가 네 곁에 있고 싶겠느냐." "부끄럽기 짝이 없습니다."

"듣거라. 여기 뜨거운 물잔이 있는데, 잡고 놓지 않으면 어찌 되겠느냐? 놓으면 그만인 걸 왜 계속 쥐고 있느냐?"장문휴는 뜨거운 눈물이 솟구쳤다

"흑수 지경으로 가라. 용맹하고 의분에찬 사람들을 초모하여 의병을 일으켜 흑수를 핍박해라. 일세를 풍미한 대장군 장문휴는 마땅히 의병장으로 장렬하게 전사해야한다. 위로는 선조들이 지켜볼 것이고 아래로는 백성들이 흠숭할 것이다."

머지않아 죽을 것을 알고 생전에 명복을빌기 위해 부처님께 공양을 드리겠다는 뜻이었다.

이는 나라를 위해 기꺼이 적진에서 전사하라는 스승의 가르침이었다. 심산벽곡에서 정진만 하는 승려도 세상사를 저리꿰뚫고 있는데 무슨 명분으로 그 가르침을 거역하겠는가. 장문휴는 흔쾌히 살신성인의 도를 받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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