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일이란 대개 그렇게 되게 마련이니까요."

"그래. 도신 동네에 사는 도신들은 모두 친척지간처럼 사이가 좋다고들 하지만, 그것도 사람 나름이지. 나야 애초에 꼼짝하기 싫어하는 사람이라서 사람들과 어울리는 게 질색이거든."

이런 말머리에 어울리게 맞장구치기란 쉽지 않다. 고헤이지처럼 뭐든지 ‘우헤’로 일관하는 것이 의외로 똑똑한 짓인지도 모르겠다고 헤이시로는 생각했다.

"그냥 때려 맞힌 거다. 거리를 다니는 큰 수레 중에 과적하지 않은 수레가 어디 있겠니. 보나마나지."

맛난 음식 때문일까. 맛난 것을 먹는 기쁨이 그 어떤 이론보다, 그 어떤 세상 규칙보다도 사물을 더 제대로 느끼고 생각하게 만드는지도 모른다.

아오이를 해친 범인도 지금쯤 어디선가 이렇게 밥을 먹고 있겠지. 맛있는 밥, 따뜻한 밥, 풍성해서 기분 좋은 밥을.

배불리 먹고 난 후 만족스러웠던 트림이 도중에 뚝 그쳤다.

유미노스케가 또 담요를 적신 것이다. 오줌에 젖은 담요는 마치 거대한 혀를 길게 빼고 유미노스케에게 메롱을 하는 것처럼 빨랫줄에 축 늘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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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키치가 우는 모습을 헤이시로는 처음 본다.

내놓고 우는 것은 아니었다. 눈물도 겨우 세 방울이다. 그는 고개를 숙인 채 황망히 손등으로 눈물을 훔치더니 두 손을 다다미에 짚고 납죽 엎드렸다.

접시로 손을 뻗어 양갱 한 조각을 집어 입안에 던져 넣고 우적우적 씹었다.

"참 달구나. 너도 먹어라."

"얘야, 유미노스케."

"예, 이모부."

"담요는 다 말랐니?"

도신 마을에 있는 집의 아담한 정원에서 가을벌레들이 찌르르르 울었다. 벌레 소리에 이끌린 듯 밤바람이 스르륵 숨어든다.

헤이시로에게 이것은 맹점이었다. 어느새 오후지에게 진실을 감추려는 의도, 오후지를 속이려는 미나토야의 의도에 동조하고 그쪽 편에서만 사물을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에 강 건너편에서는 어떤 경치가 보이는지를 생각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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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타는 고급스러운 조리로, 마치부교쇼 도신들은 근무중에 반드시 셋타를 신어야 했기 때문에 부교쇼 도신을 상징하는 물건 중 하나였다

하오리
기모노 위에 덧입는 상의로, 격식을 차릴 때 입는다. 에도 시대에는 어느 정도 직책을 맡은 사람만이 입을 수 있었다

말 채찍 소리도 없이 밤 솥을 태웠구나

19세기 초 문인 라이산요의 유명한 시구 ‘말 채찍 소리도 없이 밤 강을 건넜구나’를 흉내 낸 말. 전국 시대 가와나카지마 전투에서 다케다 신겐에게 포위당한 우에스기 겐신이 야밤에 은밀히 움직여 강을 건너서 다케다 군을 야습하는 장면을 묘사한 구절인데, 이 시구가 만담 형식의 전쟁담을 통해서 대중적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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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부교쇼
에도 시대 평민 지역의 치안을 책임지는 최고 기구로, 특히 죄인을 구속해 죄를 판단하고 처벌하는 일을 담당했다

초메
마치가 골목으로 구획되어 있을 경우 각 블록을 초메라 불렀다

"누가 좋으면 내내 같이 있고 싶어지겠죠."

"음, 그리고?"

"그 사람과 즐겁게 지내고 싶어집니다."

"그리고?"

"그 사람이 웃는 모습을 보고 싶고 어려움에 빠지면 도와주고 싶습니다."

그 사람과 같이 있고 싶지 않고 즐겁게 지낼 수 없어도 상관없고 웃는 얼굴 따위는 보고 싶지도 않고 어려움에 빠져도 나 몰라라 하지.

젊은 처자의 고집은 홍법대사의 지팡이보다 세다가뭄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을 위해 홍법대사가 하룻밤 만에 지팡이로 우물을 파 주었다는 전설이 있다

매정하고 야속한 님아

이 몸은 홀로 밤을 밝히네

― 전통 속요의 일절

"‘물돌이’를 흔히 ‘어이놈아’라고 부릅니다. 이 사람 저 사람이 어이, 이놈아, 이거 해라, 저거 해라 하고 시키거든요. 잔심부름부터 애 보기까지 시키는 일은 뭐든지 해야 합니다. 그러다가 겨우 물돌이를 면하면 ‘접시 담당’이라고 해서 음식을 그릇에 담아내는 일 따위를 거듭니다. 이게 또 군기가 살벌하더군요. 다람쥐처럼 정신없이 쫓겨 다니며 일하는 것은 매한가지고 조금만 실수하면 득달같이 주먹이 날아오죠. 그 시절엔 얻어맞지 않은 날이 하루도 없었어요."

물건을 터무니없이 싸게 팔면 아무래도 손님들은 이런저런 의심을 품게 마련이다. 적어도 정상적인 손님이라면 주인에게 무슨 꿍꿍이가 있지는 않은가 의심하기 시작한다. 공짜처럼 비싼 것도 없다는 속담은 그래서 나왔으리라.

"오토쿠라던가, 그 아줌마를 조사해 주세요. 음식 솜씨는 우리 주인아주머니한테 못 미치지만 완력은 대단하거든요. 팔뚝이 꼭 통나무 같아요. 그 아줌마가 우리 주인아주머니를 어떻게 해 버렸을지도 몰라요."

"관리인님, 언제 저승사자가 모시러 와도 억울할 게 없는 연세인데 이제 뒷돈 좀 적당히 밝히세요. 극락왕생에 지장 있어요."

하급 무사는 근무중 하오리를 입을 수 없었으며, 하오리를 입을 때는 밑단을 밑에서 위쪽으로 허리띠에 구겨 넣어서 짧게 입어야 했다. 이렇게 허리띠 속에 하오리 밑단을 구겨 넣은 것을 마키바오리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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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는 이나리 신의 전령이라 해서, 여우 상은 이나리 신사의 상징과도 같다. 이나리 신사는 일본 전역에 수없이 많은데, 오지의 이나리 신은 그 두령 격에 해당한다고 한다. 또한 오지의 이나리 신사는 여우불이 많이 나타나기로 유명했으며, 이는 하얀 여우들이 오지의 이나리 신사에 모여 있는 그림으로 묘사되곤 했다.

"예. 한때 친밀하게 지내던 존재가 어떤 이유로든 떠나가는 일, 그걸 못 견뎌 하는 것도 결국은 욕심이라고요. 그래도 그런 욕심 없이는 사람이 살아갈 수 없다, 그런 욕심은 있어도 괜찮은 거다, 그러므로 헤어지는 일이 싫다고 동물을 가까이하지 않는 것은 현명한 짓이 아니다―."

"‘사키치가 뎃핀 나가야 시절에 오토쿠니 오쿠메니 하는 중늙은이 부인들한테 호되게 단련되었다지만 제 처한테 단련되는 일은 또 다를 것이다. 부디 잘 야단쳐 주어라.’"

궁장
푼돈을 받고 화살 열 대를 쏘게 해서 성적에 따라 경품을 주는 업소. 시중드는 여자를 두면서 점차 매춘굴처럼 변질되었다

세상에 태어나 세 번째로, 오로쿠는 할 수 있는 일이면 뭐든지 하면서 사는 하루살이 생활로 돌아갔다.

"아니, 예전에는 정말 있었겠지. 집안 후손들을 잡아먹었다는 이야기도 사실일 거야. 하지만 그건 누가 귀신 시늉을 낸 거겠지. 우리 같은 멀쩡한 인간이. 귀신이니 원령이니 하는 건 아닐 거다."

기뵤시
에조시와 유사하나 성인용 읽을거리에 말풍선을 곁들인 만화풍 그림을 곁들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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