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 나고야 - 다카야마·게로·시라카와고, 2026~2027년 최신판 리얼 여행 가이드북 시리즈
최영근.나보영 지음 / 한빛라이프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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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함께하는 일본 북알프스 여행기

여행 3일차, 2026.07.19.(일)
연휴 인파를 뚫고 오른 노리쿠라다케, 겐가미네와 후지미다케, 다이코쿠다케

ㅇ 소요시간: 3시간 29분 46초
ㅇ 이동거리: 7.5킬로미터
ㅇ 평균속도: 시속 2.4킬로미터
ㅇ 기록상 최고고도: 3,072미터
ㅇ 실제 최고지점: 겐가미네 3,026미터
ㅇ 총 획득고도: 510미터
ㅇ 주요경로: 다타미다이라→쓰루가이케→가타노코야→고다마다케→겐가미네→가타노코야→후지미다케→다이코쿠다케→다타미다이라
ㅇ 버스 대기시간: 호노키다이라 상행 1시간 20분, 다카야마행 약 47분

1. 여행 3일차, 다시 산으로

여행 3일차는 노리쿠라다케로 가는 날이었다. 전날 가미코치에서 다이쇼이케부터 도쿠사와까지 22.4킬로미터를 걸었지만, 아침부터 다시 산으로 향했다.

다카야마에서 호노키다이라로 이동한 뒤, 그곳에서 해발 2,702미터의 다타미다이라로 올라가는 버스로 갈아타는 일정이었다.

일본 3연휴 둘째 날이라 사람이 몰릴 것을 예상해 다카야마 노히버스센터에 일찍 나가 줄을 섰다. 시간이 지나면서 가미코치와 노리쿠라다케, 신호타카 방면으로 가는 사람들이 계속 늘어났다.

“사람 겁나 많어.”

그래도 우리는 일찍부터 줄을 서 있었기 때문에 다카야마에서 버스를 타지 못할 걱정은 하지 않았다.

2. 가미코치행 예비차와 호노키다이라행 버스

승객이 많아지자 노히버스 직원들이 승강장에 나와 목적지별로 사람들을 안내했다.

가미코치로 가는 승객들을 위한 예비차도 투입됐다. 예비차는 사람들이 올라타자 곧바로 만차가 됐고 먼저 출발했다.

우리가 탈 호노키다이라행 버스도 비슷한 시각에 승강장으로 들어왔지만, 정해진 출발시각이 남아 있어 잠시 더 대기한 뒤 출발했다.

버스가 다카야마 시내를 벗어나자 산과 숲이 가까워졌다. 하늘에는 파란색과 흰 구름이 섞여 있었고, 아래쪽 날씨만 보면 산행하기에 더없이 좋아 보였다.

3. 호노키다이라를 가득 채운 인파

호노키다이라에 도착하자 다카야마에서 보았던 것과는 비교하기 어려운 광경이 펼쳐졌다.

다타미다이라행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승강장 앞과 주차장 일대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붉은 지붕의 버스승강장 건물 앞부터 여러 겹의 대기줄이 길게 이어졌다.

주변에는 푸른 스키장 사면과 파란 하늘이 펼쳐져 있었지만, 풍경보다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끝을 알 수 없는 사람들의 행렬이었다.

“이게 대체 몇 명이여.”

다카야마에서 일찍 출발했으니 비교적 순조롭게 산으로 올라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호노키다이라에 모여 있던 인파는 예상 범위를 훨씬 넘어섰다.

4. 버스가 계속 떠나도 그대로인 대기줄

다타미다이라행 버스가 승객들을 가득 태우고 한 대씩 출발했다.

첫 번째 버스가 떠나고, 두 번째와 세 번째 버스까지 산으로 올라갔다. 그래도 우리 앞에는 여전히 많은 사람이 남아 있었다.

“이제 세 대 갔는디, 앞으로 세 대는 더 가야 탈 수 있을 거 같어.”

호노키다이라에 도착한 지 30분이 넘었지만 탈 차례는 쉽게 오지 않았다. 버스가 한 대 출발할 때마다 줄은 조금씩 앞으로 움직였지만, 뒤에서는 새로운 사람들이 계속 도착했다.

여러 대의 버스가 사람들을 가득 태우고 떠났는데도 전체 대기줄의 길이는 거의 그대로였다.

우리가 실제로 탄 버스는 호노키다이라에서 출발한 일곱 번째 다타미다이라행 버스였다. 버스 한 대에 탑승한 인원을 감안해 단순하게 계산하면, 당시 호노키다이라에는 대략 350~400명가량이 계속 버스를 기다리고 있던 셈이었다.

기다리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산에서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은 줄어들고 있었다. 원래 계획한 봉우리들을 모두 돌아볼 수 있을지도 알 수 없었다.

“젠장, 빌어먹을.”

산에 발을 들여놓기도 전에 기다림으로 진이 빠지기 시작했다.

5. 1시간 20분 만에 일곱 번째 버스 탑승

호노키다이라에 도착한 뒤 1시간 20분이 지나서야 다타미다이라행 버스에 탈 수 있었다.

앞서 여섯 대의 버스가 승객들을 태우고 올라간 뒤에야 우리 차례가 돌아온 것이다.

버스 안에서 창밖을 바라보니 우리가 기다렸던 자리 뒤로도 여전히 긴 줄이 이어지고 있었다. 일곱 대의 버스가 출발했는데도 대기 행렬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다.

“이제 탔다. 한 시간 이십 분 웨이팅.”

버스가 움직이자 그제야 노리쿠라다케로 가고 있다는 실감이 났다. 호노키다이라의 건물과 주차장이 멀어지고, 버스는 산비탈을 따라 이어지는 좁은 도로로 들어섰다.

6. 터널과 사면보강공사가 이어진 오름길

호노키다이라를 출발한 버스는 얼마 지나지 않아 공사구간을 만났다.

도로 한쪽에는 교통을 통제하는 안내원이 서 있었고, 터널공사와 사면보강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터널 입구에는 대형 환기설비가 연결되어 있었고, 주변에는 크레인과 공사장비, 안전시설이 빼곡하게 설치되어 있었다.

급경사 사면에는 낙석과 붕괴를 막기 위한 철망과 보강시설이 이어졌다. 산악지대에 도로를 만들고 유지하려면 얼마나 많은 시설과 관리가 필요한지 한눈에 알 수 있었다.

공사구간을 지나자 도로는 본격적으로 고도를 높였다. 산허리를 따라 짧은 간격으로 방향을 바꾸며 끝없이 올라갔다.

이동경로를 기록한 지도에서도 도로가 수없이 겹쳐진 지그재그 선으로 나타났다.

“이 길은 구절양장이라는 말로도 표현이 안 될 만큼 꼬불꼬불혀.”

7. 낭떠러지 위의 산악도로

버스는 급커브를 만날 때마다 속도를 크게 낮추었다.

도로 한쪽에는 가파른 산비탈이 솟아 있었고, 다른 한쪽에는 깊은 계곡과 낭떠러지가 펼쳐졌다. 조금 전 지나온 도로가 한참 아래에서 다시 꺾여 이어지는 모습도 내려다보였다.

낭떠러지 가장자리를 통과하는 구간에서는 버스 안에 앉아 있어도 긴장감이 느껴졌다.

“낭떠러지 옆을 지날 때는 참 쫄깃허구먼.”

구름은 산허리를 타고 빠르게 움직였다. 잠시 계곡과 숲이 선명하게 보이다가도 곧 구름이 밀려와 시야를 가렸다. 도로는 그 구름 사이를 뚫고 계속 위로 올라갔다.

반대편에서는 다타미다이라를 출발한 버스가 좁은 도로를 따라 내려왔다. 서로 마주친 두 버스는 속도를 낮추고 조심스럽게 비켜 갔다.

8. 자전거로 오르는 사람들

그 험한 오르막을 자전거로 올라가는 사람들도 있었다.

가파른 도로에서 몸을 앞으로 숙인 채 천천히 페달을 밟고 있었다. 급커브와 긴 오르막, 낭떠러지가 이어지는 길을 자신의 힘만으로 오르는 모습은 놀라웠다.

“참내, 여기를 자전거로 올라가는 사람도 있네. 대단허구먼.”

버스로 올라가면서도 아찔하게 느껴지는 길이었다. 그 길을 자전거로 오르는 사람들을 보니 산의 높이와 도로의 경사가 더욱 실감났다.

도로를 따라 터널과 옹벽, 낙석방지시설과 사면보강시설이 계속 나타났다. 아름다운 풍경 못지않게 그 산을 뚫고 길을 낸 사람들의 노력이 눈에 들어왔다.

“이 길을 만든 일본 토목기술자와 근로자들께 경의를 표합니다.”

오랫동안 도로를 설계하고 공사를 감독했던 경험 때문인지, 산의 풍경과 함께 도로의 선형과 구조물이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왔다. 다타미다이라로 올라가는 길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토목구조물이었다.

9. 바람이 몰아치는 해발 2,702미터 다타미다이라

굽이진 산악도로 끝으로 다타미다이라의 건물과 버스주차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다타미다이라는 해발 2,702미터에 자리하고 있었다. 버스에서 내리자 호노키다이라와는 공기와 풍경이 완전히 달랐다.

산 위에는 차가운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었다. 아래쪽에서는 한여름 날씨였지만, 해발 2,700미터가 넘는 다타미다이라는 제법 추웠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가방에서 바람막이를 꺼내 입었다.

산 위에는 안개와 구름이 낮게 깔려 있었다. 주변 봉우리는 한꺼번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구름 사이로 일부만 보였다.

다타미다이라 입구의 쓰루가이케는 짙은 녹색빛 물을 담고 있었다. 주변에는 낮은 관목과 고산식물이 퍼져 있었고, 돌과 자갈 사이에서는 분홍색 꽃들이 피어 있었다.

사면에는 한여름인데도 넓은 잔설이 남아 있었다. 눈 위에는 스키를 타거나 설원을 오르는 사람들도 보였다. 7월의 여름 산에서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눈밭을 바라보는 독특한 풍경이었다.

10. 늦어진 산행, 겐가미네 우선

원래 계획은 겐가미네뿐 아니라 다타미다이라 주변의 여러 봉우리를 연결해 걷는 것이었다.

그러나 호노키다이라에서 1시간 20분을 기다리면서 산행시간이 크게 줄었다. 우선 노리쿠라다케의 최고봉인 겐가미네를 확실히 다녀오는 것으로 계획을 바꾸었다.

나머지 봉우리는 겐가미네에서 내려온 뒤 남은 시간을 보고 결정하기로 했다.

“오늘은 겐가미네만 다이렉트로 빼야겄어.”

다타미다이라를 출발해 가타노코야와 겐가미네 방향으로 향했다. 초반에는 비교적 완만한 길이 이어졌지만, 고도를 높일수록 길은 돌과 자갈이 많은 산길로 바뀌었다.

11. 가타노코야와 겐가미네 등산로 입구

가타노코야 부근에 도착하자 주변 풍경이 더욱 거칠어졌다.

길옆에는 ‘肩の小屋’와 ‘剣ヶ峰口’라고 적힌 안내판이 서 있었다. 이곳부터 본격적인 겐가미네 등산로가 시작됐다.

초반에는 낮은 관목 사이로 길이 이어졌지만, 조금 올라가자 식생은 줄어들고 크고 작은 화산암이 뒤섞인 비탈이 나타났다.

등산객도 엄청나게 많았다. 연휴 인파가 다타미다이라 버스승강장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산길까지 그대로 이어진 셈이었다.

호노키다이라에서 잃은 시간을 만회하려고 평소보다 걸음을 조금 재촉했다. 전날 가미코치에서 22.4킬로미터를 걸었던 마님에게는 결코 쉬운 일정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마님은 힘든 내색 없이 계속 잘 따라왔다.

“어제 힘들었을틴디 잘 따라와줘서 고맙구먼.”

12. 거친 돌길과 끝없는 등산객 행렬

경사가 가팔라질수록 발밑의 돌도 커졌다.

흙길은 거의 사라지고 검은색과 갈색의 바위가 뒤엉킨 길이 계속됐다. 일부 구간에는 나무계단과 로프가 설치되어 있었지만, 대부분은 돌 사이에서 발 디딜 곳을 찾아 올라가야 했다.

올라가는 사람들의 행렬은 능선을 따라 길게 이어졌다. 내려오는 등산객도 끊이지 않아 산 전체가 사람으로 가득한 것처럼 보였다.

파란 하늘과 흰 구름이 보이다가 갑자기 안개가 밀려왔고, 조금 전까지 보이던 능선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러다 바람이 불어 안개가 걷히면 정상부와 화산암 사면이 다시 선명하게 나타났다.

13. 화구호와 한라산 백록담의 기억

고도를 높이자 능선 아래 화구 안쪽으로 커다란 곤겐이케가 나타났다.

호수 주변에는 한여름에도 잔설이 남아 있었다. 검은 화산암과 흰 눈, 푸른빛을 띤 물이 한곳에 겹쳐진 풍경은 장관이었다.

산 위에서 내려다본 화구호와 화산지형은 한라산 백록담을 오르던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

“한라산 백록담 올라가는 거랑 분위기가 비슷허구먼.”

진달래밭대피소를 지나 백록담 정상부로 올라가던 길과 닮아 있었다. 나무가 사라진 사면과 화산암, 정상까지 길게 이어진 사람들의 행렬, 화구 안쪽을 내려다보며 걷는 모습이 비슷했다.

다만 노리쿠라다케의 날씨는 잠시도 한 모습으로 머물지 않았다.

곤겐이케가 온전히 모습을 드러낸 지 몇 분 지나지 않아 안개가 밀려와 수면을 덮었다. 다시 바람이 불면 구름이 갈라지고 호수와 잔설이 나타났다.

“산 날씨가 참 변화무쌍혀. 안개가 왔다가 사라졌다 허는구먼.”

14. 정상까지 이어진 긴 행렬

겐가미네 정상이 가까워지자 산길은 더욱 좁고 가팔라졌다.

멀리 정상 위의 작은 건물과 도리이가 보였지만, 그곳까지 올라가는 길에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정상 부근에는 올라가는 길과 내려오는 길이 따로 구분되어 있었다. 하지만 등산객이 워낙 많아 양쪽 길 모두 긴 행렬이 이어졌고, 큰 바위가 놓인 구간에서는 한 사람씩 조심스럽게 통과해야 했다.

호노키다이라에서 버스를 기다린 데 이어, 해발 3,000미터가 넘는 정상 바로 아래에서도 다시 차례를 기다렸다.

정상으로 이어지는 능선과 주변 바위 위에도 사람들이 가득했다. 산 아래에서 보았던 연휴 인파가 모두 이곳으로 올라온 것 같았다.

15. 해발 3,026미터 겐가미네 정상

마침내 해발 3,026미터 겐가미네 정상에 도착했다.

정상에는 작은 신사와 나무 도리이가 세워져 있었다. ‘乗鞍岳 剣ヶ峰 3026M’라고 적힌 나무표지판 앞에는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었다.

우리도 차례를 기다렸다가 정상표지판을 함께 들고 사진을 남겼다.

전날의 가미코치 장거리 트레킹과 이날 아침부터 이어진 버스 대기, 가파른 돌길과 정상 직전의 긴 행렬을 모두 지나 도착한 정상이었다.

“아, 역시 산에 오르니 기분이 최고여.”

16. 정상에서 딸기우유와 멜론우유로 건배

정상 주변의 바위에 자리를 잡고 잠시 쉬었다.

딸기우유와 멜론우유를 꺼내 병을 서로 맞부딪치며 건배했다. 준비해 온 팥빵도 함께 먹었다.

해발 3,000미터가 넘는 정상에서 먹는 간단한 빵과 우유였지만, 산길을 올라온 뒤라 꿀맛이었다.

주변에는 쉬거나 식사를 하는 등산객들이 가득했다. 조금 전까지 파란 하늘이 보였지만 다시 안개가 밀려와 정상 주변을 덮었다.

아래로 내려다보이던 곤겐이케도 안개 속에서 희미해졌다. 바람의 방향이 바뀔 때마다 호수와 능선이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정상에서 오래 머물 수는 없었다. 아직 하산해야 했고, 버스시간도 생각해야 했다.

17. 겐가미네에서 가타노코야로 하산

겐가미네에서 내려오는 길도 사람들로 붐볐다.

정상 부근에서는 하산로를 따라 내려갔다. 가파른 돌길에서는 발밑을 살피며 조심스럽게 걸어야 했고, 크고 작은 돌이 많아 속도를 내기도 어려웠다.

능선을 따라 내려가면서 곤겐이케를 다시 바라봤다. 안개가 잠시 걷힐 때는 호수와 잔설이 뚜렷하게 보였고, 구름이 밀려오면 수면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고도가 낮아지자 돌뿐이던 사면에 다시 낮은 관목이 나타났다. 강한 바람과 눈을 견디며 자라는 나무들은 위로 높게 자라지 못하고 땅에 붙어 옆으로 퍼져 있었다.

가타노코야의 붉은 지붕이 가까워지면서 겐가미네 산행의 가장 가파른 구간도 끝났다.

18. 마님은 버스승강장으로, 나는 후지미다케로

가타노코야 부근까지 내려온 뒤 마님은 다타미다이라 버스승강장으로 먼저 향했다.

버스 대기줄이 얼마나 길어질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먼저 내려가 줄을 서기로 했다.

나는 남은 시간을 확인한 뒤 주변 봉우리를 조금 더 오르기로 했다. 겐가미네만 다녀오는 것으로 계획을 줄였지만, 예상보다 산행이 빠르게 진행되어 시간이 조금 남아 있었다.

첫 번째로 향한 곳은 후지미다케였다.

후지미다케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은 짧았지만 돌이 많은 오르막이었다. 정상표지에는 ‘富士見岳山頂’이라고 적혀 있었다.

정상에서는 다타미다이라의 붉은 지붕 건물과 버스주차장, 쓰루가이케가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안개가 걷히면서 다타미다이라 주변의 봉우리와 산길도 선명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19. 후지미다케에서 내려다본 다타미다이라

후지미다케 정상에서 바라본 다타미다이라는 산 아래에서 보았던 것과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버스터미널과 주차장, 쓰루가이케와 주변 탐방로가 하나의 작은 분지 안에 모여 있었다. 건너편 산사면에는 조금 전까지 안개에 가려졌던 길이 선명하게 이어졌다.

파란 하늘과 흰 구름, 초록빛 산사면과 붉은 지붕이 한 화면에 들어왔다.

구름은 여전히 주변 능선을 오가고 있었다. 한쪽 산은 햇빛을 받아 선명하게 보였지만 다른 쪽은 짙은 구름 속에 들어가 있었다.

후지미다케를 내려온 뒤에는 곧바로 다이코쿠다케로 향했다.

20. 마지막 봉우리 다이코쿠다케

다이코쿠다케를 알리는 나무표지판을 따라 다시 오르막을 올랐다.

다이코쿠다케 정상 역시 크고 작은 바위가 깔린 산봉우리였다. 주변에는 잠시 쉬거나 풍경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었다.

다이코쿠다케 정상까지 오르면서 이날의 추가 산행을 마쳤다.

겐가미네와 고다마다케를 지나고, 하산한 뒤 후지미다케와 다이코쿠다케까지 올랐다. 다타미다이라 주변의 주요 봉우리 가운데 마오다케만 남긴 셈이었다.

“마왕악인지 먼지만 빼고 다 갔다 온 거 같어.”

더 욕심을 내 마오다케까지 오를 수도 있었지만 버스시간과 대기줄을 생각하면 그만 내려가는 것이 맞았다.

다이코쿠다케에서 다타미다이라로 내려가 마님이 기다리고 있는 버스승강장으로 향했다.

21. 다시 사람으로 가득한 다타미다이라 버스승강장

다타미다이라 버스터미널 앞에는 산행을 마치고 내려가려는 사람들이 다시 길게 줄을 서 있었다.

아침에는 호노키다이라에서 다타미다이라로 올라가려는 사람들 사이에서 기다렸고, 오후에는 다타미다이라에서 내려가려는 사람들 사이에 다시 섰다.

주차장에는 여러 대의 버스가 대기하고 있었고 직원들은 승객들을 차례로 안내했다.

마님은 내가 후지미다케와 다이코쿠다케를 다녀오는 동안 먼저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산행을 마치고 그곳에 합류했다.

버스에 올라 다타미다이라를 떠났다. 창밖으로 조금 전까지 걸었던 봉우리와 산길이 멀어졌다.

22. 호노키다이라에서 다시 시작된 기다림

버스는 구절양장 산악도로를 따라 다시 호노키다이라로 내려왔다.

아침에 수많은 사람이 줄을 서 있던 승강장은 오후가 되면서 비교적 한산해져 있었다. 그러나 다카야마행 버스는 곧바로 오지 않았다.

호노키다이라에 내려온 뒤 이미 30분을 기다렸지만 오후 2시 46분 버스가 오려면 17분을 더 기다려야 했다.

올라갈 때 1시간 20분을 기다린 데 이어 내려와서도 약 47분을 기다리게 됐다.

“산보다 버스를 더 오래 기다리는 거 아녀?”

이날 버스를 기다린 시간만 합해도 총 2시간 7분이었다. 산행시간 3시간 29분과 비교해도 상당히 긴 시간이었다.

23. 만석버스의 보조의자에 앉아 다카야마로

오후 2시 46분 다카야마 버스센터행 버스가 호노키다이라에 도착했다.

버스에는 이미 승객이 많았고 일반좌석은 모두 찼다. 결국 통로에 설치된 접이식 보조의자를 펼쳐 그곳에 앉아 다카야마까지 이동했다.

아침부터 버스를 기다리고 산을 오른 뒤라 편한 좌석은 아니어도 앉아서 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 다행이었다.

나는 생각보다 크게 피곤하지 않았지만, 전날 가미코치에서 장거리를 걷고 이날 다시 겐가미네까지 따라온 마님이 고생했다.

그래도 함께 해발 3,026미터의 겐가미네 정상에 올랐고, 나는 고다마다케와 후지미다케, 다이코쿠다케까지 다녀왔다. 마오다케 하나만 남겼으니 제한된 시간 안에서는 충분히 성공적인 산행이었다.

24. 호텔의 무료 웰컴드링크

다카야마에 돌아와 호텔에 들어간 뒤 무료 웰컴드링크 서비스를 이용했다.

테이블에는 맥주와 초록색 탄산음료, 주스와 과일을 올려놓았다. 하루 종일 산을 오르고 버스를 기다린 뒤 마시는 차가운 음료는 정상에서 마신 딸기우유와 멜론우유 못지않게 반가웠다.

산행 뒤 호텔에 돌아와 편안하게 앉아 음료를 마시고 나서야 긴 하루가 끝났다는 실감이 났다.

“버스 기다리느라 진이 다 빠졌는디, 그래두 산은 제대로 탔구먼.”

일본 3연휴의 혼잡과 변화무쌍한 산 날씨를 온몸으로 겪었지만, 아내와 함께 해발 3,000미터가 넘는 노리쿠라다케 정상에 올랐다.

그리고 호텔로 돌아와 무료 웰컴드링크를 마시며 길고 힘들었던 하루를 기분 좋게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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