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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 나고야 - 다카야마·게로·시라카와고, 2026~2027년 최신판 ㅣ 리얼 여행 가이드북 시리즈
최영근.나보영 지음 / 한빛라이프 / 2026년 6월
평점 :
아내와 함께하는 일본 북알프스 여행기
여행 2일차, 2026.07.18.(토)
처음 만난 가미코치, 다이쇼이케에서 도쿠사와까지, 다시 가미코치
ㅇ 소요시간: 6시간 29분 6초
ㅇ 이동거리: 22.4킬로미터
ㅇ 평균속도: 시속 3.6킬로미터
ㅇ 최고고도: 1,612미터
ㅇ 총 획득고도: 715미터
ㅇ 주요경로: 다이쇼이케→다시로이케·다시로습원→갓파바시→묘진→도쿠사와→묘진다리→묘진이케→다케자와습원→갓파바시→가미코치 버스터미널
1. 울리지 않은 알람, 새벽부터 시작된 소동
가미코치로 가는 날이었다. 다카야마에서 출발하는 오전 6시 첫 버스를 타기 위해 일찍 일어날 생각이었는데, 어찌 된 일인지 알람이 울리지 않았다. 먼저 잠에서 깬 마님이 시간을 확인하더니 말했다.
“늦었어. 다섯 시 팔 분이야.”
“머여,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어? 언능 준비허야겄네.”
눈을 뜨자마자 정신없이 씻고 옷을 챙겨 입었다. 느긋하게 아침을 먹을 여유는 없었다. 전날 저녁 편의점에서 준비해 놓은 샌드위치를 꺼내 폭풍 흡입했다. 마님은 버스 안에서 먹겠다며 자신의 몫을 챙겼다.
서둘러 준비를 마치고 오전 5시 35분 호텔을 나섰다. 전날 저녁 산책을 하면서 버스정류장의 위치와 승차장을 미리 확인해 둔 덕분에 길을 헤맬 일은 없었다. 왕복 승차권도 전날 저녁 미리 사 놓았으니, 바로 승차장으로 가기만 하면 됐다.
2. 다카야마 첫차, 히라유온천으로
다카야마 버스터미널에는 예상했던 것보다 사람이 많지 않았다. 일본의 3연휴 첫날이라 첫차부터 붐빌까 걱정했지만, 버스 안에는 빈자리가 제법 남아 있었다. 다카야마를 출발한 버스는 시내를 벗어나면서 서서히 산속으로 들어갔다.
논과 밭 사이로 아침 햇살이 비치고, 길가에는 여름꽃이 피어 있었다. 조금 전까지 다카야마 시내에 있었는데 어느새 첩첩산중이었다. 산은 겹겹이 이어지고 도로는 계곡을 따라 굽이쳤다.
히라유온천에 도착한 뒤 가미코치행 버스로 갈아탔다. 승차장에는 가미코치와 노리쿠라다케 방면을 알리는 표지판이 붙어 있었다. 다음 날 가야 할 노리쿠라다케 승차장도 자연스럽게 다시 한번 눈에 들어왔다.
버스는 히라유온천을 출발해 산속 도로와 터널을 지나 가미코치로 향했다. 가는 길에 통과한 터널의 종단선형이 눈에 띄었다. 터널 안이 일반적인 볼록형 종단곡선이 아니라 가운데가 낮아지는 오목형 종단곡선이었다.
“터널에 오목 종단곡선을 넣었네. 일반적인 터널 건설은 아닌디. 볼록종단이면 몰라두, 지형상 원인이 있나?”
여행 중에도 오랫동안 도로를 설계하고 감독했던 버릇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은 무심코 지나갈 터널에서도 선형과 배수구조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3. 다이쇼이케에서 시작한 첫 가미코치
버스는 오전 7시 25분 무렵 다이쇼이케에 도착했다. 가미코치 버스터미널까지 가지 않고 다이쇼이케에서 내렸다. 이번이 처음 찾은 가미코치였고, 첫걸음은 다이쇼이케에서 시작됐다.
버스정류장에서 호수 쪽으로 내려가자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근사한 풍경이 펼쳐졌다. 수면 위에는 얇고 긴 아침 안개가 띠처럼 걸려 있었고, 그 뒤로 야케다케가 솟아 있었다. 바람이 거의 없어 산의 모습이 물 위에 그대로 비쳤다.
안개 위의 산과 안개 아래의 반영이 서로 마주 보고 있었다. 물과 산의 경계가 어디인지 구별하기 어려울 만큼 고요했다. 가미코치에 도착한 지 몇 분 되지도 않았는데 이미 오늘 하루가 성공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와, 끝내주는구먼.”
첫차를 타고 들어온 보람이 있었다. 이른 시간인데도 다이쇼이케 주변에는 이미 사람들이 있었지만, 풍경을 제대로 즐기지 못할 만큼 붐비지는 않았다. 호숫가를 따라 자리를 옮기며 안개와 반영이 가장 아름답게 겹치는 장면을 사진에 담았다.
아침 햇빛이 강해지자 수면 위의 안개는 조금씩 옅어졌다. 같은 자리에서도 몇 분 사이 풍경이 계속 달라졌다. 처음 보았던 신비로운 다이쇼이케가 서서히 밝은 여름 호수의 모습으로 바뀌고 있었다.
4. 다시로이케와 다시로습원을 지나
다이쇼이케를 충분히 둘러본 뒤 갓파바시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강가에는 홍수와 토사에 떠밀려온 나무들이 여기저기 남아 있었고, 물속에는 고사목이 서 있었다. 산 위로는 파란 하늘과 흰 구름이 펼쳐졌다.
곰 출몰에 주의하라는 안내판과 베어벨도 보였다. 등산객들은 종을 한 번씩 울리고 숲길로 들어갔다. 길은 대체로 평탄했지만, 자갈길과 나무판길이 번갈아 나타났다.
다시로이케와 다시로습원으로 이어지는 길에는 빽빽한 숲과 넓은 습원이 차례로 펼쳐졌다. 숲 사이로 햇빛이 스며들고, 멀리 호타카 연봉의 능선이 모습을 드러냈다. 습원 위에는 키 작은 나무와 풀이 넓게 퍼져 있었고, 뒤편의 산줄기가 배경처럼 이어졌다.
다이쇼이케 주변에는 사람이 제법 있었지만, 그곳을 벗어나자 길은 한결 한산해졌다. 숲 사이에 마련된 긴 의자와 야영장을 지나고, 아즈사가와의 맑은 물을 따라 천천히 걸었다.
강물은 바닥의 돌이 훤히 들여다보일 만큼 투명했다. 흐름이 빠른 곳에서는 흰 포말이 일었고, 잔잔한 곳에서는 푸른빛과 녹색빛이 겹쳐 보였다. 나무판길 아래에는 습지가 이어졌고, 오래된 말뚝과 나무에는 짙은 이끼가 내려앉아 있었다.
5. 한산한 숲길 끝에 나타난 갓파바시
다이쇼이케에서 갓파바시로 이어지는 중간 구간은 비교적 조용했다. 앞뒤로 몇 사람씩 보이기는 했지만, 서로의 발걸음을 방해할 정도는 아니었다. 숲길과 강변길을 번갈아 걸으며 가미코치의 풍경을 여유롭게 구경할 수 있었다.
그러나 갓파바시에 가까워지자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강 건너로 호텔과 건물이 보이기 시작했고, 다리 위와 강가에는 사람들이 가득했다.
“갓파바시 강게 사람이 바글바글허는구먼. 중간에는 한산혔는디.”
갓파바시는 가미코치의 중심답게 관광객으로 북적였다. 다리 위에서는 사람들이 차례로 사진을 찍었고, 강변 자갈밭에도 사람들이 내려가 있었다. 호타카 연봉과 아즈사가와, 갓파바시를 한 화면에 담으려는 사람들이 곳곳에서 휴대전화와 카메라를 들고 있었다.
다이쇼이케의 고요한 아침 풍경과는 전혀 다른 장면이었다. 하지만 다리 위에서 바라본 풍경만큼은 사람 수와 상관없이 장쾌했다. 맑은 아즈사가와 너머로 거대한 산줄기가 병풍처럼 둘러서 있었다.
6. 갓파바시에서 묘진관까지
갓파바시에서 잠시 머문 뒤 묘진 방향으로 다시 걸었다. 사람들이 몰려 있는 중심지를 벗어나자 길은 다시 숲속으로 이어졌다.
강가와 숲길을 따라 걷다 보니 야영장도 나타났다. 큰 나무 아래에 형형색색의 텐트가 놓여 있었다. 숲속에서 며칠을 머물며 산을 오르는 사람들의 공간이었다.
조금 더 걸어가자 숲속 작은 물길과 쓰러진 나무, 이끼 낀 바위가 이어졌다. 물은 숲의 나무 사이를 돌아 흐르며 작은 폭포와 웅덩이를 만들었다.
길에서는 일본원숭이 가족도 만났다. 어미와 새끼가 앞서 길을 건너갔고, 한 마리는 나뭇가지에 거꾸로 매달려 움직였다. 가까운 곳에 사람들이 있어도 크게 경계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강변으로 시야가 열릴 때마다 새로운 산봉우리가 나타났다. 날씨는 여전히 좋았고, 산 위에는 거대한 여름 구름이 피어올랐다. 묘진관에 도착한 뒤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아 잠시 쉬었다.
7. 묘진에서 시작된 고민
원래 묘진까지 오는 것은 기본 일정이었다. 문제는 여기에서 도쿠사와까지 더 갈 것인가였다. 묘진에서 도쿠사와까지는 약 3킬로미터, 안내상 한 시간 거리였다. 왕복하면 6킬로미터에 두 시간이 추가된다.
안내판에는 이곳부터 ‘트레킹 구역’이라고 적혀 있었다. 트레킹화와 등산 장비가 필요하고, 날씨 변화에도 대비해야 한다는 안내였다.
이미 다이쇼이케에서 묘진까지 제법 걸어온 데다, 돌아갈 거리도 남아 있었다. 도쿠사와까지 갔다 오면 전체 일정이 훨씬 길어질 것이 분명했다. 잠시 안내판 앞에서 시간을 계산했다.
그러나 이곳까지 와서 도쿠사와를 남겨 두고 돌아가면 나중에 계속 생각날 것 같았다.
“온제 또 오겄어. 댕겨오는겨.”
결국 도쿠사와까지 다녀오기로 했다.
8. 묘진에서 도쿠사와까지 3킬로미터
묘진을 벗어나자 길은 한층 더 깊은 숲속으로 이어졌다. 초반에는 비교적 넓고 평탄한 흙길이 계속됐고, 작은 물길을 건너는 구간도 나타났다. 쓰러진 나무에는 짙은 이끼가 덮여 있었고, 길 양쪽에는 고사리와 풀들이 빽빽했다.
숲 사이로 맑은 계곡물이 흘렀다. 나무줄기로 만든 좁은 다리를 건널 때는 발을 조심해야 했다. 마님은 팔을 벌려 균형을 잡으며 한 걸음씩 건넜다.
길은 평탄하고 걷기 좋았다. 숲과 계곡이 계속 모습을 바꾸고, 햇빛이 나뭇잎 사이로 드나들어 같은 풍경이 반복된다는 느낌도 없었다. 묘진에서 도쿠사와까지 3킬로미터는 생각보다 길게 느껴지지 않았고, 지루할 틈도 없었다.
그러다 숲이 갑자기 열리면서 넓은 강변과 산줄기가 나타났다. 파란 하늘 아래 흰 구름이 솟아 있었고, 강 건너 산의 바위 능선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다시 숲길을 지나자 넓고 반듯한 잔디밭이 보였다. 잔디 위에는 여러 색의 텐트가 여유롭게 자리 잡고 있었다. 도쿠사와 야영장이었다.
9. 도쿠사와 롯지와 도쿠사와엔의 아이스크림
도쿠사와 롯지는 짙은 갈색의 목조 건물이었다. 건물 앞에는 이끼 낀 돌계단과 낮은 돌담이 이어져 있었고, 옆으로는 넓은 야영장이 펼쳐져 있었다.
한때 이곳에서 숙박하는 일정도 알아봤지만 예약하지 못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직접 와 보니 왜 많은 사람이 이곳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싶어 하는지 알 수 있었다.
도쿠사와엔에 들어가 아이스크림을 샀다. 긴 숲길을 걸어온 뒤 먹는 차가운 아이스크림은 꿀맛이었다. 마님과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들고 사진도 남겼다.
“여기 안왔으먼 후회헐뻔혔구먼.”
왕복 두 시간을 더 걷기로 한 결정은 잘한 선택이었다. 도쿠사와의 넓은 잔디 야영장과 조용한 숲, 도쿠사와엔과 롯지가 어우러진 분위기는 갓파바시나 묘진과 또 달랐다.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잠시 쉬었지만 오래 머물 수는 없었다. 이제 다시 묘진을 거쳐 갓파바시까지 돌아가야 했다.
10. 다시 묘진으로
도쿠사와를 출발해 왔던 숲길을 되돌아갔다. 같은 길이었지만 반대 방향에서 바라보니 풍경이 조금씩 달라 보였다.
숲속 물길은 여전히 맑았고, 이끼 낀 나무와 바위가 초록빛으로 빛났다. 오전보다 구름이 많아지면서 햇빛은 조금씩 약해졌다.
돌아오는 길도 길거나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울창한 숲과 계곡, 이끼 낀 고목과 작은 물길이 끊임없이 나타났고, 갈 때 놓쳤던 풍경을 다시 발견하는 재미가 있었다. 도쿠사와를 보고 왔다는 만족감까지 더해져 발걸음도 한결 가벼웠다.
11. 묘진다리를 건너 묘진이케로
묘진에 돌아온 뒤 묘진다리를 건넜다. 굵은 나무기둥과 케이블로 만든 현수교 아래로 맑은 아즈사가와가 흘렀다. 다리 위에서 바라보니 강바닥의 돌과 물길이 선명하게 보였다.
묘진다리를 건너 묘진이케로 향했다. 입구에는 성인 500엔의 관람료가 적혀 있었다.
“호수 보는디 오백 엔을 받는겨?”
아까운 마음은 들었지만 여기까지 와서 입구에서 돌아설 수는 없었다. 500엔을 내고 안으로 들어갔다.
묘진이케의 첫 번째 연못에는 물 위로 작은 제단과 붉은 배가 놓여 있었다. 맑고 잔잔한 수면에는 맞은편 숲이 그대로 비쳤다. 관광객들이 나무데크 위에서 차례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자 바위와 작은 섬, 고사목이 흩어진 또 다른 풍경이 나타났다. 다이쇼이케가 넓고 장대한 호수였다면, 묘진이케는 숲속 깊은 곳에 숨겨진 신성한 연못 같은 분위기였다.
하늘은 점점 흐려지고 있었다. 아침의 맑은 파란색 대신 회색 구름이 산봉우리를 덮기 시작했다.
12. 다케자와습원에서 만난 소나기
묘진이케를 둘러본 뒤 갓파바시로 돌아가는 길은 아즈사가와의 반대편 숲길을 택했다. 이 길은 다케자와습원(岳沢湿原)을 지나는 자연탐방로였다.
숲은 울창했고, 나무 아래에는 조릿대가 넓게 퍼져 있었다. 땅 위로 드러난 나무뿌리와 습지 사이의 고사목이 독특한 풍경을 만들었다.
다케자와습원에 가까워지자 수면과 숲의 경계가 흐릿해졌다. 물속에서 나무들이 자라는 듯했고, 고사목과 살아 있는 나무가 뒤섞여 있었다. 맑은 물 아래로는 수초와 바닥이 훤히 보였다.
그 무렵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나뭇잎에 몇 방울 부딪히는 정도였지만 곧 제법 굵은 소나기로 변했다. 우산을 꺼내 들고 나무판길을 걸었다.
우산을 들고 걷느라 사진을 찍거나 카메라를 다루기는 불편했다. 하지만 비가 내리자 숲과 습원의 분위기는 더욱 깊어졌다. 젖은 나무판길과 검게 변한 나무줄기, 수면에 번지는 빗방울이 한데 어우러졌다.
“우산 쓰니라 불편허기는 혀두, 비 오니께 운치는 더 있구먼.”
비구름이 산을 덮으면서 아침의 밝고 선명했던 가미코치와는 전혀 다른 풍경이 됐다. 하루 동안 맑은 하늘과 안개, 구름과 소나기까지 모두 만난 셈이었다.
13. 비 내리는 갓파바시와 버스터미널
숲길을 빠져나오자 다시 갓파바시가 나타났다. 다리 위에는 우산을 쓴 사람들이 가득했고, 계단과 강변에도 관광객들이 몰려 있었다.
아침보다 사람이 훨씬 많아져 있었다. 비가 내려도 갓파바시 주변의 혼잡은 줄지 않았다. 다리와 호텔, 상점 일대가 사람들로 빼곡했다.
버스터미널 방향으로 이동하자 인파는 더욱 많아졌다. 승차장마다 마츠모토와 히라유온천 등 각 방면으로 가려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었다.
버스 한 대가 사람들을 태우고 먼저 출발했지만 대기 줄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잠시 뒤 예비차가 추가로 투입됐다. 연휴 첫날에 오후 시간까지 겹치면서 귀가 인파가 한꺼번에 몰린 모양이었다.
가미코치 버스터미널에 도착할 무렵에는 소나기도 잠시 소강상태에 들어갔다. 덕분에 빗속에서 계속 서 있지는 않고 예비차에 올라 히라유온천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
14. 히라유온천에서 다시 퍼부은 소나기
예비차가 투입되어 다행히 오래 기다리지 않고 버스에 탑승하여 가미코치를 빠져나왔다.
버스는 다시 터널을 지나 히라유온천으로 향했다. 가미코치 버스터미널에서는 잠시 잦아들었던 비가 히라유온천에 도착해 다카야마행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다시 거세게 퍼부었다.
주차장과 건물이 굵은 빗줄기에 가려지고, 차창과 지붕 위로 빗물이 쉴 새 없이 떨어졌다. 산도 구름과 비 속에 거의 모습을 감췄다.
다카야마행 버스가 출발할 무렵에는 소나기가 다시 잦아들었다. 버스는 히라유온천을 출발해 산길을 달려갔다.
15. 오후 3시 40분, 다카야마 귀환
다카야마에는 오후 3시 40분 무렵 도착했다. 새벽 5시 35분 호텔을 나선 뒤 약 열 시간이 지난 시각이었다.
다이쇼이케에서 시작해 다시로이케, 다시로습원, 갓파바시, 묘진, 도쿠사와, 묘진다리, 묘진이케, 다케자와습원까지 걸었다. 도쿠사와 왕복까지 더하면서 걸은 거리는 예상보다 훨씬 길어졌다.
아침에는 안개 낀 다이쇼이케와 야케다케의 반영을 보았고, 한낮에는 파란 하늘과 흰 구름 아래 호타카 연봉을 바라봤다. 오후에는 소나기가 내리는 다케자와습원을 걸었다.
힘들기는 했지만 가미코치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을 하루 동안 실컷 구경했다.
“아, 힘들긴 혀두 좋은 경치는 실컷 구경혔구먼.”
처음 찾은 가미코치에서 다이쇼이케부터 도쿠사와까지 직접 걸어 본 하루였다.
16. 이날의 트레킹 기록
이날 기록된 실제 트레킹 거리는 총 22.4킬로미터였다. 이동에 걸린 시간은 6시간 29분 6초였으며, 평균속도는 시속 3.6킬로미터였다.
다이쇼이케 부근 약 1,520미터에서 걷기 시작해 도쿠사와 방향으로 이동하면서 서서히 고도를 높였다. 이날 기록된 최고고도는 1,612미터였고, 전체 구간의 총 획득고도는 715미터였다.
평탄한 산책로와 자연탐방로가 대부분이었지만, 왕복 22.4킬로미터를 걸었으니 결코 짧은 여정은 아니었다. 도쿠사와까지 다녀오기로 한 선택이 이날 전체 거리를 크게 늘렸지만, 그만큼 가미코치의 숲과 강, 습원과 산을 빠짐없이 둘러볼 수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