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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해철 - 2집 Myself [재발매]
신해철 노래 / 대영에이브이 / 1991년 1월
평점 :
[에세이] 고흐의 불꽃같은 삶을 다시 생각하며
「나에게 쓰는 편지」
• 노래 : 신해철
• 작사 : 신해철
• 작곡 : 신해철
• 편곡 : 신해철
• 수록앨범 : 『Myself』(정규 2집)
• 발매 : 1991년 3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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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잃어버린 나를 만나고 싶어
모두 잠든 후에 나에게 편지를 쓰네
내 마음 깊이 초라한 모습으로
힘없이 서 있는 나를 안아주고 싶어
난 약해질 때마다 나에게 말을 하지
넌 아직도 너의 길을 두려워하고 있니
나의 대답은 이젠 아냐
언제부턴가 세상은 점점 빨리 변해만 가네
나의 마음도 조급해지지만
우리가 찾는 소중함들은 항상 변하지 않아
가까운 곳에서 우릴 기다릴 뿐 (오)
이제 나의 친구들은 더 이상 우리가 사랑했던
동화 속의 주인공들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고흐의 불꽃같은 삶도, 니체의 상처 입은 분노도
스스로의 현실엔 더 이상 도움될 것이 없다 말한다
전망 좋은 직장과 가족 안에서의 안정과
은행 구좌의 잔고 액수가 모든 가치의 척도인가
돈, 큰 집, 빠른 차, 여자, 명성, 사회적 지위
그런 것들에 과연 우리의 행복이 있을까
나만 혼자 뒤떨어져 다른 곳으로 가는 걸까
가끔씩은 불안한 맘도 없진 않지만
걱정스런 눈빛으로 날 바라보는 친구여,
우린 결국 같은 곳으로 가고 있는데
때로는 내 마음을 남에겐 감춰왔지
난 슬플 땐 그냥 맘껏 소리 내 울고 싶어
나는 조금도 강하지 않아
언제부턴가 세상은 점점 빨리 변해만 가네
나의 마음도 조급해지지만
우리가 찾는 소중함들은 항상 변하지 않아
가까운 곳에서 우릴 기다릴 뿐 (오)
언제부턴가 세상은 점점 빨리 변해만 가네
나의 마음도 조급해지지만
우리가 찾는 소중함들은 항상 변하지 않아
가까운 곳에서 우릴 기다릴 뿐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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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해철의 「나에게 쓰는 편지」에서 ‘고흐의 불꽃같은 삶도, 니체의 상처 입은 분노도’라는 구절은 오랫동안 내게 세상의 기준에 굴복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끝까지 걸어간 사람들을 상징하는 말로 남아 있었다. 그러나 유경희의 『반 고흐』를 읽고 독서보고와 분석보고를 작성하면서, 나는 이 노랫말을 이전과는 전혀 다르게 받아들이게 되었다.
책 속의 반 고흐는 흔히 알려진 ‘불꽃같은 삶’만으로 설명되는 인물이 아니었다. 그는 여성들의 거절을 자신의 방식대로 해석했고, 공동체를 꿈꾸면서도 타인과 조화를 이루는 데에는 서툴렀다. 동생 테오의 희생에 크게 의지했고, 가족사와 유년기의 상처, 정신질환과 가난 속에서 평생 흔들렸다. 그림을 향한 집착은 위대한 예술이 되었지만, 인간관계에서는 수많은 갈등과 실패를 남겼다.
그래서 지금의 나는 ‘고흐의 불꽃같은 삶’이라는 표현을 조금 다르게 이해한다. 그것은 낭만적인 천재의 삶을 뜻하는 말이 아니라, 상처와 불안, 고통 속에서도 끝내 붓을 놓지 않았던 한 인간의 치열한 생애를 상징하는 표현으로 다가온다. 고흐는 불꽃처럼 자유롭게 산 사람이 아니라, 오히려 평생 불길 속에 있으면서도 그림만은 포기하지 않았던 사람에 가까웠다.
신해철의 노래는 세상이 점점 빨라지고, 직장과 가족의 안정, 은행 잔고와 사회적 지위가 모든 가치의 척도처럼 여겨지는 현실을 묻는다. 그 질문 앞에서 고흐의 삶은 단순한 찬양의 대상이 아니라, 우리가 무엇을 소중하게 여기며 살아가고 있는지를 돌아보게 만드는 사례가 된다. 돈과 안정이 삶에 필요하지 않다는 뜻이 아니라, 그것만으로 인간의 행복과 삶의 가치를 모두 재단할 수 있느냐는 물음이다.
결국 이번 독서를 통해 나는 위대한 예술은 천재성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보게 되었다. 그 뒤에는 인간의 결함과 상처, 주변 사람들의 희생과 사랑, 현실의 제약과 고통이 함께 놓여 있었다. 그래서 이제 ‘고흐의 불꽃같은 삶’이라는 가사는 멋진 수사로만 들리지 않는다. 인간이 자신을 잃지 않고 살아가기 위해 무엇을 끝까지 붙들어야 하는지를 묻는 오래된 질문처럼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