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이삼촌 현기영 중단편전집 1
현기영 지음 / 창비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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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보고] 현기영 중단편전집 1 『순이 삼촌』 중 「초혼굿」
: 취약한 내면과 4·3의 상흔이 겹쳐 빚어낸, 닿지 못하고 살아내지 못한 고향의 비극

1. 작품 개요

가. 작품의 기본 성격
ㅇ(작품성격) 「초혼굿」은 고향으로 가다 죽은 박진호의 사연인 「못 닿는 고향」과, 고향에 돌아온 뒤 죽은 익수의 사연인 「살」을 나란히 배치한 작품임.
ㅇ(구성방식) 이 작품은 「못 닿는 고향」과 「살」이라는 두 사연을 나란히 놓고, 죽은 젊은이들의 넋을 차례로 불러내듯 전개되는 병렬 구성의 작품임.
ㅇ(핵심내용) 작품은 박진호와 익수의 죽음을 제주 4·3의 상흔만으로 단순화하지 않음. 두 사람에게는 애초에 고향의 죽음 기억을 감당하지 못하는 취약한 내면이 있었고, 그 개인적 불안과 정신적 약함이 고향에 남은 4·3의 불길한 기운과 만나 자살로 이어짐.
ㅇ(검토방향) 「초혼굿」은 못 닿는 고향, 살, 넋, 굿, 자살바위, 바다의 이미지를 통해 개인적 취약성과 역사적 상처가 겹쳐질 때 한 사람이 어떻게 무너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으로 읽을 필요가 있음.

나. 제목의 의미
ㅇ(초혼굿의뜻) 초혼굿은 죽은 사람의 넋을 불러 위로하는 무속 의례임.
ㅇ(문학적의미) 작품은 박진호와 익수의 죽음을 단순한 사건기록처럼 정리하지 않고, 죽은 이들의 넋을 불러 왜 그들이 고향에 닿지 못했는지, 왜 고향에서 살아갈 수 없었는지를 묻는 방식으로 전개됨.
ㅇ(핵심의미) 「초혼굿」이라는 제목은 이 작품이 두 젊은이의 죽음을 쉽게 단죄하거나 설명하는 글이 아니라, 개인적 약함과 역사적 상처가 겹쳐 만들어낸 불가해한 죽음을 문학이라는 굿판 위로 불러내는 글임을 보여줌.

2. 핵심 서사와 인물 분석

가. 박진호, 「못 닿는 고향」의 귀향 실패
ㅇ(인물상황) 박진호는 제대를 앞둔 병장으로, 내무실 최고 고참이 된 뒤 졸병들에게 주먹맛을 보여주는 의식을 주도할 만큼 겉으로는 강하고 거친 인물임.
ㅇ(군대식허세) 그는 밤중에 초소 경계 상황을 시험하듯 접근하고, 초소병들이 자신을 적으로 오인해 공포탄을 쏘자 오히려 초소 안으로 뛰어들어가 병사들을 거칠게 몰아붙임. 이는 박진호가 겉으로는 여전히 군대식 폭력성과 고참 병장의 허세를 지닌 인물임을 보여줌.
ㅇ(고향기억) 그러나 귀향이 가까워질수록 그가 떠올리는 고향 제주는 따뜻한 안식처가 아니라, 겨울바람과 음울한 풍경, 4·3난리 때 죽은 송장들을 파먹던 까마귀 떼의 기억이 서린 장소로 나타남.
ㅇ(내면취약성) 박진호는 군대 안에서는 강한 고참처럼 행동하지만, 고향의 기억 앞에서는 그 강함을 유지하지 못함. 이는 그의 죽음을 4·3의 상흔만으로 설명하기보다, 고향의 죽음 기억을 감당하지 못한 개인적 취약성과 함께 보아야 함을 보여줌.
ㅇ(사건결과) 제대 후 박진호는 목포에서 제주행 배에 오르지만, 고향 땅을 밟지 못하고 바다로 떨어져 죽음에 이름.
ㅇ(핵심의미) 박진호는 물리적으로는 고향을 향해 갔지만 정신적으로는 끝내 고향에 닿지 못한 인물임. 그의 죽음은 강한 척하던 한 개인의 내면이 고향의 죽음 기억 앞에서 무너진 결과로 볼 수 있음.

나. 익수, 「살」의 귀향 후 파국
ㅇ(인물상황) 익수는 서울에서 대학 화공과를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와 모교에서 화학을 가르치는 인물임. 처음에는 젊은 교사다운 열정과 생기를 지니고, 학생들도 그를 잘 따름.
ㅇ(불안의시작) 그러나 고향에 내려온 뒤 익수는 설명하기 어려운 불안과 악몽에 시달림. 그는 고향이 독처럼 몸속으로 파고드는 꿈을 꾸고, 어머니를 부르는 듯한 무서운 고함소리를 듣기도 함.
ㅇ(죽음의침입) 어느 날 학교로 양병주를 찾는 전화가 걸려오고, 전화를 받은 익수는 양병주가 누구인지 몰라 옆에 있던 정 선생에게 묻음. 정 선생은 양병주가 전에 이 학교에 있다가 사라봉 자살바위에서 죽은 사람이라고 알려줌.
ㅇ(살의전염) 양병주의 이름과 죽음은 전화 한 통을 통해 익수의 일상 안으로 불쑥 들어온 죽은 자의 기운처럼 작용함. 이후 익수는 말이 많아지고, 술에 기대며, 사람 만나는 일조차 두려워하고, 결국 직장도 그만둔 채 몸과 마음이 허물어짐.
ㅇ(사건결과) 익수는 결국 양병주가 죽은 사라봉 자살바위로 올라가 같은 방식으로 몸을 던짐.
ㅇ(핵심의미) 익수는 고향에 돌아왔지만 그 고향 안에서 살아내지 못한 인물임. 그의 죽음은 죽은 자의 이름과 고향의 불길한 기운이 취약한 내면을 지닌 사람에게 얼마나 파괴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지를 보여줌.

3. 작품의 핵심 주제

가. 상실된 고향의 이중성
ㅇ(박진호의고향) 박진호에게 고향은 돌아가야 할 곳이지만 끝내 닿을 수 없는 곳임. 그는 제주행 배를 타고 고향을 향하지만, 고향에 도착하기 전에 죽음에 이름.
ㅇ(익수의고향) 익수에게 고향은 이미 돌아온 곳이지만 살아갈 수 없는 곳임. 그는 고향의 모교에서 교사로 일하지만, 그 땅에 남은 불길한 살과 죽음의 기운에 사로잡힘.
ㅇ(핵심의미) 작품 속 고향 제주는 단순한 향수의 공간이 아님. 그것은 어떤 사람에게는 힘들어도 살아내야 할 삶의 터전이지만, 박진호와 익수처럼 취약한 내면을 지닌 인물에게는 감당하기 어려운 상처의 장소가 됨.

나. 개인적 취약성과 역사적 상흔의 결합
ㅇ(개인적취약성) 박진호와 익수의 죽음을 모두 역사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음. 대부분의 사람들은 4·3의 상처를 안고도 힘겹게 살아갔고, 이 두 사람의 죽음에는 분명 개인적 불안과 정신적 취약성이 크게 작용함.
ㅇ(역사적상흔) 그러나 그 취약성이 아무 맥락 없이 생겨난 것도 아님. 고향 제주에는 4·3의 죽음, 억울한 넋, 설명되지 않은 공포가 남아 있고, 그 기억은 두 사람의 불안한 내면을 더 깊이 흔듦.
ㅇ(핵심의미) 이 작품의 핵심은 4·3이 모든 사람을 똑같이 파괴했다는 데 있지 않음. 오히려 해결되지 않은 역사적 상처가 특히 취약한 내면을 지닌 인물들에게 더 날카롭게 파고들 수 있음을 보여주는 데 있음.

다. 트라우마의 무속적 형상화, 살
ㅇ(살의실체) 작품에 등장하는 살과 넋은 단순한 미신이나 귀신 이야기로만 볼 수 없음. 그것은 산 사람의 이성과 논리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죽음의 압력, 원한, 불안의 이름임.
ㅇ(무속적언어) 작가는 개인의 정신적 붕괴와 고향에 남은 역사적 상처를 ‘살을 맞았다’는 무속적 언어로 형상화함.
ㅇ(핵심의미) 살은 제주 4·3의 죽음들이 완전히 장례 치러지지 못한 채 고향의 땅과 바람 속에 남아, 취약한 사람의 몸과 마음을 찌르는 방식으로 나타난 것임.

라. 초혼굿으로서의 문학
ㅇ(넋부르기) 작품은 박진호와 익수의 죽음을 개인의 나약함만으로 조롱하거나, 반대로 역사적 희생으로만 단순화하지 않음. 대신 죽은 이들의 사연을 불러내어 그 죽음의 뿌리를 묻고, 그 넋을 위로하려 함.
ㅇ(진혼의형식) 초혼굿은 억울하게 죽은 넋을 불러 위로하는 의례임. 작품은 이 형식을 빌려, 개인적 취약성과 제주 4·3의 상흔이 겹쳐 죽어간 젊은이들의 사연을 문학 안으로 불러들임.
ㅇ(핵심의미) 「초혼굿」은 두 죽음의 원인을 하나로 단정하는 작품이 아니라, 개인의 약함과 고향의 상처가 뒤엉켜 만들어낸 불가해한 죽음을 불러내고 달래는 진혼의 형식을 지닌 작품임.

4. 종합 평가

가. 작품의 의의
ㅇ(작품의의) 「초혼굿」은 박진호와 익수라는 두 젊은이의 자살 사건을 통해, 개인적 취약성과 제주 4·3의 상흔이 겹칠 때 고향이라는 공간이 어떻게 죽음의 장소로 변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임.
ㅇ(문학적의미) 작품은 논리적 인과관계를 직접 설명하기보다, 살, 악몽, 넋, 무당, 바다, 자살바위 같은 무속적·상징적 장치를 통해 이성과 과학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내면의 붕괴를 드러냄.
ㅇ(핵심의미) 이 작품의 힘은 두 죽음을 어느 한쪽으로만 몰아가지 않는 데 있음. 박진호와 익수의 죽음은 개인적 멘탈의 취약성과 고향에 남은 폭력의 기억, 특히 제주 4·3의 해결되지 않은 상흔이 겹쳐 만들어낸 비극임.

나. 최종 평가
ㅇ(종합평가) 「초혼굿」은 물리적 학살이 끝난 뒤에도 고향의 흙과 바람 속에 원혼과 살이 남아, 취약한 내면을 지닌 사람들의 일상과 정신을 어떻게 갉아먹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임.
ㅇ(최종정리) 작가는 닿지 못하고 죽어간 박진호와 고향에서 끝내 살아내지 못한 익수의 사연을 문학이라는 제단 위에 올려놓음으로써, 단순한 개인적 나약함도 아니고 순수한 역사적 희생만도 아닌, 개인의 취약성과 폭력적인 역사의 잔상이 겹쳐 만들어낸 죽음들을 진혼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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