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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이삼촌 ㅣ 현기영 중단편전집 1
현기영 지음 / 창비 / 2015년 3월
평점 :
[독서보고] 현기영 중단편전집 1 『순이 삼촌』 중 「아내와 개오동」
: 1970년대 언론 통제 속 지식인의 고뇌와 좌절, 그리고 아내가 떠안은 생활고
1. 작품 개요
가. 작품의 기본 성격
ㅇ(작품성격) 「아내와 개오동」은 제주 4·3의 역사적 상처를 직접 다룬 작품이라기보다, 신문사 부조리 속에서 회사를 뛰쳐나온 전직 기자 석규의 무력감과 가정의 균열을 다룬 작품임.
ㅇ(시대배경) 작품의 배경에는 1970년대 유신체제하의 언론 통제, 신문사 내부의 갈등, 산업화 담론 속에서 은폐된 저임금 여성노동의 현실이 묵직하게 놓여 있음.
ㅇ(주요사건) 석규는 신문사를 그만둔 뒤 집 안에 틀어박혀 번역 일과 재취업을 생각하지만 아무것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아내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밖으로 나가 보험회사 외무사원 일을 하게 됨.
ㅇ(핵심내용) 작품은 조직의 부조리를 떠난 인물이 생활의 궁핍 앞에서 어떻게 무력해지는지, 그리고 그 무력감이 가장 가까운 사람인 아내에게 어떻게 부담으로 전가되는지를 보여줌.
나. 제목의 의미
ㅇ(제목구성) 제목의 두 축은 ‘아내’와 ‘개오동’임. 아내는 가장의 실직 후 생활을 감당하게 되는 현실의 인물이고, 개오동은 그 현실 앞에서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하는 석규의 무력한 상태를 상징함.
ㅇ(대비구조) 아내는 집안 문제와 생활비를 실제로 감당하기 위해 움직이는 인물이고, 개오동은 집 안에 서 있으나 벌레와 불편만 만들어내는 존재임.
ㅇ(핵심의미) 「아내와 개오동」이라는 제목은 생활을 감당하는 아내와, 그 생활 앞에서 무력하게 굳어버린 석규의 모습을 나란히 놓음으로써 작품의 중심 갈등을 드러냄.
2. 서사 구조와 주요 내용
가. 벌레, 개오동, 방 안의 무력감
ㅇ(마당풍경) 작품은 석규가 혼자 빈집을 지키며 외출한 아내를 기다리는 장면에서 시작됨. 마당의 개오동은 집 안쪽으로 기울어져 있고, 잎사귀에는 벌레가 들끓어 햇빛조차 제대로 들지 않음.
ㅇ(생활불편) 개오동에서는 벌레와 똥이 떨어지고, 아내는 남편에게 벌레를 잡든지 나뭇가지를 치든지 하라고 요구함. 그러나 석규는 방에 틀어박힌 채 들은 척도 하지 않음.
ㅇ(무력상태) 석규는 개오동을 어떻게든 손봐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실행하지 못함. 이 장면은 신문사를 나온 뒤 생활 전체가 멈춰 선 석규의 상태를 그대로 드러냄.
나. 봉봉과 아침 산보
ㅇ(봉봉의등장) 석규는 집 안에 매인 개 봉봉의 존재를 구체적으로 의식하면서 묘한 유대감을 느낌.
ㅇ(산보의시작) 석규는 봉봉을 데리고 아침 산보를 시작하고, 그 과정에서 흐트러졌던 생활 리듬을 잠시 회복하는 듯함.
ㅇ(봉봉의사고) 그러나 봉봉은 트럭에 치여 다치고, 이후 더 이상 석규를 따라 산보에 나서지 않음. 석규의 생활 리듬도 다시 가라앉음.
다. 신문사를 뛰쳐나온 석규
ㅇ(퇴직배경) 석규는 단순히 실직한 기자가 아님. 그는 신문사의 선정주의, 왜곡된 기사 방향, 권위적인 조직문화에 환멸을 느끼고 회사를 박차고 나온 인물임.
ㅇ(초기태도) 그러나 석규를 처음부터 일관된 투사로 보기는 어려움. 그는 제작거부 농성 때도 생계 문제 때문에 백기를 든 심정으로 회사에 복귀한 경험이 있음.
ㅇ(조직변화) 회사는 기자들을 더 강하게 신문사에 종속시키는 방향으로 변함. 전에는 기사 방향을 상의하는 여지가 있었지만, 이제는 데스크가 일방적으로 지시하고 부장이 기자에게 반말과 욕설을 퍼붓는 구조가 됨.
ㅇ(핵심내용) 석규가 신문사를 나온 것은 순수한 영웅적 결단이라기보다, 생계 때문에 타협해 오던 사람이 더는 견디지 못하고 터져 나온 결과에 가까움.
라. 기사로 쓰이지 못한 사람들
ㅇ(취재지시) 석규는 남도 어느 해안 지방의 공업단지를 취재하여 르포 기사를 쓰라는 지시를 받음. 그러나 데스크가 원한 것은 저임금 노동의 실태가 아니라, 공장 새마을운동과 산업전사를 부각하는 기사였음.
ㅇ(문옥자와김진숙) 석규가 만난 이들은 홀어머니와 남동생을 부양하며 몸을 혹사하는 문옥자, 간염으로 공장에서 쫓겨나 영등포 사창가를 거쳐 고향으로 돌아가는 김진숙 등 산업전사로 포장할 수 없는 철저한 약자들임.
ㅇ(기사폐기) 석규가 쓴 기사는 부장의 손에서 욕지거리와 함께 쓰레기통으로 던져짐.
ㅇ(핵심의미) 작품은 언론이 약자의 현실을 기록해야 할 때조차, 조직의 이해관계와 이념적 틀에 맞지 않으면 그 목소리가 쉽게 폐기될 수 있음을 보여줌.
마. 파국과 퇴직 이후의 생활
ㅇ(폭발장면) 석규는 부장의 책상을 도끼로 부수고, 스스로도 심한 충격과 후유증을 겪음. 이는 더 이상 말로 저항할 수 없게 된 사람이 터뜨린 절망의 몸짓에 가까움.
ㅇ(퇴직이후) 회사를 그만둔 뒤 석규는 번역으로 생활을 이어가려 하지만 마르쿠제 번역은 진척이 없고, 신문을 읽는 일조차 괴로워짐.
ㅇ(생활불안) 석규는 술담배를 끊을 만큼 궁핍해졌고, 실직 생활은 점점 그를 방 안으로 밀어 넣음.
ㅇ(방세놓기) 아내는 생활비가 모자라자 자가 단독주택으로 보이는 집에 살고 있음에도 석규가 쓰는 방 하나를 세놓자는 말까지 꺼냄. 이는 생활의 압박이 집 안 공간까지 파고들었음을 보여줌.
ㅇ(핵심의미) 석규는 조직을 떠나 최소한의 자존심은 지켰지만, 생활을 지키는 데에는 실패함.
바. 아내의 외출과 개오동 잔가지 치기
ㅇ(아내의외출) 석규가 방 안에 틀어박혀 있는 동안 아내는 밖으로 나가 보험회사 외무사원 일을 시작함.
ㅇ(수치와죄책감) 석규는 아내가 집 밖에서 사람들을 만나며 돈을 벌어야 하는 현실에 자신이 생활을 책임지지 못했다는 깊은 수치심과 자괴감을 느낌.
ㅇ(잔가지치기) 결말에서 석규는 부엌에서 식칼을 들고 나와 나무 위에 올라가 개오동의 잔가지를 쳐내기 시작함.
ㅇ(톱의필요) 석규는 큰 나무를 제대로 처리하려면 친구 완혁에게 톱을 사 오라고 부탁해야겠다고 다짐함.
3. 인물 분석
가. 석규
ㅇ(인물성격) 석규는 신문사의 부조리를 참지 못하고 회사를 나온 전직 기자임. 처음부터 굳건한 투사라기보다 생계와 명분 사이에서 흔들리던 인물임.
ㅇ(내면갈등) 그는 조직과 타협하지 않았다는 자존심과, 그 결과 아내에게 생활의 부담을 떠넘기고 있다는 죄책감 사이에서 갈등함.
ㅇ(핵심의미) 석규는 부조리에 분노하지만 생활 앞에서는 무너지고, 그 무너짐을 가장 가까운 아내에게 떠넘기게 되는 지식인의 모순적 한계를 띠는 인물임.
나. 아내
ㅇ(인물성격) 아내는 석규의 관념과 무력감이 내려앉은 집 안에서 벌레, 똥, 생활비, 남편의 침체를 모두 몸으로 겪으며 실제 생활을 감당하는 인물임.
ㅇ(생활담당) 아내는 개오동 문제를 해결하라고 요구하고, 방 하나를 세놓자고 제안하며, 결국 집 밖으로 나가 보험회사 외무사원 일을 함.
ㅇ(핵심의미) 아내는 석규의 구원을 기다리는 수동적 인물이 아니라, 무너진 생활을 실제로 떠받치는 현실적 인물임.
4. 작품의 핵심 주제
가. 양심과 생활의 충돌
ㅇ(양심의한계) 석규의 직장 이탈은 순수한 영웅담이 아님. 신문사를 박차고 나온 뒤에도 밥값과 생활비, 집안 문제와 가족의 생계는 고스란히 남음.
ㅇ(핵심의미) 작품은 옳은 선택이 곧바로 좋은 삶을 보장하지 않으며, 생활을 감당하지 못하는 양심은 오히려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현실적 상처를 남길 수 있음을 보여줌.
나. 1970년대 언론 부조리와 현실 왜곡
ㅇ(언론통제) 1970년대 유신체제의 언론 통제 속에서 기자 개인의 문제의식은 데스크의 위계적 질서 앞에서 꺾임.
ㅇ(약자의삭제) 언론 조직은 여성 노동자의 고통을 외면하고 국가 주도의 산업전사 프레임으로 현실을 포장하며 약자의 목소리를 지움.
ㅇ(핵심의미) 언론이 권력과 조직의 논리에 종속될 때, 사회적 약자의 현실은 공론장에서 철저히 폐기됨.
다. 가장의 무력감과 생활 부담의 전가
ㅇ(가정의현실) 석규가 직장을 떠난 뒤 생활 부담은 아내의 노동으로 옮겨감.
ㅇ(행동의부재) 석규는 수치와 죄책감을 느끼지만 감정만으로 생활은 나아지지 않음.
ㅇ(핵심의미) 거대 조직의 부조리에 맞선 지식인의 좌절이, 결국 가정이라는 사적 영역에서 아내의 고통과 희생으로 떠넘겨지는 구조적 모순을 드러냄.
라. 개오동과 봉봉의 상징성
ㅇ(상징의대비) 벌레를 뿜어내는 개오동은 석규의 굳어버린 무력감을, 트럭에 치여 주저앉은 봉봉은 상처 입고 꺾인 석규의 자존심을 각각 상징함. 두 존재 모두 석규의 현신임.
ㅇ(잔가지치기) 석규가 식칼로 잔가지를 치는 행위는 자기 무력감을 벗어나기 위한 구체적 실천의 시작을 상징함. 그러나 톱이 아닌 식칼을 들었다는 점에서 아직 문제의 근원을 잘라내기에는 준비가 부족함을 보여줌.
5. 종합 평가
가. 작품의 의의
ㅇ(작품의의) 「아내와 개오동」은 1970년대 억압적인 언론 현실과 지식인의 좌절을 거창한 관념이 아닌, 밥벌이와 생활의 위기라는 지극히 현실적인 잣대로 해부한 작품임.
ㅇ(문학적의미) 조직을 박차고 나온 기자의 영웅성을 기리는 대신, 방 안의 벌레, 읽히지 않는 번역서, 아내의 외출 등 생활의 구체적 붕괴 과정을 통해 양심과 생계 사이의 처절한 간극을 묘사함.
나. 최종 평가
ㅇ(종합평가) 이 작품은 생계 때문에 타협해 오던 인물이 끝내 폭발한 뒤, 생활의 자리에서 다시 무너지고 고립되는 과정을 날카롭게 보여줌.
ㅇ(최종정리) 개오동 잔가지를 치는 결말은 시대의 폭력 앞에서 무너졌던 지식인이 가정이라는 최소한의 생활 기반을 지키기 위해 다시 일어서려는 처절한 안간힘이자, 더 이상 아내에게 삶의 무게를 떠넘기지 않겠다는 윤리적 자각의 출발로 평가할 수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