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노무현 대통령님 이십니다 👍 👍 👍
노무현님께서 이 나라의 대통령 각하가 된건 반만년 역사의 홍복洪福이다.
p.180~183
청와대 경호구역 안의 백석동천
백석동 별서가 우리에게 다시 알려진 것은 불과 10여 년 전 일이다. 내가 문화재청장이 되고 얼마 안 된 2004년 가을 어느 날이었다. 노무현대통령께서 구경시켜줄 곳이 있으니 등산할 준비를 하고 청와대로 들어오라고 했다. 그리고 대통령의 안내를 받아 간 곳이 이곳 백석동천이었다. 그때는 지금처럼 산책길이 정비되어 있지도 않았다.
오솔길 따라 숲속을 헤치고 나가자 갑자기 하늘이 열리더니 넓은 별서 터에 주춧돌이 아무렇게나 나뒹굴고 있어 깜짝 놀랐다. 집터가 이렇게 크고 당당한 규모였다는 것이 놀라웠고, 이처럼 멀쩡히 남아 있는 것이 신기했고,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이 의아했고, 문화재청장도모르는 유적지를 대통령이 안내해준다는 것이 기이했다.
그저 모든 것이 놀랍고 신기해 두리번거리며 서성이는 나에게 노대통령은 차분히 앉아 이렇게 말을 꺼냈다.
˝내가 어떻게 여기를 알게 되었냐 하면 말이에요. 내가 탄핵을 받았잖아요. 그리고 헌법재판소 판결을 받을 때까지 6개월이 걸렸잖아요. 청장님도 그 바람에 6개월 지난 9월에 임명되었죠. 그때 난 사실상 청와대 안에 유배되어 있었어요. 무슨 국사를 보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밖에 나갈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독서로 시간을 보내다가 무료함을 달래고 싶으면 북악산에 올라가곤 했어요.
그런데 그것도 한두 번이지 매번 똑같은 곳만 가니 내키지 않더군요.그래서 평소 안 가보던 청와대 경호구역 곳곳을 구경하며 산책을 다녔는데 신기하게 이런 곳이 있었어요. 집사람 데리고 오니 놀라고, 비서를 데리고 오니 그도 놀라더군요. 그래서 좀 알아보라고 했더니 옛날에누가 살던 별장 터라는 거예요. 그래서 청장님은 전문가이시니까 아실것 같아 보여드리는 겁니다.˝
그래서 나는 청와대에 오기 전에 자료를 찾아보았지만 백석동천 서가 있었던 것은 확실한데 1·21사태 이후 청와대 경호구역 속으로 들어가버려 오랫동안 누구도 조사하지 않았고 연구하지도 않아 옛날 자료밖에 없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이곳은 무계정사가 있던 인왕산 자락의 청계동천과 대를 이루는 곳으로, 부암동이 조선시대 최고의 별서 터였던이유를 이제 알겠다고 했다. 그러자 노대통령은 어조를 바꾸어 내게 이렇게 말했다.
˝이곳이 문화재로서 가치가 있다면 청와대 경호구역에서 해제할 테니문화재청이 가져가십시오.˝
그리하여 나는 곧바로 문화재 전문위원에게 지표조사를 위촉했고 그조사에 근거하여 2005년 3월 25일 사적 제462호 ‘서울시 부암동 백석동천 유적‘을 지정·고시했다. 이후 박상표·최규성·차경선·이재근 등 건축과 조경 연구자들의 논문이 속속 발표되면서 백석동천 별서의 베일이하나씩 벗겨지기 시작했다.
이런 연구가 3년 동안 이뤄졌는데 백석동천 별서 터는 자연경관과 어우러진 것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문화재 성격이 사적에는 맞지 않다는결과가 나왔다. 그래서 2008년 1월 8일 명승 제36호로 변경하고 명칭은
‘서울 부암동 백석동천‘으로 했다. 이렇게 백석동천 별서 터는 세상에 뒤늦게 알려지게 되었고 지금까지 잘 남아 있게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