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님, 지가 왔구만이라. 하대치여라. 대장님, 대장님이 먼첨 가셔뿔고, 지가 살아남어 이리 될 줄 몰랐구만이라. 지가대장님 앞에 면목이 옳구만요. 그려도 대장님이사 다 아시제라. 지가 요리 살아 있는 것이 그간에 총알 피해댕김서 드럽게살아남은 것이 아니란 거 말이제라. 대장님, 편안하니 먼첨 가시씨요. 지도 대장님헌테 배운 대로 당당하니 싸우다가 대장님 따라 깨끔허게 갈 것잉께요. 대장님, 근디 지가 남치기 역사투쟁얼 허고 죽기 전에 똑 한 가지 하고 잡은 일이 있구만이라. 지 맘대로 혀뿔기 전에 대장님헌테 먼첨 말씸디릴라고라.
고것이 먼고 하니, 지가 할아부지헌테 받은 이름얼 지 손자눔헌테 넴게줄라고라. 요 말을 죽기 전에 아들헌테 전하고 죽을랑마요. 대장님, 우리넌 아직 심이 남아 있구만요. 끝꺼정 용맹시럽게 싸울 팅께 걱정 마시씨요.
그림자들은 소리 없이 움직이며 차례로 무덤 앞에 무릎을 꿇었다. - P431
먼저 떠나간 대원들은 죽은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모두 혁명의 별이 되어 어둠속에서 저리도 또렷또렷한 모습으로 빛나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봉화가 타오르고, 함성이 울리고 있는 가슴에다 그 별들을 옮겨 심고 있었다.
끝 간 데 없이 펼쳐진 어둠 속에 적막은 깊고, 무수한 별들의 반짝거리는 소리인 듯 바람소리가 멀리 스쳐흐르고 있었다. 그림자들은 무덤가를 벗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광막한 어둠 속으로 사라져가고 있었다.
(끝) - P4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