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부
뜨거운 가슴을 찾아서

모든 진실된 인간은
자신의 뺨이 다른 사람의 뺨에 닿는 것을 느껴야 한다.

그가 떠난 후에, 나는 깨달았다.
만일 어떤 위대한 영혼이 인류를 두 개의 적대적 진영으로 갈라놓는다면, 나는 민중과 함께할 것임을.

🌟 혁명의 완수 제1부


인생을 살아가면서 누구든 조언자를 가지는 건 소중한 일이다. 여행을 떠나올 때에도 인생의 조언자에게 귀를 기울일 줄알아야 한다.
- P43

내 인생의 최초 조언자는 어머니였다.
나무숲이 없는 드넓은 벌판 위에서 만난 장대비를 피하는 방법은 오로지 비옷과 망토를 반드시 챙겨가라던 내 조언자의 말씀에 있었다.
대지의 기운을 어머니가 예견하신 건 그녀의 마음이 곧 대지와 같기 때문이었으리라. 나는 그 덕에 장대비 속에서도 사바토의 시를 읊을 수 있었다.
- P44

마음속에 생겨난 두려움을 사라지게 만드는 유일한 방법은실제 현실과 부딪힘으로써 그 두려움을 날려 버리는 것뿐이다.
모터용 자전거가 나를 얼마나 안전하게 데리고 가줄지를 생각하는 동안의 두려움은, 실제로 먼지투성이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지고 나서야 사라졌다.
그리고 다시금 또 내동댕이 쳐지진 않을까 하는 두려움은 제법 다치지 않고 내동댕이 쳐지는 법을 배우며 완벽하게 사라져버렸다.
이젠 더이상 두려움이 없는 단계까지 다다랐을 때, 나는 타이어가 못쓰게 되었어도 자신감에 차 있었다.
마치 새가 날기 위해서는 날개를 펴야하고 그렇기 위해서는먼저 걸음마를 재다가 수없이 길에 부리째 내동댕이 쳐지는법을 익혀야 하듯이, 나는 그렇게 두려움을 극복하는 법을 배웠다.
- P45

삶을 향해 다가오는 위험한 사건들은 때론 무모한 모험을 자처하다가 겪게 되는 경우도 있지만 아주 강한 어떤 우연의 힘에 의하여 불가항력적으로 다가오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때 그 우연의 광풍 속에서 살아남는 유일한 방법은 우연보다 강력한 필연의 의지를 품는 태도이다.
죽음도 불사하는 필연의 의지로, 가슴까지 불어난 물에 잠긴채 여행 짐을 챙겨 본 경험이 바로 그런 것이었다.
- P47

진정한 의사와 병원이 여기 세워지게 하기 위해서 나는 길을떠나야 한다고 다짐했던 것이다.
- P48

오늘은 두 살 박이 어린 아이의 머리에 박힌 구더기를 에테르 한 병과 핀셋 하나로 모두 뽑아내어 주었다.

비가 오면
빗물은 길을 따라 흐른다.
자연을 거닐면서도 말없이 침묵을 지키다 보면
우울한 충동이 길을 따라 일게 마련이다.
한 철교 밑으로 흐르는 강물이
날 선 절벽을 깎아지르며
불꽃같은 거품을 만들고 있었다.
순간, 그 속에 뛰어 들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하지만 이내 발걸음을 옮기면서도
내 시선은 자꾸 돌아섰다.
자신을 두고 떠나지 말라는 듯
물살은 더욱 거세게 등 뒤로 흘러갔다.
- P49

통치자들의 의회보다는 경찰서의 수감자들을,
유명한 사람들이 만든 작품이나 박물관보다는
길을 거닐며 만나는 행인의 삶과
그들 속에 들어 찬 고통을 보자.
그래야만이 우리는
우리 자신의 내면에 들어 찬
그 무엇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방문하는 곳마다 그 지역 사람들의 친절함을 알아보는쉬운 방법은 병원을 가보는 것이다.

내가 살아 있는 한, 나의 여행은 계속된다.
- P50

천식이 심장질환에까지 다다른 한 늙은 여인을 보았다. 아무리 유능한 의사라고 해도, 죽어가는 사람 앞에서 어떤 기적이찾아와 주기만을 바라고 있게 된다면, 그는 과연 의사인가 무엇인가, 그 무엇은 또 어떤 존재인가. 이 가여운 여인이 불과 한달 전까지 이런 몸을 이끌고 생존을 위해 식당 일을 해야만 했다는 사실 앞에서, 이런 부조리한 체제를 변화시킬 그 무엇은과연 의사뿐일 것인가.


아르벤스의 말처럼, 인간은 물질적으로 너무 굶주렸을 뿐 아니라 근본적으로 존엄성에 굶주려 있다. 지금 이 순간 내 삶의명제를 삼는다면, ‘이 굶주린 자들을 위해 의사로서 헌신하는것이리라.
- P54

진정한 사랑과 유대감이란, 고독하고 절망적인 사람들 사이에서 싹튼다.
- P56

처음 여행을 떠날 때는 누구나 모험에 대한 갈증이 크다. 그러나 점점 더 낯선 환경과 세계를 보게 된다면, 이제는 그것을어떻게 공유할지에 대해서까지 생각하게 될 것이다. 처음 여행이 또 다른 여행을 낳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서 시작된다.

떠나는 사람은, 배낭 속에는 온갖 물건을, 가슴 속에는 잊지못할 몇몇 사람의 이름을 담고 떠난다.
길 위에서 바라보는 산봉우리와 들녘 끝에는 언제나 내 사랑하는 가족의 이름을 걸어 놓는다.
가족들이 나의 여행을 기뻐해 주었고 따뜻한 포옹으로 배웅해 주었기에 나는 지금 캠프용 침대에 누워서도 춥지 않은 것이다.
우리는 각자의 이름으로 살고 있지만 언젠가는 각자의 이름이 무의미해질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 본다. - P57

칠레의 등짝에 엉켜 붙어 있는 양키는, 냉혹한 이윤을 빨아대기 위해 끊임없이 사람들을 무기력한 분노로 내몰고 있었다.
누구나 처음 이런 현실을 보게 된다면 흥분하지 않을 수 없을것이고, 무엇인가 이 현실을 타파하기 위한 열정에 휩싸이지않을 수 없을 것이지만, 우리의 칠레는 너무나 무기력하다. 절대적으로 부족한 공공병원들, 무료 진료를 미끼로 자행되는 터무니없는 약값과 입원 치료비용, 쓰러져 가는 병원 건물에 터무니 없는 의료시설, 더럽고 어두침침한 수술실과 위생관리조차 지켜지지 않는 화장실, 나는 이것이 남미 전역의 현실이 아닐까 두렵다. - P59

그가 떠난 후에, 나는 깨달았다.
만일 어떤 위대한 영혼이 인류를 두 개의 적대적 진영으로 갈라놓는다면, 나는 민중과 함께할 것임을. - P60

세상의 모든 불의 앞에서 가장 먼저
우리는 이론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
우리가 해야 할 것은 오직 행동이다. - P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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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1-09-10 19: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문장 문장 강건함이 느껴집니다. 최초 조언자가 어머니였다고 말할 수 있다니! 항상 대범한 이들의 어머니 아버지는 어떤 분일까 궁금해집니다

대장정 2021-09-11 16:39   좋아요 0 | URL
체게바라 어록의 문장을 읽으면 강인한 혁명전사의 힘이 느껴집니다. 훗날 전투시 부상당한 체는 의사로서, 전사로서의 갈림길에서 전사의 길을 택하죠. 의료함을 챙길것이냐, 탄약통을 챙길 것이냐. 체는 탄약통을 선택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