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모어 이모탈 시리즈 1
앨리슨 노엘 지음, 김경순 옮김 / 북폴리오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20대를 훌쩍 지나버린 내가 얼마 전 나이도 잊고 훌쩍~빠져버린 이야기가 있다.
바로 뱀파이어와 인간 소녀의 사랑이야기였던 "트와일라잇"
처음 알게 된 뱀파이어도 아니었는데 그 책들 속의 에드워드란 인물은 정말 처음 보는 매력적인
캐릭터였다. 더불어 짜증이 날 정도로 부러웠던 에드워드와 벨라의 사랑이야기는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날 설레게했다가, 웃겼다가, 짜증나게 하곤 했었다.
그렇게 좋아했던 이야기가 끝이 나고, 아쉬움에 슬쩍 침울 할 때 이 책을 보게 되었다.
트와일라잇을 좋아했다면 이 책을 봐야한다는 광고 문구에 더더욱 끌려서. 

 
 트와일라잇처럼 이 책 또한 특별한 능력을 가진자들의 사랑이야기이다.
남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신비한 힘의 소유자, 게다가 누구라도 한 번쯤 뒤돌아보게 만드는 매력적인 겉모습을 가지고 있기도 했다. 여자는 사고로 가족을 잃은 후 다른이의 오로라가 보인다거나, 다른이의 마음 속 말들이 들리는, 남자와 같이 조금은 특별한 능력을 지닌 인물이었다. 또한 남자 만큼은 아니어도 금발에 어여쁜 외모를 지닌 매력적인 소녀였다.
남자의 이름은 데이먼, 여자의 이름은 에버. 둘은 운명이라는 듯이 서로에게 끌리고 서로를
사랑하게 된다. 하지만 만남이 계속 될수록 여자는 남자에게서 비밀스러움을 감지하게 된다.
남자가 지닌 비밀에 대한 궁금증을 풀기 위해 그녀는 사고로 죽었으나 그녀의 곁에 머무는 동생에게 부탁해 그의 집에 찾아가게 된다. 그리고 그가 숨기려던 엄청난 비밀을 알게 된다. 

 이야기의 시작은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으며 전개 또한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그 비슷함이 싫지는 않았다. 오히려 마음속의 허전함을 달래 줄 수 있는 또다른 이야기를 찾은 것 같아서 반갑기도 했었다. 

  하지만 남자의 비밀이 드러나면서부터는 조금 실망스러웠다.
주인공의 비밀이 너무 억지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그 비밀 속에서 드러난 것들이 좀 오바스럽게 여겨지기까지 했다. 

  조금은 뻔한, 그리고 너무나도 익숙한 인물들의 모습이나 내용들이 좀 속보인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다. 그럼에도 책을 읽으면서 지루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중간 중간 좀 유치하다는 생각이 드는 장면이 있기는 해도 전체적으로 재미는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읽을 수 있었고, 꽤 두꺼운 책을 다 읽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도 않았다.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 본의 아니게 자꾸만 "트와일라잇"을 떠 올리곤 했었다.
작가분도 다르고, 등장 인물들도 많이 다르긴 하지만 아무래도 비슷비슷한 부분이 많아서
자꾸만 비교를 하곤 했던 것이다. 광고의 영향도 있고. 

 두 이야기를 비교해보자면 "트와일라잇"은 시작부터가 무척 강렬하다. 상대가 어떤 존재인지
알게 되었을 때도 두려움에 물러서기는 커녕 오히려 더욱더 그 세계로 들어가려고 했던 벨라.
그와 다르게 "에버모어"는 그 시작이 좀 뜨끈미지근하다. 아무래도 주인공인 에버가 깜찍 발랄함 보다는 슬픔과 아픔에 더 익숙하고, 그것을 유지하려고 하는 캐릭터이기 때문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으면서, 그리고 다 읽은 후에 생각을 해보니 아직은 이야기가 다 드러나지 않았고,
이제 막 시작이라는 점에서 다음 번의 책을 기다려봐도 좋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데이먼과 에버. 충분히 매력적인 두 주인공들과 1권에서 등장했지만 별다른 활약을 보이지 않았던 인물들, 그리고 앞으로 새롭게 등장할 지도 모르는 인물들.
그리하여 그들이 만들어갈 또 다른 환상의 러브스토리 혹은 모험이야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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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 인 더 헤이그
하지환 지음 / 황매(푸른바람) / 200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독도"
단 두 글자가 입에 올릴 때마다 내 속을 부글부글 끓게 한다.
이는 나 뿐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국민들 대다수가 그렇지 않을까 한다.
풀지 못한 숙제처럼 늘 가슴 한 켠에 딱딱하게 굳어있는 존재.
마음 같아서는 속시원히 다 밝히고 확실하게 판명이 나서 더이상의 잡음이 없었으면 좋겠다.
그러나 오랜 역사 속에서 얽히고 설킨 일이니 만큼, 단순히 조그만 섬의 소유권이 아닌
양국 간의 자존심이 걸린 일인 만큼 앞으로도 갈 길이 멀기만 한 것 같다. 

 
 독도 인 더 헤이그는 제목처럼 독도 문제를 전면적으로 다루고 있는 책이다.
비록 소설이긴 했지만 독도 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관심이 갔고, 책을 쓴 작가분이
현직 판사라는 점에서 책에 대한 궁금증이 커졌다. 

 이야기는 우리 정부와 일본 정부가 군사적인 충돌로 인해 독도를 두고 국제사법재판소에서
소송을 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그 과정에 우리의 젊은이들이 독도가 우리의 영토임을 증명할 수
있는 고대의 증거들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주요 소재가 소재니만큼 책을 읽기 전에 어느 정도 불편한 마음이 들 것이라는 생각은 했었다.
한일 관계의 이야기를 주로 다루는 김진명씨의 책 처럼 으레 표정이 일그러질 눈속임과 음모 등이
보일 테니까. 

  책 속에선 선한 양의 가면을 쓰고 우리의 젊은이들에게 접근해 오는 인물이 있다.
젊은이들 앞에서 너무나도 선한 말과 행동으로 그들의 의심을 접고, 마음을 사고 있는 일본의 학자. 책의 밖에서 그들을 보고 있는 나로선 답답하기 그지없지만, 아마 나라도 그 상황이라면 넘어갈 듯한 연기와 상황들로 인해 보는 내내 갑갑했다.

하지만 그보다 나를 더 갑갑하게 하는 것은 적으로 등장하는 일본의 인물들이 아니라 동지여야하는 한국의 관리들이었다. 온 힘을 다해 적을 상대해도 승소보다는 패소의 확률이 높은 그때,
오로지 자신의 이익을 위해 학연과 지연을 동원해 엉뚱한 사고를 치고 마는 관리가.
더 속상한 건 아마 현실에세도 소설 속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었다.

  여기저기 등장하는 마음 불편한 상황 때문에  썩 기분이 좋은 책 읽기는 아니었다.
그렇지만 읽고나니 작가분이 정말 많은 노력으로 쓰여진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판사로 근무하시기도 바쁠텐데 이렇게 많은 자료를 찾고, 열심히 글을 쓰시다니 대단하다 싶기도 했고. 

 책을 보니 법관이 왜 소설을 쓰느냐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법관과 소설가는 닮았다. 법관은 거짓 속에서 진실을 찾고, 소설가는 허구 속에서 진실을 말한다. 어느 쪽이든 인간에 대한 이해와 애정 없이는 제대로 할 수 없는 일이다. 이에 다시 소설가는 현실을 살피고, 법관은 문학을 찾는다." 

  솔직히 처음에 작가의 이력을 보고 의심을 하기도 했었지만 다 읽은 후에는 읽어보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인공의 숨겨진 내력에 좀  과하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그래도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운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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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ked 상징 하우스 오브 나이트 1
P. C. 캐스트 지음, 이승숙 옮김 / 북에이드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최근 핫트렌트를 꼽으라 하면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소재가 있다. 바로 "뱀파이어!!".
작년 개봉한 영화 "트와일라잇"에 이어 올해 개봉한 "뉴문"으로 인해 그 인기에 불이 붙은 뱀파이어란 존재들. 거부할 수 없는 매력과 엄청난 능력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그들의 존재는 거역할 수 없는 매력이 아닐까 한다. 더욱이 그들이  상상이 곧 현실이 되는 영화 속이나 소설 속에서 실체를 가진 존재들로 태어난다면 당연히 그 매력에 빠져들지 않을까.

  또 한 번 뱀파이어란 존재를 부각시킬 책이 나왔다.
낮과 밤이 뒤바뀌고, 인간의 피를 갈망하며 인간은 가지고 있지 않은 능력들을 가진자들이라는 점에서는 그간의 뱀파이어들과 일치하지만 조금은 다른, 그래서 색다른 뱀파이어의 이야기가 전개되는 새로운 시리즈. 

  그 시작을 알리는 책, 바로 "상징"이다.
다른날과 같이 학교에 가고, 친구들과 어울리던 주인공 조이 레드버드는 그야말로 갑자기 뱀파이어가 될 것이라는 선택을 받게 된다. 이미 뱀파이어들이 인간들에게 익숙해지고 한 시대를 살아가는 존재들로 여겨지는 그곳에서도 여전히 뱀파이어는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그로인해 조이는 친구들과 가족들에게 외면을 받으며 상처 받고, 유일하게 그녀를 이해해주던 할머니의 도움으로  예비 뱀파이어들이 다니는 나이트 하우스란 학교로 전학을 가게 된다. 낯선 장소와 사람들로 인해 조금은 버벅거리던 조이, 그러나 곧 그녀의 룸메이트를 비롯한 여러 좋은 친구들을 사귀게 되어 새로운 곳에서의 생활도 적응이 되어간다. 더욱이 모든 뱀파이어들이  따르는 닉스 여신에게 강한 보살핌을 받고, 모든 이의 시선을 끄는 매력남 에릭의 관심을 받음으로써 조이는 뱀파이어의 삶에 한 발자국 더 다가가게 된다. 

  흔히 뱀파이어가 되기 위해선 선천적으로 그들 중 왕족이라 할 수 있는 존재들 사이에서 태어나거나 뱀파이어인 자들에게 목 부근을 물려야 인간에서 뱀파이어로의 변화가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 책에선 뱀파이어가 되는 과정이 선택에 의해 마치 뱀이 허물을 벗듯이 이루어진다고하니  무척 생소했다. 또한 그 과정에서 변화를 견디지 못하는 인간의 경우엔 한 순간에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고 한다. 

  주인공 조이가 머물고 있으며 그와 같은 인간들이 머무는 나이트 하우스란 곳은 그렇기에 무척
특별한 공간이다. 인간과 뱀파이어 사이를 오가는 존재들이 머무는 곳. 게다가 등장하는 인물들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꿈 많고, 말썽 많은 십대 아이들이다.  때문에 아이들 사이에서 자연히
사랑과 우정, 갈등이 연이어 일어난다.  

  "상징"은 모든 이야기가 시작되는 만큼 조이와 그 주변의 친구들이 관계를 맺어가고, 그로 인해
앞으로 벌어질 일들에 대해서 천천히 설명해주는 예고편과 같은 책이다.
모든 판타지 영화의 예고편이 그러하듯이 "상징" 또한 화려한 볼거리와 궁금증을 제공한다.
그렇기에 앞으로 이어질 이야기들에 대해서 절로 기대가 된다.
무한한 능력을 가졌지만 아직은 새내기에 불과한 우리의 나이트 하우스 학생들!!
그네들의 체인지된 모습과 그 후의 이야기가  정말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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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래의 미소 문학동네 청소년문학 원더북스 2
알리시아 두호브네 오르띠스 지음, 임미경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동화같은 표지가 마음에 들어서 보게 된 책이다.
물결과 같은 푸른 바탕에 보기 좋은 소녀와 소년. 그리고 그 앞에 헤엄치듯 머리를 내밀고 있는
돌고래가 보기에 참 좋아보여서. 

 
 잔잔한 물결같은 이야기가 펼쳐질 줄 알았는데 책 속엔 의외로 조금은(?) 심각한 이야기가 있었다.
러시아와 미국사이의 냉전 시대가 막을 내린 후 양국은 비밀실험을 한다. 돌고래를 연구하던 중 돌고래들이 뱃속의 태아에게 관심을 보인다는 점에 주목하고 실험을 통해 돌고래와 소통이 가능한 아이들이 태어나게 된 것이다. 뮤턴트(돌연변이)라 불리는 그들은 언어 없이도 돌고래들과 소통이 가능하고, 모든 생물체들의 아우라를 볼 수 있는 능력을 갖고 태어났다.
그러나 이들은 일상적인 소음을 견뎌내기엔 너무나도 예민한 존재들이라고 여겨져서 태어날 때 부터 소음이 거의 없고 평화로운 섬과 같은 곳에서  격리된 삶을 살아가게 된다. 돌고래들과 정답게
살아가던 이들에게 어느 날 위험이 닥친다. 이들의 능력을 알고 있는 무리들이 이들을 전쟁의 한
공격수단으로 사용하려 하는 것이다.

 

 돌고래라는 존재는 실제로 본 적도 없고, TV화면으로도 자주 보지는 못했지만 그들이 인간들에게 매우 친근한 존재라는 것은 그간에 보고 들은 내용을 통해 알고 있었다. 그들이 인간을 공격하는
상어와는 다르게 인간을  위험에서 구해주기까지 한다는 것도.
그렇기에 언어 없이도 인간과 돌고래가 소통을 한다는 내용은 현실성 제로의 소설 속 이야기라고만 생각되진 않았다. 오히려 인간의 아이들이 돌고래들과 소통하며 바다 속을 헤엄쳐다니는 모습을 상상하니 흐뭇하기까지 했다.

   어느 곳이든 악당은 존재하듯이 잔잔하고 평화로운 이야기 속에도 이들을 위험한 전쟁의 한 수단으로 사용하려는 무리들이 등장하면서 이야기 속에 위기감이 감돈다.
맑고 긍정적인 감성으로 가득찬 돌고래들과 아이들에게 온갖 부정적인 것들을 주입시킴으로써
자신들에게 속하게 하려는 사람들. 이는 신체적인 폭력보다는 언어적인 폭력들이 더욱더 가혹하고 상처가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갑자기 등장한 위험으로 인해 아이들은 당황하지만 곧 자신들과 자신들이 아끼는 이들을 위험에서 구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대처 방법은 적들의 수단만큼이나 강력하다. 

 
조금만 더 강하고, 조금만 더 살이 붙어서 이야기가 전개되었다면 더욱더 좋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에 아쉬움이 조금 들었었다. 그렇지만 이 책이 성인대상이 아니라는 점에서 다시 생각해보면
강도나 내용이 그리 약하진 않은 것 같다. 아이들이 읽으면서 토론해 볼만한 내용도 있는 것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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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데기
황석영 지음 / 창비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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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석영작가분의 글을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그 이름만큼은 그분의 모습만큼이나 익숙함이 있었다. '바리데기는 내가 황석영작가분의 책들 중에 처음으로 완독을 하게 된 책이다.  어떤 내용인줄도 모르고 적어도 한 권쯤은 이분의 책을 읽어 봐야 하지 않을까 싶어 보게 된 책이었다. 그러니 책을 읽기 전에는 좋아하는 소설책을 읽게 된다는 설레임보다는 어떤 의무감 같은 것이 더 컸었다.

그러나 막상 읽기시작해서는 의무감보다는 이 책을 더 빨리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앉은 자리에서 책을 훌쩍 읽게 되었다.

 주인공 아이의 이름은 ‘바리’ 이름으로 부르기엔 뭔가 이상한 어감이 있는 이름이지 싶다.
그 옛날 혹은 현재까지 보수적인 집안이라면 으레 그렇듯이 그녀가 태어난 집안 또한 딸보다는 아들을 더 바라고 있었다. 더욱이 그녀 위로 이미 여섯 명의 딸을 낳은 후였기에 아들을 바라는 마음은 그 어느 집보다 크고 강했다. 그러나 태어난 그녀는 남자가 아니었기에 태어난 직후에 어미에 의해서 버림을 받았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그녀는 갓 태어난 아이를 버리러 나갔던 어미의 뒤를 쫒던 흰둥이에 의해 목숨을 건졌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후에 아이에게는 '버린다'는 의미가 담긴 ‘바리’라는 이름이 지어졌다. 아이가 열두살이 되던 해에 뜻하지 않게 가족은 뿔뿔이 흩어지게 되었고 아이는 우여곡절 끝에 살던 곳인 북한을 벗어나 런던에까지 이르게 된다. 할머니와 부모님, 위로 여섯 자매와 흰둥이의 자식인 칠성이까지, 대가족의 구성원이었던 그녀가 런던에 도착했을 땐 아무도 곁에 남아있지 않고, 혼자된 몸이었다. 낯선 땅에서 아직 20살도 되지 못했던 그녀였기에 런던으로 가는 과정이, 런던에서의 삶이 결코 쉽지 않았고 즐겁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그 삶 속에서도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 할머니로부터 무녀의 기질을 이어받았던 그녀였기에 비록 혼자였지만 그녀 곁에는 늘 이미 떠나간 자들이 함께하고 있었고 그녀 스스로가 무척 강인함을 지닌 여인이었기 때문이다.

 책은 시작부터가 매력적이었다. 지금은 방송에서나 볼 수 있는 북한식의 말투에서 낯설면서도 정겨운 기운이 스리슬쩍 느껴졌기 때문이다. 번역서에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것이었다. 요즘 주로 외국의 소설을 읽다보니 오랜만에 보게 된 우리식의 정겨운 말이 가슴 찡할 정도로 반가웠다. 고등학교 때는 시험 생각에 진저리가 나기까지 했던 표준어가 아닌 단어들에게서 아련함이 느껴진다는 점에서 슬그머니 쓴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책에선 주인공 ‘바리’의 삶이, 고작해야 열 몇 살에서 스무 살 초반에 이르는 10년 정도의 시간을 이야기 하고 있다. 고작해야 10년. 우리내로 치면 중, 고등학교를 지나 대학교에 입학해서 억압되어 있던 자유를 막 풀어내고 있는 시간들.
같은 동포이면서도 남과 북이란 지역차이는 실로 엄청나게 다른 삶의 모습을 지니고 있음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언제 어디서 그녀를 죽음의 세계로 이끌지 알 수 없음에도 그녀는 꿋꿋하게 앞으로 나아갔다. 어쩔 수 없이 건너간 중국에선 발마사지를 배웠고 런던으로 건너와서는 특유의 능력과 발마사지 능력으로 그럭저럭 생계를 꾸려가게 된다. 더불어 같은 주택에 머물던 압둘 할아버지의 손자와 결혼을 하여 가정을 꾸리기까지 한다. 이제 비로소 안정을 찾은 듯했지만 애초에 그곳이 그녀가 편안히 살아갔던  고향이 아님을 알리듯이 불행은 끊이지 않고 그녀를 찾아온다.

 이야기는 여주인공 ‘바리’의 삶에 대한 것이었지만 그녀의 삶 속에는 작가가 우리에게 하고자 했던 ‘아픔’이 곳곳에 베여있다. 자연재해로 인해 배고픔을 겪고, 그로 인해 무수히 삶을 놓아버리게 되는 우리의 북한 동포들, 살고자하여 중국으로 건너갔으나 뱀 같은 자들의 탐욕에 의해 인간 대접을 받지 못하고 위태위태한 삶을 살아가는 우리의 북한 동포들...그들에 비하면 ‘바리’의 삶은 마치 신께서 보살펴주기라도 하는 듯 늘 행운이 따랐다. 비록 그녀가 풍족하고 즐거운 삶을 살아간 것은 아니었대도 말이다.

 이야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사실’을 이야기하지만은 않는다. ‘바리’가 지닌 능력, 다른이들이 볼 수 없는 것을 보고, 이미 저 세상에 있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능력들로 인해 이야기는 중간 중간 현실을 벗어나곤 한다. 때로는 아련한 꿈 길 같고, 때로는 무서운 불구덩이 같은 곳으로 그녀는 그때그때 현실을 잠시 접어두고 여행을 떠난다. 그리고 그때마다 그녀를 지탱해줄 사람들을 만나고, 버팀목이 되어줄 조언을 얻는다. 사실 바리의 삶이 너무나도 현실적이었고, 그녀와 그녀의 주변 사람들-특히나 그녀의 가족들-간에 나누는 대화 또한 너무나도 현실적이었기에 갑작스레 등장하는 환상 같은 장면들이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했었다.
그런데 그러한 장면들이 그녀를 지탱해주고, 그녀를 더욱 강하게 해줌을 알게 된 후에는 오히려 그러한 장면들이 반갑기까지 했다.   

 이야기가 모두 끝나고 책의 끝 부분에 짧게나마 작가인터뷰가 실려있다. 간단간단하게 질문과 응답이 이어진 글 속에서 책을 읽으면서 들었던 많은 생각들을 간단하게나마 정리할 수 있게 되어서 좋았다. 

 또한 인터뷰의 마지막 질문.

‘바리’가 어릴 적에 할머니께서 그녀에게 자주 들려주셨던 설화 속에선 여주인공이 생명수를 구해 죽은 부모를 되살린다고 한다. 그렇다면 과연 소설 ‘바리데기’에서 ‘바리’가 구한 생명수는 어떤 것일까에 대한 질문. 질문을 읽자마자 ‘그래~! 답은?’하고 바로 작가분께서 말씀하신 답변을 보았다.
비록 기대했던 것과 같이 답은 1~! 과 같은 명쾌한 답변은 제시하지 않으셨지만 답변이 실망스럽지는 않았다. 오히려 명쾌한 해답을 제시해 주셨다면 괜히 힘이 빠지지 않았을까?
이미 유행지난 개그처럼 그녀가 찾던 생명수의 행방은 우리 마음속에 있는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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