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중원 박서양
이윤우 지음 / 가람기획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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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형사 이야기, "별순검"이라는 드라마를 보던 중 백정에 관해 다루던 부분을 보았다. 소중한 딸이 백정의 자식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 두려웠던 백정 아비. 결국 그는  자식이 없어 고민하던 어느 사대부에게 자신의 딸을 몰래 보냈다. 곁에서 두고 볼 순 없었지만 모두의 사랑을 받으며 꽃 같이 어여쁘게 자라고 있는 아이를 보는 것의 그의 커다란 즐거움이었다. 그런데 아비는 그야말로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사실을 알게 된다. 자신을 친아버지처럼 따르고, 자신 또한 친아들처럼 아꼈던 백정 청년이 사대부에게 보내진 자신의 딸과 사랑에 빠진 것. 아무것도 모르고 사대부의 딸과 야반도주를 하려던 밤, 백정 청년은 마지막 인사를 하러 온 백정 아비를 찾는다. 그리고 아비는 그에게 마지막 식사를 대접한다 하며 밥상을 차리고, 그 속에 독을 탄다. 

 신분제가 사라진 지도 200년이 훌쩍 지났다. 그렇기에 현재의 우리에게 백정이란 존재는 과거에 존재했던 하나의 계층에 불과하다. 하지만 당시의 삶을 살아가던 사람들에게 백정이란 존재는 가까이 하기도 싫은, 노예는 아니지만 노예만도 못한 존재였었다. 

 조선 최초의  양의사라 불리는 박서양 또한 그 천하디 천하게 여겨지던 백정이란 신분을 가진 존재였다. 더욱이 그가 살아가고 있던 반촌이란 곳은 거칠기로 유명한 사람들이 많았던 곳이었다. 때문에 늘 여기저기 얻어터지기를 밥먹듯 했던 서양. 보다 못한 아비는 그를 제중원에 버린다. 외할아버지가 의원이었고, 어미 또한 어느 정도 의술을 익혔던 사람이었기에 어릴 적부터 총명했던 서양이 백정 자식이라 무시 받지 않고, 조금이라도 사람답게 살았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었다. 그런 서양을 좋게본 미국 의사 알렌은 그를 가르치기 시작한다. 

 "제가, 여기 있네요. 여기 제가, 사람으로 서 있네요. " (P.88)

의술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서양은 비로소 사람답게 살아가는 게 무언가를 느끼게 된다. 그리고 탐욕적으로 의술을 배우고자 한다. 어쩌면 의술을 통해 백정이라 무시받지 않고, 남을 도울 수도 있기 때문에. 하지만 신분이 모든 것을 결정하던 시기이기에 그의 소망은 늘 바람 앞의 촛불 같았다. 여차하면 꺼지고 마는..그럼에도 그는 굴하지 않았고, 천운이 닿은 것처럼 그의 곁에는 늘 그를 돕고자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리하여 서양은 일본으로 건너가 7년 동안 의학을 공부하게 된다. 그리고 자신이 배운 것을 자신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자들에게 돌려주기 위해 다시 조선으로 돌아온다. 

 이야기는 박서양이라는 인물에 중심을 두고 있지만 시대가 시대인 만큼 그를 둘러싸고 있는 주변 상황 또한 적지 않게 다루어진다. 더욱이 그가 하고 있던 서양 의술은 단순히 하나의 기술에 그치는 것이 아니었다. 일본과 중국이 조선을 잡아먹기 위해 기회를 엿보고 있었던 시기였던 것. 때문에 박서양이란 인물은 단순히 의학을 공부하고, 그를 통해 다른 사람들을 돕는 의사에 그치는 인물이 아니었다.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이야기는 참 재밌었다. 늘 긴장감을 놓을 수 없는 상황들이 이어졌고, 크나큰 사건들은 쉬지 않고 터졌다. 때로는 억울함으로 분통을 터치기도 하고, 때로는 인물들의(송준구같은) 어리석은 행동들 때문에 안타까움을 느꼈다. 그렇기에 이야기가 지루할 틈은 없었다. 

 하지만  재미있는 이야기를 가로 막는 것이 있었다. 뭔가 엉성한 번역본을 읽는 듯한 불편함이 책을 읽으면서 여러 번 느껴졌던 것이다. 세 네 줄은 기본이었던 기나긴 문장들이 페이지의 여러 부분에 있었다. 문장이 길 수도 있지뭐 하고 넘길 수도 있지만, 그러기엔 느껴지는 불편함이 좀 큰 부분들이 많았다. 아래와 같이.

 "얄상한 얼굴에 왼쪽 눈 옆에 큰 사마귀가 있는 그의 인상착의를 잊지 않고 있던 반촌 사람이 그를 장단에서 보았는데 금음산은 사람들에게 그의 인상착의를 귀에 못이 박히게 일러놓고도 헛걸음을 했던 것이 꽤 여러 번이라 크게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장단의 관아를 찾아갔다가 그 군관이 틀림없음을 확인하고는 얼이 빠져서 집으로 돌아왔었다."(P.215) 

 또한 오타 혹은 오타 같은 부분도 적지 않았다. 출판된 책에서 오타는 흔히 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것도 한 두개가 아니라면 역시나  책의 흐름을 방해할 만큼 불편이 커진다. 

 "서양은 안 그래도 헝클어진 자신의 봉두난발을 신경질적으로 흐트러뜨리고 자신에 발끝에 눈을 고정시키고" (P.46)
"편지를 조심스럽고 접고 서서 서양은 영부를 한동안 들여다 보았다." (P.159)
"일곱 해는 세상에 변하기에는 부족한 시간일 수 있다." (P.260)
"일본의 병원에서 환자들을 진료하고 수술하면서 임상 겸험을 쌓았지만 조선에서 의술을 행하는 것과 같지는 않았다."(P.302) 
 
 아쉬움이 조금 있기는 해도 내용면에서는 만족할 수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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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파이어 아카데미 - 내가 선택한 금지된 사랑 뱀파이어 아카데미 시리즈 1
스콜피오 리첼 미드 지음, 전은지 옮김 / 글담노블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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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지난해 ’트와일라잇’에 이어 후속편인 ’뉴문’까지 여러 화제를 낳으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줄거리가 미약하다는 비판을 많이 받았으면서도 그 볼거리가 풍부한 화려함과 매력적인 뱀파이어와 평범한 소녀(실제 영화를 보면 평범과는 거리가 멀어보이긴 하지만..;;)간의 사랑이야기라는  매력적인 소재가 전면적으로 다루어진다는 이유 때문에 영화는 개봉하기 전부터 화제가 되어 결국 트와일라잇을 누르는 인기를 얻었다. 이로써 뱀파이어란 존재는 더이상 상상 속에만 존재하는 인물이 아니게 되었다. 오히려 뚜렷한 모습을 가지고 우리들의 현실 속으로 들어 온 것 같다. 
그 인기를 반영하듯이 뱀파이어와 관련된 책들이 참 많이 나오고 있다. 

 뱀파이어 아카데미 또한 제목처럼 뱀파이어를 소재로 하고 있는 소설이다. 
좀 특이한 건 주인공이 매력 가득한 남성 뱀파이어가 아니라 섹시미 가득한 소녀와 가냘퍼 보이지만 누구보다 강한 소녀, 이렇게 두 여자 아이가 주인공이라는 점이다. 
섹시미 가득한 소녀의 이름은 ’로즈’. 그녀는 순수 뱀파이어 혈통이 아닌 댐퍼라는 존재다. 그리하여 그녀에게 주어진 임무는 순수 뱀파어인 모로이 족을 보호하는 수호인이 되는것. 
반면 모로이 왕족의 하나로서 공주라 불려지는 또 한 명의 소녀 ’리사’.

모로이족은 성장하면서  땅, 불, 물 같은 여러 요소 중에 하나씩 특기로 내세울 수 있는 특화 마법을  자연스럽게 터득하게 된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왕족인 리사는 십대 후반이 되었음에도 어떠한 요소에도 특화된 마법을 터득하지 못한다. 때문에 모르는 이가 봤을 때 그녀는 그저 나약한 공주일 뿐이다. 
그러나 어릴적 죽을 뻔한 사고를 당한 이후 마음과 마음이 이어진 ’결속’이란 관계를 맺게된 로즈가 봤을 때의 리사는 누구보다 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 단지 지금은 드러나지 않을 뿐이다. 그런 그녀를 로즈는 누구보다 아끼고, 누구보다 강하게 보호하고자 노력한다. 이런 그녀의 노력은 때로는 오해를 부르고, 때로는 두 소녀를 위험에 빠뜨리게 하기도 한다. 

 너무나도 익숙하고, 정말로 좋아하는 뱀파이어라는 소재를 다루고 있음에도 이 책이 초반부터 즐겁지는 않았다. 순수 뱀파이어 혈족이라는 모로이, 모로이였으나 어둠의 길로 접어든 스트리고이라는 존재, 그리고 댐퍼. 낯선 용어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하지만 책 속엔 이들에 대한 초반 설명이 없었다. 낯선 용어들이 계속 나오며 이어지는 이야기에 좀처럼 적응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중반쯤 가서는 낯설었던 용어들에 대해서도 익숙해지고, 이야기도 점점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 사건들이 터지는 덕분에 슬슬 재미를 느끼게 되었다. 역시, 뱀파이어란 소재는 여러 사건을 일으키기에도 유용(?)하고, 긴장감 또한 그들의 특이한 존재력 만큼이나 배가 되었다. 

 그렇게 즐거움을 슬슬 느낄 시점에 이야기가 끝이나 버렸다. 시리즈인 점을 감안하면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그래도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다. 
책은 어딘가 익숙하면서도 어딘가 낯설음이 좀 느껴졌었다. 익숙함은 물론 그 소재가 이미 많은 작품을 통해 접하게 된 뱀파이어라는 점이고, 낯설음은 그들이 우리 인간들과 비슷한 삶을 살아간다는 점이었다. 

특히 그들의 식사라 할 수 있는 인간의 피를 흡수하는 장면과  관련된 부분에선. 이럴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면서 좀 처럼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또한 아카데미라는 존재를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해리포터가 생각났다.
같은 존재들이 모여 살면서 성장하고 생활하는 곳이라는 점에서 조금은 비슷하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1편의 마지막에서 느꼈던 아쉬움은 2편의 내용을 통해서 만족감으로 바뀌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살짝 해본다.  
 ’리사’가 가진 능력과 그로 인해 벌어질 이야기들. 
그리고 그녀를 끝까지 보호하고자 하는 ’로즈’의 우정. 
이 둘만 놓고 보아도 앞으로 전개될 이야기가 꽤나 화려할 것 같다. 
더욱이 둘의 사랑 이야기 또한 평범함과는 거리가 좀 있기에 보는 재미가 더 크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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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딱 한 개만 더 현대문학 가가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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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가 형사 시리즈의 다른 책들과 달리 이 책은 단편 연작 소설이다.
단편이다 보니 사건은 이미 벌어져있고, 가가 형사는 조용히 그러나 빠르게 추리를 하고 있다.

거짓말, 딱 한 개만 더.
발레리나였으나 부상으로 발레를 포기했던 여자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다. 원인이 추락사로 밝혀지면서 그녀의 죽음은 자살이라는 의견에 무게가 실린다. 하지만 조사 과정에서 그녀는 어느 때보다 삶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고 있었음이 드러나면서 자살이라는 죽음에 의문을 갖게 된다. 가가 형사가 그녀의 주변을 탐색하며 용의자를 물색한다.

차가운 작열.
가정집에서 주부가 살해되고, 아이가 납치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목격자도, 용의자도 없는 상황에 아이의 소식 또한 전혀 들려오는 바가 없다. 넋을 잃은 남편과 초조하게 아이의 소식을 기다리는 형사들. 용의자가 서서히 드러나면서 범인을 잡았다는 쾌감보다는 드러나는 범죄의 진상으로 인해 슬픔이 깊게 남는 이야기이다.

 제2지망.
아무도 없던 집에서 한 남자가 살해 된 채 발견된다. 남자가 살해 된 집은 그와 연애 중이던 여인과 딸이 살아가고 있는 곳이었다. 남자가 어떠한 방법으로 살해 되었는지조차 밝히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과연 용의자가 누구인가를 두고 경찰은 오리무중에 빠진다. 

 어그러진 계산.
자기중심적이고 강압적인 남편에 의해 자유롭지 못하고 늘 억눌린 삶을 살아가던 여인.
어느 날 자신을 배웅하던 남편이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는다. 홀로 남은 여인, 한 송이 꽃과 같이 가냘픈 여인을 두고 이웃 사람들은 늘 그녀를 위로하고자 노력한다. 그들에게 그녀는 늘 불안 불안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 그녀를 방문하는 가가 형사. 그의 날카로움으로 인해 숨겨져 있던 놀라운 이야기가 드러나게 된다.

 친구의 조언.
가가 형사를 만나기로 한 친구가 졸음 운전으로 인해 교통사고가 난다.
이제는 너무나도 흔해져버린 교통사고. 가가 형사의 친구도 그 중 하나의 경우였다.
하지만 여전히 쉽사리 넘어가는 법이 없는 가가 형사. 친구를 향한 굳은 믿음으로 의심의 고리를 풀어간다.

지금까지 본 가가 형사 시리즈가 장편이었기 때문에 이번 책이 단편 소설이라는 점은 좀 의외였다. 하지만 단편 이었기 때문에 그리고 하나가 아니라 다섯 개라는 이야기가 담겨 있기 때문에 읽으면서 새삼 추리 소설을 읽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짤막 짤막한 이야기이다보니 사건도 범인도 질질 끄는 면이 없었다. 더불어 가가 형사의 날카로움은 그야말로 빛을 내었다. 

 첫 이야기의 소재가 발레에 관한 것이기에 자연스럽게 먼저 읽은 ‘잠자는 숲’이라는 책이 생각났다. 아무래도 발레라는 소재가 흔치 않기 때문이다. 두 편을 연달아서 읽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런데 장편 소설이었던 ‘잠자는 숲’보다는 짤막한 ‘거짓말, 딱 한 개만 더’가 더 좋았다. 형사인 가가가 범죄자를 조목조목 논리적으로 몰아가는 모습에서 추리 소설을 재미를 새삼 느꼈던 것이다.

또한 ‘제2지망’의 경우 범인이 밝혀진 후에 느껴지는 씁씁함이 무척 강했다. 닭살이 돋아나는 소름도 좀 끼쳤고. 아무래도 우리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 있고, 절대 보고 싶지 않은 모습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역자 후기를 보니 이 책은 히가시노 게이고가 단순히 범죄를 다루는 추리 소설에서 작가의 시선을 사회의 문제로 많이 돌린 책이라고 한다. 계기가 될 수도 있는 책이라고 하고. 
그래서 그런지 각각의 이야기 속에 사회 문제라고 할 수 있는 소재들이 많이 등장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쌤통이라 여길 수 있는 사람이, 경우에 따라서는 범죄자 임에도 동정의 시선을 보낼 수 있는 사람이, 그리고 그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싶지도 않을 만큼 무서움을 느끼게 하는 사람이.. 

 가가 형사 시리즈 중 처음 접한 단편 소설집! 그리고 사회 문제를 부각시킨 이야기들.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범인을 추리하는 과정이 재밌었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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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12 - 인조실록 - 명분에 사로잡혀 병란을 부르다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12
박시백 지음 / 휴머니스트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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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화로 보는 조선왕조실록의 12번째 이야기.

그 이름도 유명한 조선의 왕, 인조에 대한 이야기였다.

인조는 왕위에 오르는 과정이 선대 왕들처럼 평범하지 않았다.
직전의 왕이었던 광해군을 신하들과 함을 모아 왕위에서 끌어내린 후 왕위에 오른 것이다.
광해군의 정신줄 놓은 정치 행위를 바로 잡고, 신하와 백성들을 위하는 정치를 한다는 이유로. 그러나 왕이 된 후에 인조는 늘 불안했다. 자신이 그러했듯이 혹 다른 무리들이 자신을 왕위에서 끌어내릴까 두려웠던 것이다. 더욱이 광해군이 살아 있는 상태였기에 언제든지 신하들이 광해군을 다시 왕위에 앉히겠다는 목적으로 반역을 일으킬 수 있는 상황이었다. 광해군 뿐이었겠는가. 궁궐 내에 왕위에 오를 수 있는 자는 얼마든지 있었다. 그러니 불안감은 왕위에 오른 후에도 좀처럼 가시지 않았다. 또한 자신을 왕위에 앉혀준 신하들의 위력도  만만치 않았다. 이래저래 몸을 낮춰야하는 상황이었기에 그는 늘 조심했다.
그러나 인조가 왕위에 오른 후 각종 사건이 끊이지 않았다. 

 우선은 이괄의 난. 인조반정에 커다란 공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괄은 1등 공신에 책봉되지 못했다. 더욱이 아들이 역모 죄로 잡혀가게 되자 그는 난을 일으켰다. 쉽사리 제압할 수 있을거라 여겼던 이괄의 난은 생각보다 커다란 위협이 되었고 왕은 궁을 버리고 호남으로 피신을 해야 했다. 가까스로 이괄의 난을 제압하고 난 후 정묘호란이 터진다. 역시나 터부시 여겼던 후금이기에 제압이 가능할 줄 알았지만 이번에도 왕은 궁을 떠나 강화도로 파천을 해야 했다. 겨우 화친을 하고 전쟁은 종료되었지만 또 다시 후금과 전쟁이 터진다. 아무런 대책 없이 세월만 보내던 왕은 결국 또 다시 궁을 떠나 파천을 해야 했다. 처음이 아닌 전쟁이었기에 후금의 요구는 강력했다. 전과 다르게 화친이 쉽지 않았던 것.
결국 왕은 그 유명한 삼전도의 굴욕을 당하게 된다. 삼전도의 굴욕은 삼배구고두라 하여 세 번 절을 하고 아홉 번 머리를 조아리는 예를 올리는 것을 말한다.  

 인조를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인물이 있다. 그의 아들 소현세자.
험한 시절을 만나 세자의 신분으로 후금으로 건너가 긴 세월을 살아야했던 불우한 사람. 
그러나 그 상황에서도 그는 현명하게 행동하며 새로운 발전을 꿈꾸고 있었다. 그가 그렇게 어이없게 죽지 않았다면 조선의 역사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에서 많이 바뀌었을지도 모를 정도로. 

 선조편을 볼 때도 못난 왕의 말과 행동으로 인해 화가 났었는데 인조편은 그 결정판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말 그대로 막장 드라마의 표본 같았다.
더 좋은 세상을 꿈꾸며 선대왕을 끌어내리고 왕위에 오른 왕이었으면서도 그 보다 못한 왕이었음은 말 할 필요도 없다.
우선은 그가 백성을 내세우며 사실은 누구보다 자신의 목숨을 아까워 여겼다는 것.
왕위에 올라 백성을 두루 살펴야 하는 중요한 사람이니 몸을 귀하게 여겨야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것도 정도가 있다고 생각한다. 적이 침입할 때마다 번번히 궁을 버리고 파천을 하는 장면에선 절로 표정이 찡그려졌다. 그러면서 왜그리 백성을 위한 것이라고 말하는지.
그리고 자신의 왕위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았다는 것.
심지어 자신의 아들과 며느리, 손주까지 해할 정도였으니 요즘 흔한 막장 드라마는 오히려 나은 편이라 해야 할 정도였다. 그야말로 막장 오브 더 막장의 시기였던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20년이 넘는 기간을 왕위에 있었다고 생각하니 대단하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만족스러움은 전혀 느낄 수 없었고, 어이없음에 한 숨만 풀풀 쉬던 인조의 시대.
다음은 그의 아들인 효종이었다. 역시나 편치 않던 세자 생활을 보냈던 효종.
과연 그가 어떠한 정치를 했는지 조금은 기대를 해본다. 그래도 인조보다는 낫겠지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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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는 숲 현대문학 가가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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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법한 가가형사 시리즈. 
매력적인 가가형사가 등장하는 것은 물론이고, 매 권마다 사건을 치밀하게 전개하여

자연스럽게 다음 권이 기대되는 가가형사 시리즈. 
잠자는 숲은 그 두 번째 이야기이다. 

 표지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잠자는 숲은 발레를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사건이 일어난 경우이다.

시작은 유명 발레단에서 발생한 강도 사건이었다. 무언가를 노리고 침입한 남자를 발레단원이 엉겁결에 살해 한 것. 

발레단원은 물론이고 형사들도 처음엔 정당방위로 판정하고 넘어갈 수 있는 사건인줄 알았다.

하지만 남자의 침입 이유를 밝히는 과정에서 사건은 오리무중이 되어버리고 끝인줄로만 알았던 사건은

보란듯이 연달아 발생한다. 사건을 풀어가는 과정에서 형사들은 발레라는 아름다운 무용을 하는 사람들이 겪어야하는

고통과 그로 인한 슬픔들을 느끼게 된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추리 소설이 가지는 가장 큰 매력은 당당함이다. 범인을 사건이 벌어짐과 동시에 드러내도

결말이 날 때까지 절대 지루하지 않다는 것. 그리하여 보통의 추리소설과는 다르게 자신있게 그 시작부터 범인을

드러낸 다는 것. 

 그렇지만 이번엔 "범인은 누구?"를 끝가지 유지한다. 아니, 초반에 용의자를 드러내기는 한다.

읽는 사람들도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그러나 사건이 연이어 벌어지는 과정에서 이미 드러난 용의자는 빛을 잃는다.

빛은 서서히 범인일지도 모르는 인물들에게 옮겨가지만 쉽사리 빛나지는 않는다. 마지막까지 과연 범인은 누구인가를 두고

고민하게 되는 것이다. 등장하는 인물이 많은 만큼 범인일수 있는 인물 또한 많았다. 대화를 통해 드러나는 인물들의 성격이나 행동등을 보고 스스로 범인을 추리하는 과정이 정말 즐거웠다. 

 또한 이번 책에서 사건과는 별도로 발레라는 생소한 분야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물론 그 분야에 대해서 전문성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이 아니고, 그 발레라는 것을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발레를 위해 많은 것을

희생하는지를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자신의 몸이 곧 전부라 생각하면서도 발레를 위해서라면 그 몸 또한

치열하게 깎아내는 발레단원들. 목표를 위해 다른 것들은 잊고 살아가는 그들이 멋지기도 했지만,  안타깝기도 했다다. 

 추리 소설을 읽으면서 재미를 느끼는 이유는 글을 읽으면서 자신도 그 사건의 한 가운데로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미약하게나마 용의자들을 추적하고, 흐릿하게나마 용의자를 물색하는 것. 그것이 설령 엄청나게 빗나갈지라도! 

 가가 형사가 사랑에 빠져 평소 보다  더 많이 감성에 젖어 있었던 가가 시리즈의 두 번째 책 "잠자는 숲". 

사랑에 빠진 가가 형사가 느꼈을 행복함까진 아니지만 읽는 내내 재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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