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중원 박서양
이윤우 지음 / 가람기획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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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형사 이야기, "별순검"이라는 드라마를 보던 중 백정에 관해 다루던 부분을 보았다. 소중한 딸이 백정의 자식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 두려웠던 백정 아비. 결국 그는  자식이 없어 고민하던 어느 사대부에게 자신의 딸을 몰래 보냈다. 곁에서 두고 볼 순 없었지만 모두의 사랑을 받으며 꽃 같이 어여쁘게 자라고 있는 아이를 보는 것의 그의 커다란 즐거움이었다. 그런데 아비는 그야말로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사실을 알게 된다. 자신을 친아버지처럼 따르고, 자신 또한 친아들처럼 아꼈던 백정 청년이 사대부에게 보내진 자신의 딸과 사랑에 빠진 것. 아무것도 모르고 사대부의 딸과 야반도주를 하려던 밤, 백정 청년은 마지막 인사를 하러 온 백정 아비를 찾는다. 그리고 아비는 그에게 마지막 식사를 대접한다 하며 밥상을 차리고, 그 속에 독을 탄다. 

 신분제가 사라진 지도 200년이 훌쩍 지났다. 그렇기에 현재의 우리에게 백정이란 존재는 과거에 존재했던 하나의 계층에 불과하다. 하지만 당시의 삶을 살아가던 사람들에게 백정이란 존재는 가까이 하기도 싫은, 노예는 아니지만 노예만도 못한 존재였었다. 

 조선 최초의  양의사라 불리는 박서양 또한 그 천하디 천하게 여겨지던 백정이란 신분을 가진 존재였다. 더욱이 그가 살아가고 있던 반촌이란 곳은 거칠기로 유명한 사람들이 많았던 곳이었다. 때문에 늘 여기저기 얻어터지기를 밥먹듯 했던 서양. 보다 못한 아비는 그를 제중원에 버린다. 외할아버지가 의원이었고, 어미 또한 어느 정도 의술을 익혔던 사람이었기에 어릴 적부터 총명했던 서양이 백정 자식이라 무시 받지 않고, 조금이라도 사람답게 살았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었다. 그런 서양을 좋게본 미국 의사 알렌은 그를 가르치기 시작한다. 

 "제가, 여기 있네요. 여기 제가, 사람으로 서 있네요. " (P.88)

의술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서양은 비로소 사람답게 살아가는 게 무언가를 느끼게 된다. 그리고 탐욕적으로 의술을 배우고자 한다. 어쩌면 의술을 통해 백정이라 무시받지 않고, 남을 도울 수도 있기 때문에. 하지만 신분이 모든 것을 결정하던 시기이기에 그의 소망은 늘 바람 앞의 촛불 같았다. 여차하면 꺼지고 마는..그럼에도 그는 굴하지 않았고, 천운이 닿은 것처럼 그의 곁에는 늘 그를 돕고자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리하여 서양은 일본으로 건너가 7년 동안 의학을 공부하게 된다. 그리고 자신이 배운 것을 자신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자들에게 돌려주기 위해 다시 조선으로 돌아온다. 

 이야기는 박서양이라는 인물에 중심을 두고 있지만 시대가 시대인 만큼 그를 둘러싸고 있는 주변 상황 또한 적지 않게 다루어진다. 더욱이 그가 하고 있던 서양 의술은 단순히 하나의 기술에 그치는 것이 아니었다. 일본과 중국이 조선을 잡아먹기 위해 기회를 엿보고 있었던 시기였던 것. 때문에 박서양이란 인물은 단순히 의학을 공부하고, 그를 통해 다른 사람들을 돕는 의사에 그치는 인물이 아니었다.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이야기는 참 재밌었다. 늘 긴장감을 놓을 수 없는 상황들이 이어졌고, 크나큰 사건들은 쉬지 않고 터졌다. 때로는 억울함으로 분통을 터치기도 하고, 때로는 인물들의(송준구같은) 어리석은 행동들 때문에 안타까움을 느꼈다. 그렇기에 이야기가 지루할 틈은 없었다. 

 하지만  재미있는 이야기를 가로 막는 것이 있었다. 뭔가 엉성한 번역본을 읽는 듯한 불편함이 책을 읽으면서 여러 번 느껴졌던 것이다. 세 네 줄은 기본이었던 기나긴 문장들이 페이지의 여러 부분에 있었다. 문장이 길 수도 있지뭐 하고 넘길 수도 있지만, 그러기엔 느껴지는 불편함이 좀 큰 부분들이 많았다. 아래와 같이.

 "얄상한 얼굴에 왼쪽 눈 옆에 큰 사마귀가 있는 그의 인상착의를 잊지 않고 있던 반촌 사람이 그를 장단에서 보았는데 금음산은 사람들에게 그의 인상착의를 귀에 못이 박히게 일러놓고도 헛걸음을 했던 것이 꽤 여러 번이라 크게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장단의 관아를 찾아갔다가 그 군관이 틀림없음을 확인하고는 얼이 빠져서 집으로 돌아왔었다."(P.215) 

 또한 오타 혹은 오타 같은 부분도 적지 않았다. 출판된 책에서 오타는 흔히 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것도 한 두개가 아니라면 역시나  책의 흐름을 방해할 만큼 불편이 커진다. 

 "서양은 안 그래도 헝클어진 자신의 봉두난발을 신경질적으로 흐트러뜨리고 자신에 발끝에 눈을 고정시키고" (P.46)
"편지를 조심스럽고 접고 서서 서양은 영부를 한동안 들여다 보았다." (P.159)
"일곱 해는 세상에 변하기에는 부족한 시간일 수 있다." (P.260)
"일본의 병원에서 환자들을 진료하고 수술하면서 임상 겸험을 쌓았지만 조선에서 의술을 행하는 것과 같지는 않았다."(P.302) 
 
 아쉬움이 조금 있기는 해도 내용면에서는 만족할 수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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