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즌 트릭
엔도 다케후미 지음, 김소영 옮김 / 살림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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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2009년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작이라는 소개글. 
그보다 더욱 눈길을 사로잡은 "란포상 사상 최고의 트릭"이라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추천사 
혹은 심사평. 책의 내용보다도 히가시노 게이고의 말 때문에 보게 된 책이었다. 

 밀폐된 공간의 대표격이라 할 수 있는 교도소. 
모든 것이 정해져있고, 항시 누군가의 감시가 따르는 그 곳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납치, 살해와 같은 흉악범이 아닌 잘못으로 인해 교통사고를 냈던, 범죄의 정도만 놓고 본다면 그렇게 악질이 아닌 사람들이 갇혀 있던 교도소에서 한 밤 중에 일어난 살인사건은 그야말로 ’충격적인 큰 일’이었다. 게다가 범인이 교도소를 벗어나 도주 중이라니. 교도소측에서 범인을 잡을 수 있도록 주어진 시간은 48시간. 그러나 어디론가 꽁꽁 숨어버린 범인은 잡히지 않고 사건은 형사들에게로 넘어간다.  형사들에 의해 본격적인 수사가 진행되던 중 사건의 피해자와 가해자가 뒤바꼈음이 밝혀진다. 더욱이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은 애초에 감옥에 와서는 안되는 인물이었다. 수사가 진행 될수록 예상치 못한 전개가 이어지고..과연 진범은 누구이며,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인가. 

 사건이 일어나는 장소가 교도소라는 밀폐된 공간인 점에서 극의 긴장감이 더해지리라 기대했었다. 아무래도 행동에 많은 제약이 따르는 곳이니만큼 살인이라는 엄청난 범죄를 저지르기 위해선 보다 치밀한 계획을 짜야 할 것이고, 그 실행에 있어서도 어려움이 많이 따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그 시작부터 끝까지 "어려움"이라는 단어를 생각할 수가 없었다.  교도소에서 벌어지는 사건은 그렇다치고, 범인이 유유히 교도소를 빠져나올 수 있다는 것이 좀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아무리 가석방을 눈 앞에 둔 사람들이 주로 있는 곳이라도 그렇지..

 게다가 등장인물들이 좀 많이 나오는 편인데 반해서 뭔가 조직적인 짜임새는 없는 듯 보였다. 각자가 따로 노는 느낌이 들어서 초반에는 이야기에 집중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더욱이 등장인물들의 이름들이 비슷해서 더 헷갈렸던 것은 나 뿐일까..? 

 그럼에도 형사들의 추격이 본격화되고, 범인들에 관련된 사실들이 하나 둘씩 밝혀지는 부분에서는  긴장감이 감돌기도 했었다. 약간의 복잡함이 느껴지긴 했지만 전체적으로는 글이 술술 잘 읽혀지는 편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역시나 만족감보다는 아쉬움이 더 큰 책이었다. 
아무래도 책에 대한 기대감이 너무나도 컸기 때문인 것 같다. 개인적으로 일본 추리 소설 작가중에 제일이라 꼽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심사평이  책에 대한 기대치를 확~끌어올렸던 것이다.  그러던 것이 책을 읽고 나서는 내가 너무 큰 기대를 했었던 것인가 싶기도 하여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라는 말이 새삼 생각났다. 

 그렇지만 이번 책이 엔도 다케후미라는 작가의 데뷔작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그의 책들이 기대된다.  한 편의 추리 소설에 단지 사건을 풀어가는 재미만을 쓴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문제가 될 법한 혹은 한 번쯤 모두가 생각해봐야 할 법한 소재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면에서 엔도 다케후미가 다음 번에 내놓을 그의 책들이 다소  궁금해지고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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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의 몸값 2 오늘의 일본문학 9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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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에서 패한 상처가 아물어 갈 즈음 일본은 다시 한 번 세계에 일본이란 나라를 알리고자 한다. 올림픽이란 전세계적인 행사를 통해서. 
그런데 여기 그 행사에 찬물을 끼얹으려는 일본 젊은이가 있다. 범죄를 저지르며 질서를 무너뜨리는 야쿠자란 사람들까지 힘을 모아 성공을 위해 몸을 숨기려는 시점에 홀로 일어서서 전국민의 적이 되려는 자.  그는 과연 누구이고, 무슨 이유로 홀로 일어섰는가. 

 도전적인 표지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번 오쿠다 히데오의 책은 그 간의 책에서 느꼈던 위트는 전혀 느낄 수 없는 책이었다. 현실을 풍자 하듯이 딱딱 꼬집어 내는 점은 여전하지만 이번 책에서만큼은 웃음기가 싹 가신 것이다. 것도 그럴 것이 이번엔 스케일이 좀 컸다. 
다름아닌 '올림픽'이란 국가적인 범위를 넘어서서 전세계적인 규모로 치뤄지는 행사를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지고 한적한 시골에서 자랐으나 머리가 좋아서 도쿄의 학교로 진학을 하게 된 구니오. 그 시절에 흔치 않았던 엘리트였기에 그에게 남은 미래는 그야말로 장미빛이었다. 누가 보아도 안락함이 보장되어있는 미래, 하지만 생각지 못했던 형의 죽음으로 인해 그는 누구보다 힘들고 외로운 길을 걷게 된다. 반면에 유복한 가정에서 자라 모자람 없이 풍요로운 삶을 살았던 다다시. 그러나 그 또한 올림픽이라는 전국민적인 행사 앞에서, 자신의 위치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마사오. 어느 영화의 홍보 문구처럼 미친 듯이 범인을 잡고자 하는 유능한 형사.  책은 이 셋의 이야기의 앞, 뒤가 빠르고 긴장감있게 이어지면서 재미를 더한다. 

 초반에만해도 구니오의 행동이, 그가 하는 생각에 공감을 할 수 없었다. 형을 잃은 아픔이나 그 외에 그가 느꼈을 어떤 생각들이 모조리 이해가 안간다는 것이 아니라 왜 하필 올림픽이 그 대상이 되었는가가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전국민의, 전세계인의 축제의 장을 왜, 굳이 살상까지 하면서 망치려드는 것인가하여. 너무 심한 것이 아닌가 싶었다. 

 그래서 초반엔 구니오가 하고자 하는 일이 실패하길 바랐다. 그가 하고자 하는 일이 정당성을 조금도 갖고 있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읽으면 읽을 수록, 그를 보면 볼 수록 설령 일이 실패하더라도 그에게 어떤 피해가 가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를 응원한다고까지는 할 수 없지만, 어쨌든 결말이 세드엔딩은 아니길 바라는 생각이 자꾸만 고개를 들게 되는 것이다. 어쩌면..사실은 그를 응원했는지도 모르겠다. 

 공교롭게도 이 책을 올림픽이 열리는 기간에 읽게 되었다. 
낮에는 올림픽 경기를 보고, 밤에는 올림픽을 인질로 몸값을 요구하는 소설을 보고..
그러다 보니 올림픽에 대해서 다른 생각을 하게 되었다. 
올림픽이 열리는 기간 동안은 전국민이 애국자가 된다는 말이 있다. 공공기관이나 길거리에 걸려있는 태극기를 보고서도 아무런 생각을 않던 사람들이 올림픽이 열리는 기간만 되면 똑같은 태극기를 보고 열광을 하게 되는 것이다. 정확히는 그 태극기를 가슴에 달고 경기를 하는 우리 선수들을 보고 열광하는 거겠지만. 이게 나쁜가? 이게 잘못된 것인가?
아니,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올림픽의 화려함에 가려진 누군가의 아픔을 보지 못하는 건 잘못된 것이 아닐까. 분명히. 

 작가는 바로 이 점을 말하고자 한 것이 아닐까. 
"대를 위해 희생되는 소"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 여겨지는 지라 너무나도 당연하게 무시되는 그들, 이제는 좀 그 "소"로 분류되는 사람들을  뒤돌아 보자고. "대"가 전부는 아니라고. 

 두 권이고, 두 권다 적지 않은 분량이었기에 시작엔 부담감이 좀 있었다. 그런데 읽다보니 어느 덧 1권이 끝나버렸고, 다급하게 2권을 집어들었는데 2권 또한 금새 끝나버렸다. 새삼 오쿠다 히데오라는 작가가 참 글을 잘 쓰는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이 책을 통해 이제는 그 생각의 크기 또한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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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혜옹주 - 조선의 마지막 황녀
권비영 지음 / 다산책방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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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 다닐 때 국사 시간이 참 재밌었다. 
선생님께서 종종 교과서 상에서나 볼 법한 유물들을 직접 보여주기도 하시고 재미난 이야기도 곁들어서 진행되었던 수업이 마치 옛날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재밌었기 때문이다. 물론 암기로 인해 고생했던 시험  기간은 제외하고. 

 그러나 우리 역사에 내내 즐거운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늘 들어왔던 것처럼 우리 민족은 평화를 사랑하는 민족이었다. 그렇다고 우리처럼 우리 주변의 국가들 또한 오직 평화만을 사랑했었던 것은 아니었다.  몽고에 여진에 거란까지..그야말로 외세에 의해서 전쟁이 끊이지 않았던 고려, 그러나 그에 못지 않게 외세에 의해 힘든 시간을 보냈던 조선. 특히나 조선의 경우 일본에 의해 강제 합방을 하고 그들에 의해 지배를 받았었다. 그렇기에 더욱더 아픔의 시간을 보내야했다. 그것은 비단 힘 없는 백성에만 해당되는 일은 아니었다. 지배자의 신분이었던 조선의 왕족들 또한 나라를 빼앗긴 서러움과 아픔을 고스란히 느끼고 겪어야 했던 것이다.   

 그 중에 조선의 마지막 황녀 덕혜옹주가 있었다. 
고종의 막내 딸로 태어나 많은 사랑을 받았던 여인. 
그러나 나라가 망해 아버지와 가족들을 잃어야만 했던 여인. 
그 아픔을 채 추스리기도 전에 원수의 나라에, 원수의 나라 사람에게 시집을 가야했던 여인. 
참아내려 했으나 결국엔 아픔을 감당하지 못해 무너져버린 가엾은 여인. 
고생 끝에 힘들게 고국으로 돌아왔지만 여전히 무관심속에서 조용히 생을 마감한 여인. 
그녀가 바로 조선의 마지막 황녀 덕혜옹주다. 

 그렇게 역사 속에서 잊혀졌던 여인이 한 권의 책으로, 한 편의 소설로 다시 우리 곁에 왔다. 
그녀의 기가막힌 삶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그런 그녀를 외면해왔다는 죄송함 때문인지 소설 덕혜옹주는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졌고, 비로서 그녀는 우리 곁에 조선의 마지막 황녀로서 다시 설 수 있었다. 

뒤늦게나마 사람들이 덕혜옹주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갖게 된 점은 정말 고마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아쉬움이 남는다. 이 책이 소설이기 때문이다. 소설이란 분야를 무시해서가 절대 아니고, 이 책을 읽기 전에 덕혜옹주를 연구한 책을 잠깐 읽었었다. 조선공주실록이란 책을 통해 덕혜옹주를 알게 되었는데 혹시나 싶어서 검색이 했더니 덕혜옹주를 다룬 책은 그 책이 유일했었다. 그 책은 일본인이 쓴 책이었는데 덕혜옹주의 삶에 대해서 굉장히 많은 연구를 한 것 같았다. 어쩌면 일본인이..우리 나라에서가 아니고..라는 생각이 들어 살짝 아쉬움을 느꼈었다. 

 그치만 그래도, 이 책으로 인해 누구 못지 않게 아픈 삶을 살다간 덕혜옹주가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다는 사실에선 이 소설 한편이 정말 좋은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읽고, 덕혜옹주를 생각해주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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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탐정 홈즈걸 3 : 사인회 편 - 완결 명탐정 홈즈걸 3
오사키 고즈에 지음, 서혜영 옮김 / 다산책방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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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탐정이라는 단어에 끌려 읽게 된 것이 어느 덧 세 번째이다. 탐정이야기라는 점에서 끌리기도 했지만 장소가 "서점"이라는 점에서 한번 더 관심을 갖게 되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서점"은 그야말로 즐거운 놀이터이다. 갈 때마다 새로나온 책들이 서점에 가득하기 때문이다. 또한 기존에 나온 책들 중에서는 베스트 목록에 어떤 책이 올랐는가하여 서점에 가면 이리저리 돌아다니곤 한다. 구경할 책들이 가득하고, 특히나 요즘 같이 단기간에 많은 책들이 쏟아져 나오는 시기의 서점이란 곳은  그야말로 별천지인 것이다. 

 그래서 어릴 적에는 부모님이 서점을 운영하시는 친구들이 부러웠고, 좀 커서는 서점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부러웠다. 그런분들은 책과 늘 가까이에 있으니 얼마나 많은 책들을 읽을까싶어서. 물론 이제는 그분들이라고 책을 만지는 만큼 많이 읽을 수 있는 건 아니라는걸 알게 되었지만.

 명탐정 홈즈걸 시리즈는 서점에서 일어날 법한, 조금은 흔하다 여길 수도 있는, 그렇지만 절대 시시하지 않은 사건을 다루고 있다. 작가가 서점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지라 책의 이야기는 더욱더 리얼하다. 

 세 번째 이야기이면서 홈즈걸 시리즈의 마지막이기도 한 명탐정 홈즈걸 3. 
이번엔 1권과 같이 몇 개의 짧고, 긴 단편들이 가득했다. 
책을 주문한 사람들이 하나 같이 주문한 적이 없다고 하는 사건, 유치원 아이들이 의문의 실종 사건을 겪는 사건, 그리고 무엇보다 유명 작가의 세후도 사인회에 얽힌 사건까지. 
살면서 그냥 스쳐가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눈치 채지 못 할, 아주 사소한 일상의 일부에서 사건은 시작된다. 물론 그 사건을 잡아채는 건, 우리의 다에양! 명석한 두뇌와 뛰어난 관찰력으로 벽에 부딪치는 사건들의 골목을 요리조리 헤쳐 나간다.  곁에서 그녀를 믿고, 도와주는 세후도 서점의 직원들 또한 사건 해결의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야기가 한결 같아 읽는 내내  좋았다. 그리고 왠지 나도 무언가 알아낼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어 자꾸만 사건의 앞뒤를 파악하려하고, 범인이 누구일까,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걸까를 두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면서 읽었다. 

 사건들 중에 자극적인 소재를 다루고 있는 이야기가 없어서 부담없이 읽을 수 있다는 것이   명탐정 홈즈걸 시리즈의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한다. 그래서 심적으로 부담을 덜 가지게 되어 긴장하지 않고 편안히 읽을 수 있는 추리 소설. 절대 흔하지 않은 경우가 아닐까.
 
 3권째이다보니 사건의 배경이 되는 ’세후도’라는 서점도, 그곳에서 일하는 교코나 다에와 같은 직원들도. 이제는 정말 친숙한 존재가 되었다. 더욱이 이 책은 출간되기 전에 다산 책방에서 운영하는 네이버의 카페에서 연재가 되고 있었다.  때문에 조금씩이나마 미리 만나 볼 수 있었기에 책으로 보는 즐거움이 컸었다. 화면에서 보던 글이 새책으로 출판되어 눈앞에서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있으니..그 익숙함이 왠지 신기하고, 더욱더 반갑게 느껴졌었다.   

 그런데  정드니 이별이라고. 아쉽게도 3권은 명탐정 홈즈걸 시리즈의 마지막이다. 
좀 더 나와도 좋지 않을까? 혹은 좀 더 나왔으면..하는 아쉬움이 들기도 하는 시리즈.
그래도 이렇게 재밌는 책을 3권이나 쓰신 작가분이니까, 다음번에는 더욱더 좋은 책을 내지 않을까하는 생각으로 명탐정 홈즈걸 시리즈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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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저드 베이커리 - 제2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구병모 지음 / 창비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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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창비에서 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한 책이기에 전부터 관심은 있었지만 행동으로 옮기는 데에는 시간이 좀 걸렸다. 제목이나 표지에서 뭔가 강렬한 느낌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마침 도서관에 얌전히 있는 이 책을 보게 되어서 기회다 싶어 읽게 되었다. 

 조금은 평온한 이야기를 예상했는데 시작부터가 뭔가 범상치 않았다. 
약간은 사이코의 향이 나는 빵집 사장과 그 곁의 파랑새 같은 소녀,  그리고 상처 받은 어린 양같은 소년이라는 등장인물에서 무언가 평범한 이야기는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24시간 편의점은 흔하지만 24시간 빵집은 드물다. 
직원이라곤 빵을 굽는 남자와 카운터를 보는 파랑새같은 여자 아이 단 둘. 
그러나 빵집은 24시간 돌아간다. 마치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처럼. 
그 빵집으로 뛰어들어온 길 잃은 어린양 한 마리. 그 어린양은 집에서 억울한 누명을 뒤집어 쓰고 쫓겨난 상태였다. 예민한 십대 소년을 받아준 빵집. 약간의 독특한 구석이 있는 줄은 알았지만 그 이상으로 독특함을 숨기고 있었던 빵집에서 소년은 몸을 숨기고 자신의 상처를 돌보게 된다. 

 흔히 빵집이라고 하면 고소한 냄새와 맛있어 보이는 빵들이 가득한 장면은 상상하게 된다. 빵집 앞을 지날 때 은근 맡게 되는 냄새처럼. 그리고 사악함과는 거리가 먼 달콤한 장면을 떠올리게 된다. 

 그런데 위저드 베이커리에선 달콤함보다는 약간의 악의가 느껴지기 쉬울 듯 하다. 빵집 아저씨의 능력을 살려 만든 빵들은 누군가를 위하는 주문이 걸린 것이 아니라 누군가를 해하는, 저주와 같은 주문이 실린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서운 사실은 이것이 단순히 장난이 아니라는 것이다. 때에 따라서는 상대방의 인생을 뒤집을 수도 있을 만큼의 위력을 지닌 무시무시한 빵들인 것이다. 이렇듯 무시무시한 빵을 만들고, 판매하는 수상쩍은 빵집에 몸을 숨긴 우리 길 잃은 어린 양, 과연 무사 할 수 있을까??

 내용이 참 독특하다 싶었다. 마법이라니..요즘 같은 시대에. 
과연 먹힐 이야기인가 싶은 생각이  초기에 살짝 들기도 했었다. 이미 마녀, 마법, 주문과 같은 단어들을 현실과 연결해서 생각해 볼 만한 나이가 아닌 것이다. 그럼에도 이야기는 재미있었다. 누군가를 불행에 빠뜨리는 빵을 판매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즐거웠다라고 말하면 이상해 보일지 모르지만..

 무엇보다 우리 길 잃은 어린 양. 그에게 새로운 기회가 주어진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단순히 주어짐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에게 "선택"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이다. 
그에 못지 않게 빵집 아저씨 또한 매력적이었다. 소설 속 인물이라 단지 글로써만 접해야한다는 것이 아쉬울 정도로. 까칠함 속에 담긴 부드러움. 그리고 상처. 왠지 자꾸만 눈길이 가는 매력적인 캐릭터 같다. 

 책 속에는 길 잃은 어린양의 이야기가 주로 다루어진다. 
그러나 주인공들의 특성(?)상 어쩌면 이후의 다른 이야기들도 충분히 나올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나왔으면 좋겠고. 

 약간의 우울함과 약간의 독특함, 그래서 한 편의 즐거운 이야기가 된 "위저드 베이커리". 
다음 번의 책 또한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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