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복 수사 제복경관 카와쿠보 시리즈 1
사사키 조 지음, 이기웅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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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사키 조. 처음 이 작가분의 이름을 읽었을 때 든 생각이지만 정말 추리 소설에 딱 어울리는 이름이 아닐까? 왠지 이름에서부터 묘하게 추리 소설 느낌이 나는 작가분의 이름! 묘한 이름에 끌려서 보게 된 이 분의 전작은 참 인상적이었다. 전작에 대한 만족감 때문에 신작이 나왔다고 했을 때 반가운 마음으로 보게 된 책이었다. 그리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역시 만족스러웠다. 
사실은 전작보다 조금 더 ! 

 전 강력계 형사였던 카와쿠보가 작은 마을로 발령을 받으면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워낙에 작은 마을이기에 경찰이라 할 수 있는 인물은 카와쿠보 한 명 뿐이었다. 그렇지만 작고 평화로운 마을이었기에 혼자라도 별 무리는 없을 듯 했다. 하지만 그것은 착각이었다. 부임하고 얼마 후 밤늦게 싸움이 난 것 같다는 전화를 받게 된 카와쿠보, 출동을 해야하는 상황일 수도 있었지만 그는 마을의 유지들과 친분을 쌓고 있었기에 적당히 그 상황을 얼버무린다. 
그러나 그는 곧 자신의 안일함을 후회하게 된다. 

  조용한 마을인 줄 알았던 그 곳에선 연이어 사건이 터진다. 그곳이 도시였다면 충분히 '사건'이라고 불릴만한 일이 연이어 터졌지만 작은 시골마을 이라는 이유로 일은 쉽사리 사건화 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마을엔 방범협회(책 속에 '방범'을 '방법'이라고 쓰여져 있는 부분이 좀 있더라구요. ㅡ.ㅡ;;)라는, 마을 사람들에겐 거의 '법'에 가까운 존재가 있었기에 더더욱 범죄는 감춰지고, 쉽사리 숨어버릴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실제로 정의감을 갖고 동네의 방범 활동에 참여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책 속에서와 같은 경우가 있진 않을까 하고 슬쩍 걱정이 되기도 했었다.  

 책 속엔 여러 가지 사건이 발생한다. 그러나 그 대부분이 존재하는 범죄자를 원치 않는 마을 사람들 덕분에 뚜렷하게 밝혀지지 않는다. 카와쿠보 역시 자신이 경찰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사건을 끝까지 파헤치진 못한다.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기가 죽거나 마을 사람들의 경향에 푹 녹아들지는 않는다. 때로는 반항(?)도 살짝 해보곤 한다. 특히 폭력 전과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억울하게 직장을 잃고, 마을을 떠나야 했던 남자의 일을 겪으면서 카와쿠보가  상사에게 던진 한 마디! 정말 속이 다 후련했다. 그 전에는 왜그리 소심한 모습만을 보이는가, 정말 이 책의 주인공이라 할 만한가 싶었는데 그 장면에선 정말 주먹을 불끈 쥐었었다.  

 마을 사람들을 보면서, 마을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보면서  '악'한 것, '추한' 것들은 감추려 할 수록 그 썩은내가 더욱더 진동을 하게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 때문에 애초에 그 싹이 보일 때 숨기려만 들지 말고, 단칼에 베어버려야하지 않을까. 아무런 죄 없이 희생되는 사람들이 발생하는 일을 막기 위해서라도.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이 보다 강하게 처분 받지 못했다는 점에서 조금 아쉬움이 남고, 범죄에 희생당한 사람이 오히려 죄인이 되어야 했던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정말 불편했다. 그 점만 빼면 이번 책도 '역시~!'를 외칠 수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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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빅터 - 17년 동안 바보로 살았던 멘사 회장의 이야기
호아킴 데 포사다.레이먼드 조 지음, 박형동 그림 / 한국경제신문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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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책을 봤을 때, 표지를 보고는 따뜻함이 느껴졌다. 비록 제목에는 '바보'라는 단어가 붙어 있지만 표지를 통해 느껴지는 분위기는 따스함이었다. 조금은 익숙한 듯 한 그림이다 싶었는데,  역시 전에 보았던 '리버보이'의 표지를 그린 분이 그리신 표지였다. 그때도 표지가 참 마음에 들었었는데 이번에도! 표지부터 마음에 들었다. 

 책 바보 빅터 속에는 자신이 바보인 줄로만 알고 살아온 소년과 자신이 못난이인 줄로만 알고 살아온 소녀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자신에 의해서가 아니라 누군가에 의해서 자신을 단정 짓고, 제대로 된 꿈을 펼쳐보지 못했던 두 사람. 곁에서 그들을 위로해 주시는 좋은 선생님과, 그들을 지켜주고팠던 가족이 있었지만 무서우리만치 단단한 편견 속에 사로잡힌 두 사람은 쉽사리  자신감을 갖지 못하고 있었다. 

 우선 빅터! 그는 남들이 보기에 조금 모자란 아이였다. 사람들 앞에서 말도 당당하게 못하고, 모든 행동에는 자신감 부족에 수줍음이 넘쳤다. 사람들은 그를 바보로만 여겼다. 더욱이 두 자리수인 그의 아이큐가 공개되면서 사람들은 그를 더욱더 놀림거리로 만들었다. 아무도 그에게 특별한 능력이 있을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빅터 또한 자신감을 가지라는 선생님의 말을 믿지 못하고, 더욱더 움츠리기만 했다. 

 그리고 로라!!! 그녀는 자신을 못난이로 여겼다. 어렸을 때부터 집안 내에서 별명으로 불렸던 못난이가 곧 그녀의 모습이 된 것이다. 그녀에겐 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이 있었지만 그를 실천으로 옮기기가 쉽지 않았다. 어짜피 되지 못할 거란 마음이 항상 그녀의 행동을 제약하고 있었던 것이다. 

 잠재되어 있던 능력의 날개를 펼치기 전의 빅터와 로라의 모습은 너무나도 평범했다. 그들의 모습은 우리 주변에서 조금은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좀 슬펐다. 어쩌면 빅터같이, 로라와 같이 본인의 의지에 반해서 꿈을 펼쳐보지 못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지 않을까 싶어서. 

 그럼에도 그들이 꿈의 줄을 끝까지 놓지 않고 있던 모습에선 흐뭇함을 느꼈다. 희망이란 단어도 떠올려보고. 책 속의 인물들이 실존인물이라고 하니까 더욱더 전해지는 감동이 컸다.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꿈을 향해서 걸어간다면(자신감을 잃지 않고!!!) 언젠가는 꿈이 실현될 것이란 생각이 책을 읽는 내내 들었다.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먼저, 가장 많이 건네는 말이 있다. 
"힘내, 넌 할 수 있을 거야." 라는 짧은 말. 
그렇지만 이 짧은 말 한 마디가 듣는이로 하여금 정말 힘을 내게 해 줄 수 있다는 것, 잃어버린 자신감을 혹은 잊고 있었던 자신감을 조금이나마 되찾을 수 있게 해 준 다는 것. 

 전작인 '마시멜로 이야기'처럼 읽는 동안은 흐뭇함을 느끼고, 읽은 후엔 좀 더 기운을 내게 해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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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
공지영 지음 / 오픈하우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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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을 봤을 땐 무슨 내용인가 싶었다. 그간 공지영씨의 책들 중에 주로 소설을 읽어왔기에 이번에도 혹 소설인가 싶었는데 제목만으로는 도저히 내용이 짐작이 가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데 몇 장 넘겨보고는 소설이 아님을 알게 됐다. 그러자 이번엔 어떤 말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전에 읽었던 에세이(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에서는 아픔 혹은 상실에 대해서 말하고 있어서 읽는 내내 같이 아팠었었는데 이번엔 어떨까 싶었다. 

 주르륵 읽고 나서 얻은 결론은 최소한 이번엔 아픔은 아니구나였다. 아픔이라기보다는 자랑(??) 같아 보였다. 나 지금 이들 덕분에, 내가 지금 이렇게 살고 있어서 행복해요라고. 
때문에 읽는 내내 부러웠고, 배가 아팠다. 부러우면 지는거라는데....책을 읽으면서, 책 속의 사람들을 보면서 나는 단지 부러웠던 것이 아니라 그 부러움에 무릎을 꿇은 것만 같았다.

 책 속엔 지리산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스스로 가난해진 사람들, 그렇지만 절대 스스로 불행해지지는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복잡하고, 늘 바빠야만 조금 더 나은 삶을 살아가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도시와는 다르게 그 곳에선 시계 바늘이 무척 천천히 가고 있었다. "소유"에 대한 개념도 남달라서 내 것을 누군가에게 나눠준다거나 함께 무언가를 나눈다는 것에 있어 손해본다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없었다. 물론 모두가 그렇지는 않지만. 일조권이라고 하나? 암튼, 새로 건물을 지을시 햇빛을 좀 덜 받게 된다고 소송을 걸었던 사람들, 정치적인 일로 쫒겨났던 사람들의 경우는 좀 많이 씁쓸했다. 그곳이 지리산임에도 불구하고 이익을 우선시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아서.

 책을 읽는 중에 직접 지리산에 가서 이 분들을 볼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참 많이 했었다. 특히 버들치 시인님! 정말이지 꼭 한 번 만나뵙고 싶다는 생각이..^^ 그런데 이런 내 생각을 알기라도 한 듯이 한 방송사에서(아마 MBC였던 듯) 지리산 행복학교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사진으로만 봤던 분들의 모습을 방송으로 보니 생각보다 더 편안하고 행복해 보였다. 더불어 행복학교 학생들 또한 그 어떤 명문대의 학생들보다 즐거워 보였다. 

 삶에 관련된 어떤 가치는 판단하는 사람에 따라 이리저리 달라 질 수 있는거라지만 공통적으로 행복을 추구한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것 같다. 또한 내가 꿈꾸던 삶을 살고 있는 다른이의 모습을 보았을 때 느끼는 그 부러움, 시기, 배아픔이란...

 나중에 늙으면 꼭 한적한 시골에 집 짓고, 텃밭 가꾸며 살거야라는 생각을 품고 있는 내게 이 책은 그야말로 자극과 같았다. 지금 내 삶을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하게 해 주었고. 또한 나를 자꾸만 떠밀고 있었다. 생각만 하지 말고 제발 좀 움직이라고. 그래서 읽는 동안 즐겁고, 설레였지만 읽고 나니 좀 씁쓸해졌다. 이렇게 자꾸만 등만 떠밀리다 보면 언젠가는 넘어지지 않을까 싶어서. 그래도! 그런 씁쓸함을 좀 가만해서도! 삶에 활기를 불어넣어줄 만한 멋진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긴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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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은 절하는 곳이다 - 소설가 정찬주가 순례한 남도 작은 절 43
정찬주 지음 / 이랑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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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불자가 아니다. 그렇지만 한 때 불자인 척 했던 적이 있었다. 어릴 적에 불교를 믿으셨던 할머니를 따라서 행사가 있을 때마다 절에 가곤 했었다. 절이 바로 동네 뒷산에 있었기 때문에 절에 큰 행사가 있지 않을 때도 종종 친구들과 놀러가곤 했었다. 동네가 외진 시골이었기에 특별히 아이들이 놀 만한 곳이 없었고, 어른들은 모두 농사일에 바쁘셨다. 그때 우리들이 마음껏 뛰어놀고, 때로는 맛있는 간식도 얻어 먹을 수 있는 곳! 바로 절이었다. 덕분에 절은 당시 어린 나의 놀이터였다. 아! 놀기만 한 것은 아니다. 가끔은 스님의 일손을 거들기도 했었다. ^^;; 

 벌써 20여년 전의 일인지라 그때 절에 머무르셨던 스님의 성함도, 스님의 얼굴도 기억이 흐릿하다. 그럼에도 그때를 생각하면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아무 걱정없이 뛰어놀 수 있었던 시기였기에. 그래서 그런지 현재는 불자가 아님에도 '절'이라는 공간을 생각하면 절로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낌다. 그때의 산세와 그때의 평화로움이 자동적으로 생각나기 때문이다. 

 2년 전 쯤에 몸과 마음이 천근만근이었을 때, 친구가 바람을 좀 쐬러 가자고 했을 때 나도 모르게 "절에 가볼래?" 했었다. 특정 절을 원했던 것도 아니었고, 그냥 '절'이라는 곳에 가보고 싶었다. 그럼 좀 몸과 마음이 편안해 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때 사정상 멀리 가보진 못했지만 그래도 근처의 작은 절에 가서 기웃(?)거리고 왔었는데 생각했었던 모습은 -조용하고, 평화로운 곳을 생각하고 갔었는데 절에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좀 부산했던 것 같다 - 아니었다. 그럼에도 몸과 마음은 한결 가벼워 졌었다. 

 늘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마음 한 켠에 '절'이라는 공간이 자리잡고 있어서 이 책을 알게 되었을 때 바로 읽어보고 싶었다. 가끔 TV에서 절에 대해서 나오는 모습을 보면서 꼭 가봐야겠다고 마음은 먹는데 막상 실천으로 옮기기가 쉽지 않았다. 아무래도 정보가 많지 않았고, 시간도 여유롭지 않았고.. 그래도 만약을 대비해서 이렇게 절에 관한 정보가 담겨있는 책을 보고 싶었다. 

 책은 저자분께서 경상도, 전라도, 제주도의 여러 절을 직접 답사를 하신 후에 쓰신 책이다. 절에 관련된 이야기나 발걸음을 옮기면서 보고 느낀 이야기들, 그리고 절에 관한 정보-가는 길이 짧게나마 적혀 있다 - 들. 예상보다 더 기분을 좋게 하는 책이었다. 

 아무래도 다루고 있는 소재가 소재이다 보니 책을 읽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마음이 경건해진다. 그리고 편안해진다. 산 속에 위치하여 주변의 환경과 조화를 잘 이루고 있는 절들과 그에 속해 있는 탑들을 보고 있으니 정말 그 곳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고. 

 '산중불교'라는 말-원래는 그렇지 않았다가 조선 이후 불교 억압정책에 의해 그렇게 됐다는 말도 있다고 한다-에 익숙해져서 그런지 몰라도 왠지 '절'이라고 하면 고요한 산 속에 자리잡고 있어야 할 것 같지만 최근에는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우리 동네에만 해도 도로변에 절이 두 곳이나 자리잡고 있는데 몇 년째 봐도 어색한 모습이다. 이건 단지 내 편견일 수도 있는데 과연 차들이 쌩쌩 달리는 시끌벅잡한 곳에 위치한 절에서 '수행'이라는 것을 할 수 있을까?물론 수행이라는 것이 마음의 문제이니 그렇지 않을수도 있지만..

 이제 겨우 이 책을 딱 한 번 읽었다. 그래 그런지 그냥 좋았다라는 느낌이 대부분이다. 한 번 읽고 고이 간직해야하는 책은 아닌 것 같다. 두고 두고 읽는 편이 이 책에게도, 내게도 좋을 거란 생각이 드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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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빛 손톱
아사노 아쓰코 지음, 김난주 옮김 / 까멜레옹(비룡소)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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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보고 언뜻 히가시노 게이고의 '붉은 손가락'을 떠올렸었다. 정말이지 언뜻! 
제목이 비슷하기도 했고, 살짝 아리송한 표지 때문에 평소 좋아하는 추리 소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고. 

 결론적으로 이 책은 추리쪽과는 거리가 좀 멀다.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성장 소설인 것이다. 그렇지만 좀 묘하다.  이것도 편견일지 모르지만 성장 소설인데 좀 성인 소설인 것 같은 느낌이 살짝 든다. 특히 연애에 관련된 부분에서. 

 주인공은 두 소녀 루리와 슈코. 이름만으로는 그저 귀여운 소녀일 것 같은 이 두 아이. 
그러나 이들은 각각의 아픔으로  평범한 10대 생활을 보내지 못 하고 있다. 루리의 경우 본의 아니게 헤픈 여자가 되어 소문의 주인공이 되어있고, 슈코 또한 초능력을 지녔다는 이유로 제대로 된 친구 한 명 없다. 나이는 좀 차이가 나지만 우연히 만나게 된 루리와 슈코는 서로를 이해해주는 친구가 된다. 

 읽기 전에는 별 기대가  없었는데 읽고 나니까 '작은 고추가 맵다'라는 말이 문득 떠올랐다. 
정말이지 책의 크기 자체는 작은 편이지만 그 안에 담고 있는 내용은  무척이나 매웠다. 

 우선은 소외 당하고 있는 청소년들. 옳고 그름이 아니라 다만 다르다는 이유로, 혹은 확인되지 않은 추측에 의한 소문 때문에. 함께 어울리고, 함께 시간을 보내며 추억을 쌓아가야 할 청소년들이 서로를 외면해버리게 되는  현실. 이제는 한 반에 한 두명은 있다는 왕따라는 존재들이 너무나도 익숙해졌다는 사실이 새삼 슬프게 느껴졌다. 

 그리고 청소년기의 성문화.  개방적이기로 유명한 일본 사회를 담고 있어서 그런지 다소 놀랠만한 연애담이 있었다. 고등학생인 남학생이 한 번 결혼을 했던 여자와 사귀는 이야기,  자신의 성 정체성을 확인하고 했던 루리의 다소 무모한 시도. 

 충분히 자극적인 내용이 있음에도 그 정도가 심하게 느껴지지 않은 건 이것이 청소년들의 고민기, 성장기이기 때문이 아닐까? 마치 뱀이 목숨을 걸고 허물을 벗는 것처럼 - 물론 인간이 어른으로의 성장을 위해서 모두가 목숨을 걸지는 않지만..^^;;- 청소년기의 학생들 또한 죽을 것 처럼 고통스러운 고민을 안고  있고 그를 극복해 내는 과정을 통해서 '성장'이라는 것을 하는 것이니까. 그러니까 조금 심하다 싶은 일탈도 어느 정도는 고개를 끄덕거리게 되는 것 같다. 절대 청소년이라면 면죄부가 절로 주어진다는 의미는 아니다. 


 크기만 보고 만만하게 봤다가 책의 크기는 절대 겉모습으로 판단해서는 안된다는 걸 새삼 깨닫게 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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