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홍빛 손톱
아사노 아쓰코 지음, 김난주 옮김 / 까멜레옹(비룡소)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제목을 보고 언뜻 히가시노 게이고의 '붉은 손가락'을 떠올렸었다. 정말이지 언뜻! 
제목이 비슷하기도 했고, 살짝 아리송한 표지 때문에 평소 좋아하는 추리 소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고. 

 결론적으로 이 책은 추리쪽과는 거리가 좀 멀다.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성장 소설인 것이다. 그렇지만 좀 묘하다.  이것도 편견일지 모르지만 성장 소설인데 좀 성인 소설인 것 같은 느낌이 살짝 든다. 특히 연애에 관련된 부분에서. 

 주인공은 두 소녀 루리와 슈코. 이름만으로는 그저 귀여운 소녀일 것 같은 이 두 아이. 
그러나 이들은 각각의 아픔으로  평범한 10대 생활을 보내지 못 하고 있다. 루리의 경우 본의 아니게 헤픈 여자가 되어 소문의 주인공이 되어있고, 슈코 또한 초능력을 지녔다는 이유로 제대로 된 친구 한 명 없다. 나이는 좀 차이가 나지만 우연히 만나게 된 루리와 슈코는 서로를 이해해주는 친구가 된다. 

 읽기 전에는 별 기대가  없었는데 읽고 나니까 '작은 고추가 맵다'라는 말이 문득 떠올랐다. 
정말이지 책의 크기 자체는 작은 편이지만 그 안에 담고 있는 내용은  무척이나 매웠다. 

 우선은 소외 당하고 있는 청소년들. 옳고 그름이 아니라 다만 다르다는 이유로, 혹은 확인되지 않은 추측에 의한 소문 때문에. 함께 어울리고, 함께 시간을 보내며 추억을 쌓아가야 할 청소년들이 서로를 외면해버리게 되는  현실. 이제는 한 반에 한 두명은 있다는 왕따라는 존재들이 너무나도 익숙해졌다는 사실이 새삼 슬프게 느껴졌다. 

 그리고 청소년기의 성문화.  개방적이기로 유명한 일본 사회를 담고 있어서 그런지 다소 놀랠만한 연애담이 있었다. 고등학생인 남학생이 한 번 결혼을 했던 여자와 사귀는 이야기,  자신의 성 정체성을 확인하고 했던 루리의 다소 무모한 시도. 

 충분히 자극적인 내용이 있음에도 그 정도가 심하게 느껴지지 않은 건 이것이 청소년들의 고민기, 성장기이기 때문이 아닐까? 마치 뱀이 목숨을 걸고 허물을 벗는 것처럼 - 물론 인간이 어른으로의 성장을 위해서 모두가 목숨을 걸지는 않지만..^^;;- 청소년기의 학생들 또한 죽을 것 처럼 고통스러운 고민을 안고  있고 그를 극복해 내는 과정을 통해서 '성장'이라는 것을 하는 것이니까. 그러니까 조금 심하다 싶은 일탈도 어느 정도는 고개를 끄덕거리게 되는 것 같다. 절대 청소년이라면 면죄부가 절로 주어진다는 의미는 아니다. 


 크기만 보고 만만하게 봤다가 책의 크기는 절대 겉모습으로 판단해서는 안된다는 걸 새삼 깨닫게 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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