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판본 페스트 (양장) - 1947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 더스토리 초판본 시리즈
알베르 카뮈 지음, 변광배 옮김 / 더스토리 / 2020년 3월
평점 :
품절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 너무나도 유명한 책이었기 때문에 정독을 해 본적은 없었지만 

 이미 내용을 여기저기에서 주섬주섬 들어서 알고 있는 책이었다.

아마 페스트를 아는 많은 사람들이 나처럼 직접 읽었기보다는 주섬주섬...

알음알음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지 않을까.

그렇기 때문인지 선뜻 손이 가지 않는 책이었다.

내용은 언뜻 알고있고 왠지 쉬운 책은 아니지 않을까 싶어서.

그렇게 살짝 외면하던 책이었는데 최근 TV프로를 통해서 이 책에 대한 강의(?)를 보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현재 페스트 같은 코로나19가 악마처럼 퍼지고 있으니..

자연스럽게 관심이 갔다.

그래서 보게 된 책은 시작부터 뭔가 재난이 적나라하게 보여지고 있었다.

보이지 않던 쥐들이 사람들의 눈에 띄기 시작한 것. 죽은 쥐가 보이기 시작한 것.

사람들은 이를 "배고픔"때문이라 생각했다. 심지어 죽은 쥐들이 가득한 궤짝을 팔에 낀 역원의 모습을 보고서도 별일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무심히 지나가던 어느날 사람들은 문득 깨닫는다. 배고픔이 아니었구나하고.

안타깝게도 소설속에 보여지는 일반적인 모습들은 현실속 우리들의 모습이었다.

우리도 코로나19가 퍼지기 시작할 무렵에는 사스나 메르스 같은...낯선 질병이 퍼지고 있구나.

그렇지만 곧 잡힐것이다. 라고 생각했으니까. 코로나가 이렇게 지독할 줄은...모르지 않았을까..쥐가 배고픔때문에 잠시 보이는 거라고 생각하는 소설 속 사람들처럼, 계절이 겨울이라 독감같은 질병이 잠시 도는 거구나..라고..

"사실 재앙이란 항상 있는 일이지만, 막상 들이닥치면 사람들은

그것에 대해 생각하기 어려운 법이다.

세상에는 전쟁만큼이나 페스트가 많이 있었다.

하지만 페스트나 전쟁이 들이닥치면 사람들은 항상 속수무책이었다."

사람들은 여기저기서 열병환자가 늘어나고, 진단을 하기 무섭게 사망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페스트"를 떠올렸고, 곧 인정했다. 그리고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보면서 이게 소설인가 현실인가 싶었다. 왜이렇게...사실적이야..소름끼치게..

환자들은 격리됐고 감염이 의심스러운 사람들도 격리가 되었다. 오랑은 자체 격리가 되었다.

 사람들은 오랑이란 도시에 페스트와 함께 갇혔다.

물자는 부족해졌고, 해결책이 나오지 않아 걱정스럽고, 두려웠고, 화가났다.

누군가는 종교의 힘에 기대려했고, 누군가는 폭도가 되었고, 누군가는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해나갔다. 책 속의 모습은 마치 2020년 현재 같았다. 그래서 무서웠고, 슬펐다.

뭐가 이렇게..현재같은거냐..라며 씁쓸해했다. 현실과 소설의 구분이 너무 명확해도 싫지만,

이렇게 너무 닮아도 싫..구나..라면서.

"살아 있는 자들의 사회는 죽은 자들의 사회에 밀릴 수밖에 없게 될까 봐 종일 근심하고 있었던 터였다. 이것은 자명했다.

물론 이 자명함을 안 보려고 하면서 눈을 가리고 이것을 항상 거부할 수야 있었지만,

이것은 항상 모든 것을 앗아 가고야 마는 끔찍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예컨대 사랑하는 사람들을 매장해야 하는 날 매장을 거부할 수 있는 방법이 있겠는가? "

작가분이..노벨문학상의 괜히 받은게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정말 책을 읽으면서 많이 했다.

오래전에 쓰여진 문장인데, 어쩜 이렇게..게다가 외국분이 쓰신 글인데.

어쩜 이렇게 콕콕.. 찌르는지 ㅠ 현재의 상황과 맞아떨어져서 그런지 더더욱 글들이 아프게 다가왔다.

"구급차의 운행이 끝나면 줄을 지어 들것으로 날라다가 살짝 뒤틀린 벌거벗은 시신들을 거의 나란히 붙여 구덩이 밑바닥으로 미끄러뜨리고, 먼저 생석회로, 그다음에는 흙으로, 그것도 다음에 올 주인들의 자리를 마련해 두기 위해 어느 정도의 높이까지만 그것들을 뒤덮었다. "

불과 며칠전까지만해도 누군가의 소중한 부모님, 자녀, 형제자매..가족이었을 사람들이었다.

각자의 삶이 있었던..그랬던 사람들이 질병으로 인해 어이없이 생을 마감하고..그 마지막까지

 본인이나 가족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치러져야한다는게 소설이지만 기분이 나빴다.

더 우울한건 묘를 파는 인부가 페스트로 죽어가서 인력이 모자라지 않을까 했는데,

결코 인력이 모자라지 않았다는것. 페스트로 인해 모든 경제활동이 붕괴되어 일을

구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았던 것이다.

"빈곤이 공포보다 더 강하다는 것을 항상 보게 되었다."

종교적인 신념이 강했던 신부님의 신념까지 바꿔버릴 정도로 인상깊었던..

아무 죄없는 어린 아이가 페스트로 인해 고통받다 생을 마감하는 부분은 글인데도

가만히 읽기가 힘들었다.

왜냐하면, 지금 어디선가..분명히 현실인 이야기 일테니까.

그럼에도 사람들은 포기하지 않았고,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들을 성실하게 했다. 다른 사람들 탓하지 않았고, 포기하려 하지 않았다. 그럴 법한 위기가 여럿 있었음에도.

소설 속 글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정말..조용히..그러나 엄청 강인했다. 정말 강인했다. ㅠ

엄청난 기승전결이 있는건 아니었는데, 그래서 더 인상깊었다.

며칠 전까지 이웃이었고, 가족이었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열병을 앓게 되고

순식간에 곁을 떠난다. 그런데 나는 그사람의 마지막을 멀리서나마 보지 못한다.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현재의 상황과 맞물려서 보는 내내 조금 힘들었다.

책에서는 끝이 났지만, 현실에서는 아직 진행중이다.

뉴스에서는 매일매일 신규 확진자에 대한 이야기, 전세계 코로나 감염인구, 사망인구가 숫자로 나열되서 나온다. 몇 십명이었던 시작에서 지금은 만단위가 넘어간지 오래다.

잠잠해지는 줄 알았던 질병은 잡초처럼 다시 불이 붙고 있다.

아직까지 희망적인 뉴스는 보지 못했다. 기대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소설 속 이야기처럼, 우리도 언제가는 아니 어쩌면 곧, 지금의 상황이 끝날 것이라고 믿는다. 빨리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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