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서울국제도서전에서 대만초청부스에서 화제가 된 인터내셔널 부커상 수상작 대만유람기 한글본과 영어본 비교해서 끝까지 읽었다. 둘은 전혀 다른 책이었다.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2차 창작한 데보라 스미스는 한국어 대화는 어눌하지만 도착어인 영어를 잘해서 원작을 영국문학으로 정갈하게 잘 다듬었다. 이런 원칙이 양솽즈의 소설번역에도 적용되었다. 정통주의, 원작우선주의가 아니라 대상중심주의를 추구한다. 원문의 의도를 감안해 오늘날에 맞게 각색하는 것이다.

흡사 미국 헌법해석 논쟁과 비슷한 구석이 있다. 헌법의 뜻이 과거 제정 당시로 고정되어야 한다는 원문주의 혹은 원본주의 즉, 오리지널리즘과 헌법 살아있는 유기체와 같기에, 현대사회의 가치관과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유연하게 해석해야 권리와 정의를 지킬 수 있다는 살아있는 헌법(진화하는 헌법)의 대립이다.

전자의 대표 학자로는 전 연방대법관 앤서닌 스칼리아, 언어철학자이자 로스쿨 교수 로렌스 솔룸이 있고, 살아있는 헌법의 주창자는 로널드 드워킨, 잭 볼킨이 있다. 여전히 진행 중인 논쟁이다.

부커상에 한해 번역 분야에서 우세는 살아있는 번역론인 듯하다. 고맥락적 중국어 원문을 모두 직역해서 영어권독자가 전혀 이해 못하는 글로 1:1 등가교환하는게 아니라 독자에게 가닿는 글로 친절하게 정돈한다. 그러나 접근성을 높이며 원활한 유통을 위해 가공하고 공정을 단순화하는 노선을 택하면, 프랜차이즈화되어 원재료의 풍미는 분명 사라지니 일장일단이 있는 것 같다.

좋은 점으로는, 예를 들어 매년 신문 잡지 등에 게재된 양질의 음식평론을 모아둔 Best American Food Writing에 나올 법한 멋진 음식묘사가 보일 때도 있었다.

쉽게 설명할 수 있는 대표적인 예시를 이를테면 뒷부분 스키야키 부분이다.

아래는 영한비교번역 및 노트.

I began making the sukiyaki, first heating the pot and searing, the sliced, fatty pork within.

나는 스키야키를 끓이겠다고 선포했다.
돼지고기 비계를 뜨겁게 달궈진 평평한 냄비 안에 넣었다

-영어와 한글은 전혀 다르게 읽힌다.

영어직역: 나는 스키야키를 만들기 시작했고, 먼저 냄비를 달궈서 얇게 썬 기름진 돼지고기를 안에 넣고 겉면을 익혔다.

(한글번역본에는 있는데 영어에서 생략된 부분)

<비계가 익으면서 돼지기름이 나오자 그 기름에 얇게 썬 염장 돼지고기를 넣고 볶았다. 양파를 추가해 볶아도 좋았다. 내지 대파는 구하지 못했으니 생략하기로 했다. >

The point to sukiyaki is meat, so I was naturally generous with the portions.

중요한건 돼지고기를 많이 넣는 거였다. 스키야키는 고기를 먹는 요리니까!
-영어직역: 스키야키의 핵심은 고기니까, 당연히 양도 넉넉하게 넣었다.

When the pork looked half-cooked, I removed it to add the tofu, which I cooked on both sides.

돼지고기가 어느 정도 익으면 잠시 꺼내놓고, 뜨거운 냄비에 두부를 구웠다. 두부 양면이 노릇하게 익으면

-한글은 가정문으로 뒤와 연결

-레시피에 많은 구문인데 remove A to add B는 B를 추가하기 위해 A를 넣으세요, 가 아니라. A를 꺼내놓고 B를 넣어라, 라고 to부정사를 별도의 술어로 분절해서 읽는게 낫다. 목적이 아니다.

I added back the pork, followed by by green cabbage, (...) , and finally the sauce.

다시 볶은 돼지고기를 넣었는데 양배추, (...) 그리고 양념장도 넣었다.

-소스=양념장
-중간 생략한 여러 재료명은 한중영 지역특성이 느껴진다

Just as the sauce was coming to boil, I added chrysanthemum leaves.
끓기 직전에 쑥갓을 넣고, 펄펄 끓으면 불을 껐다.
-국화잎=쑥갓

We don‘t generally bother with serving chopsticks when eating sukiyaki, so just use your own chopsticks and take whatever you like.

스키야키는 공용 젓가락을 쓰지 않아요. 샤오첸, 좋아하는 만큼 마음껏 먹어요.

-영어는 문장이 이어져있는데, 한글은 중간에 이름 부르고 한 번 잘라서 느낌이 다르다

Ah, but do start with the meat! And feel free to eat three or four pieces in one go!

아, 근데 고기부터 먹어야해요. 주저하지 말고 한 번에 서너 점씩 먹어요.

-주저하지 말고=자유롭게 (부정표현 방식의 차이. 주저는 조금 어려운 한자단어)
-한 번 갈 때(원 고) 서너 점을 자유롭게 먹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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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장(?) 알고 싶은 런던 정착술 21
라조기 지음 / 연립서가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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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라조기슨이 유물 좋아하는 탕수육과 튜브타고 감자 깎듯 머리 깎이는 이야기. 빌 브라이슨+라조기, 영국 미용실에서 아시아인 두상 특이하다고 하면서 감자 깎이듯 머리 깎였다는 표현이 재밌었다. 황현산의 책까지 읽었을 줄이야. AI시대에는 이런 자기만의 글맛이 있는 글이 읽힐 거라고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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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라면 팔 만큼 1
코지마 아오 지음, 장혜영 옮김 / 미우(대원씨아이)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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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 원서로 이미 읽었는데도 우리말로 다시 읽으니 좋다 3권이 압권이기 때문에 3권까지 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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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정 주가 가치투자 법칙 - 모든 주식에 통하는 가장 확실하고 지속가능한 반교수의 투자 시스템
이주택 지음 / 길벗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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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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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드에서 우연히 천당, 마귀, 장로가 원래 불교용어라는 글이 스쳐지나갔는데, 내 기억이 맞다면 고 한형조 교수가 금강경 별기 붓다의 치명적인 농담을 쓰면서 거기 어딘가에도 썼던 것 같다 도교 불교 용어에서 그리스도교 용어로 바뀌었다고. 돈베이커의 조선후기 가톨릭연구서의 황사영백서 영역을 읽으면 시대마다 의미가 재전유되는걸 알 수 있다

배움이 크고 나이가 많고 덕이 높은 승려를 이르는
장로(長老)가 현대엔 교회 운영에 참여하는 최고직급으로 전유된다.

칼뱅은 교회의 직분을 말씀을 전하는 목사(pastors)와 교회의 권징과 행정을 맡는 연장자로 구분하면서 후자의 평신도 출신 지도자들을 라틴어로 세니오레스seniores, 희랍어로 프레스뷔테리presbyteri, 불어로 앙시앵 ancien이라고 불렀고 이 단어의 영역 elder를 다시 한역한게 장로다. 그런데 그리스어보다 또 더 올라가면 원래 히브리어에서 지혜와 권위가 있는 공동체 원로를 이르는 회색수염, 자켄(זָקֵן)의 번역어였다

조셉 솔로도우가 쓴 살아있는 라틴어라는 책에 영어와 불어 스페인어 이태리어 등 로망스어에 라틴어 어휘와 통사가 어떻게 계승되는지 친절하게 설명되어있는데 중립적인 그리스어 단어가 그리스도교 세례를 입어 변모되는 과정이 재밌다. 원래 단어가 어쨌든 수백 년이 지나고 지리와 문화가 바뀌면 사회문화적 의미장이 바뀌는 것이다.

장로는 월인석보에도 등장하는 단어다. 원래 산스크리트어로 수명이 길다, 장수한다를 뜻하는 아유슈만आयुष्मान्을 의미를 따라 한역한 것인데 아유솔만(阿瑜率滿)으로 음역하기도 한다. 캡틴 아메리카를 미국대장이라고 의미만 따를 수도 있고 논리logic을 최대한 중국어 발음에 맞춰 luoji루워지라고 음역하는 정도의 차이다. 아유슈만 장로 아유솔만 그리고 존자 결국 다 같은 뜻이다.

석가모니 부처가 제자를 부를 때 아유슈만 아난다(Āyuṣmān Ānanda)라고 하는데 한문 경전에서는 수명(壽命)이 긴 이’라는 뜻을 직역하여 具壽(구수) 또는 慧命(혜명)이라고번역하기도 했다. 현대 인도정부 보험제도 Ayushman Bharat Yojana도 장수하는 인도라는 뜻이다. 인디아와 바라트는 동의어다.

산스크리트어-한자의 관계는 히-그-라 관계와 비슷한 부분이 있다. 그리스어 단어가 라틴어로 그냥 차용된 것이 아니라 기독교라는 새로운 문화와 종교의 등장으로 기존 단어들이 새로운 의미를 획득(semantic specialization)했다. 사과-apple 하는 식으로 그리스어-라틴어 1:1로 의미가 대응되는 것이 아니라 전혀 다른 차원에서 재맥락화된다. 그러므로 언어차용은 단어의 형태뿐 아니라 의미체계를 변화시키는 과정이다. 기독교는 그리스어권인 동로마제국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에 신약성경, 교리, 예배, 종교 용어가 모두 그리스어로 형성되었고 서방으로 전파되면서 그 용어들이 그대로 라틴어로 옮겨졌다. 이 전파 과정에서 원래 그리스어 단어가 기독교적 의미를 획득하면서 의미가 변화한 사례가 많다. 그러므로 기독교는 라틴어에 그리스어 어휘를 가장강력하게 유입시킨 요인이었다고 표현해 볼 수 있다. 기독교의 문화적 세례를 받아 변모된 그리스어 단어는 종교 용어화되고, 라틴어에 재정착한 후 오늘날 영어와 로망스어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사실 호메로스, 일리아스를 읽을 때 어휘와, 신약성경 희랍어를 읽을 때 어휘가 같더라도, 뉘앙스적으로 큰 차이가 느껴진다.

예를 들어 위 조셉 솔로도우의 사례는 이렇다

예시
1) ecclesia (ἐκκλησία)
원래 의미: 집회, 모임(assembly)
기독교 이후: 신자들의 모임, 교회(church)
현대어
스페인어 iglesia
프랑스어 église
이탈리아어 chiesa
참고: 영어 church, 스코틀랜드어 kirk, 독일어 Kirche는 ecclesia가 아니라 kyriakon(주님의 것, 즉 주님의 집)에서 유래했다.

2) presbyter (πρεσβύτερος)
원래 의미: 연장자, 장로(elder)
기독교 이후: 사제(priest)
관련 단어:
Presbyterian(장로교): 장로들이 교회를 다스리는 교단
presbyopia(노안): 노인에게 흔한 원시(遠視)
참고: πρεσβύ+τερος의 합성어다. πρεσβύ 자체가 old man, elder, chief, prince라는 뜻이 있고 현대그리스어에서는 대사ambassador을 의미한다.

3) episcopus (ἐπίσκοπος)
원래 의미: 감독자, 감시자(overseer)
기독교 이후: 주교(bishop)
같은 어근 scop-(˝보다˝)가 남아 있는 단어:
scope
telescope
periscope
scopophilia

4) propheta (προφήτης)
원래 의미: 미리 말하는 사람(one who speaks beforehand)
기독교 이후: 예언자(prophet)

5) martyr (μάρτυς)
원래 의미: 증인(witness)
기독교 이후: 순교자
자신의 죽음으로 신앙을 증언한 사람이라는 의미로 특수화되었다.

6) angelus (ἄγγελος)
원래 의미: 전령, 메신저(messenger)
기독교 이후: 천사(하느님의 사자)
참고: los angeles 로스 엔젤레스는 스페인어로 천사들을 의미. 스페인어로는 로스 앙헬레스라고 읽는다.

7) evangelium (εὐαγγέλιον)
에반겔리움, 유앙겔리온

원래 의미: 좋은 소식(good news)
기독교 이후: 복음(Gospel)
접두사 eu는 좋은(good)이라는 뜻이다.
eugenics(우생학), euphemism(완곡어법)에서 활용된다.
eu는 ev는 같다.
원래 v만 있었는데 모음으로 읽을 때 차별화하기 위해 끝을 둥글게 해서 u를 쓴 것이다. 영어만 w를 더블유(double+u)로 읽고, 나머지 유럽어에서는 더블브이로 읽는다. (double+v)

8) diabolus (διάβολος)
원래 의미: 중상모략하는 사람, 비방자(slanderer)
기독교 이후: 악마(Dev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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