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르윗전 뿐 아니라 아모레퍼시픽 미술관의 전시서문은 정교하게 쓰여져 있어 글을 비교해 읽는 맛이 좋다. 한국어와 영어 각기 다르게 적합한 방식으로 각 언어의 맥락에 맞게 조탁되어 있다. 형광펜으로 아래 캡처에 표기해두었다

흥미로운 것은 adj(or Ved), adj + noun하면서 and 없이 리듬감을 주는 표현이 매 전시마다 간혹 관찰되어서 상당히 문학책 많이 읽은 원어민스러운 느낌이다고 생각해왔는데 지난 마크 브래드포드 전시의 도록에서도 비슷한 패턴을 발견해 이 학예사가 쓴 것이겠구나 짐작했다. 이번에도 반환점 돌아오는 구간에 그런 표현이 있는 글이 있었다.

한편 조나스 우드에서 솔르윗으로 급히 변경된 탓인지 글의 짜임새와 별개로 전시장 디스플레이에서 오타가 좀 있었는데 2.3.4 전시실 도입 서문 영어에 dimensions하고 온점period가 없고 안료pigments는 piaments로 오타났으며 already는 r이 빠져있다. 전시 첫 주에 갔었으니 지금은 교정되었겠지싶다

최근 흥미롭게 읽은 작은 미술관의 학예원이 쓴 일본어 책에서 국보급 전시는 2년 전에 기획전은 최소 1년 전에 준비한다고 하는데 아무리 솔르윗전이 도쿄에서 올해 상반기에 했던 전시를 그대로 들여왔다해도 밤샘작업이 있었을 것이다

구조단위-시스템연결-시간과 빛이 주는 깊이감-비유클리드기하학적 나비에스토크스방정식이라는 전시 테마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분절에서 연속성으로, 단위에서 깊이감으로, 고정에서 흐르는 유체로.

생각보다 더 흥미로운데 다들 지나치는 아카이브 공간. 개념미술원리 초고를 읽어보거나 엑셀같은 테이블을 보거나 사진모음집을 보며 어떤 분류체계로 이런 유틸리티를 모았는지 확인해보는 것도 재밌다. 생김새가 비슷한 것은 이유를 알겠다. 그러나 책은? 왜 이 책을 모아서 3x3로 배치했을까

예컨대 지금 진행중인 다른 전시에서 책을 모아둔 아카이브가 있는 경우 북서울시립 오인환장서영전은 무지개색으로, 혜화 아르코 예술학교전은 미술공간 기획에 도움되는 문화이론 비평위주로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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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투적으로 불행하고, 특별하게 행복한
락서 지음 / 락서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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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쪽 두 번째 문장 비의 염치없는 친화성과 끈질김이 표현적으로 흥미롭다. 소재적으로는 145쪽 104호 고독사 아저씨, 251쪽 강원도 기숙재수학원 삼수시절 화장실에서 비밀연애하는 원생 고자질해 퇴원시킨 이야기가 글 전체에서 일관된 성찰하고 사유하는 유럽적 자아와 조우해 특이한 충돌을빚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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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학교의 별 읽었다.
이 만화가 대단하다! 수상작이고 2020년부터 대략 1년에 한 번 꼴로 나온다. 일본 소년만화 전문번역 출판사 대원이나 학산이 아니라 문학동네에서 출간되고 있는데 그만큼 문학성이 있어서다. 무엇이 문학성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저마다 기준이 다르지만 대중의 인식과 다르게 문학동네, 창비, 한겨레 출판 등에서도 그래픽노블(혹은 방드데시네)풍 만화 라인업이 있다.

우리말로도 2024년 10월에 현지에서 출판된 4권은 2025년 3월에 번역되었고, 5권이 이번 달에 현지에서 나와 미번역 상태다. 어찌보면 학교에서 있을 법한 이야기를 모은 옴니버스 구성이라 5권에서도 역시 일이 잔잔하게 흘러간다.

학교생활을 다룬 학원물이라고 하면, 스카이캐슬이나 배틀로얄식으로 전쟁터를 방불케하는 고통스러운 생존서사거나, 폭력과 폭언이 난무하는 느와르, 구설과 트라우마로 점철된 기억, 한이 가득한 호러, 학생과 선생의 불륜, 신체부위가 강조된 성인물, 혹은 최근 들어 이세계탈출까지 있을 수도 있는 부분집합이지만 일반적인 경험을 대변하지 않는 6시그마 밖의 극단적인 네러티브가 많다. 어쩌면 공부만 했던(하고 있는) 과거의(현재의) 삶에서 도피하고 보상받고 싶기 위해서 일 수도 있고, 학원물을 읽는 독자를 자극해 재구매의향을 강화하기 위해서 이기도 할테지만

그런 와중에 폭력과 성과 불륜과 공포와 도피가 없는, 밋밋하지만 숨쉬고 살만한 일상을 다루는 여학교의 별(온나노 소노노 호시 = 여 of (정)원 of (별)성) 같은 일상만화는 영원히 나왔으면 좋겠을 정도로 편하다. 새침하고 기발한 면도 있고

그 나이대 학생들이 할 법한 대사, 특정 해석이나 정치적 방향으로 이끌지 않고 잘 마무리하는 대사가 좋다. 예컨대 교사 둘이 이자카야에서 고기와 술을 먹으며 최근 달리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하다가 동생 생일잔치때문에 온 제자를 발견하고, 민망하네, 이쪽이 할 말인데요, 학교에서 째잘째잘 말하지 말아줄래, 그럴 가치도 없거든요, 안녕, 이렇게 마무리되는게 깔끔하고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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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스니치 서바이벌 - 10억 인도인을 사로잡은 금융 스타트업 어피닛 이야기
이기문 지음 / 북스톤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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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이 통신인프라가 부족한 베트남에 너무 고기능 모델로 접근했다가 실패한 이야기가 있는 한편, 최첨단 핀테크로 인도에서 성공한 우당탕탕 성공담 매스니치 서바이벌 읽었다. 표지 영어는 빨래줄에 글자를 널어놓은 듯한 산스크리트어처럼 보이게 디자인한 모양.

가난하거나 이력이 없다는 이유로 금융혜택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돕는 사회적 가치를 지향해 2006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그라민은행의 마이크로크레디트에 영감을 받아 인도에 적용한 K-핀테크 스타트업 어피닛의 분투기인데 글이 마치 휴양지에서 모히토 한 잔 마시면서 두런두런 이야기해주는 듯 문어체와 구어체가 섞여서 술술 읽힌다.

인도, 핀테크, 한국아저씨, 금융소외계층. 이게 뭔 조합?!

성공신화보다 더 중요한 건 어떻게 그 악명 높은 인도에서 살아남았는가인데, 예컨대 금융플랫폼 확장3경로(123쪽), 연체율 및 기업문화대응(206-10쪽), 고소대응(226쪽)이 대표적. 신규입사자(스티븐)의 눈에서 본 회사의 전략우위(238-9쪽)도
재밌다. 제도권은행에서 대출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는 금융소외계층을 지원한다는 포용적 금융철학은 동일하지만 2000년대의 그라민은행과 2020년대 어피닛은 차이가 있다. 기술발전에 따른 시대변화가 있기 때문.

21세기 초에는 핵심기반이 오프라인 연대보증, 즉 공동체의 압박이었지만 이제는 AI기술 기반의 대안신용평가시스템 (ACS)이다.

이 신용평가방식의 구체적인 양상 역시 마을 공동체(5인조)를 구성해 사촌이 갚아야 다음 내가 빌릴 수 있다는 상호신용 담보에서 스마트폰 데이터, 통신결제 이력 등 비금융 데이터 분석으로 다르다.

또한 금융서비스 제공도 오프라인 현장요원의 대면관리를 통한 소액대출이었던 그라민은행에 비해 어피닛은 모바일 플랫폼 앱 트루밸런스 설치 후 비대면 서비스로 지원받는다.

이용계층 역시 미세하게 차이가 있는데, 빈곤층의 소규모 창업 및 자립 자금 지원 목적으로 전통 은행의 2중대 니시마켓 느낌이었던 전자와 달리 후자는 금융이력이 없는 소외계층(신파일러)의생활금융이다. 책에는 오토바이 수리비 같은 당장 급히 필요한 돈이 목적이라고 했다.

사회적 신용모델과 금융철학도 기술매체의 발전에 따라 큰 변화를 겪는다.

마이크로크레디트는 컴퓨터나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 시작되었고 전근대 농촌사회형 인간 관계를 담보로 삼는다. 개인의 배신을 사회적 매장을 통한 집단 압박으로 결속한다. 중세시대에 같은 마을 출신 스위스용병이 친구 두고 도망가지 않는다는 명성을 얻은 이유다. 그리스로마 플랑크스 보병방어진도 그러하고, 한국의 오가작통법이나 일본의 고닌구미 같은 연좌제도 같은 구조다. 그룹 랜딩. 5명이 한 조를 이뤄 한 사람이 돈을 갚지 못하면 나머지도 대출을 못 받게 하는, 계보가 있는 연대책임 구조 위에 오프라인 현장요원의 주기적인 방문관리를 통해 신용을 유지한다.

디지털 시대의 혁신인 핀테크 모델은 AI가 유저의 스마트폰앱 사용패턴, 통신료 충전습관, 위치정보 등 비금융 행동 데이터를 실시간 시계열로 분석해 신용 등급을 부여하고 비대면송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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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스니치 서바이벌 - 10억 인도인을 사로잡은 금융 스타트업 어피닛 이야기
이기문 지음 / 북스톤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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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신화보다 더 중요한 건 어떻게 그 악명 높은 인도에서 살아남았는가인데, 예컨대 금융플랫폼확장3경로(123쪽), 연체율및기업문화대응전략(206-210쪽), 고소대응(226쪽)이 대표적. 신규입사자(스티븐)의 눈에서 본 회사의 전략우위(238-9쪽)도재밌다. 별개로, 문체가 구어 문어를 섞어 잘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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