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너머로 달리는 말
김훈 지음 / 파람북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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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너머로 달리는 말 / 김 훈 / 파람북

 

 

 

 

"태초에 말 등에 올라탄 자가 있었다."




때는 언제인지 모른다. 그저 사람이 말을 탈 수 있다는 것을 모르던 때였다. 말들은 자유로웠고 초승달이 뜨면 달을 향해 달렸다. 달을 향해 달린다고 해서 신월마라고 했다. '추'는 외눈박이 무당과 교접하고 딸을 낳았다. 무당은 딸을 낳고 죽었으며 딸은 성장했고 이름은 '요'라 했다. 어느 날 달리던 말 떼를 보았는데 그 중 한 말이 요에게 다가오고 요는 말 무리에서 멀어진 말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온다. 추는 말을 길들이고 처음으로 말을 탄 인간이 된다. 추는 기루가루 부족에게 가서 부족장에게 말을 타는 법을 알려준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온 추는 요와 말이 사랑하는 것을 보고 말을 죽여버린다. 요는 백산이라는 산으로 도망친다. 이제 모든 부족은 말을 탈 수 있었고 말을 타고 전쟁을 했다.



초나라의 역사는 {시원기}에 단의 역사는 {단사}에 적혀서 전해지는데 북과 남을 갈라 초와 단나라는 크게 달랐다. 유목민족인 초와 달리 단나라는 농경민족이었다. 두 나라는 전쟁을 하게 되고 초나라 왕의 큰아들 표는 신월마인 토하를 타고 전장에 나가게 된다. 한편 단나라에서는 총지휘를 맡은 군독 황이 비혈마의 순종인 야백을 타게 되는데 잠시 휴정 중, 나하강을 건넌 신월마 토하가 야백을 만나 사랑을 나누게 된다. 전쟁은 길어지고 초나라의 군대는 고향으로 돌아가게 되고 토하가 임신을 하게 된 것을 마의가 알게 된다. 순종인 토하가 잡종과 교미하게 되면 마의는 죽음을 면치 못하므로 독을 먹여 유산케하고 토하는 시름시름 앓게 되는데....




칼을 한 번 휘둘러서 적을 베지 못하면 내가 죽을 차례다. 칼이 적 앞에서 헛돌았을 때 나의 전 방위는 적의 공세 앞에 노출된다. 이때 수세를 회복하지 못하면 적의 창이 내 몸에 꽂힌다. 나의 공세 안에 나의 죽음이 예비되어 있고 적의 수세 안에 나의 죽음이 예비되어있다. 적 또한 이와 같다. 한 번 휘두를 때마다 생사는 명멸한다. 휘두름은 돌이킬 수 없고 물러줄 수 없고 기억할 수 없다. 모든 휘두름은 닥쳐오는 휘두름 앞에서 덧없다. 수와 공은 다르지 않고 공과 수는 서로를 포함하면서 어긋난다. 모든공과 모든 수는 죽음과 삶 사이를 가른다. 그러므로 공에서 수로, 수에서 공으로 쉴 새 없이 넘나드는 자만이 살아남는다. 이 엎어지고 뒤집히는 틈새를 사람의 말로는 삶이라고 부른다고...





말을 타기 이전 시대의 이야기이다. 신월마와 비혈마라는 최고의 순종말이 등장한다. 신월마인 토하는 콧구멍으로 안개와 무지개를 토해내는 말이다. 비혈마는 먹지 않고 하루에 삼백 리를 달리며 목에서 머리로 올라가는 핏줄이 밖으로 터져서 핏방울이 바람에 흩어졌다. 피를 날리면서 달리는 것이다. 또한 이마에는 야광빛 점이 있었다.



신화같은 <달 너머로 달리는 말>은 인간의 문명과 함께 한 말의 역사를 다룬 이야기다. 아직은 말을 타지 않았던 인간이 어떻게 말을 다루고 타게 되었으며 그 말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쓰임새를 말의 생애를 통해 고스란히 보여준다. 쓰임이 다했을 때의 말은 더이상 사람에게 이롭지 못하고 그저 버림을 받게 되는데 그들의 사랑이야기부터 일대기를 보여준다. 이것은 사람의 이기적인 욕심과 야만적 폭력성을 폭로하는 것이다. 문명의 발전에 따라 동물들의 쓰임이 다양해지고 철저하게 쓰여지고 버려지는 동물의 삶과 샤머니즘적인 요소가 적절히 양념된 <달 너머로 달리는 말>은 판타지적요소때문에 신비롭고 재미있으며 한 편으로 인간의 야만적 폭력과 욕심을 고발하는 소설이므로 인간의 반성을 촉구하는 소설이기도 하다.



김훈의 <칼의 노래>를 읽으면서 굉장히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다 읽고는 가슴에서 돌덩이 하나를 내려놓은 기분이었는데 김훈 작가의 묵직한 이야기들과는 달리 판타지적 요소가 가미된 <달 너머로 달리는 말>은 김훈 작가의 작품일 수 없다는 선입견과 호기심때문에 읽은 책이었다. 특히 작품 속 기억에 남는 문장들이 많아 김훈 작가를 새롭게 보게 된 계기가 되었다. 노령의 나이에도 계속해서 작품을 써내는 그의 열정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나하를 건너온 뒤로 주인의 무게가 가벼워진 것을 토하는 느꼈다. 표는 말을 달릴 때, 속도가 빨라질수록 몸을 앞으로 기울였는데 토하는 그 무게를 앞다리로 받아냈다. 표의 허벅지가 옆구리를 조여올 때, 토하는 자신의 힘줄과 사람의 힘줄이 연결되는 것을 느꼈다.

야백은 등에 사람을 태우고 달리던 일의 두려움을 떠올렸다. 말은 옆구리에 박차를 지르는 말 탄 자의 마음을 제 마음으로 삼아서 달렸고, 사람은 말의 몸을 제 몸으로 삼아서 달렸다.

살아 있는 동안에 사람을 낳은 사람의 자식이고 부모지만 죽으면 인연은 흩어지고 혈연은 풀려서 뿔뿔이 흩어져 제자리로 돌아가게 되므로 누구나 누구의 자식도 부모도 아니며, 형태도 없고 무게도 없고 그림자도 없는 바람이 되어 백산으로 들어가고 인간 세상에는 그 인연 없는 자리에서 새로운 사람들이 태어난다고 (생략) 



김훈은 <달 너머로 달리는 말>을 통해서 이런 말을 했다. 문장은 전투와 같고, 표현은 양보할 수 없다. 너무 멋진 문장이어서 보태어 설명한다면 사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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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호 식당 (특별판) 특별한 서재 특별판 시리즈
박현숙 지음 / 특별한서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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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호식당 / 박현숙 / 특별한 서재





"나는 만나야 할 사람이 있어."

"저는 만나야 할 사람이 없어요.

차라리 죽은 게 잘 되었다고 생각하고 있는 중이었거든요."

치킨집을 하는 친구 수찬이네 스쿠터를 몰래 타다가 사고가 나서 죽은 열다섯 살의 왕도영과 사랑하는 여자를 미행하다가 사고로 죽은 셰프 서민석은 망각의 강을 건너기 직전에 구미호인 서호를 만난다. 서호는 죽은 사람들이 기적적으로 살아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데 그 가능성을 버리고 따뜻한 피를 받는 대신 49일을 더 살게 해주겠다는 제의를 한다. 별 생각이 없던 도영을 끌어 들이며 민석은 흔쾌히 제안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49일 동안 서호가 만들어 준 '구미호 식당'에서 장사를 하기 시작한다.

장사가 시작되자 손님이 밀려 와 민석은 알바를 구하고 도영의 형이 알바를 하게 된다. 민석과 도영은 죽기 전의 얼굴이 아닌 다른 이의 얼굴로 변해 있었기 때문에 배다른 형인 도수는 동생 도영을 알아보지 못한다. 핸드폰이 없는 민석은 자신이 만든 '크림말랑'이라는 음식의 주재료를 알아 맞히는 이에게 상금 3백만원을 준다는 이벤트를 도수에게 지시한다. 식당 밖으로 나가면 어마어마한 고통을 맞게 되는 이유 때문에 민석은 식당 밖을 나갈 수 없으니 만나고 싶은 이를 식당으로 오게 만들려고 한다. 반면, 열다섯 살의 나이에도 도영은 만나고 싶은 이도 다시 살고 싶은 마음도 없다. 그에겐 힘들었던 15년의 인생이었기에.

어느 날 밤 식당에 도둑이 든 느낌을 받은 도영은 잠을 자다 도둑과 대치하게 되고 도둑의 단추 두 개를 손에 얻게 되는데, 그것은 형 도수의 것이었다. 어릴 적부터 늘 도영의 것은 동전 하나라도 빼어갔고 할머니의 돈을 훔쳐 달아나던 도수는 동생에게 뒤집어 씌웠다. 식당의 장사가 잘 되자 돈을 훔치러 온 것이 분명하다!

49일이라는 덤이 생긴 민석은 죽기 직전의 '일'에 대해 미련을 버리지 못한다. 사랑하던 여자를 미행하다 죽은 민석. 사랑하는데 왜 미행을 했을까? 드디어 만나게 된 사람, 그러나 상대는 전혀 민석에게 틈을 주지 않는다. 완강하고 고집스럽게 상대의 이야기를 듣지 않고 자신의 생각만을 고집하는 민석. 이런 민석을 지켜보는 도영. 한편, 도영도 전혀 예상치못한 얘기를 듣는다. 죽은 도영을 그리워하며 울다가 쓰러지셨다는 할머니. 그리고 병원에 입했다는 소식은 도영에겐 의아한 일이다. 살아 생전에 도영에게 전혀 애정이 없었던 할머니가???

"조각달은 날마다 울었어요.

그렇게 여러 날이 지난 다음 그 사람은 결심했어요. 조각달을 놔주기로요.

어느 깊은 밤 그 사람은 옥상으로 올라가

조각달을 날려 보냈어요.

넓고 넓은 창공으로 날아 오르는 조각달은

그렇게 행복해 보일 수가 없었어요.

그런 조각달의 모습을 보면서 그 사람도 행복했대요.

그게 무슨 뜻이냐면요.

내가 사랑하는 존재가 행복할 때

나도 행복할 수 있다는 뜻이예요.

붙잡아 매어 내 옆에 두려고 하는 사랑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존재에게 자유를 주었을 때

함께 행복해질 수 있다는 이야기지요."

<구미호식당>은 청소년 도서였는데 이번에 성인버전으로 다시 출간되었다. 두껍지도 않고 술술 읽히는데 읽을수록 비밀에 다가가는 재미가 있다. 두 주인공이 갑작스럽게 맞이한 죽음을 통해 살아 생전에는 알지 못했던 진실을 깨닫게 된다는 내용의 <구미호식당>은 도영이 민석에게 건네는 조각달의 이야기가 열쇠 역할을 한다. 집착하고 의심했던 민석의 사랑을 조각달의 사랑얘기를 통해 독자도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사랑의 정의는 청소년이 보았을 때도 큰 울림을 줄 거라 생각한다.

사랑하지만 집착에서 미행으로까지 이어지는 잘못된 사랑을 하는 민석과 배려받지 못하고 가정폭력 속에 고스란히 방치되었던 도영에게는 49일이 보너스같은 존재다. 이 시간을 통해 민석은 자신의 사랑이 그릇되었다는 것을 깨달았고 도영도 할머니의 사랑을 느꼈다. 그들에게 만약 49일이 주어지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구미호식당>은 우리에게 사랑의 정의를 새삼 깨닫게 하지만 우연찮은 사고로 죽음을 맞이해서 잘못 지어진 매듭을 풀지 못하고 그대로 망각의 강을 건너게 된다면 어떻게 할까?라는 질문도 또한 받게 된다. 만약 죽기 전 일주일의 시간이 주어진다면 어떻게 할까? 내가 잘못한 이들에게 사과를, 내가 주지 못한 사랑을 주고 싶지 않을까? 결국 죽음 앞에 우리가 생각하게 되는 것은 사람의 관계다. 사랑하면서도 서로의 마음을 연결짓지 못하는 이들. 안타까움과 사랑의 깨달음을 동시에 느끼는 <구미호식당>. 사랑은 그 밑바닥에 배려가 주춧돌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 그것이 구미호식당의 키워드가 아닐까 싶다. 성인뿐만아니라 청소년들에게도 어렵지 않게 읽히니 이번 방학에 자녀와 함께 읽어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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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링조어의 마지막 여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30
헤르만 헤세 지음, 황승환 옮김 / 민음사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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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링조어의 마지막 여름 / 헤르만 헤세 / 황승환 옮김 / 민음사




"죽음에 맞서는 무기는 필요없소. 

죽음이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요.

하지만 한 가지는 존재하지요. 바로 죽음의 공포 말이요.

우리는 이 공포를 치유할 수 있소. 

이것에 대항하는 무기가 한 가지 있소.

공포를 극복하는 것은 시간의 문제이지요."




섬세한 감성의 소유자 클링조어는 술과 여자를 좋아하는 자신을 이태백이라 생각하는 화가이다. 마흔 두 살이 되던 해에, 전부터 좋아했던 팜팜비오, 카레노, 라구노 근처의 남쪽 지방으로 가서 생애 마지막 여름을 보낸다. 그리고 자신에게 죽음이 임박했음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그는 친구들과 여러 여인들과 어울려 술을 마시며 매일을 열정적으로 인생을 낭비하듯 지낸다. 친구와의 토론을 즐기고 편지를 쓰며 때론 강렬하게 거부하고 때론 담담히 받아들인다. 거침없이 자신의 삶을 소비하는 그는 죽음을 이겨낼 수 있을 것처럼 아니, 체념한 이처럼 마지막 열정을 다해 그림을 그린다.



또 한 편의 어려운 고전을 만났다. 헤르만 헤세가 이렇게 글을 어렵게 쓰는 작가였나? 싶은 생각이 든다. <클링조어의 마지막 여름>을 통하여 독자는 무엇을 얻어야 하는가?라는 질문 앞에 한 자도 적지를 못하겠다.


클링조어는 화가다. 그리고 동시에 자신을 중국의 시인 이태백이라고 생각하는데 자신의 친구인 헤르만은 두보라고 부른다. 헤르만 헤세는 중국의 시인들이 좋았나부다. 그림도 그리지만 시를 읊고 술을 마시고 춤을 추며 사랑을 하는 클링조어는 죽음을 의식하지만 의식하지 않는 것처럼 행동한다. 그러나 그의 문장들은 모두 죽음의 색채가 짙고 그가 굉장히 죽음에 대해 깊이 생각하며 죽음을 자신으로부터 떼어놓고 싶어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도대체 우리가 운명을 바꿀 수 있소?

의지의 자유란 것이 존재하기나 하나요?

만일 그렇다면 점성술사 당신이 

내 별을 다른 쪽으로 돌려놓을 수 있겠소?"




책 표지를 보면 우리는 고흐를 떠올린다. 이야기 속에 루이스라는 친구가 등장하는데 그는 고갱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다. 고흐가 마지막에 죽음을 앞두고 자화상을 완성하듯 클링조어도 그림을 그린다. 고흐의 생을 생각한다면 클링조어가 이해가 되는 듯하다. 100페이지도 되지 않는 이야기로 아주 짧지만 그 속에 클링조어의 죽음을 대하는 그만의 태도가 엿보인다. 수면제를 복용하기도 하고 좋아하는 포도주를 양껏 마시기도 하는 클링조어. 예술에 대한 집념처럼 삶에 대해서도 강한 집념을 가졌는데 마지막 그의 행보는 결단력이 돋보인다.



헤르만 헤세는 개인적으로 굉장히 힘든 시기를 보낼 때 이 작품을 썼다고 한다. 그리고 클링조어라는 인물에 자신을 투영시켰다고 한다. 이 작품을 쓸 때 헤세의 나이 마흔 두살이었고 술을 좋아했고 그림을 그렸으며 동양사상에 심취했으며 헤세 상황 또한 여러모로 힘들었다. <클링조어의 마지막 여름>을 1920년에 출간했는데 1916년에 부친이 사망했고 아내와 막내아들의 병으로 신경쇠약이 발병해 심리 치료를 시작했었다. 헤세 자신을 그대로 투영시킨 인물이 죽음에 대해 부정하면서도 집념하는 모습이 안타깝게 느껴진다.



누구나 죽음이 두려울 것이고 예상치 못하게 다가올 때는 더욱 그럴 것이다. 예술가의 죽음을 대하는 태도를 클링조어의 마지막 여름을 통해 느낄 수 있다. 클링조어는 자신을 죽음의 드디어 받아들이기로 하고 마지막 작품을 열정적으로 그려낸다. 우리는 만약 죽음이 다가온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각자의 숙제로 풀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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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판본 노예 12년 - 1892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 더스토리 초판본 시리즈
솔로몬 노섭 지음, 원은주 옮김 / 더스토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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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12년 / 솔로몬 노섭/ 원은주 옮김 / 더스토리






자유인 솔로몬 노섭은 1841년 어느 날 워싱턴에 위치한 어느 서커스단에서 일하는 두 남자를 만난다. 그들은 공연에 쓸 악사를 구한다며 노섭에게 같이 일할 것을 제안하고 솔로몬은 두 남자를 따라 나섰다가 노예상에게 넘겨진다. 솔로몬은 윌리엄 포드 목사에게 플랫이라는 이름으로 팔려진다. 윌리엄 포드 목사는 흑인도 하느님의 창조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2년간 포드 밑에서 노예로 일하던 솔로몬. 하지만 삶은 솔로몬을 거친 파도로 몰아낸다. 포드 목사의 상황이 어려워지자 에드윈 엡스에게 다시 팔려졌는데 새 주인 엡스는 사악하고 고약하기 이를데 없는 이였다. 노예들을 아침부터 밤까지 목화밭에서 쉬지않고 일하게 했으며 조금이라도 작업이 느려지거나 수확량이 떨어지면 가차없이 채찍질을 서슴치 않았다. 그러고도 자신이 술을 마시는 날이면 피곤한 노예들에게 억지 춤을 추게 만들고 바이올린을 켤 줄 아는 솔로몬은 그들과 어울려 억지 파티를 즐겨야했다. 먹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고 살림살이도 없었으며 온갖 트집을 잡아 굴욕스럽게 만들었다.


자신이 자유신분이라고 밝혀봤자 채찍질만 당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어느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솔로몬. 그 사실을 혼자 꽁공 숨긴채 살아가던 어느날. 앱스가 가족이 살 집을 짓기 시작하면서 몇몇의 목수들을 고용했다. 똑똑하기도 하고 목수일도 잘하는 솔로몬은 밭일에서 제외되고 목수들의 일을 거든다. 목수 중 하나였던 배스는 남부인치고는 흑인 차별이 없었기에 솔로몬은 배스를 믿고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그리고 간곡히 부탁한다. 부디 자신의 지인들에게 편지를 띄워달라고. 배스는 시내로 나가 편지를 띄우고 시간이 꽤 흘렀는데도 연락이 없자 솔로몬은 낙심하지만 배스는 일이 끝나면 자신이 솔로몬의 집을 찾아가리라 마음 먹는다. 그리고 솔로몬이 의기소침해 있던 어느날 목화밭으로 낯선 신사 둘이 솔로몬을 찾아오는데.....





<노예12년>은 제목에서 알수있듯이 솔로몬이 12년간 노예로 지냈던 일을 다룬 실제 이야기이다. 자유인으로 살다가 노예로 전락한 한 남자의 너무나 억울하고 치욕스럽고 비인간적인 노예살이에 대한 외침이다. 아마 노예12년을 읽는 모든 독자는 주인공의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야기 곳곳에 슬프고 힘없는 노예들의 아픔이 녹아있어 읽다가 분노가 치솟아 책을 덮었다가 다시 펼쳤다가를 반복, 인간이 어디까지 다른 인간을 굴욕적으로 만들 수 있는가를 알고 싶고 자신의 고통이 두려워 남의 고통을 눈감아버리는지를 알고 싶으면 <노예12>년을 읽으면 된다. <노예12년>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솔로몬이 <노예12년>을 출간한 것은 1853년, 우리가 잘 아는 <톰아저씨 오두막>은 1852년에 출간이 된다. 이 작품을 링컨이 읽고 노예제도에 대해 깊이 생각했다고 한다. 조금 더 노예에 관련된 미국의 상황을 들여다보자면 1840년대의 미국의 북부는 흑인이 자유인이었고 남부는 노예제도를 허용하고 있었다. 당시 북부는 제조업과 상공업이 중심이었고 미국노동자가 많았다. 남부는 농업위주, 면화재배가 중심이다보니 상대적으로 북부에 비해 인력이 많이 필요했으며 노예상들에게는 북부의 흑인들이 돈벌이가 될 충분한 타겟으로 보였을 수 있다.


1857년에 드레드 스콧이란 자가 자신의 자유를 위해 소송을 진행했는데 미국 대법원이 '노예로 미국에 들어온 흑인과 그 후손은 미국 헌법 아래 보호되지 않으며 법원에 제소할 권리도 없다고 결정한다. 흑인들과 옹호했던 백인들의 반발이 무척 컸으리라 생각된다. 그후 1860년에 링컨이 대통령이 되고 1861년에 그 유명한 남북전쟁이 일어난다. (남북전쟁은 단순히 노예제도때문에 일어난 것은 아니다.)


사실 흑인들이 미국 땅을 밟기 전까지는 그들은 자유인이었다. 그들이 자유를 찾기 위한 몸부림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다는 점에서 당연한 권리를 찾기에도 이렇게 오랜 시간과 고통, 노력이 필요했으니 이 얼마나 비생산적이고 안타까운 일인가?



이야기가 다 끝난 다음에도 <노예12년>은 우리에게 충격을 안겨준다. 그것은 솔로몬이 <노예12년>을 출간하고 자신을 팔아넘겼던 노예상인들을 고소하며 백인들의 비인간적인 잔혹성을 알리는 강연이나 연설을 적극적으로 활동했는데 몇년 후 실종된다. 일간에는 납치되어 살해되었다는 설이 나돌았다고하니 사실이라면 섬뜩하고 무서운 일이다.



<노예12년>을 읽으면서 예전 어릴 적 티비드라마로 방영되었던 '뿌리'가 생각났다. 너무나 비인간적이었던 노예들의 삶을 다루었던, 특히 주인공 킨타 쿤테의 삶을 다룬 드라마가 생각나면서 <노예12년>이 바로 그 '뿌리'의 축소판이 아닌가 싶었다. 같은 인간으로서 너무나 부당함을 당한 솔로몬의 얘기에 같이 치를 덜고 분노를 느꼈던 시간이었다. 다시는 인류의 역사에서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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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이름은 마리아 - 살아남았으므로 사랑하기로 했다
김현 지음 / 원너스미디어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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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이름은 마리아 / 김현 / 원너스미디어





"네가 살 길은 그저 없는 아이처럼 조용히 숨만 쉬는 거야. 

괜히 나대지 마라."





전쟁으로 위험해지자 외할머니는 마리아를 데리고 이모네 집으로 피신한다. 그러나 그 사이 마리아의 아버지와 가족들은 월북하고 마리아는 빨갱이의 자식이라는 소리를 들어가며 이모엄마에게 양육된다. 4살에 가족과 헤어지게 된 마리아는 이모를 이모엄마라 부르며 의지하지만 이모부의 바람으로 이모엄마네집도 풍파가 끊일 일이 없고 마리아는 위축되어 살아간다.


고1 시절 이모엄마는 늘 첩을 갈아치우던 이모부가 여섯 번째 첩과 그녀가 낳은 아들을 데리고 오자 이모부와의 관계를 접고 마리아와 함께 이사를 나온다. 그리고 교회목사와 같이 살게 되는데 부인이 있는 목사와 사는 이모엄마를 못마땅해 한 마리아는 이모부의 첩들과 뭐가 다르냐는 말을 꺼냈다가 이모엄마 집에서 쫓겨나 경찰서와 YWCA를 전전하다 여군이 되고 야간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미군부대에 취직한다. 그리고 새로 부임한 젊은 장교와 결혼을 하게 된다. 그러나 당시는 미군부대에서 일을 하거나 미군부대를 오가는 여자들은 양색시라는 나쁜 이름으로 불렸는데 마리아 또한 피할 수 없었다.



미국부대에서 일하면서 이모엄마를 불러 같이 살게 된 마리아는 미국으로 건너가 첫 아이를 낳고 살면서 남편이 돈버는 일에 영 재주가 없고 여자문제로 불화가 끊이지 않아 이혼하게 된다. 혼자서 두 아들을 키우느라 바텐더로 일하며 고생하는 마리아는 그 와중에도 미네소타주립대학에 입학하여 5년만에 졸업을 한다.



무역회사를 차려 일했던 마리아는 여행사의 사장님과 좋은 사이를 이어가고 있던 차에 사장님의 인맥으로 마리아의 가족이 북한에 살아았다는 소식을 듣게 되고 이산가족상봉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북한으로 떠난다. 그러나 평생 그리워하고 원망했던 아버지는 이미 36살의 나이로 돌아가셨고 어머니 역시 예전의 이모엄마에게서 듣던 그런 엄마가 아님을 알게 된다. 짧은 만남을 뒤로 미국에 돌아 온 마리아는 두 번째 남편과 이혼하고 미네소타주립대학의 평의원으로 당선되었다.




"나는 이 글이 어느 성공한 여자의 인생 스토리는 

절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전쟁 중에 빨갱이로 고아가 된 한 어린 여자아이가 

어떻게 여기까지 살아남았는지를 기록한 것이다."




<그녀의 이름은 마리아> 에는 다소 본인의 생각과는 맞지 않는 다소 개인적인 그녀의 생각들이 있었다. 그것은 이 도서가 자서전이며 그녀의 환경에서는 그녀의 선택이나 생각들이 어쩔 수 없었을 거란 생각을 감안하고 서평을 쓴다.



이 책은 마리아, 김현의 자서전이다. 아버지가 공산주의에 물들어 월북을 하고 혼자 남한에 남겨져 부모도 없이 이리저리 맡겨지면서도 삶에 굴하지 않고 열심히 살아간 한 여성의 일대기를 다룬 것으로 <그녀의 이름은 마리아>에는 당시 한국전쟁의 연대기가 한 챕터로 수록되어있다. 당시의 중국과 미국 그리고 소련의 상황을 들어가며 6.25가 발발하게 된 배경이나 38선이 그어진 배경 등에 대해 기록하고 있어 역사를 다시 한번 일깨우게 되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본인은 성공한 한 여자의 스토리가 아니라고 했지만 자신 이외에는 의지할 곳 없는 그녀가 스스로 자신의 삶을 개척해서 살아온 모습은 분명 성공한 한 여성의 이야기가 맞을 것이다. 당시의 상황이라는 것이 일제강점기를 거쳐 6.25전쟁으로 이어져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모든 것이 '0'의 상태였을 것이다. 물자도 인력도 부족한 상황에서 빨갱이의 자식이라는 낙인을 찍고서 의지할 곳 없이 혼자 자신의 삶을 개척하며 당당히 살아온 그녀, 이것을 어떻게 성공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또한 당시에는 그녀의 언급처럼 파독간호사 같이 나라를 위해 일한 여성들이 있었으니 그녀들의 희생에도 감사인사를 드리고 싶다. 그리고 힘들 때마다 굽히지 않고 당당히 자신의 삶에 맞서 살아갔던 그녀, 마리아에게 그동안 수고했다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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