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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호 식당 (특별판) ㅣ 특별한 서재 특별판 시리즈
박현숙 지음 / 특별한서재 / 2020년 7월
평점 :

구미호식당 / 박현숙 / 특별한 서재
"나는 만나야 할 사람이 있어."
"저는 만나야 할 사람이 없어요.
차라리 죽은 게 잘 되었다고 생각하고 있는 중이었거든요."
치킨집을 하는 친구 수찬이네 스쿠터를 몰래 타다가 사고가 나서 죽은 열다섯 살의 왕도영과 사랑하는 여자를 미행하다가 사고로 죽은 셰프 서민석은 망각의 강을 건너기 직전에 구미호인 서호를 만난다. 서호는 죽은 사람들이 기적적으로 살아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데 그 가능성을 버리고 따뜻한 피를 받는 대신 49일을 더 살게 해주겠다는 제의를 한다. 별 생각이 없던 도영을 끌어 들이며 민석은 흔쾌히 제안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49일 동안 서호가 만들어 준 '구미호 식당'에서 장사를 하기 시작한다.
장사가 시작되자 손님이 밀려 와 민석은 알바를 구하고 도영의 형이 알바를 하게 된다. 민석과 도영은 죽기 전의 얼굴이 아닌 다른 이의 얼굴로 변해 있었기 때문에 배다른 형인 도수는 동생 도영을 알아보지 못한다. 핸드폰이 없는 민석은 자신이 만든 '크림말랑'이라는 음식의 주재료를 알아 맞히는 이에게 상금 3백만원을 준다는 이벤트를 도수에게 지시한다. 식당 밖으로 나가면 어마어마한 고통을 맞게 되는 이유 때문에 민석은 식당 밖을 나갈 수 없으니 만나고 싶은 이를 식당으로 오게 만들려고 한다. 반면, 열다섯 살의 나이에도 도영은 만나고 싶은 이도 다시 살고 싶은 마음도 없다. 그에겐 힘들었던 15년의 인생이었기에.
어느 날 밤 식당에 도둑이 든 느낌을 받은 도영은 잠을 자다 도둑과 대치하게 되고 도둑의 단추 두 개를 손에 얻게 되는데, 그것은 형 도수의 것이었다. 어릴 적부터 늘 도영의 것은 동전 하나라도 빼어갔고 할머니의 돈을 훔쳐 달아나던 도수는 동생에게 뒤집어 씌웠다. 식당의 장사가 잘 되자 돈을 훔치러 온 것이 분명하다!
49일이라는 덤이 생긴 민석은 죽기 직전의 '일'에 대해 미련을 버리지 못한다. 사랑하던 여자를 미행하다 죽은 민석. 사랑하는데 왜 미행을 했을까? 드디어 만나게 된 사람, 그러나 상대는 전혀 민석에게 틈을 주지 않는다. 완강하고 고집스럽게 상대의 이야기를 듣지 않고 자신의 생각만을 고집하는 민석. 이런 민석을 지켜보는 도영. 한편, 도영도 전혀 예상치못한 얘기를 듣는다. 죽은 도영을 그리워하며 울다가 쓰러지셨다는 할머니. 그리고 병원에 입했다는 소식은 도영에겐 의아한 일이다. 살아 생전에 도영에게 전혀 애정이 없었던 할머니가???
"조각달은 날마다 울었어요.
그렇게 여러 날이 지난 다음 그 사람은 결심했어요. 조각달을 놔주기로요.
어느 깊은 밤 그 사람은 옥상으로 올라가
조각달을 날려 보냈어요.
넓고 넓은 창공으로 날아 오르는 조각달은
그렇게 행복해 보일 수가 없었어요.
그런 조각달의 모습을 보면서 그 사람도 행복했대요.
그게 무슨 뜻이냐면요.
내가 사랑하는 존재가 행복할 때
나도 행복할 수 있다는 뜻이예요.
붙잡아 매어 내 옆에 두려고 하는 사랑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존재에게 자유를 주었을 때
함께 행복해질 수 있다는 이야기지요."
<구미호식당>은 청소년 도서였는데 이번에 성인버전으로 다시 출간되었다. 두껍지도 않고 술술 읽히는데 읽을수록 비밀에 다가가는 재미가 있다. 두 주인공이 갑작스럽게 맞이한 죽음을 통해 살아 생전에는 알지 못했던 진실을 깨닫게 된다는 내용의 <구미호식당>은 도영이 민석에게 건네는 조각달의 이야기가 열쇠 역할을 한다. 집착하고 의심했던 민석의 사랑을 조각달의 사랑얘기를 통해 독자도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사랑의 정의는 청소년이 보았을 때도 큰 울림을 줄 거라 생각한다.
사랑하지만 집착에서 미행으로까지 이어지는 잘못된 사랑을 하는 민석과 배려받지 못하고 가정폭력 속에 고스란히 방치되었던 도영에게는 49일이 보너스같은 존재다. 이 시간을 통해 민석은 자신의 사랑이 그릇되었다는 것을 깨달았고 도영도 할머니의 사랑을 느꼈다. 그들에게 만약 49일이 주어지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구미호식당>은 우리에게 사랑의 정의를 새삼 깨닫게 하지만 우연찮은 사고로 죽음을 맞이해서 잘못 지어진 매듭을 풀지 못하고 그대로 망각의 강을 건너게 된다면 어떻게 할까?라는 질문도 또한 받게 된다. 만약 죽기 전 일주일의 시간이 주어진다면 어떻게 할까? 내가 잘못한 이들에게 사과를, 내가 주지 못한 사랑을 주고 싶지 않을까? 결국 죽음 앞에 우리가 생각하게 되는 것은 사람의 관계다. 사랑하면서도 서로의 마음을 연결짓지 못하는 이들. 안타까움과 사랑의 깨달음을 동시에 느끼는 <구미호식당>. 사랑은 그 밑바닥에 배려가 주춧돌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 그것이 구미호식당의 키워드가 아닐까 싶다. 성인뿐만아니라 청소년들에게도 어렵지 않게 읽히니 이번 방학에 자녀와 함께 읽어도 좋을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