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의 밤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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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을 읽고 난 후 정유정 작가의 책을 하나씩 독파하리라~ 다짐하고 읽은 두 번째 책. 하지만 사실은 작가의 세 번째 책이다. 아주 오래 전에 <내 심장을 쏴라!>를 읽었기 때문. 그때도 어떻게 이런 내용을 쓸 수 있을까 감탄하면서 읽었던 것 같은데, 매번 책을 읽을 때마다 그 누구보다 많은 사전 조사와 연구를 했겠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정신병원(내 심장을 쏴라...에서)도, 소방서(28일...에서)도, 그리고 이번 <7년의 밤>에선 스쿠버다이버가 등장한다.

서사 또한 마찬가지다. 앞의 두 책도 숨도 쉬지 못하고 읽어내려갈 만큼의 가독성을 보였는데, <7년의 밤>을 읽으면서도 그랬다. 계속해서 생각나고 생각나서 도저히 다른 책을 읽지 못할 만큼. 다만 이번 책에선 너무나 혐오스러운 인간 오영제 때문에 도저히 페이지를 넘길 수 없어 며칠 그냥 내버려두다가 한꺼번에 읽어내려갔다.

<7년의 밤>은 첫 문장으로 아주 유명하다.

"나는 내 아버지의 사형집행인이었다."...6p

소설은 현재에서 과거로, 과거의 과거에서 과거로 이어지며 세령호에서 발생한 사건, 그 사건을 둘러싼 복수, 그로 인한 파장을 보여준다. <7년의 밤>에서 오영제는 그 누구보다 나쁜 인간으로 등장하지만 그렇다고 그 반대편의 최현수가 착한 사람은 아니다. 실수에 실수를 거듭하지만 아들을 지키려는 그의 노력은 눈물겹다.

이런 책이 영화로 만들어져야 하는 거 아닌가? 싶었는데 사실 2018년에 개봉했었다고 한다. 라인업이 무시무시한데 난 도대체가 이 영화가 기억나지 않음...ㅋㅋㅋ 평을 보니 소설의 긴 호흡을 한 시간 30분 짜리 영화로 만들다 보니 많은 부분이 잘려나갔고 그래서 개연성이 떨어지고 결말도 많이 다른 듯. 역시 소설이 최고!

진짜 무섭고 진짜 재밌었다. 오영제 캐릭터가 진짜 너무 끔찍해서 읽기가 좀 힘들었지만... 다음은 또 뭘 읽을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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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늦은 시간
클레어 키건 지음, 허진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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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어 키건의 짧지만 임팩트 있는 작품들이 너무 좋아서 중고서점에서 한 권씩 구매중이다. 자꾸 새로운 출간이 되고 있어서 다작 작가인가... 아무리 중고서점에서 구입중이어도 너무 많으면 어떡하지...(그러다 또 안 나오면 아쉽기도 하고...)하고 걱정 중이었는데 지금까지의 작품은 최근 <남극>까지 해서 모두 출간된 듯.

<맡겨진 소녀>는 대여해서 읽고 긴 여운이 남아 다음 책 구매하느라 아직 구매 전이고 <이처럼 사소한 것들>은 가슴이 쿵쾅대서, 한 일주일을 우울해 하다가 이 작가의 팬이 되어버렸다. <푸른 들판을 걷다>는 구입해서 아직 읽기 전이고(너무 좋아하면 아껴읽는 편...) 도서관에 갔다가 <너무 늦은 시간>을 발견했는데 얇아서 그 자리에서 모두 읽고 왔다.

<너무 늦은 시간>은 3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표제작인 "너무 늦은 시간"을 제외하고 "길고 고통스러운 죽음"은 <푸른 들판을 걷다>에, "남극"은 <남극>에 실려있다고 옮긴이의 말에서 읽어서 집에 와서 확인해 보니 <푸른 들판을 걷다>에는 "길고 고통스러운 죽음"이 없다...이 무슨?ㅋㅋㅋ 내가 잘못 기억한 것인가... 귀신이 곡할 노릇 ㅎㅎ

어쨌든, 3편의 단편 모두 놀라웠다. 25년에 걸친 시차를 두고 완성되었다는데 그런 시차를 느끼지 못할 만큼 놀랍고 뛰어나다. 프랑스 편 제목이 "여성 혐오"라는데 "너무 늦은 시간"과 "길고 고통스러운 죽음"을 통해 은밀히 드러난다. 은밀히라는 표현을 쓴 것은 그런 남성들은 "그래서 뭐? 왜?"라고 느낄 것이기 때문에.

<너무 늦은 시간>에 3편밖에 들어있지 않아 아쉽긴 하다. 특히 "남극"이 <남극>에 들어가 있으니 더욱.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의 두 편이 너무 좋았고 계속 생각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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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메리골드의 처방전
찰스 디킨스 외 지음, 이주현 옮김 / B612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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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디킨스가 편집한 크리스마스 특별 판 중 마지막 작품이라고 한다. 처음엔 그저 찰스 디킨스가 당대의 몇몇 작가들 작품을 묶어 낸 책인 줄 알았는데 처음 설정부터 마지막까지가 하나의 이야기로 이어지기 때문에 왜 찰스 디킨스가 편집했다고 했는지 이해했다.

자신을 받아준 의사 닥터의 이름을 그대로 따 닥터 메리골드가 된 주인공은 아버지의 직업을 이어받아 떠돌아다니며 잡화를 파는 잡화상이다.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갖고 있고 그 누구보다 잘 팔 수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결혼 후 악덕한 부인과의 사이에서 낳은 딸 소피가 결국 부인의 학대로 죽고, 그 이후 미쳐가던 부인이 자살한 후 외롭고 쓸쓸하게 살아간다. 그러다 청각장애자이자 언어장애를 가진 한 아이를 발견하고 그 아이를 수양딸 삼아 최선을 다해 키우지만 자신의 한계를 느끼고 교육기관에 맡긴다. 여기까지가 찰스 디킨스의 이야기.

제목에서 "처방전"은 간단한 소통은 해 왔지만 자신을 좀더 이해시키고 더 많은 것들을 나누기 위해 닥터가 직접 만든 책으로 소개된다. 제목이 기가 막힌데, "잠들기 전에는 복용하지 말 것"은 무서운 이야기, "당연하게 생각하지 말고 복용할 것"은 사랑 이야기 등이다. 책을 읽으면서 각각의 이야기들을 누가 썼는지 알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목차에 씌여있었다. 개인적으론 로사 멀홀랜드나 가스코인 부인의 작품이 마음에 들었는데 이 이야기들을 다시 마지막에서 아우르는 찰스 디킨스의 편집 능력에도 감탄!

이 책이 특별판 마지막 이야기라니 앞의 두 책도 읽어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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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파랑 - 2019년 제4회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대상
천선란 지음 / 허블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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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선란 작가의 <천 개의 파랑>은 2019년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대상 수상작이다. 과학문학상이니 SF가 기저에 깔려있지만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SF 느낌이 많이 나지는 않는다. 그저 인간처럼 생각하고 공감할 줄 아는 휴머노이드가 등장한다는 것 정도. 조금은 다른, 많은 부분에서 우리의 일들을 로봇이 차지하는 (이미 우리 곁에도 많은 것들이 도입되고 있지만) 세상에서 여전히 인간들은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게 살아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소설의 첫 시작은 콜리, C-27로 불렸던 기수 휴머노이드의 독백으로 시작한다. 자신의 말이 이 경주를 마치면 다리를 크게 다쳐 더이상 달릴 수 없을 거라 생각해 스스로 경주 중 자신이 다칠 것을 알고 있음에도 말의 등에서 떨어져 하늘을 바라보는 휴머노이드. 그리고 곧 그 휴머노이드와 그의 말, 그 주변의 은혜, 연재, 보경과 지수까지.

책은 동물 혹사에서 시작해 인간성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하고 경마 조작, 휴머노이드에게 일자리를 빼앗기는 상황, 그들에 대한 알 수 없는 두려움 등 하나의 주제가 아닌 곧 닥칠 미래의 고민들을 담고 있다. 주제가 너무 퍼져있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 때쯤 하나씩 모아지며 마지막 대단원을 향해간다.

기존의 SF를 기대했다면 조금 실망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들지만 책 뒤편의 심사 기준을 읽다 보면 이 해에 응모된 작품들이 결말까지 가는 힘이 부족했겠다는 생각이 들고 과학 "소설"이라고 생각해 본다면 <천 개의 파랑>은 완벽했다. 가독성 뛰어나고 시의성 있고 시작과 끝을 맺는 콜리의 독백이나 구성 면에서도 아주 훌륭해서 청소년들에게 읽혀도 좋겠다. 역시 입소문 난 작품들은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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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척학전집 : 훔친 부 편 - 있어 보이는 척하기 좋은 돈의 문법 세계척학전집 3
이클립스 지음 / 모티브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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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세계척학전집의 벌써 세 번째 책이다. 이번 철학과 심리학에 이은 경제학으로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인간은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가를 통해 이 세계를 이해했다면 이 세계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장 기본이 되는 돈은 어떻게 작동하는가를 설명하고 있다.

나는 어릴 때부터 경제에 너무 관심이 없었던지라 어떻게 벌고 어떻게 쓰고 어떻게 모아야 하는지 별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가정을 이루고 아이들을 키우면서 더없이 중요한 것이 돈이라는 것을 깨닫지 않을 수 없었는데 그저 성실함만이면 된다고 오랫동안 생각해 왔다. 최근에서야 정말 열심히, 성실하게 살고 있는데 왜 항상 힘들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 것 같다. 그렇게 열심히 일해도 제자리거나 더 힘들어지는 것같은 데 반해 다른 이들은 훨씬 수월하게 살아가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해답을 <세계척학전집> - 훔친 부편을 통해 이제서야 깨달았다.

이클립스의 책들은 지금까지의 많은 철학자, 심리학자, 경제학자들의 배움, 이론 등을 아주 쉽게 우리에게 전달한다. 그런 이론들이 도대체 실생활에 무슨 상관이냐 할 수도 있겠지만 결국 학문이란 것은 우리 삶에 대한 고민이기에 그 이론들이 모든 해답을 주지는 못해도 나아갈 방향을 제시할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훔친 부 편"의 이야기는 돈 이야기여서 훨씬 더 가까이 느껴지게 된다. 한 번쯤 들어는 봤지만 잘 모르는 경제학자들과 그들의 이론은 우리 삶을 들여다보고 그 삶 속의 부조리함이나 해답들을 실험하고 파헤친다. 때론 그 답이 막상 삶에 들어왔을 때 실패이기도 하고 전혀 다른 결과는 낼 수도 있겠지만 결국 하나의 결론으로 귀결되는 것 같다고 느꼈다.

구조를 아는 사람이 결국 돈을 벌 수 있다는 것, 돈을 번다고 모두 행복한 것은 아니기에 너무 많은 집착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것, 수단이 목표가 되면 안된다는 것이다. 사실 이 결론 부분은 예전부터 내가 추구해 오던 것이라 그렇게 큰 감명을 받지는 않았지만 그보다 프리드먼의 결론이 내겐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그러니까 1년의 자산증가액보다 물가상승률이 높다면 나는 가난해질 것이라는 점!!! 너무나 당연한 것인데, 이 1년의 자산증가액(우리집의 경우 성실한 월급)은 절대로 물가상승률을 뛰어넘을 수 없기에 우리 가정이 계속해서 머물러있다고 생각하던 것이 사실이라는 점이다. 그러니까 이걸 알고 있던 사람들은 그래서 투잡도 뛰고, 주식도 하고, 부동산도 하고... 그랬던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이제서야 들었다.

책의 결론은 필요한 것이 적어지면 필요한 부도 줄고 결국 행복지수도 커진다는 것이었으나 혼자 살면 몰라도 가정을 이루고 아이들을 키우면 사실 불가능한 일이 아닐까 싶다. 아이들을 키워내는 데에도 많은 돈이 들고 그 아이들이 또다른 가정을 이루게 하기 위해서도 돈이 들기 때문이다. 왜? 시작점이 다르면 그 이후도 달라진다는 것을 최근 읽은 경제서에서 확인했기 때문이다. 거기다 우리의 노후도 있다. 길어진 수명에 짧아진 근로일을 생각하면 그 이후의 삶을 생각할 때 마냥 욕망을 줄일수만은 없다. 조금 더 일찍 경제 공부를 시작할 걸 그랬다.

어쨌든... 지식유튜버 이클립스의 <세계척학전집>에 무한 감동중이다. 나오는 매 책마다 끝없는 지식을 안겨준다. 다음은 또 어느 분야로 향할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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