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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의 여왕 ㅣ 동화 보물창고 42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지음, 이옥용 옮김 / 보물창고 / 2012년 1월
평점 :
고전을 완역으로 읽는 기쁨은 남다르다. 내 어린 시절부터 무수히 많은 판본으로 읽었던 안데르센의 많은 이야기들은 한 문장으로 줄거리를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단순해보이지만 사실 완역된 이야기들은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다. 줄거리만 남아도 그 이야기의 골자는 잘 전달되고 그 이야기가 주려는 교훈이나 감정 같은 것들은 전달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 줄거리를 묘사하는 수많은 문장들은 감정의 깊이를, 교훈의 넓이를, 시각적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보물창고의 <<눈의 여왕>>은 그 제목부터 좀 낯설게 들릴지도 모르겠다. <엄지 공주>로 알려진 작품은 <꼬마 엄지둥이>로, <미운 오리 새끼>는 <못생긴 아기 오리>로, <나이팅게일>은 <밤꾀꼬리>로 그 원문의 느낌을 한껏 살렸기 때문이다. 때문에 어찌 보면 무척 옛날 어휘처럼 느껴질 수도 있으나 그런 느낌으로 인해 동화는 더욱 신비스럽고 전래동화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총 10편의 잘 알려진 안데르센 동화들이 실려있다. 그 중 <못생긴 아기 오리>나 <막내 인어 공주>, <눈의 여왕>들은 무척 색다르다. 유아들을 위한 명작동화로 많이 읽은 경험 때문인지 기존의 이야기들보다 훨씬 더 풍성하게 느껴졌다. 어쩌면 우리가 그 짧은 편집 동화를 읽고 그동안 안데르센의 나쁜 점만 부각시켜 보아왔던 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아기 오리는 자신이 온갖 힘든 상황과 혹독한 겨울을 무사히 견뎌 냈다는 사실이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어요. 이제 아기 오리는 비로소 자신의 행복의 가치를, 자신에게 인사를 건네는 그 모든 아름다움의 가치를 알게 되었어요."...75p
우리가 알고 있는 <미운 오리 새끼>에 이토록 아름답고 교훈적인 문장이 있었던가! 안데르센의 이야기들 중 "미(美)"만을 우선시한다며 가장 미움받던 동화가 바로 이 작품 아닌가? 하지만 사실 이 작품은 모두에게 핍박받고 힘들게 홀로 어른이 된 못생긴 아기 오리의 훌륭한 성장 동화였던 것이다.
<눈의 여왕> 또한 그렇다. 그저 조금 무시무시한 판타지식 동화라고 느껴왔던 이미지가 아닌, 카이에 대한 게어다의 끝없는 사랑과 열정, 순수함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게어다와 카이는, 이제는 어른이 된 두 사람은 그곳에 앉아 있었어요. 어른이지만 가슴속에는 어린이의 모습을 고스란히 지니고 있는 어른들이었지요."... 217p
아마도 이 두 문장이 안데르센의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가 아닐까 싶다. 그저 아이들에게 교훈을 주는 동화가 아닌, 아이들의 그 깨끗한 순수성을 아이들에게도, 어른들에게도 간직하고 있어주었으면..하는 마음을 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