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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공녀 ㅣ 동화 보물창고 44
프랜시스 호즈슨 버넷 지음, 에델 프랭클린 베츠 그림, 전하림 옮김 / 보물창고 / 2012년 3월
평점 :
<소공녀>를 손에 들고 열심히 읽고 있는 엄마를 보고 아이가 자꾸 곁으로 와 참견을 한다. 아직 완역본의 책은 읽어본 적이 없지만 만화로도, 짧은 동화책으로도 접한 적이 있기에 아는 척을 하고 싶었나보다. 어디까지 읽었냐고, 사라가 불행해졌냐고, 너무 불쌍하지 않느냐고, 자신은 그때 같이 울어주고 싶었다고... 그렇다. <소공녀>의 매력은 그렇게 착하고 예쁜 사라가 한순간에 너무나 불행해져서 마치 그 고통이 내게도 전해질 것처럼 극심하다가 다시 극적으로 행복해지는 그 과정을 통해 느껴지는 전율이 아닐까 싶다.
내 어릴 적 시절부터 누구나 읽었던 책인만큼 <소공녀>는 이미 고전이다. 지금이야 제목이 "세라 이야기"로 바뀌기도 해서 "그 책이 그 책이야?" 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소공녀>라는 제목이 주는 느낌은 내 어린 시절의 추억도 함께 들려주는 듯하다. 오랫만에 읽는 <소공녀>는 그야말로 반짝반짝하다.
공주처럼 떠받들어 자랐지만 결코 자만해지지 않은 일곱살짜리 여자아이. 깍듯한 예의를 차릴 줄 알고 이미 사람들의 그 깊은 마음을 꿰뚫어볼 줄 알았던 아이는, 어쩌면 조금은 어둠을 간직한 어른들에게 꺼림칙한 존재가 될 수밖에 없을지도 모르겠다. 때문에 사라가 제대로 알아본 민친 여학생 기숙 학교의 이미지와 민친 교장에 대한 생각은 사라의 품성만큼이나 반대편에 서 있다.
"아마 자신도 속으로는 지금 자기가 하려는 행동이 잔인하고 비인간적인 일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있기 때문인지도 몰랐다."...104p
인간이라는 존재는, 자신의 어둠이 드러날 위험에 처할수록 더욱 깊은 어둠 속으로 들어가려 하나보다. 민친 교장과 사라의 관계를 보면 더욱 그렇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사라는 마치 타고난 성품을 자랑이라도하듯 뛰어난 상상력의 도움을 받아 고귀한 성품을 잃지 않는다. 사라의 처지가 궁색하면 궁색해질수록 그녀가 겪는 고통이 더욱 커질수록 사라가 보여주는 행동과 생각은 더욱 특별하게 보여진다. 누구에게나 상냥하게 대할 줄 아는 점,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최대한 도와주려고 했던 점,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지 않고 끝없이 새로운 상상으로 극복하려고 노력한 점 등 사라는 놀랍기만 한 아이이다.
"바로 그 순간 또 한 번 마법이 손을 뻗었다. 아름다운 힘을 가진 마법, 정말이지 마법이 아니라면 달리 설명할 길이 없었다."...259p
작가가 "마법"이라고 이야기 한 상황들은, 어쩌면 사라의 평소 행실과 긍정력이 만든 기회가 아닐까 싶다. 때문에 <소공녀>는 꿈을 꿀 수 있게 해준다.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처지라도 나의 바른 생각과 행동과 긍정의 힘이 있다면 언젠가 행복한 일이 가득 벌어질지도 모른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