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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청객 아빠 ㅣ 고학년을 위한 생각도서관 32
가타히라 나오키 지음, 고향옥 옮김, 윤희동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12년 10월
평점 :
절판
아이들 책 읽으면서 앞부분에 이렇게 집중되지 않기는 또, 굉장히 오랫만인 것 같다. 도대체 주인공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건지, 이 상황이 무슨 상황인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아 한참동안 고민했었다. 내 이해력이 떨어진 건가...하고. 하지만 중반 이후 모든 상황이 이해되기 시작하자 이건 번역 상의 문제이던가, 아니면 작가가 너무 독자들이 모두 이해하고 있을 거라는 가정 하에 글을 쓰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이 책을 읽은 아이의 반응을 보니 더욱 그렇다. 아이 또한 앞부분을 이해하지 못했다. 조금 아쉽다. 일본 작가인데 왜 이렇게 동화가 서양 가정의 모습인 건지. 게다가 나쓰메 소오세키의 <도련님>처럼 등장인물의 성격이나 주인공이 바라보는 등장인물의 특성에 따라 동물 별명을 붙였다면 조금 이해가 쉬웠을텐데 왜 굳이 동물 그 자체를 사용했는지 좀처럼 이해가 가지 않는다.
하지만 핵가족을 넘어서서 편부모가 많아지고 단절된 가족의 모습이 많아지는 요즘, 그 속에서 상처받고 있을 아이들에게는 이 책이 조금이나마 희망이 되고 위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불청객 아빠>>가 완전히 아이들의 입장에서 어른들의 모습을 묘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는 축구를 아주 좋아한다. 하지만 한 가지 숨기고픈 사실이 있는데 바로 이 축구 마을에서 한 가지 오점이 된 벨라스노어가 자신의 아빠라는 사실. 그 오점 때문에 이 지역에선 축구를 할 수 없어 마을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벨라스노어가 11년만에 마을에 돌아온다.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숨기고 싶은 존재였던 아빠가 어느 날 나타나 아무일이 없던 것처럼 행동한다면 어떨까.
동화는 바로 이러한 다소 황당한 설정에 놓인 주인공의 입장에서 철저하게 그 소년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화가 나는 게 당연하고, 창피한 것이 당연하고, 이해할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고. 하지만 왠지 조금씩 마음이 열리는 걸 어쩔 수 없고 왠지 자꾸 자랑스러워지는 걸 어쩔 수가 없다. 다행이도 아빠의 오점이 오해였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이 벨라스노어가 여전히 마을의 전설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나서는 이 소년에 대한 변함없는 아빠의 행동이 감동을 준다. 그리고 바로 이러한 변함없는 일상 속의 애정으로 아이들은 부모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알게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몇 주 전 "무언가족"이라는 TV 프로그램을 보고 생각이 많았다. 매일을 얼굴 맞대고 살아도 진실된 대화를 나누지 못한다면 결국 그 가족은 단절될 수밖에 없다.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나만을 이해해주기를 바란다면 결국 가족도 남과 같은, 아니 남보다 못한 존재가 되는 것이다. 매일 애정 표현해주기...내게도 무척 어려운 미션 같아 보이지만 이 작은 행동이 나를 이해하고, 아이를 이해해주고 함께 사랑할 수 있는 아주 간단한 방법임을 다신 한 번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