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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20년에서 친구가 찾아왔다 ㅣ 마음이 자라는 나무 2
안야 슈튀르처 지음, 율리아 뒤어 그림, 김완균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16년 5월
평점 :
어릴 적 SF 동화에 푹~ 빠져 있던 때가 있었다. 약 1년 반 정도였는데 그때만큼 행복한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나는 그다지 과학에
관심이 있는 아이가 아니었음에도 50년 후, 100년 후의 모습을 담은 그 이야기들은 나의 상상력을 극도로 자극했다. 어쩌면 지금도 어느 정도의
과학 지식을 갖고 있는 건 그때의 도움이 아니었을까.
<2120년에서 친구가 찾아왔다>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이 책은 미래 이야기를 담은 공상 과학 동화이다. 하지만 우리의
상상을 자극하는 이야기만을 담고 있지는 않다. 오히려 미래에서 온 친구의 이야기를 통해, 지금의 우리의 행동을 돌아보게 되고 반성하게 되는 환경
소설이다.
"요하난이 사는 시대에는 모기 같은 곤충이 없다. 숲도 없고, 늑대도 없고, 다른 동물도 없다. 한마디로 야생 동물은 모두
멸종했다."...16p
한 번도 이런 식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몇 년 전부터 북극의 얼음이 녹아 북극곰이 설 땅이 없다는 이야기를 근근히 듣기는 했어도 그건
그저 우리와 먼 북극의 이야기이고, 약간 걱정은 되었지만 우리 옆에 있는 숲이나 가까이 살고 있는 야생동물들이 모두 없어진다고는 한 번도 상상해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 본다면 ... 충분히 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무서워졌다. 2120년이면, 나는
존재하지 않더라도 그리 먼 미래가 아니기에 내 아이들은 살아있을 터인데 그런 세상을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진정 걱정되기 시작한 것이다.
소설은 2120년의 요하난이 2050년의 과거로 시간 여행을 오면서 시작된다. 그저 아름다운 환경을 보고 싶었던 일행을 뒤쫓는 파울루스
박사 때문에 요하난만 미래로 돌아가지 못하고 남게 되고 과거에서 만난 친구들의 도움으로 이 난관을 헤쳐나간다는 이야기이다. 파울루스 박사는
과학적 윤리는 제쳐두고 어째서 이 미래인들을 뒤쫓는 것일까.
"시간 여행자들의 존재는 두 가지 사실을 말해 주었다. 첫째는 계속되는 생태계의 파괴에도 불구하고 인류의 미래는 엄연히 존재한다는
사실이었다. 둘째는 시간 여행이 정말로 가능하다는 사실이었다. "...52p
"너무 늦은 거지. 동물도, 숲도, 산호초도 더 이상 없다는 말, 너도 들었지? 바다는 물고기 한 마리 살 수 없을 만큼 완전히 죽어
버렸다. 그뿐만이 아냐. 가난한 사람들은 문밖에서 죽어가는데, 부자들은 담을 쌓아 놓고 자기들끼리만 안전하고 호사스러운 주거ㅗ 단지 안에
틀어박혀 있다고. "...168p
하나도 부럽지 않은 세상, 가고 싶지 않은 미래를 작가는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그런 미래는 바로 우리가 만들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나만 아니면 돼!"라는 말을 할 수 있을까. 어쩌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빨리 환경이 무너지고 더이상 살 수 없는 상태가 될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미래를 바꿀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지금 당장 뭔가를 하는 거예요. 그것도 옳고 좋은 일로 말이에요."...249p
아마도 작가는 이 말을 하고 싶었던 것 같다. 나중에....가 아니라 지금 당장! 옳고 좋은 일을 하여 현재부터 바꾸어 나아가야 미래도
좋은 방향으로 바뀐다고.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 것들은, 인위적인 것들이 아니다. 자연의 웅장함, 아름다움, 위대함이다. 그런 자연을 이렇게
함부로 대해도 되는 걸까. 결국 우리는 자연에 의해 살아가는 것인데. 아이들에겐 이 책 속 메얼린이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다. 조금만 관심을
가져 보자. 그리고 하루에 하나씩이라도, 생각이 날 때마다 옭고 좋은 일을 실천해 보자. 현재에서부터 나의 미래가 조금씩 바뀌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