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글북 비룡소 클래식 39
조지프 러디어드 키플링 지음, 존 록우드 키플링 외 그림 / 비룡소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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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러디어드 키플링을 처음 알게 된 건, 신기하게도 <정글북>을 통해서가 아니었다. 분명 책은 <정글북>을 어렸을 때 먼저 읽었겠지만 그 때에는 작가에게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을 것이다. 이 작가를 처음 알게 된 건 아이와 함께 본 "고양이는 왜 늘 혼자 다닐까?"라는 뮤지컬을 통해서였다. 굉장히 독특한 분위기의 뮤지컬이었고 노래도 아름다웠지만 고양이를 비롯한 동물 분장이나 분위기가 무척 원시적이었고 그런 것이 아이에게는 다소 무서웠을지는 모르겠으나 나에게는 무척이나 신비로운 경험이었다. 그리고 그때 받은 책 한 권. <열 가지 신비로운 이야기> 속에는 집에 있던 그림책 한 권도 들어있었다. <표범의 얼룩무늬는 어떻게 생겨났을까?> 유아 그림책으로는 거의 집집마다 있는 책이 아닌가 싶다. 그 때도 이 <열 가지 신비로운 이야기>라는 책을 통해 키플링에게 푹 빠졌던 기억이 있다. 동물들의 이야기를 어떻게 이렇게 신비롭고 아름답게, 창의적으로 그려낼 수 있는지 놀랍기만 했다.

 

아주 오랫만에 <정글북>을 다시 읽었다. 어린 아이들을 위한 그림책이나 만화책, 편집본이 아닌 비룡소 클래식 시리즈이다. 원작 그대로 살려내는 이 시리즈는 다소 두껍지만 그렇기에 어떤 의도 없이 작가가 그려낸 그대로의 책을 읽을 수 있다. 그리고 그렇게 다시 읽은 <정글북>은 역시나 몇 년 전에 읽었던 <정글북>보다 더 큰 감동을 준다. 고전은 몇 년에 한 번씩 읽으면 더 좋은 것 같다. 읽을 때마다 다른 감정, 다른 교훈, 다른 뜻을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정글북> 첫 장을 펼치면 러디어드 키플링의 서문이 먼저 나온다. 다른 책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글이다. 이 <정글북>은 우리가 아는 <정글북>, "모글리"에 대한 이야기만 있는 건 아니다. 모글리 이야기가 세 편, 그 외에 <하얀 물개>나 <리키티키타비>, <코끼리들의 투마이>, <여왕 폐하의 신하들>등 작가의 다른 단편도 들어있다.

 

이번에 모글리에 대한 세 편을 읽으면서 새롭게 느낀 것들은 그 주변의 배경, 동물들에 대한 묘사 부분이다. 마치 눈에 그려지는 듯이 묘사된 이런 설정들은 마치 독자가 직접 그 정글 속에 들어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또, "정글의 법칙"에 대한 이야기이다.

 

"정글의 모든 것이 다 네 것이다. 그리고 힘만 있으면 뭐든 다 잡아도 된다. 하지만 너를 살려 준 황소를 생각해서라도 늙은 소든 어린 송아지든 절대로 소를 죽여서도 안 되고 먹어서도 안 돼. 그게 바로 정글의 법칙이란다."...35p

 

모글리를 교육했던 발루와 바기라에 의하면 정글의 법칙은 정글 안에서 무조건 지켜져야 하는 것이다. 정글 속 모든 동물들이 살아남기 위한 법이다. 그리고 그런 정글의 법칙은 모든 인간들이 지켜야 하는 예절과 타인에 대한 배려, 약속 같은 것들이다. 가장 연약했던 아기, 모글리가 가장 난폭한 시어칸을 제압하고 동물들이 우러러 볼 수 있는 존재가 될 수 있도록 지켜준 것이 바로 정글의 법칙이었다. 동물들도 회의를 하고 그럴 때마다 법칙을 잘 지켰기 때문에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

 

<하얀 물개>는 사실 처음 읽는 단편이었다. 이 단편은 다른 책들을 많이 떠올리게 했는데 물개의 이야기였기 때문인지 독도의 강치도 생각났고 안도현님의 <연어>는 구성이나 스토리 면에서 무척 비슷한 느낌을 많이 받았다. 환경, 인간의 욕심 등 가슴 아픈 교훈이 들어있어 가장 기억에 많이 남았던 것 같다.

 

동물들의 이야기를 쓴 이야기는 사실 그 의인화 된 내용 때문에 상상일 뿐이라고 생각하고 읽게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키플링의 작품을 읽다 보면 왠지 진짜 동물들이 그렇게 살아갈 것만 같다. 그들의 생태와 상상이 적절히 조합된 결과이리라. <리키티키타비>같은 귀여운 이야기도 좋고, <하얀 물개>처럼 진지한 이야기도 좋다. 더 다양한 그의 작품을 찾아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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