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어 인디언 아이들은 자유롭다 - 문화인류학자가 바라본 부모와 아이 사이
하라 히로코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한울림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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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이들은 정말 바쁘다. 하교 하자마자 학원으로 직행, 여러 곳을 전전하다 집에 오면 지친다. 그러고도 끝이 아니다. 저녁 먹고 조금 쉬고 나면 여러 학원에서 나온 숙제를 하느라 자야 할 시간을 훌쩍 넘기기 일쑤다. 마음껏 놀 시간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놀이터에 나가면 아무도 없어서 학원을 다니고, 심지어 체력을 키우기 위해서도 학원에 다니는 실정이니... 이 아이들이 커서 점점 다양해지고 새로워지는 이 사회에서 과연 버틸 수나 있을까 심히 걱정스럽다.

 

<해어 인디언 아이들은 자유롭다>라는 책을 만났다. 해어 인디언이라는 처음 들어보는 민족의 이야기가 무척 흥미롭다. 문화 인류학자 하라 히로코는 해어 인디언족과 함께 생활하는 경험을 하게 되고 그곳에서 어른들과 아이들이 어떻게 삶을 영위해 나가는지 관찰한다. 유목민인 이들이 생활하는 방식은 마치 구석기 시대의 원시인 같은 삶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무엇 하나 인위적인 것이 없다 보니 오히려 이 복잡한 세상에 대한 해결책을 주는 듯한 느낌도 든다. 작가인 문화인류학자도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여러 방식도 그렇지만 특히 교육 부분에 대해서는 더욱더 공감했던 것 같다.

 

해어 인디언 민족에게는 "가르친다"라는 개념이 없다고 한다. 누가 궁금하면 물어보지도 않을 뿐더러 물어봐도 가르쳐주지 않는다. 이들은 그저 남들이 하는 과정을 지켜보고 스스로 연습하는 과정 속에서 스스로 익히게 되는 것이다. 그야말로 자기주도 학습이다. 어른과 아이들 사이의 관계 또한 일반적인 우리의 관계와는 조금 다르게 느껴진다. 부모는 아이들을 각자의 독립된 인격체로 대해주고 그러다 보니 서로에 대한 애정이나 결합은 조금 느슨해 보여도 서로가 서로를 존중함으로써 각자가 맡은 일을 스스로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다.

 

조금만 몰라도 "못 해, 안 해"라는 말을 달고 사는 우리 아이들을 생각하면 정말 배워야 할 점이 아닌가 싶다. 해어 인디언 아이들은 자신이 모르는 것, 못하는 것을 창피해 하지도 않고 그저 열심히 노력할 뿐이다. 그렇게 좋은 성과를 얻게 되면 스스로 배웠기 때문에 그 성취도가 훨씬 크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은 어떤가. 부모가 떠먹여주는 방법을 고스란히 받고 다음에 다른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몰라 좌절하고 만다.

 

"어린 시절에 어른들이 하는 일을 지켜보면서 '가치 있는 것'을 스스로 발견하고 '나도 저렇게 돼야지. 그러려면 이것도 해 봐야 해. 저것도 할 수 있어야 해.'라고 자각하는 체험이 부족하다는 점입니다."...20p

 

부모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해주어야 할 부분이 많다고 느끼기 때문에 아이들에 대해 부담감을 많이 느낀다. 가장 중요한 기본적인 사실 - 아이는 독립된 인격체이다-을 잊고 내가 하기 따라 아이의 인생이 달라진다고 생각하면 아이는 그야말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존재가 되고 만다.

 

아이를 키우며 가장 중요한 태도는 "내려놓기"인 것 같다. 아이 스스로 갈 길을 찾아갈 수 있도록 부모는 조언만 해줄 수 있다. 급다 더 중요한 건 일상 생활 속에서의 행복감이다. 아이와 매일 서로에게 있었던 일을 이야기 하고, 의견을 나누고 감정을 공유한다면 아이는 엇나갈 수가 없다. 공부법을 가르치기 보다는 자신을 스스로 알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낫다.

 

<해어 인디언 아이들은 자유롭다>는 작가의 직업적 특성 덕분에 해어 인디언 이야기뿐 아니라 다른 민족의 다양한 삶의 방식을 알 수 있다. 그러다 본 다시 한 번 깨닫는다. 삶에 공식 같은 건 없다. 나에게 맞게, 최선을 다해 사랑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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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스 킬러 시리즈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해용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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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카 코타로는 워낙 많은 베스트셀러와 영화화 된 작품들로 인해 인정받은 작가이다. 나 또한 유명한 작가 이름에 한 권씩 손에 잡고 읽기 시작했고 작품 출간 시기와 장, 단편에 상관없이 읽을 때마다 달라지는 느낌과 흡인력에 어느새 꼭 찾아 읽는 작가가 되었다. <AX>는 이사카 코타로의 킬러 시리즈 작품 중 세 번째 작품이다.

 

"풍뎅이"라는 킬러가 있다. 완벽한 감정 통제와 나이조차 알 수 없는 로봇 같은 의사 매니저로부터 살인 청부를 의뢰 받아 깨끗이 처리하는 완벽한 킬러. 하지만 이 킬러가 무서워하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풍뎅이의 아내이다. 아내의 표정, 미세한 몸짓, 말 한 마디에 긴장하고, 할 말을 잃고, 어찌할 줄을 모른다. 문방구 영업 사원이며 가정이 있는 밝은 세계와 혼자로, 외로운 어두운 세계의 풍뎅이가 존재한다. 어두운 세계의 풍뎅이는 무척이나 빈틈이 없고 완벽하지만 밝은 세계의 미야케는 어딘가 어수룩하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이 힘들다. 이 양면성을 이사카 코타로는 때로는 진지하게, 때로는 코믹하게 그려나가고 있다.

 

일처리 후 밤 늦은 귀가를 하고 아내를 깨울까봐 조심조심, 야식은 언제나 소리나지 않는 어육 소시지로 해결하는 이 풍뎅이에게 독자는 저절로 호감이 가고, 응원하게 된다. 무엇보다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조금씩 의문을 품고, 아무런 감정 없이 일처리 하는 자신이 어딘가 잘못됐음을, 지금까지의 삶을 되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결단을 내리는 장면에서는 저절로 공감하게 된다. 하지만 소설은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흐르고 흐른다.

 

킬러 시리즈 중 몇 달 전 <그래스호퍼>를 읽고 그때도 놀라움과 짜릿함, 감동을 한꺼번에 느꼈다. 항상 다양한 작품을 내놓는 이사카 코타로가 또 조금 다른 작품을 내놓은 줄 알았는데, 킬러 시리즈 중 한 권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또 새로운 느낌이 든다. 어떻게 이렇게나 다양한 킬러들의 세계를 묘사할 수 있는지 그 부분도 무척 흥미롭다.

 

킬러에게도 가족은 존재한다. 그 가족을 지키기 위해 킬러 또한 최선을 다할 것이다. 좋은 일과 나쁜 일, 악한 일과 착한 일은 함부로 말하지 않으면서 "공정함" 만은 지켜져야 한다는 풍뎅이의 주장이 은근 이해되는 건 역시 작가의 뛰어남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당신 아버님은, 당신의 아버지였습니다. 그냥 그뿐이에요."...363P

 

아직 킬러 시리즈 두 번째 작품은 읽어보지 못했는데, 꼭 기회를 만들어 읽어봐야겠다. 이사카 코타로의 작품은 그저 재미있고 즐기기 위한 독서라기 보다 한 번쯤 생각해 볼 기회를 주는 작품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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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소개서 & 면접 핵심 100문 100답 - 2019 최신 학생부종합전형
전용준.정유희.이학준 지음 / 미디어숲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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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대학 입시가 계속해서 바뀌고 있다. 방향 자체가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고 있으니 8월이 되면 정말 정확하게 뭔가 나오는 건가, 아니면 작년처럼 또 1년 유예되는가 짐작도 가지 않는다. 그 2022 대학 입시의 최대 피해자인 현재 중3이 바로 우리 딸이다. 현 중3은 작년부터 날을 세우고 입시 방향을 지켜보고 있다. 당장 올해 치뤄야 하는 고등 입시 방향 때문이다. 무엇을 바라보고 공부해야 하는지 걱정하다 보면 머리가 아프고 가슴만 답답하다. 이러니 저러니 모두 상관하지 않고 본인만 똑바로 목표를 세우고 성실하게 공부하면 되지 않는가...하는 생각도 들다가도 요즘 입시는 절대로 그렇게 성과를 낼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하도 많이 들어서 또다시 뉴스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그래서 엄마는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 위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학 입시는 아직 중3에게 먼 이야기 같지만 올해 우리 아이는 자기소개서를 써야 하는 학교에 도전해보려고 하고 있어 전략적인 자기소개서 쓰는 법과 면접 방법에 대해 알고 싶었다. 워낙 글 쓰는 걸 어려워하지 않고 제법 잘 써내는 아이지만 자기소개서라는 분야는 그저 솔직하고 성실하게 쓰는 것보다는 다소 전략적인 방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써야 좀더 많은 인상을 남길 수 있고 열심히 생활해 온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지, 넣지 말아야 하는 것들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고 싶었다.

 

<자기소개서 & 면접 핵심 100문 100답>은 나와 같은 학부모나 학생들을 위해 궁금한 것들을 모두 풀어 설명해주는 책이다. 책 제목 그대로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이 궁금해 할 것 같은 질문 100개를 뽑아 아주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그저 설명으로 푼 것만이 아닌, 자기소개서 점검 자기진단표 같은 것들로 스스로 자기소개서를 써보고 부족한 부분을 생각해 볼 수 있도록 유도한다. 스토리는 몇 개로 구성해야 적당한지 어떤 식으로 구성하는 것이 좀더 효과적인지 좋은 예와 좋지 않은 예를 함께 소개하여 구태의연하고 상투적인 문구들을 피할 수 있도록 예시를 통해 설명한다.

 

 

읽다 보니 대학 입시의 문제점들도 눈에 보인다. 어렸을 적부터 확고한 꿈과 목표를 가지고 대학에 응시하는 학생이 과연 몇이나 될까. 그런데도 각 대학은 대학과 학과의 특징에 따라 자신들에게 특정화 된 자기소개서를 원한다. 정말로 그렇게 되려면 아이들의 교육은 초등학교부터 달라져야 하는 것이 아닌가.

 

어떻게 보면 지금이 우리나라 교육의 전환점이 될 것 같다. 좀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하고 싶지만 그 한중간에 우리 아이가 끼여 있으니 그저 답답할 뿐이다. 아이 본연의 인성과 지식, 올바른 자기주도 학습 방식을 키우는 게 맞다. 자기 스스로 목표를 설계하고 능동적으로 앞으로 나아가려는 아이에게 그저 감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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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잠들면 서재로 숨었다 - 육아에 무너진 여자를 일으킨 독서의 조각들
김슬기 지음 / 웨일북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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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나름 문학소녀로 불리던 아이는 입시 공부를 하며 자연스럽게 책을 놓게 되었다. 입시에서 해방되고 잠깐 책을 잡긴 했지만 그땐 그때 나름대로 노느라 바빠 조금 등한시했던 것 같다. 본격적으로 어린 시절처럼 책에 빠져 지내게 된 건, 첫 아이를 낳고 아이를 위한 그림책을 골라주면서부터였다. 잊고 있던 재미, 공감하고 생각에 잠기게 만드는 그 행복을 잠깐 잊고 지냈다. 그때부터 다시 시작했다. 아이가 어린이집에 갔을 때, 집에 돌아와 낮잠을 잘 때, 저녁을 먹이고 씻기고 재우고 나면 그때부터는 내 시간이다.

 

<아이가 잠들면 서재로 숨었다>라는 제목이, 어찌나 공감가던지! 아마도 나와 비슷한 환경과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인가 보다 생각했다. 그리고 막상 읽어내려가면서 나와는 얼마나 다른 사람인지를 깨닫는다. 책의 저자는 나보다 훨씬 더 처절한 책읽기를 했다. 아마도 그 이유가 훨씬 더 처절한 환경에서 시작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지만 우선 책을 대하는 자세가 다르다.

 

아이를 낳고 나니 견딜 수가 없었다고 했다. 아이가 예쁘고 사랑스러운 건 사실인데 좁은 방 한구석에 박혀 아이만 바라봐야 하는 현실, 하루에 한 번이라도 산책할 수 없는 주변 여건과 남편의 늦은 퇴근으로 온종일 독박육아를 견뎌야 하는 상황이 너무나 갑갑학 우울했다고. 모두들 다 그런 거라고 얘기하는데 본인에겐 그것이 그렇게 견딜 수 없이 힘들었다고.

 

누군가에겐 견딜 만한 일이, 누군가에겐 더없이 견디기 힘들 때가 있다. 그런데 남들은 누군가 견딜 만한 일이라면 모두가 견뎌야 한다고 한다. 본인이 얼마나 힘들어 하건 상관없이. 주위의 그런 시선들이 더 위축되게 만든다. 내가 잘못된 것 같고, 나만 이상한 것 같다고.

 

저자는 그 돌파구를 책에서 찾았다. 책을 찾아 위로받고 본인을 제대로 들여다 볼 수 있게 되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는 방법을 책을 통해 알게 되면서 자신감을 되찾고 여유있는 삶을 살게 되었다.

 

<아이가 잠들면 서재로 숨었다>는 육아에 지친 엄마들의 공감을 이끌어 내는 육아서이기도 하고, 책을 통해 자신의 삶을 변화시킨 자기계발서이기도 하면서 좋은 책을 소개하는 책이기도 하다. 어떻게 읽든 읽는 사람의 상황과 취향에 따라 다르게 읽힐 것이다. 자신과 환경이 같다면 공감하고 위로받을 것이고 스스로를 돌아보며 실천으로 나아갈 수 있는 책이 될 수도 있고 좋은 책을 소개 받아 좀더 적극적인 독서를 지향하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내 경우는 나의 독서를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나도 책을 읽기 시작한 후 3년 동안 1000권이 넘는 책을 읽고 지금도 꾸준히 일을 하며 연간 50권 이상의 책을 읽고 서평을 쓰고 있지만... 그 책에서 얻은 것을 본격적으로 실행에 옮긴 적은 별로 없기 때문이다. 워낙 많이 쏟아지는 책들 사이에 읽고 싶은 책만 쌓여가며 빨리 읽고 다른 책을 읽어야 한다는 중압감만 늘어간다. 그러다 보니 한 권 한 권 깊이 읽기보다는 읽었다는 데에 만족하지 않았나 반성하게 되었다.

 

시간이 없다는 건, 언제나 핑계다. 좀 더 나아가는 독서와 생활 속에 실천하는 독서를 해야겠다. 아직도 난 책에 굶주려있고 더 나은 사람이 되길 바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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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시트
황선미 지음 / 비룡소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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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황선미 작가,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마당을 나온 암탉>이다. 물론 그 작품 말고도 아이들을 위한 정말 재미있고 교훈적인 책이 많지만 대부분 초등생을 위한 책으 쓰는 작가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마당을 나온 암탉>이 전 국민에게 감동을 주는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졌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이번 <엑시트>를 접하며 황선미 작가를 다시 보게 됐다. <엑시트>를 청소년 소설로 보기 보다는 성인 소설로 분류해야 하지 않을까 싶을 만큼 주제나 내용 면에서 조금 충격적이었다. 너무 폭력적이고 너무 까발리는 것이 아닐까 싶을 만큼 적나라해서 읽는 내내 힘들었다. 책을 놓고 싶지 않을 만큼의 흡인력 덕분에 아주 빠른 시간에 읽어내려 갔지만 사실 중간중간 책을 내려놓고 싶은 마음도 동시에 들었기 때문이다. 알고 싶지 않다, 내 일이 아니다, 정말로 이런 일이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다....라는 검은 마음이 수시로 고개를 들었다. 아마도 이 감정은 황선미 작가가 10년 전에 시청 직원에게 들었다는 입양인에 대한 감정과 같지 않았을까. 마지막 책장을 넘기고 나서야 문학의 교훈성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소설은 받지 않는 회원에게 전화를 거는 사진관 막내, 장미에서부터 시작한다. 사진관에서 일어나는 일을 관찰하는 듯한 시선인 장미가 입양 아이들을 위한 사탕을 사러 나갔다가 예기치 않은 상황에 처하고 다른 인물을 만나게 되면서 조금씩 장미의 상황이 드러난다. 장미의 상황은.. 그야말로 진퇴양난이다. 딱 한 번 자신이 원하는 대로 했을 뿐인데, 인생은 끝도없이 굴러떨어지는 시련을 안겨주었다. 장미는, 이 말도 안되는 상황에서 "내 것"을 지키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다.

 

"세상은 때로 누군가에게는 너무 가혹하다."...53p

"넌 나쁜 게 아니라, 아픈 거야."...232p

 

처음엔 그저 불량 청소년의 잘못된 선택에 대한 이야기인 줄 알았다. 그러던 것이, 입양으로 이야기가 연결되고 또 다른 문제로 연결되며 이 책이 그저 단순히 재미나 교훈을 위한 책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누군가에게는 당연했던 가족의 사랑이, 심장 떨리던 첫사랑이, 내 것이라는 애착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전력을 다해야 얻을 수 있거나 혹은 아무리 노력해도 얻을 수 없는 것임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그저 그들보다 행복하다는 위안을 얻는 데서 그쳐야 하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우리 모두 나서서 그들을 감싸안아주어야 한다는 사실을 직면하게 되는 것이다.  

 

EXIT (엑시트)는 출구, 떠남 등의 의미이다. 장미의 상황은 그야말로 출구를 향한 일념이었다. 어떻게든 벗어나 평범해지고 싶은 열망, 그저 햇살 비추는 거실에 누워 편안히 있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는 아이가 원하는 것은 그런 평범한 일상인 것이다.

 

너무나 답답했던 마음이 마지막 장을 넘기며 조금 해소되었다. 모든 마음이 풀리지 않은 것은, 장미의 이야기가 바로 이 나라 안에서 벌어지고 있고 지금도 어디선가 상처받고 버림받아 살고 있는 누군가를 떠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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