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기억에서 사라진다 해도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일본 작가의 작품을 읽어보고 싶은 욕구를 오랜 세월 꾹~ 참은 이유는, 아주 단순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를 읽고서는 푹~ 빠져서 그의 수필을 찾아 읽고(난 소설보다 그의 수필이 더 좋다.) 우연히 알게 된 하루키 동호회에서 번역팀으로 활동하며 원문을 읽는다는 것이 주는 그 느낌을 너무나 사랑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번역이 잘 되어 있어도 그나라 말과 글로 읽는 느낌은 참으로 색달랐다. 그 말과 글들이 내 가슴을 직접 퉁퉁퉁...하고 두드리는 느낌이랄까? 그 이후 원서를 한 권, 두 권 사모으는 동안 빠르게 번역되어 출판되는 수많은 일본 유명 작가들의 베스트셀러들을 그냥 그렇게 보낼 수밖에 없었다. "난 언제 읽지?"하면서...

그러던 것이 올해부터 우연한 기회에 "한글"로 번역 된 일본 작가의 책들을 읽게 되었다. 그리고 내 게으름에 결국 두 손 들고 그동안 밀린 일본 작가의 책들을 읽기 시작했다. 그 중에서도 언제나 내 위시리스트에 있던 이름이 바로 "에쿠니 가오리"이다.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언제나 그녀의 책 제목에서는 향수와 낭만이 있었다. 내가 읽어보지도 않고 느끼는 그녀의 책들은 그랬다. 제목만으로도 어떤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고 기대를 하게 되는 그런 책 말이다.

그리고 드디어 나는 그녀의 책을 읽게 되었다. <<언젠가 기억에서 사라진다 해도>>는 성장소설이다. 17살난 10명의 여고생이 겪는 여섯 가지 이야기. 책의 내용은 짤막짤막하고 스피드도 있고 흡인력도 있는데, 왜 난 이 책에 제대로 집중하지 못하는걸까? 아이가 노는 것을 지켜보며 놀이터에서 이 책을 읽었기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올해 난 많은 성장소설을 읽었는데, 하나같이 다 마음에 들었다. 내 어린 시절을 돌아볼 수 있었고, 나 혼자 아둥바둥 고독하고 힘들고 고민했던 시절인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는 것을 책을 통해 확인하고 위로받을 수 있는 시간이었고, 그럼으로 안심할 수 있었다. 나를 넘어 앞으로 내 딸이 겪게 될 수 있는 상황을 이해하고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이 무얼까..하는 생각도 할 수 있는 아주 풍족한 시간 말이다.

그런데, 이 책만큼은 아니다. 나와는 많이 다르고 공감이 되지 않는 먼 나라 이야기 같다. 오히려 <성장소설>이라는 타이틀을 쓰지 않았다면 훨씬 더 느낌 있는 소설로 이해되지 않았을까. 일본의 아이들은 이렇게 사나보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을텐데... '성장소설"이라는 단어 하나가 이 책을 다르게(조금 더 크게) 생각하게 한 것 같다. 카피 하나, 마케팅 하나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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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원의 아프리카에서의 30일
김충원 지음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01년 5월
평점 :
절판


그저 코끼리를 스케치 한 그 그림이 너무나 이뻐서 손에 들었다. 아동미술로 많이 알려진 사람이 아프리카를 30일 동안이나 여행했다는 것과, 스케치북과 연필 한 자루를 들고 사진기가 아닌 그림으로 아프리카를 담아냈다는 그 여유와 낭만이 정말 부럽다.

케냐와 탄자니아를 오가며 빠뜻한 일정을 짜고 가이드 이솝과 함께 랜드로버를 타고 김충원은 그렇게 아프리카 초원을 누빈다. 그가 그린 그림들은 너무 가까워서 아프리카..라는 느낌보다는 동물원의 동물..같은 느낌이 더 크다. 내가 생각하는 아프리카는 동물이 주가 아닌 넓은 초원과 호수, 열기...같은 것들인데, 그림 속에서는 한가로운 사슴, 영양, 코끼리..들이 주인이니 내게는 눈앞의 아프리카가 잘 느껴지지 않는다.

다만, 잘 모르던 동물들의 그림을 마음껏 볼 수 있고, 그 동물들의 습성이나 생활들을 알 수 있어 좋았고, 네번째 주의 마사이족과의 만남이나 다른 이방인들과의 만남 이야기가 좋았다. 많은 백인 여행자들 가운데에서도 그가 전혀 낯설지 않게 해준 것은 그의 그림이다. 사진기로 담는 것보다는 그림으로 남겨지는 것에 모두들 감동받았다는 것. 나라도 그의 재능을 너무나 부러워했을 것 같다. 

다큐멘터리나 잡지에서 보는 그 광활한 토지를 내 눈으로 보게 될 날이 있을까. 나에게도 그와 같은 여유가 생길 수 있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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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승려는 북벌을 꿈꿨다 2
이덕일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9월
평점 :
품절


누가 어떻게 어떤 식으로 바라보았는가에 따라 모든 사건은 평가가 달라진다. 그리고 결과에 따라서도 그렇다. 현 정권을 도저히 두고볼 수 없어 새로운 나라를 만들겠다는 큰 뜻을 가지고 계획에 따라 실행했으나 그 계획이 실패하면 역적으로 죽는 것이고, 성공하면 역적이 아니라 공신이 되는 것이다. 그것도 가장 영광스러운 개국 공신 말이다.

숙종실록에는 한 사건이 게재되어 있다.

운부는 승려들 가운데 뛰어난 일여, 묘정, 대성법주 등 일백여 인을 얻어 그 술업을 전수시키면서 팔도의 중들과 체결하였다. 그리고 장길산의 무리들과 결탁하고, 또 이른바 진인 정(鄭), 최(崔) 두 사람을 얻어 먼저 우리나라를 평정하여 정성(鄭姓)을 왕으로 세우겠다고 하였다.
                                                                                                                 - <숙종실록> 23년 1월 10일

역사학자 이덕일님의 첫 역사소설인 <<조선의 승려는 북벌을 꿈꿨다>>는 유난히 숙종 때 중창불사가 많았다는 사실과 <숙종실록>에 기록된 하나의 사건을 연결시켜 그만의 장점을 충분히 살려낸 소설이다. 소설가가 아닌 역사학자라는 장점은 그만큼 더 많은 사료와 배경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지만 오히려 너무 많이 알고 있어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이 많아지니 소설 자체의 구성력은 조금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읽는 독자로서는 그동안 잘 몰랐던 "역사" 자체에 푹~ 빠졌다가 나올 수 있었다. 그만큼 시대 배경에 대한 묘사가 탁월하고 당시의 생활상이나 정황 등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숙종 시대에는 어떤 일들이 일어났을까. 조선 역사상 가장 치열했던 당쟁이 있던 때였다. 처음 경신환국을 시작으로 기사환국을 거쳐 갑술환국이 일어나니 서인에서 남인, 그리고 다시 서인(소론)이 번갈아 정권을 잡게 되면서 그만큼 나라는 피폐해지고, 진정 나라를 걱정하는 신하는 모두 죽음에 이르고 백성은 계속되는 흉년과 거듭되는 세금으로 산적이 되거나 절로 도망다니는 그런 시절이다. 

게다가 숙종이라는 임금은 어떤 여인을 총애하면 이성을 잃는 경향이 있어 중전 민씨(인현왕후)를 폐비하고 희빈 장씨(장옥정)를 중전으로 세웠다가 환국을 따라 이후 다시 폐비 민씨를 중전으로 복귀시키는 등, 정말 아수라장 같은 시대였다.

그러니 새로운 시대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안들 수가 없겠다. 백성들만 골병들고 죽어나가는 세상이 아닌 백성들이 주인이 되는 나라, 그런 나라를 만들고 싶었던 사람들이 모여 "환국"이 아닌 "개국"을 도모하는 것이다.


"양반도 없고 상놈도 없는 나라. 주인도 없고 노비도 없는 나라. 열심히 일하는 농민들과 노비들이 주인으로 행세하는 나라. 그런 나라를 만들려는 것일세. 임금과 신료들은 새벽부터 밤중까지 백성들을 위해 일하고, 백성들은 그런 임금과 신료들에게 새경을 주듯 세금을 바치는 그런 나라를 만들려는 것일세." ...<<조선의 승려는 북벌을 꿈꿨다1>> 295p


이 개국 계획이 성공했다면 어찌 되었을까. 1700년대부터 그렇게 누구나 평등하고 서로 맡은 자리에서 자신이 맡은 일만 열심히 하면 반드시 보상받을 수 있는 나라가 세워졌다면 지금 우리들의 모습은 어떨까. 아침 뉴스에서 초등학생 아이들이 이자놀이를 한다는 둥, 중국발 멜라민이 들어간 식품이 또 있다는 둥..하는 말들을 듣지 않고 살 수 있는 그런 나라가 되어 있었을까. 서인과 남인들이 서로 죽이지 못해 안달난 듯 국회에서 서로의 이권만을 위해 나라의 일들은 팽개쳐놓고 그렇게 서로 싸우기만 하는 일들은 없지 않았을까. 

아무리 되돌려 놓고 생각해봐야 답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생각하게 된다. 지금은 지금이기 때문에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지금을 살아가는 "나"는 마지막 영창의 말을 가슴에 담는다.


"그 모든 것이 운명이었다. 피할래야 피할 수 없는 운명이었다. 운명이란 그런 것이었다. 세상 속에서 그런 일을 하도록 하늘이 정해 준 길이었다. 그 길은 거부한다고 해서 거부할 수도 없고, 피한다고 해서 피할 수도 없는 그런 길이었다."...<<조선의 승려는 북벌을 꿈꿨다2>>39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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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승려는 북벌을 꿈꿨다 1
이덕일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9월
평점 :
품절


누가 어떻게 어떤 식으로 바라보았는가에 따라 모든 사건은 평가가 달라진다. 그리고 결과에 따라서도 그렇다. 현 정권을 도저히 두고볼 수 없어 새로운 나라를 만들겠다는 큰 뜻을 가지고 계획에 따라 실행했으나 그 계획이 실패하면 역적으로 죽는 것이고, 성공하면 역적이 아니라 공신이 되는 것이다. 그것도 가장 영광스러운 개국 공신 말이다.

숙종실록에는 한 사건이 게재되어 있다.

운부는 승려들 가운데 뛰어난 일여, 묘정, 대성법주 등 일백여 인을 얻어 그 술업을 전수시키면서 팔도의 중들과 체결하였다. 그리고 장길산의 무리들과 결탁하고, 또 이른바 진인 정(鄭), 최(崔) 두 사람을 얻어 먼저 우리나라를 평정하여 정성(鄭姓)을 왕으로 세우겠다고 하였다.
                                                                                                                 - <숙종실록> 23년 1월 10일

역사학자 이덕일님의 첫 역사소설인 <<조선의 승려는 북벌을 꿈꿨다>>는 유난히 숙종 때 중창불사가 많았다는 사실과 <숙종실록>에 기록된 하나의 사건을 연결시켜 그만의 장점을 충분히 살려낸 소설이다. 소설가가 아닌 역사학자라는 장점은 그만큼 더 많은 사료와 배경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지만 오히려 너무 많이 알고 있어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이 많아지니 소설 자체의 구성력은 조금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읽는 독자로서는 그동안 잘 몰랐던 "역사" 자체에 푹~ 빠졌다가 나올 수 있었다. 그만큼 시대 배경에 대한 묘사가 탁월하고 당시의 생활상이나 정황 등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숙종 시대에는 어떤 일들이 일어났을까. 조선 역사상 가장 치열했던 당쟁이 있던 때였다. 처음 경신환국을 시작으로 기사환국을 거쳐 갑술환국이 일어나니 서인에서 남인, 그리고 다시 서인(소론)이 번갈아 정권을 잡게 되면서 그만큼 나라는 피폐해지고, 진정 나라를 걱정하는 신하는 모두 죽음에 이르고 백성은 계속되는 흉년과 거듭되는 세금으로 산적이 되거나 절로 도망다니는 그런 시절이다. 

게다가 숙종이라는 임금은 어떤 여인을 총애하면 이성을 잃는 경향이 있어 중전 민씨(인현왕후)를 폐비하고 희빈 장씨(장옥정)를 중전으로 세웠다가 환국을 따라 이후 다시 폐비 민씨를 중전으로 복귀시키는 등, 정말 아수라장 같은 시대였다.

그러니 새로운 시대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안들 수가 없겠다. 백성들만 골병들고 죽어나가는 세상이 아닌 백성들이 주인이 되는 나라, 그런 나라를 만들고 싶었던 사람들이 모여 "환국"이 아닌 "개국"을 도모하는 것이다.


"양반도 없고 상놈도 없는 나라. 주인도 없고 노비도 없는 나라. 열심히 일하는 농민들과 노비들이 주인으로 행세하는 나라. 그런 나라를 만들려는 것일세. 임금과 신료들은 새벽부터 밤중까지 백성들을 위해 일하고, 백성들은 그런 임금과 신료들에게 새경을 주듯 세금을 바치는 그런 나라를 만들려는 것일세." ...<<조선의 승려는 북벌을 꿈꿨다1>> 295p


이 개국 계획이 성공했다면 어찌 되었을까. 1700년대부터 그렇게 누구나 평등하고 서로 맡은 자리에서 자신이 맡은 일만 열심히 하면 반드시 보상받을 수 있는 나라가 세워졌다면 지금 우리들의 모습은 어떨까. 아침 뉴스에서 초등학생 아이들이 이자놀이를 한다는 둥, 중국발 멜라민이 들어간 식품이 또 있다는 둥..하는 말들을 듣지 않고 살 수 있는 그런 나라가 되어 있었을까. 서인과 남인들이 서로 죽이지 못해 안달난 듯 국회에서 서로의 이권만을 위해 나라의 일들은 팽개쳐놓고 그렇게 서로 싸우기만 하는 일들은 없지 않았을까. 

아무리 되돌려 놓고 생각해봐야 답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생각하게 된다. 지금은 지금이기 때문에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지금을 살아가는 "나"는 마지막 영창의 말을 가슴에 담는다.


"그 모든 것이 운명이었다. 피할래야 피할 수 없는 운명이었다. 운명이란 그런 것이었다. 세상 속에서 그런 일을 하도록 하늘이 정해 준 길이었다. 그 길은 거부한다고 해서 거부할 수도 없고, 피한다고 해서 피할 수도 없는 그런 길이었다."...<<조선의 승려는 북벌을 꿈꿨다2>>39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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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과학수사대 별순검
이수광 지음, 정윤정 외 극본 / MBC C&I(MBC프로덕션)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책을 읽고 나서 그 책의 내용으로 만들어진 영화나 드라마를 보게 되거나(대부분은 실망하게 되지만..) 혹은 먼저 영화나 드라마로 만난 후에 소설로 읽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두 매체를 통해서 나왔다면 왠지 그 두 개 모두 확인해봐야 할 것 같은 강박관념이 생기곤 한다. 내용은 같은지, 여기서는 어떤 식으로 표현했는지 어느 쪽이 더 재미있는지 등등 말이다.

<<조선과학수사대 별순검>>이 드라마로 먼저 방영되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워낙 과학수사대 같은 시리즈를 좋아하는지라 "볼까?"하는 마음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아줌마 치고 드라마 자체를 그렇게 좋아하는 편도 아니고 한국판 드라마나 영화에 대해 그렇게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지도 않은지라(순전히 나만의 편견이다.) CIS 같은 수준이 아닐거라면 차라리 처음부터 보지 않겠다...는 생각이 더 컸다. 그렇게 나는 그 드라마를 보지 못했고, 이렇게 책으로 만났다. 결론은... 봐 둘걸...이었다.

책으로 만난 별순검은 "우리 역사를 바탕으로 아주 탄탄한 구성을 가지고 있다"...라는 것이 이 책에 대한 나의 인상이다. 별순검이 태어난 배경부터가 막연히 조선 중기가 아닐까..생각했던 나의 편견을 깨뜨렸다. 갑오개혁 이후, 포도청이 폐지되고 현재 경찰 조직의 효시인 경무청이 창설된 것. 이 경무청의 관리가 '순검'이고, 이들 중 제복을 입지 않고 비밀 정탐에 종사하던 특별수사팀을 '별순검'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명성황후 시해 사건과 그 외 여러가지 사건 등으로 나라가 온통 뒤숭숭하던 시기였고 그런 역사적 사실을 뒤로 하고 그 안에서 겪었을 서민들의 아픔과 고충들이 <<별순검>>의 사건 하나하나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객주 비녀 살인사건>에서는 용의자를 심문하고 싶어도 그가 일본인이라는 이유 하나로 마음대로 소환조차 할 수 없는 현실을 그대로 담아내고 있는데 이렇게 일본인들의 기세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가 있는 것은 <육혈포 살인사건>의 사기꾼 마츠모토의 말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잘 기억하시오. 지금 이 나라엔 두 번째, 세 번째 송시운들이 줄을 섰다구." ...187p

그런가하면, 1899년의 축첩반대시위 사건을 그대로 사건으로 재연한 <연못 살인사건>에서도 현시대를 잘 반영하고 있다. 축첩반대시위는 한 남자가 본부인을 제외하고도 둘, 셋씩 첩을 두고 사는 것을 못하게 막아달라고 아녀자들이 상소를 올리며 시위한 사건이다. 

이렇듯 <<별순검>>에는 그냥 흥미로운 사건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당시 혼란스럽고 어지러웠던 나라 상황이 잘 드러나있고 그 당시의 생활 방식이나 그들의 삶을 아주 잘 반영했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처럼 과학이 발달한 시절이 아니었으므로 지문 감식이나 여러 현대적인 장비를 가지고 과학적으로 수사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여러 증거들을 중심으로 차츰차츰 사건을 풀어나가는 과정을 보며 우리 조상들도 매우 현명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런 과정들은 CSI에도 전혀 뒤지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억울하게 죽임을 당하거나 약한 사람을 도와주려는 그 열정만은 어디를 가나 같기 때문이리라.

드라마를 보았다면 드라마와의 차이를 찾아가며 즐겁게 읽을 수 있을 것이고, 나처럼 드라마를 보지 못했더라도 그당시 역사와 비교해가며 읽는 즐거움이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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