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꾸러기 해달 오더 책꿈
캐서린 애플게이트 지음, 찰스 산토소 그림, 이원경 옮김 / 가람어린이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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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베리 상을 탄 모든 책은 하나도 버릴 책이 없다"라는 편견을 깨고 싶다는 은근한 소망을 가지고 있다. ㅋㅋ 음~ 하지만 그런 소망을 가지고 한 권 두 권 읽는 사이에 느끼게 되는 건, 역시나 좋다는 사실~! 완패다. <장난꾸러기 해달 오더>는 뉴베리상을 수상한 책은 아니다. 단, <세상에 단 하나뿐인 아이반>으로 뉴베리 상을 수상한 작가의 또다른 작품일 뿐. 그런데도 역시나~ 좋다.ㅠㅠ

밝은 파랑색을 바탕으로 귀여운 해달 한 마리가 자리한 청량한 표지도!, 제목에서 오는 장꾸 가득한 분위기도 좋았다. 책을 펼쳐보기 전까진 동물이 주인공인 재미난 소설인 줄 알았는데, 오마나 세상에~! 이 책은 연작 시로 되어 있다. 동시에 든 생각은, 아이고... 책을 펼치자마자 읽지 않는 아이들이 대다수겠구나...하는 안타까운 생각. 두꺼우면 절래절래, 시라면 절래절래 고개부터 흔드는 아이들이 과연 이 책을 읽을까, 이해할 수는 있을까.

어쨌든... <장난꾸러기 해달 오더>는 정말 재미있는 책이다. "시"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연작 시로 죽~ 읽다 보면 오더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고 오더가 어떤 생각과 감정을 느끼며 무엇을 바라는지, 또 오더 주변 인물들은 누구인지, 앞으로의 삶은 어떨 것인지를 깨닫게 된다. 구성도 재미있어서 1부 놀기 대장에서는 현재 바다에서 지내는 오더와 친구의 이야기, 그리고 그들을 향해 덮쳐오는 위험인 상어에 대한 이야기에서, 2부 아기 해달로 살아가는 법에서는 바다에 풀려나기 전, 엄마와 떨어져 보호받던 시설에서 받은 방생 교육에 대한 이야기가, 3부 209번 해달에서는 1부에 이어 다시 시설로 돌아오게 된 오더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마지막 못다 한 이야기, 여섯 달 뒤의 이야기까지 일고 나면, 아.... 이 이야기는 실화를 바탕으로 했나 보다! 하고 깨닫게 되는 것.

그렇게 작가의 말을 읽으면 "오더"라는 해달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알게 된다. 미국 몬터레이 만에 위치한 몬터레이 베이 수족관에서 생활하는 해달들의 이야기를 섞고 보태고 이어서 새로운 오더의 이야기를 만들어 낸 것. 따라서 <장난꾸러기 해달 오더>는 단순한 해달의 이야기가 아닌, 인간에 의해 얼마나 많은 해달이 희생되었는지에서부터 다시 해달을 보호하기 위한 인간들의 노력,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연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해달들의 이야기까지 알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오더"는 우리에게 깊은 감명을 주는 것이다.

시 형식으로 되어있어 생각보다 금방 읽을 수 있다. 시라는 이유만으로 아이들이 꺼려한다면 부모와 함께 조금씩 읽어나가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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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기린을 보러 갔어
이옥수 지음 / 특별한서재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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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겨울 기린을 보러 간 적이 있었나~ 기억을 되살려 봤다. 아마도 아이들이 어렸을 땐 한창 동물원을 다녔으니 아마도 그 중 겨울 기린을 보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게 각인된 건, 겨울 기린보다는 훨씬 더 오래 전 큰 할머니댁에서 보았던 누렁이라는 이름의 황소의 눈이다. 그 커다란 눈망울에 물기가 가득 차서 정말로 슬퍼보였던 황소의 눈. 소가 이렇게나 슬픈 동물이었나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그렇다고 내게 대입해서 생각했던 건 아니다. 난 감정, 공감 이런 거 잘 안된다는 극 T이니.


그래서인지 <겨울 기린을 보러 갔어>를 읽어나가며 온전히 공감하기보다는 이게 말이 되냐며, 이런 엄마가 어디 있느냐며, 불만만 가득했다. 사실 난 청소년을 키워 낸 50대이니 송이 엄마에게 공감해야 맞는 것이 아니가 싶었는데 암만 생각해도 사랑을 찾아 딸의 감정 따위 돌아보지 않는 엄마에게는 공감을 못 하겠다. 오히려 그런 상황에서 오도가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송이가 너무 가엾어 울컥울컥 얼마나 했는지~!


<겨울 기린을 보러 갔어>는 엄마와 둘이 사는 한송이 앞에 어느 날 등장한 엄마의 연애 대상자, 북극곰이다. 그동안 엄마의 연애를 지켜봤던 송이는 이번에도 연애가 잘 되지 않아 상처받을 엄마를 생각해 연애를 반대한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엄마는 연애에 푹 빠져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던 꽃집도, 송이에게도 관심이 줄었다. 송이는 이제 겨우 중학생일 뿐인데, 자신에게 관심이 없어지는 엄마가 야속하다. 송이는 이 연애를 끝장낼 수 있을까?


송이의 주변인들의 캐릭터가 탄탄하다. 마치 주변에 정말 있을 것 같은 인물들로 송이에게 든든한 빽이 되어주는 따뜻한 인물들이다. 다소 엉뚱할 수 있는 아스퍼거 증후군의 준서와 그 준서를 홀로 키우는 광석, 꽃집의 이웃집에서 언제나 송이의 등장을 반겨주는 홍 이모까지. 송이의 고민을 귀 기울여 들어주고 함께 나눠준다. 그런 이웃들이 있기에 송이는 자신의 고민을 끝까지, 찬찬히 들여다볼 수 있지 않았을까.


아빠라는 존재를 무시하지 않고 등장시킴으로써 송이의 환경을 찬찬히 설명하며 온전히 송이에게 공감할 수 있도록 한 작가의 필력이 느껴진다. 오랜만에 한국 청소년 소설에 공감하며 읽을 수 있었다. 가족이라고 서로를 의지학도 살아갈 순 없다. 어려운 일이 있을 땐 똘똘 뭉쳐야겠지만, 각자 홀로 설 수 있어야 진짜 가족으로서의 기능을 담당할 수 있다. 결국 육아란, 독립된 자아로 잘 길러내는 것이다. 송이가 홀로 잘 설 수 있기를~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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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나의 그대 일본문학 컬렉션 6
다니자키 준이치로 외 지음, 안영신 외 옮김 / 작가와비평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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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정하는 시리즈, 일본 문학 컬렉션 06번째 책이 나왔다. 일본의 근현대 작가들의 다양한 작품들을 주제별로 엮은 시리즈로 매 시리즈마다 독특한 그들의 이야기를 읽을 수 있어 다음 편집이 기대되는 시리즈다. 이번 여섯 번째 작품은 "사랑하고 헤어지고 스쳐 지나가고 엇갈리는 그 여자 그 남자의 이야기"(부제)를 담고 있다고 한다. 흠~ 막상 읽어 보니 그게 맞나? 하는 생각이 살짝 들기는 하는데 어쨌든 그 여자, 그 남자의 사랑 이야기가 맞기는 하다. 그 사랑의 정도가 좀 과격하다고나 할까, 무섭다고나 할까~ ㅎㅎ확실히 일본 작품이구나 싶다는 점을 제외하면.


책에는 일곱 작가의 열 한 작품이 실려 있다. 한 작가에 하나의 작품이 있기도 하고 많이는 세 작품이 실린 작가도 있다. 첫 작품은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문신"으로, 읽다 보니 얼마 전 읽었던 <슌킨 이야기>가 생각나기도 했다. 어떤 분야의 전문가와 뮤즈로서 자신의 열정을 쏟아붓는, 하지만 평범한 이로썬 이해할 수 없는 그런 이야기로 범죄의 경계선을 왔다갔다 하므로 읽는 이로선 가슴을 졸일 수밖에.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두 작품은, 심리 묘사가 역시나 뛰어나다. 앞의 작품 "가을"은 제목 그대로 놓쳐버린 사랑과 동생을 질투하는 마음 사이의 쓸쓸함이 그대로 느껴졌고 "게사와 모리토"는 두 남녀의 각기 다른 서로의 생각을 두 서술자가 교차하며 보여준다.


다자이 오사무의 작품 중 "굿바이"는 다소 웃음이 나는 작품이었다. 신나게 문어발로 연애를 하던 남자가 관계를 정리하는 과정을 담은 작품으로 신나게 읽고 있었는데 미완성 작품이라 좀 아쉬움~ㅠㅠ


가장 충격적이었던 작품은 고사카이 후보쿠의 "연애 곡선"이다. 음산하고 이상하다. <안녕, 나의 그대> 전편에 조금씩 흐르는 일본 사랑 이야기의 가장 고난이도 작품이랄까. 그래, 이런 이야기는 일본에서밖에 없겠지~ 싶은 이야기랄까.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참 별 짓을 다 하는구나... 싶은 것이.


가장 마지막 작품인 이토 사치오의 "이웃집 아내" 정도만 좀 유쾌했다. 개인적으로는 일본의 근대 작품으로 사랑이야기는 좀 버겁다. 이렇게까지? 싶은 이야기들이 많다고 해야 할까. 그럼에도 이렇게 한 주제로 읽으며 여러 작가들의 이야기를 읽는 건 역시나, 재미있다.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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맡겨진 소녀
클레어 키건 지음, 허진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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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작부터 읽고 싶었던 작품이다. <이토록 사소한 것들> 먼저 구입해 놓고, 왠지 <맡겨진 소녀> 먼저 읽어야 할 것 같아서 책장에 꽂아둔 채, <맡겨진 소녀>는 구입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고민하다가 일단 대여 후 이제야 읽어 본다.

100여 페이지밖에 되지 않는 워낙 짧은 단편 소설이라 읽는 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이틀이지만 온전히 책만 읽은 시간으로는 2시간도 안될 터. 그런데 참 이상하게 한 문장, 한 문장 벌써 읽어내려가는 게 그렇게 싫더라는 것.

작가는 그저 담담히 이 소녀의 시점에서 간결하게, 보이는 것 들리는 것 생각하는 것을 나열할 뿐이다. 그런데 그 나열 속에서 소녀의 상황이, 소녀가 받은 애정이, 그럼으로써 이 소녀가 어떻게 성장하는지 독자가 그대로 느낄 수 있다. 그렇게 가장 마지막 문장에 왔을 때에는 "울컥!" 하게 되는 것이다.

시원하고 깨끗한 물을 표현하며 "아빠가 떠난 맛, 아빠가 온 적도 없는 맛, 아빠가 가고 아무것도 남지 않은 맛...30p"이라니!

어떤 상황에서 자라더라도 아마 이 여름이 있었기에 소녀는 제대로, 건강하게 자랄 수 있지 않을까. 돌풍을 일으킨 작가의 팬이 될 수밖에 없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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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코의 미소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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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자주 보이던 책, <쇼코의 미소>를 드디어 읽어 보았다. 20-30대 여성들이 많이 읽는 듯 보였고 왜 그렇게 이 작가의 책이 인기인지 궁금했다. 책을 빌려보면서 한가지 희망을 갖고 있었던 건, 적어도 또다른 장소 힐링 책은 아니겠다~ 라는 믿음. ㅋㅋ

<쇼코의 미소>는 총 7편의 단편을 담고 있는 단편 소설이다. 표제작 "쇼코의 미소"에서부터 마지막 "비밀"이라는 작품에 뒤에는 서영채 문학 평론가의 해설과 작가의 말이 담겨 있다. 그 해설을 읽고서야 "쇼코의 미소"가 2014년 젊은 작가상 수상작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아, 그렇게나 오래된 책이었구나. 그런데도 사람들에게 여전히 읽힌다는 건 분명 좋은 책이라는 증거일 터.

표제작에서부터 마지막까지 진짜 좋았다. 왜 그렇게 많이 읽히는지 알 것 같은 느낌. 특히 젊은 여성들이 인정할 만한 작가일 수밖에 없구나 하는 생각과 책 속에서 흐르는 "할머니", "할아버지", "어머니"의 존재들이 거듭 등장하니 내 또래도 인상깊게 읽을 수 있겠다 싶었다.

책 한 권을 흐르는 공통점이 많다. 아마도 그것이 작가의 특징일 것이다. 가족 간의 유대감, 시대 사회적 문제 등이 작가의 잔잔한 필체로 흐른다. 하지만 강요하지 않는다. 작가는 그저 등장인물들의 서사로 보여줄 뿐이다. 그 서사가 참 좋았다. 아마 앞으로도 작가의 다른 책을 계속 찾아 읽어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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