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디스 워튼의 환상 이야기
이디스 워튼 지음, 성소희 옮김 / 레인보우퍼블릭북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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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는 "이디스 워튼"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소설이 <순수의 시대>였다. 1년 전쯤 <올드 뉴욕>이란 단편 소설을 접하고 호흡이 짧은 소설도 참 좋구나~ 싶었는데 이번 <이디스 워튼의 환상 이야기>를 읽고는 어쩌면 이 작가는 천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장르의 소설을 다양하게, 잘도 쓰니 말이다. 


<이디스 워튼의 환상 이야기>에는 총 8화의 이야기가 실려있는데 첫 번째 이야기인 1화 "시간이 흐른 후에야"가 가장 충격적이었다. 그야말로 책 제목 <환상 이야기>에 걸맞는 환상적인 유령 이야기였기 때문이고 지금까지 읽었던 그 어떤 유령 이야기보다 예측 불가능하고 훨씬 공포스러웠기 때문이다. 정말 예측이 불가능했냐고 하면 그건 또 아니다. 제목이 "시간이 흐른 후에야"이기 때문이다. 제목과 이야기 속에서 이미 "시간이 흐른 후에야" 알아볼 수 있다고 했기 때문에 마음의 준비는 단단히 하고 있었음에도 추리를 해 가는 와중에 알 수 없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그 분위기가 조금씩 소름이 끼치게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분위기는 어쩌면? 하고 다른 추리를 하게 만드는 여지를 주기도 한다. 


"나중에 가서야 안대."

목소리가 이야기했다.

"한참....., 한참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야...."....60p


2화 "하녀를 부르는 종소리"와 4화 "기도하는 공작부인"은 분위기가 많이 비슷하고 초자연적이고 환상적인 분위기라기보다는 오히려 <올드 뉴욕>편에 가까웠을 상류층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현실적인 이야기에 조금의 알 수 없는 미스테리가 더해져 <환상 이야기>편에 더해진 듯하다. 


5화 "밤의 승리"는 1화 다음으로 의미있게 읽었다. 인간의 이중성이 어떻게 드러나는지를 다른 이의 눈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가끔 거짓된 미소를 짓고 있을 때 나는 그런 미소를 짓는 내가 어떻게 보일까 생각할 때가 있는데 이 작품을 읽으며 그럴 때가 생각났다. 남의 눈에 그런 내가 보인다면 얼마나 끔찍할까...하고. 이디스 워튼은 사람의 심리를 꿰뚫어 볼 줄 아는 작가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그런 것들로 이런 환상 소설뿐만 아니라 공포, 추리 소설(7화 "페이에 탄산수 한 병")까지 아우를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뒷표지를 보니 이디스 워튼은 어린 시절 장티푸스에 걸려 죽음의 문턱을 넘나들었고 환각 증세에 시달리는 후유증을 겪었다고 하니 그런 트라우마를 통해 이런 환상 소설을 완성할 수 있었나 보다. 자신의 단점을 장점으로 극대화하다니 역시나 대단한 작가임에 틀림없다. 다음은 꼭 <순수의 시대>에 도전해봐야겠다. 


*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


#이디스워튼 #환상이야기 #레인보우퍼블릭북스 #환상 #공포 #유령 #추리 #초자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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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뭔가 나랑 비슷한?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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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별 것 아닌 말이 이렇게 소름끼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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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연대기 샘터 외국소설선 5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 김영선 옮김 / 샘터사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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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을 이 책을 들고 다니자 아이가 궁금한 듯 물었다. "엄마, 무슨 책이야?" 아이는 글을 읽으니 제목을 묻는 게 아닐 텐데도 나는 "으응~ <화성 침공>" 하고 짧게 대답한다. 제목을 읽을 줄 아는 데 제목을 대답해 주다니, 제목이라니.... 제목? 다시 표지를 바라보고 다소 충격을 받았다. 제목이 <화성 연대기>이다. 그러니까 난 이 책을 읽는 와중에 내 맘대로 책 제목을 바꾸어버린 것이다. 아마도 내용이 큰 영향을 끼친 것이겠지. 

 

내가 어렸을 때 푹 빠져서 읽었던 SF 동화책이나 이후 성인이 된 후 읽었던 디스토피아형 SF 소설, SF 영화 등에서 지구인은 언제나 착한 역할이다. 우리는 가만히 있는데 우주에서, 외계에서 다른 이들이 쳐들어 온다. 좋게 끝나야 그들과 화해한 후 잘 보내는 정도. 미지의 세계에 대한 우리의 두려움은 그만큼 큰 것 같다. 그래서 <화성 연대기>는 충격적이다. 우리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 책은 1999년 1월부터 2026년 10월까지 인간이 화성을 정복하는 과정이 시간순으로 전개되는 연대기이다. 그렇지만 원래 장편소설로 집필된 것은 아니라, 1940년대 후반에 여러 잡지에 발표된 화성 관련 단편들을 연대기 형식으로 묶은 것이다. 이른바 '픽스업' 장편이다. 따라서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완결성을 갖는 훌륭한 단편소설이다. 따라서 반드시 앞에서부터 시간 순서에 따라 읽지 않아도 큰 무리는 없다. 사실 이 책의 마지막 장인 <백만 년짜리 소풍>은 맨 먼저 발표된 단편이다."...403p(옮긴이의 말 중)

 

옮긴이에 따르면 이 작품은 정확하게는 SF보다는 환상소설에 가깝다고 한다. 미래에 대한 로봇이니 로켓이니 하는 과학이 소설의 장치로만 작용할 뿐이기 때문이다. 대신 이 소설에는 공포와 스릴, 사회적 문제, 인간성 등이 존재한다. 

 

이런 분류는 아무 필요없다. 읽기 시작하면 완전 빠져들기 시작하고 처음엔 지구인의 편에 서서, 나중엔 화성인의 편에 서서 오싹함과 슬픔, 애잔함, 서글픔 같은 것이 느껴지기 시작한다. 특히 지구인이 1차에서 4차까지 로켓을 보내 화성인과 접촉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각 사건은 별개처럼 보이고 화성인들의 대처는 전혀 보이지 않지만 다음 탐험대가 도착했을 때의 결과를 통해 유추하면서 더욱 공포심이 확대된다. 거기에 4차 탐험대의 스펜더 요원의 행동과 발언이 전환전이 된다. 이제 화성은 어떤 길을 걸을 것인가. 

 

"저는 혼자서 지구에 있는 삐뚤어지고 폭압적이고 탐욕스러운 조직에 맞서 싸우고 있습니다. 그자들은 더러운 원자폭탄을 이곳으로 가져오고, 전쟁에 필요한 기지를 만들기 위해 싸움도 불사할 겁니다. 행성 하나를 파괴한 것만으로는 부족해 다른 행성을 또 그렇게 만들고 싶은가 봅니다. "...153p

 

그리고 그런 지구로부터 적극적으로 반댈 의견을 가진 사람들의 다른 노선을 선택한 사람들의 이야기들. 

 

"과학은 너무도 빨리 우리를 앞질러 너무 멀리 뛰어가버렸어. 그래서 사람들은 기계들의 황야에서 길을 잃어버렸지. 마치 예쁜 것, 희한한 장난감, 헬리콥터, 로켓 같은 것에 푹 빠져 있는 어린아이들처럼 말이야. 그래서 기계를 어떻게 사용할지 하는 문제는 뒷전이고 기계 자체만 중요시하게 되었단다. 전쟁은 규모가 점점 더 커져서 결국 지구를 죽여버리고 말았지."...396p

 

1950년의 작품으로 생각되지 않을 만큼 세련되고 뛰어난 작품이다. 그 어떤 작품보다 인간적이고 아름답고 슬픈, 감동적인 작품이었다. 

 

p.s 아... 이제 보니, 작가가 <화씨 451>의 레이 브래드버리이다. 작가 따라 읽기를 좀 해볼까나~

 

 

#화성연대기 #레이브래드버리 #샘터 #SF소설 #완전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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